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정치권, 쇄신에 나서라

  • 박재희 노무사 cplapjh@naver.com
  • 등록 2019.11.25 10:31:15
  • 호수 12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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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몇 개월 앞두고 여야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여당에선 표창원, 이철희, 임종석 의원이 다음 총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야당에선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표창원, 이철희 의원은 초선이지만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방송 등을 통해 높은 인지도가 있어 총선 출마 시 재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두 차례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비서실장으로 활약하면서 최근까지 대선주자로도 거론됐다. 김세연 의원은 야당이 전반적인 강세를 보이는 부산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중진 의원으로 부친도 같은 지역구서 5선을 지냈다. 

정치적 계산으로 출마하지 않거나 당내 경쟁서 밀려 자의반 타의반 출마하지 못하거나 특별한 사유를 거론치 않고 불출마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과거 사례에 비춰 보면 이번 불출마 선언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은 공천을 받아 당선될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이 있는데도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고 그와 더불어 현 정치권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 임 전 비서실장은 원래의 목표였던 통일 운동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혁신의 상징이었던 이른바 ‘386세대’가 세월이 흘러 ‘586’ 이 되면서 초심을 잃고 기득권이 됐다”는 비판에 부응한 셈이다.

이철희 의원은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부끄럽다. 정치가 해답을 주기는커녕 문제가 돼버렸다. 정치 이슈를 사업으로 끌고 가 무능의 알리바이로 삼는다”고 일갈했다. 그는 “586세대는 물러나야 하고 청산이 아니라 스스로 비워줘야 한다”며 세대교체를 주장했다.


표 의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 정쟁에 매몰돼 민생을 외면하고 본분을 망각했다”고 비판했다. 김세연 의원의 비판은 더욱 신랄하다.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정당을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 “생명력을 읽은 좀비 같은 존재”라고 강력 비판하며 당 해체까지 주장했다.

불출마 선언을 한 현직 의원들이 던진 메시지를 통해 우리 정치권이 구태를 벗고 새로운 정치 문화를 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그러나 일부 기성 정치인들의 반응을 보면 정치쇄신이 가능할까 의문이 든다.

불출마 선언에 지방자치단체장 출마나 지역구 조정 등 다른 의도가 있다고 주장하거나 “내부총질” “먹던 우물에 침 뱉는다”고 반발하는 것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치적 계산으로 행동하는 자신들의 관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부총질” 운운은 더욱 기가 막히다. 조직 내부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자리를 내려놓고 개혁을 주문한 것을 내부 총질이라 한다면, 그 조직은 자정능력이 없다.

한 야당 대표는 민생과 큰 관련이 없는 사안으로 단식투쟁에 나섰다. 국회의원 의석 수가 여당과 1석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제 1야당의 대표의 투쟁 수단이 단식이라니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다. 국가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하는 것인지, 아니면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 상태로라면 불출마자들이 결단해 내놓은 자리가 구태의연한 기성 정치인으로 채워질 판이다. 

정치권은 각성해야 한다. 다행히 여야를 불문하고 20명 이상의 현역 의원이 불출마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전체 의석의 10% 안팎이다. 각 당에서 출마 후보자에 대한 옥석가리기에 나선다면 인적 쇄신 규모는 더 커질 것이다. 여야 모두 자신을 불출마를 선언하고 물러나는 현역의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총선 후보자들의 대표성부터 고민해야 한다. 젊은 후보, 여성 후보, 사회적 소수자를 대변하는 후보를 확충해야 할 것이다. 파벌과 당의 이익에 매몰되기 보다는 우리 정치의 진일보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를 한 번쯤 되돌아 보기를 바란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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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