이해찬 대표 앞에 놓인 세 가지 암초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1.06 10:37:09
  • 호수 12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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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풍에 돛 다나 했더니…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신년을 맞아 각 정당들은 총선 승리를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이해찬 대표는 신년인사회서 이를 강조했다. 총선 승리를 토대로 재집권에 성공하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그러나 이 대표 앞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있다. <일요시사>가 다각도로 이를 살펴봤다.
 

▲ 21대 총선을 앞둔 상황서 최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앞엔 세 가지 암초가 놓여있다.

희망가가 울려 퍼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신년인사회를 열고 총선 승리를 약속했다. 4·15총선이 나라의 명운을 가르는 매우 중요한 선거라는 점을 강조한 이 대표는 문재인정부의 성공과 나아가 2년 후 열릴 대선 때 재집권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지지율은
높은데…

민주당의 최근 분위기는 희망가를 부를 만하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문정부의 숙원사업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화답하듯,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대한상공회의소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서 권력기관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공수처법의 통과로 본 궤도에 오른 검찰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공수처법 등으로 여야가 국회서 극한 대립을 보였음에도, 민주당과 문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흔들리지 않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31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9.0%로 나타났다. 비록 전주 대비 0.7%포인트 하락한 수치지만, 50%대에 가까운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상승했다. 동 조사서 민주당은 41.9%를 기록, 전주 대비 0.5%포인트 올랐다. 2주째 상승세다. 비록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전주 대비 1.5%포인트 오른 32.9%를 기록하며 두 정당 간 격차가 좁혀졌지만, 민주당이 1위 자리를 위협받을 만큼의 상승세는 아니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선거법 통과…결국 부메랑으로?
금태섭-유승민 닮은 균열 예고?

그렇다고 방심하기에는 이르다. 총선 승리까지 가는 길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잠재적 위험요소로 부딪힐 경우 자칫 좌초될 수도 있다. 민주당의 선장인 이 대표 입장에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 암초는 ‘비례정당’이다. 앞서 한국당을 제외한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은 공조를 통해 선거법을 통과시켰다. 주요 골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정당 득표율이 높지만, 지역구 당선자가 적은 정당에 유리한 선거제다.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등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사진 왼쪽부터)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으로 발탁된 최혜영 교수, 원종건씨, 김병주 전 육군 대장

그런데 이들 정당뿐 아니라 한국당도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은 4·15총선에 쓸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의 이름을 ‘비례자유한국당’으로 결정했다. 한국당은 지역구 국회의원 배출에 총력을 기울이는 반면, 비례자유한국당은 정당에 대한 득표에 올인, 최대한 많은 의석을 확보한 뒤 총선이 끝난 후 합당해 민주당에 대항하겠다는 전략이다.

한 한국당 보좌진은 선거법이 통과된 후 <일요시사>와 만나 “한국당서 비례대표 전용 정당(비례자유한국당)을 만들면 된다”며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일부 사람들은 비례대표 전용 정당이 한국당을 배신할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한국당의 당헌·당규만 조금 바꾸면 그것도 문제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선거법 통과
자충수 되나

정치권 일각에선 거대 양당(민주당·한국당)이 비례대표 전용 정당을 만들면 유권자들로부터 꼼수를 쓴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 그러나 한국당의 상황은 민주당과 차이가 있다. 한국당이 끝까지 선거법 통과를 반대해서다. 지난 12월 국회 앞에서 한국당 지지자들은 선거법 통과를 반대하며, 당에 힘을 실어줬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최근 기자단 오찬서 “꼼수에는 묘수밖에 답이 없다”며 “비례정당을 이야기한 것은 표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꼼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은 적극적으로 선거법을 통과시켰다. ‘청년민주당’ 등 비례대표 전용 정당을 만든다면, 자칫 꼼수를 쓰기 위해 선거법을 통과시켰다는 오명을 쓸 수 있다.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등 함께 공조한 군소정당들의 반발도 감수해야 한다. 

민주당 입장에선 딜레마다. 앞서 한국당이 민주당 내부 자료라며 공개한 ‘비례위성정당 관련 검토 자료’를 보면, 한국당이 비례자유한국당을 창당할 시 예상되는 의석수는 135석이다. 이는 민주당의 120석 보다 많다. 즉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해 원내 1당 지위를 한국당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

두 번째 암초는 ‘당의 균열’이다. 공수처 설치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민주당 소속 금태섭 의원은 해당 법안에 기권표를 던졌다. 기권·반대표를 던진 국회의원 중 유일한 여당 소속이었다. 

균열 보인
단일대오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민주당 당원들을 중심으로 금 의원에게 출당 등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앞서 금 의원이 공수처 설치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을 때도 당원들은 그를 비판했지만, 현재 여론은 그때보다 훨씬 부정적이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금 의원이 ‘해당 행위’를 했다고 비판하는 글이 수백 개가 올라와 있다. “한국당으로 가라” “공천을 주면 안 된다” “이념이 맞는 당으로 떠나라” “출당시켜야 한다” “제명해야 한다” 등 그 수위가 상당하다.

사태는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금 의원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추세다. 홍 대변인은 “(금 의원이)당론으로 결정된 사안에 기권해 유감”이라며 “당 지도부서 검토 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에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은 “당 지도부서 검토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았다”며 “소신 투표한 의원에게 공개적 겁박을 자행하고 있다. 이참에 당 간판도 더불어독재당으로 바꾸기 바란다”고 금 의원을 지원 사격했다.

만약 이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실제 금 의원에 대한 징계를 논의한다면 이는 당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미 유사한 선례가 있었다.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인재영입위원장은 과거 새누리당 시절 박근혜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비판했다. 

‘스토리 > 스타’ 딜레마
‘20년 집권론’ 어쩌나

위태롭던 당청 관계는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폭발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라며 유 위원장을 몰아세웠다. 정치권은 박근혜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와 문재인정부의 ‘공수처 설치’가 두 정권의 핵심 공약이라는 점에서 기시감이 든다고 말한다.


세 번째 암초는 ‘스타의 부재’다. 최근 민주당은 잇따라 영입인재를 발표하고 있다. 최혜영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이사장, 원종건씨, 김병주 전 육군 대장이 그들이다. 이들은 각각 돋보이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영입인재 1호인 최 이사장은 ‘여성’ ‘장애인’, 2호인 원씨는 ‘20대’ ‘인간승리’, 3호인 김 전 대장은 ‘안보 전문가’라는 상징성이다.

한 민주당 보좌진은 지난 2일 “한정된 인재풀서 완벽한 인재를 찾기란 힘들다. 결국 메시지가 중요한데, 현재 우리 당의 기조는 ‘평범하지만, 스토리가 있는 인재’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스타성 면에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영입된 인재들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문 대통령은 당시 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스타성과 전문성을 가진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를 필두로 김병관 웹젠 의장,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박주민 민변 사무차장, 손혜원 한국나전칠기박물관 관장 등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의 인재영입이 시작 단계임에도 20대 총선만큼의 ‘바람’을 일으키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260석 약속
절반의 성공?

이 대표는 총선 승리를 넘어 압승을 약속한 바 있다. 당 대표 경선 당시에는 ‘20년 집권론’을 펼쳤으며, 지난해 4월에는 총선서 ‘260석(지역구 240석, 비례대표 20석)’을 차지하겠다고 밝혔다. 정권재창출을 위한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과연 이 대표는 암초를 뚫고 오는 4월에 열리는 21대 총선서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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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