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35)

길이 아니면 가지 마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과욕 버리고 냉철한 판단이 후회 막는 길
한 번 배신은 또 다른 배신을 낳는다

“물론 꼭 사기가 성립된다는 건 아니네. 모든 게 사실을 밝혀 봐야 알겠지만 내말은 그런 혐의를 받을 경우 해명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걸세. 그자가 상대방 회사와 서로 짜고 자네에게 올가미를 씌우려고 한 게 분명하다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네. 그렇지 않으면 돈을 대여해 주면서 차용증에 보증을 서는 것도 아니고 개발 선수금을 지급한다는 명목의 약정서를 작성하는 그런 편법을 쓸 이유가 전혀 없지 않은가. 어쨌거나 보통수법이 아닌 자들인 것만은 분명하네.”

인맥 내세워 접근해

“그럼, 돈을 돌려주면 괜찮을까?”
“물론이지. 자네가 그 돈을 책임지고 상환할 마음이 없다면 당장에 돌려주고 작성해간 약정서를 반환받게.”
“임 이사, 그런데 문제는 말이야. 강 전무 그자가 내년에는 우리 회사 영업을 도와 10억원 이상 매출을 올려주기로 약속했다네. 그래서 어떻게 할지 약간의 고민이 되기도 한다네.”
서 사장은 만약 이번 일이 틀어질 경우 그자와 사이가 벌어지면 영업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 염려된다는 투로 말했다.
“그럼, 자넨 어떻게 하려고?”
“그자들의 의도를 안 이상 돈을 건네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다만 영업도 무시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하는 말이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 하고 자신의 우유부단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판단을 뒷받침해주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내 의견을 물었다.

“서 사장이 망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건 잘 아네. 다만 내 경험에 의하면 이번 일을 주도한 그자를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이네. 그자가 서 사장을 진실로 생각한다면 그렇게 함정을 파서 올가미를 씌우지 않을 걸세. 내 한번 물어보세. 그 자가 지금까지 영업을 하여 납품한 곳이 있는가?”
“아직은 한 건도 없네.”
“내 그럴 줄 알았네. 그 자는 분명 유명 인사들과의 관계가 돈독함을 내세우며 자신의 인맥으로 해내지 못할 게 없다면서 많은 매출을 일으켜 주겠다고 호언장담했을 것이네.”
“하긴 그래. 지인으로부터 소개받고 처음 면담 시부터 우리나라 국회의원과 기업체 임원들과 친분이 대단하다고 자랑을 늘어 놨다네.”

“서 사장, 내말 좀 더 들어보게.”
나는 좀 더 침착하게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시점에서 잘 도와야 서로 좋을 것 같아서였다. 
“내가 보기에 이미 그 자가 자네에게 접근한 의도는 이번 건으로 인해 드러났다고 생각하네.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자네에게 책임을 덮어씌우려고 술책을 부리는 사람을 믿고 회사의 영업을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능력도 중시해야하지만 동행 한다는 것은 능력자보다 바른 인성을 가진 자를 필요로 하지 않겠는가. 능력이 부족한 것은 작게 잃는 것에 비해 심성이 곧지 못한 음흉한 자가 돌아서서 뒷북을 때린다면 전부를 잃을 수도 있다는 말일세. ‘한번 배신은 또 다른 배신을 낳는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내 결론적인 판단은 그 자와 함께 한다면 결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일세. 참고하게”


서 사장도 내 얘기가 타당하다고 생각했는지 선뜻 받아들이고 있었다.
“임 이사, 내가 자네 말을 믿지 않으면 누굴 믿겠는가? 내가 곤란한 일을 겪을 때마다 자네가 어디 한두 번 구해주었는가!”
“에이, 이 친구야, 내 용비어천가를 듣자고 한 말이 아닐세. 판단 한 번 잘못해서 수억, 수십억원 날린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과욕을 버리고 냉철한 판단만이 후회를 막는 길이라고 생각하네.”
“물론이지! 자네 말을 듣고 보니 오후 내내 막혀 있던 심정이 시원하게  뚫리는 것 같네. 그런데 어쨌든 사업은 해야 할 게 아닌가? 나도 내일 아침에 당장 입금 받은 돈을 전부 반환할 생각이네만, 내가 허락해놓고 지금 와서 안 된다고 거절한다는 게 좀 멋쩍기는 하네.”

아무나 상종하지 마라

“허, 이 친구야. 지금 체면 따지게 되었는가? 자네사정이 힘든 거야 내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는가? 그러나 옛날 말이 있지. 아무리 급해도 돌아가는 게 좋고,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고 하지 않던가. 설령 영업이 어렵다고 해도 자네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자하고 손을 잡으면 언젠가 반드시 후회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하네. 나 같으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그런 자들하고는 상종하지 않겠네.”
“자네의 충고 고맙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나서기가 좀 그러니 자네가 나서서 약정서를 받아주고 그자와 내가 오해가 없도록 해주면 안 되겠는가? 좀 도와주게나.”
애원하듯 청하는 서 사장 말에 내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선뜻 내키는 일은 아니지만 오랜 친구를 위해 악역이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또 어떤 계략에 휘말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허, 자네도 참 좋아! 그렇다면 어쩔 도리 없지. 언제 약속하면 좋겠는가?”
허락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 사장 음성이 밝아지면서 활기를 띠었다.
“내일 아침 11시경이 어떻겠나? 가능하면 일찍 해결하고 싶네. 자네한테는 미안하지만.”
“알겠네. 그렇다면 내일 내가 출근하고 사정을 봐서 되도록 그 시간까지 사무실로 갈 테니 그자와 약속을 해두게. 그리고 약정서가 잘못된 것 같다고 하면서 무조건 가져오라고 하게. 만약 약정서를 가지고 오지 않으면 돈을 입금해 줄 수가 없다는 식으로 말해주게. 그자가 무엇이 문제냐고 물어도 대답은 하지 말고 무조건 이해 못할 부분이 있다고 하면서 원본을 잠깐 보여 달라고 해야 하네. 그렇게 하면 돈을 입금 받을 욕심으로 가져오지 않을 수 없을 거네.”
마음 약한 서 사장이 그자에게 또 뭔가 말려들지 않을까하고 나는 괜한 노파심이 들어 거듭 다짐을 했다.

“정말 미안하네. 내 이번에도 자네의 말을 듣고 보니 마음이 놓이는구먼. 오죽이나 고민했으면 또 도움을 요청하겠는가?”
몇 번이고 고맙다는 그와 전화 통화를 마치고 자리에 누워 잠이 들기 전까지 원만하게 대처할 방안을 곰곰이 생각했다.
다음날 오전, 평소보다 조금 일찍 출근해서 전날 밀린 결재를 마무리하고 각 부서업무보고를 받은 후 약속 장소인 여의도 서 사장 사무실로 갔다.
정해진 시간에 때 맞춰 도착하니 사무실에는 서 사장과 강 전무로 보이는 60대 남자가  소파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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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