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그룹 3세 경영 ‘빛과 그림자’

빨라도 너무 빠른 32세 부사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만 20세 나이에 대주주가 됐던 무림그룹 3세는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본격적으로 3세 시대가 열리면서 그룹을 향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약 1년이 지난 오늘날 무림그룹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을까.
 

무림그룹은 국내 제지업계서 이름 난 회사로 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전신은 지난 1956년 이무일 선대회장이 설립한 청구제지. 이동욱 회장은 선대회장의 뒤를 이어 1989년부터 그룹을 이끌었다. 현재 무림그룹은 1조 매출 기업으로 우뚝 섰다.

60년 역사
매출 1조원

무림그룹은 한솔그룹과 ‘제지업계 빅2’로 꼽힌다. 그룹이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 우수성은 널리 알려져 있다. 대표 제품은 ‘네오’와 ‘네오스타’ 시리즈, 그리고 선거용지다. 그룹은 친환경을 콘셉트로 내세우며 각종 인쇄물을 제작하고 있다.

그룹은 지난 2018년 6·13지방선거서 투표용지를 공급했다. 투표용지 제작은 간단치 않지만 무림은 선거 때마다 이를 공급한다. 투표용지뿐만 아니라 각종 통합홍보인쇄물과 가정으로 배달되는 선거 봉투용지 등도 생산한다. 내년 4·15총선서도 선거용지 제작에 나설 전망이다.

무림은 대형마트서 사용하는 일반 전단지부터 브로슈어, 달력 등 각종 책자와 학습지, 교과서 등 다양한 종이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 외에도 고지서와 청구서, 복권용지, 보험증서, 유가증권, 문화상품권, 통장내지, 포장용지 제작 등에 사업영역을 구축했다.


무림은 같은 해 3세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이 회장의 장남 이도균 전무가 낙점됐다. 이 전무는 그 해 12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3세 경영의 시작을 알렸다. 그룹은 무림SP를 정점으로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제지 생산의 처음과 끝을 주무르는 그룹 사업구조에 기인했다.

그룹은 ‘오너 일가→무림SP→무림페이퍼→무림P&P’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주력사는 무림SP와 무림페이퍼, 그리고 무림P&P다. 이들은 모두 상장사이기도 하다. 이 부사장은 무림SP의 최대주주다. 무림SP는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무림SP는 이 부사장(21.37%), 이 회장(20.84%), 숙부 이동근씨(19.20%) 등이다. 오너 일가의 지분이 60%가 넘는 사실상 ‘가족 경영 체제’다.

이씨 3세 시대 만 20세 대주주
수직계열화 다듬고 정상에 안착

무림SP는 종속회사로 무림로지텍을 두고 있다. 지류 펄프 보관업체다. 잉크제조사 무림켐텍은 계열사서 제외됐다. 무림SP는 무림켐텍의 지분을 지난 6월 전량 매각했다.

무림페이퍼는 인쇄·필기용 원지를 제조한다. 최대주주는 무림SP(19.65%)다. 뒤이어 이 회장 부자에게 각각 18.93%, 12.31%의 지분이 있다. 친인척 등의 소수 지분을 포함하면 절반이 넘는다. 오너 일가가 무림SP를 쥐고 있는 점을 미뤄봤을 때, 무림페이퍼도 오너 일가의 영향력서 자유롭지 못하다.

무림페이퍼에는 4개의 종속회사가 있다. 2개사는 100% 종속회사로 미국과 영국 소재의 종이제품 판매업체다. 나머지는 국내 법인으로 무림파워텍(열병합에너지 발전소)과 그룹 주력사 무림P&P다.


무림페이퍼가 최대주주로 있는 무림P&P에겐 다시 3개의 종속회사가 있다. 국내 무림캐피탈(여신전문금융업)과 대승케미칼(화학약품 제조·판매), 그리고 인도네시아서 조림·산림개발을 맡고 있는 법인이다.

이 부사장은 지난 1999년 무림SP 감사보고서에 처음 등장했다. 이 부사장은 40만2500주(20%)를 보유한 2대주주였다. 이 회장은 41만8600주(20.80%)로 최대주주였다. 이 부사장은 1987년생으로 만20세의 나이에 2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후계작업
차근차근

이 부사장은 지분을 끌어올렸다. 2002년 무림SP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부사장은 장내매수를 통해 20.00%의 지분을 21.37%까지 높였다. 이 부사장이 아버지를 제치고 최대주주로 등극한 때다.

당시 무림SP는 무림페이퍼에 보통주 280만주(232억4000만원)를 출자했다. 이를 통해 무림SP의 기존 6.96% 지분은 22.08%까지 수직상승했다. 동시에 무림SP는 이 회장의 뒤를 이어 무림페이퍼의 2대주주가 됐다. 이후 이 부사장은 2007년 무림페이퍼서 전략기획실장과 관리부본부장, 제지사업부본부장 등을 거치며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이듬해인 2008년 이 회장은 무림페이퍼 주식 75만주를 이 부사장에게 매각했다. 이 회장의 무림페이퍼 지분이 감소하면서 무림SP가 무림페이퍼의 최대주주 자리를 대신했다.
 

▲ 이도균 무림

또 무림페이퍼는 국내서 유일하게 펄프 생산이 가능한 동해펄프를 인수했다. 동해펄프는 오늘날의 무림P&P다. 그룹 지분도가 ‘무림SP→무림페이퍼→무림P&P’의 형태를 보이게 된 배경이다.

이 부사장은 2015년 무림SP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무림페이퍼와 무림P&P서도 같은 직을 맡았다. 이 부사장은 경영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결국 그룹 차원서 이 부사장을 위한 승계 밑그림이 그려졌다는 분석이다.

일감 지적
거래 중단

무림그룹은 지난해 경제개혁연구소(이하 연구소)로부터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지목된 계열사는 무림SP의 종속회사 무림로지텍이었다. 연구소는 ‘공시대상 기업집단 이외 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등 사례 분석(3호)’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통해 무림로지텍을 ‘일감 몰아주기 수혜회사’라고 판단했다.

무림로지텍은 무림SP와 무림페이퍼로부터 대부분의 매출을 올렸다. 무림SP의 지분(94.88%)을 제외한 나머지 5.12%는 무림페이퍼가 소유 중이다. 최근 5년간 무림로지텍의 내부거래 비중을 살펴보면 ▲2014년 91.30%(53억원/58억원) ▲2015년 89.91%(47억원/52억원) ▲2016년 84.30%(35억원/42억원) ▲2017년 80.65%(33억원/42억원) ▲2018년 81.78%(36억원/44억원) 등이다. 무림페이퍼서 촉발된 매출이 대부분이었다.

연구소는 “2013년 까지 회사의 최대주주는 무림페이퍼로 무림페이퍼에 대한 매출은 내부거래로 판단하지 않았다”며 “2013년까지 내부거래 비중은 10%였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2014 년 회사 최대주주가 무림SP로 변경되면서 무림페이퍼에 대한 매출이 내부거래로 계상됐다”며 “내부거래 비중은 대폭 증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무림로지텍 외에도 내부거래와 묶여 언급되는 곳은 무림파워텍이다. 무림파워텍은 무림페이퍼의 100% 종속회사다. 무림파워텍의 5년간 내부거래는 ▲2014년 74.92%(538억원/718억원) ▲2015년 71.20%(383억원/538억원) ▲2016년 65.54%(293억원/448억원) ▲2017년 75.63%(368억원/487억원) ▲2018년 74.20%(416억원/561억원) 등이다. 평균 70% 이상을 그룹 계열사서 벌어들이는 셈이다.

내부거래 논란 선 긋고 일축할까
부사장 승진 1년…실적에 관심↑

무림파워텍 역시 무리로지텍처럼 무림페이퍼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높다. 일감 몰아주기 관련 규제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과 5조원 미만 집단으로 나뉜다. 5조원 이상의 경우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의 적용을 받는다. 해당 법령에 따르면 제1항 1호~4호를 통해 부당 이익 제공의 행위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5조원 미만 집단의 일감 몰아주기는 동법 제23조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규정의 제1항 제7호가 반영돼 위법행위 입증에 비교적 어려움이 있다. 무림그룹은 5조원 미만 기업집단으로 분류된다. 무림그룹은 지난 6월 이후 무림로지텍과 거래를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감 몰아주기 비판이 지속된 탓으로 보인다.

이 부사장의 3세 경영 궤도에 오르면서 올해 실적에 이목이 집중된다. 하지만 주력사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획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림SP의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0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53억원)에 비해 19억원 소폭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4억원서 3억원으로 폭삭 주저앉았다. 지난 분기 9400여만원의 적자에 비해 개선됐지만 지난해 실적과 큰 괴리를 보인다는 해석이다.


무림페이퍼는 3분기 누적 매출 843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8324억원)보다 109억원 늘어난 수치다. 반면 영업이익 상황은 좋지 않다. 영업이익은 612억원으로 지난해 919억원과 비교했을 때 300억원 이상 떨어졌다.

고?
스톱?

무림P&P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무림P&P는 3분기 누적 매출액 4773억원을 냈다. 직전년도 같은 기간(4882억원)에 비해 109억원 하락한 값이다. 영업이익은 절반 가까이 깎였다. 올해 442억원의 영업이익이 났지만, 지난해엔 817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