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후원’ 금성백조 실체 & 의혹

뜨거운 감자? 요란한 변죽?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중견건설사 금성백조가 도마에 올랐다. 금성백조는 쪼개기 후원과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데 이어 국정감사서도 등장하며 이목을 끌었다. 지역 정가에선 수사 결과에 따라 후폭풍을 간과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 금성백조 전경

지난달 19일 대전지방검찰청은 금성백조를 압수수색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특정 정치인들과 금성백조 임직원들의 쪼개기 후원금과 관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지검 공공수사부는 이날 오전 수사관 등을 통해 자료 확보에 나섰다.

5000억 매출
대전 향토기업

대전시 중구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8월 금성백조 임직원 10여명이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캠프에 후원금을 제공한 경위에 대해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개인의 연간 정치후원금 한도는 2000만원이다.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의 경우 500만원까지만 후원할 수 있다. 임직원들은 1인당 100만원 넘게 약 2000만원 가량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후원 과정서 회사의 개입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가 임직원들의 이름을 빌려 후원했을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금성백조는 대전서 이름난 향토 중견건설사로 ‘금성백조주택’과 ‘금성백조건설’ 등의 회사로 이뤄져 있어 ‘금성백조그룹’으로 일컬어지곤 한다.

대한건설협회에 게재된 ‘2019년도 종합건설업자 시공능력평가액-토목건축공사업’서 금성백조주택과 금성백조건설은 3000여개 업체 가운데 각각 50위(2017년 50위)와 306위(513위)를 기록했다.

‘산업·환경설비공사업’에서는 금성백조주택이 350여개 업체서 37위(38위)였다. ‘조경공사업’서 금성백조주택과 금성백조건설은 전체 1400여개 곳에서 58위(56위)와 214위(408위)로 나타났다.

임직원 특정 정치인들에 후원금 수사 
검찰 압색…수사관들 보내 자료 확보

그룹서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곳은 금성백조주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성백조주택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5195억원(지난해 4884억원)이다. 영업이익은 557억원(627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은 335억원(475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311억원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0억원, 당기순이익은 139억원씩 줄어든 셈이다.

금성백조주택 창업주는 정성욱 회장이다. 정 회장은 제8·9대 대한건설협회 대전광역시회 회장과 제23대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정 회장은 금성백조주택의 최대주주(48.8%)다. 다음은 양강석 전 대표(40.0%)로 정 회장과 동업자로 알려져 있다.


금성백조주택의 100% 종속회사는 금백건설(옛 무진건설)이다. 이 외 금성백조주택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곳은 ▲금성백조건설(이하 건설업) ▲명인개발 ▲해윤건설 ▲하이클래스리빙 ▲에이원건설 ▲해오름주택 ▲페트라투자자문(투자자문업) 등이다.
 

▲ 정성욱 금성백조 회장

금성백조주택은 ▲제이에스글로벌(이하 건설업·70%)▲대승글로벌(85%) ▲예미지뉴스테이기업형임대개발전문위탁 개발회사(부동산업·30%) 등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 회장은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장남은 정대식 금성백조건설 사장으로 해당 회사의 최대주주(60%)다. 정 사장의 누나 정현옥 제이에스글로벌 대표와 여동생 정현경 다우종합기술 대표가 각각 10%씩 그 뒤를 잇는다. 정 회장은 금성백조건설 지분이 없다. 그 연유로 금성백조건설은 정 사장의 개인회사로 여겨진다.

사업 확장
매출 뚜렷

정 사장이 처음부터 금성백조건설의 사장이자 최대주주였던 것은 아니다. 2013년까지 양 전 대표가 금성백조건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다. 이듬해 정 사장이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2014년까지 금성백조건설의 최대주주는 정 회장(50%)과 양 전 대표(40%)였다. 정 사장은 2015년 최대주주(60%)가 됐다. 정 사장의 누나와 여동생 역시 각각 10%씩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사명이 무진건설서 금성백조건설로 변경된 시기도 이때다.

금성백조건설의 2015년 매출액은 322억원이었다. 매출은 2016년 309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가 2017년 498억원, 지난해 146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2015∼2017년 영업이익은 19억원의 보합세를 보였고, 당기순이익은 28억원, 18억원, 17억원 등으로 감소세였다.

그러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99억원과 80억원으로 괄목할 만한 수준이었다.

금성백조건설의 실적이 급격히 개선된 배경은 김포한강 C3 아파트 분양수익이다. 지난 2017년 분양수익이 70억원의 매출로 잡히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593억원으로 급등했다. 당해 전체 매출 1469억원의 40%에 육박한다.

금성백조건설의 성장이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2세 승계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늘었다. 금성백조의 승계 방안으로 배당을 통한 재원마련과 회사 간 합병이 꼽힌다.

국정감사
결과 주목

금성백조건설의 지난해 매출은 직전 년도와 비교했을 때 3배 가까이 수직 상승했다. 올해 매출 역시 기대할만하다. 금성백조는 지난해 1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고를 낸 충남 아산·탕정지구 신규 택지 확보에 성공한 바 있다.


지난해 1000억 매출 달성과 추가 사업 확보로 성장세가 기대되면서 배당 가능성이 관측된다. 배당으로 승계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합병은 정 사장의 금성백조주택 보유 지분과 동일한 연장선에 있다. 정 사장은 금성백조주택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 금성백조주택이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만큼 승계를 위해선 해당 회사의 지분 확보가 동반돼야 한다. 다만 비용 부담이 걸림돌이다.

금성백조주택과 금성백조건설이 합병할 경우 ‘경제적인 승계’가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이미 호반그룹과 아이에스동서 그룹은 합병으로 지분 승계를 매듭지은 바 있다. 2세의 개인회사와 그룹 지주회사 간 합병인 점을 미뤄봤을 때, 무리한 시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금성백조는 최근 국감서도 거론돼 그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대전고등검찰청 등 7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서 금성백조 수사를 촉구했다.

법인 자금? 개인 자금?
정치권도 비상한 관심

자유한국당 정갑윤 의원은 “선관위가 특정 정치인들에게 금성백조 임직원들이 쪼개기 후원금을 보낸 데 대해 수사를 의뢰해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쪼개기한 후원금이 업체 법인 자금인지 개인자금인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후원 한도액이 초과됐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후원 한도액을 넘겼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정치자금법을 위반해 또 다시 시장 유고사태가 발생한다면 시민들이 크게 당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선택 전 대전시장은 지난 2017년 11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시장직을 상실한 바 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은 “대전의 한 건설사를 압수수색했고, 비교적 쉽게 결론이 날 수 있는 사건”이라며 ”허 시장은 노무현정부 당시 행정관으로 있었다. 외압에 흔들리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제대로 된 수사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장영수 대전지검장은 “후원금 쪼개기 사건은 선관위의 수사의뢰에 따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불법 선거 운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바른미래당 대전시당 김태영 대변인은 지난 9월 성명서를 통해 “대전 중구 선관위는 대전의 모 건설사가 지방선거 당시 허 시장 선거캠프에 불법적으로 후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난달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법인자금을 이용해 복수의 직원들 명의로 허 시장 캠프에 후원금을 제공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입장 없다”
입 다물어

지역 관계자는 “정황 등이 감지되는 상황”이라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금성백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압수수색에 대해 “특별한 공식 입장은 없다”며 “앞으로도 따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금성백조는?

금성백조는 1981년 설립된 대전 지역 대표 건설사다. 1984년 대전 대화동 아파트 160세대를 시작으로 비래동1차 아파트, 대전 중촌동 아파트 등을 준공했다.

1990년 서울 마포구의회 의사당을 세웠고, 2년 뒤 금성백조건설을 설립했다. 1993년에는 천천·동향간 도로 확장공사를 수주했고, 둔산 샛별 아파트와 다모아 아파트 등 대전 지역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1995년 국가유공자 주택지원사업 기여 건설교통부 장관 표창의 기쁨과 함께 서울 서초구 서신아파트 48세대를 준공했으며 1997년 대전 지하철1호선 1-8공구 수주했고, 대전고등검찰청을 세우면서 1999년 대한민국 정부 통탑산업훈장을 받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사세가 한껏 확장됐다.

2002년 예미지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2003년 대한주택보증 신용평가등급 A+ 인증, 건설공제조합 신용평가등급 AAA 인증을 획득했다.

2005년과 2007년에는 노은2지구 반석마을 예미지 536세대와 대덕테크노밸리 7·8단지 예미지 919세대로 제10회 전국 살기 좋은 아파트 우수상, 제12회 전국 살기 좋은 아파트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2010년 대전 충남대학교 대전권역 재활병원 수주와 2011년 부산외곽순환 고속도로 건설 제10공구 수주, 대전복합터미널 준공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2010년대 들어서도 금성백조의 수상 릴레이는 계속됐다.

2013년 건설협력증진대상 공정거래위원장 표창, 2014년 대한건설협회 윤리경영대상 대기업 우수상, 국민훈장 목련장 수훈, 2017년 나눔실천 유공자포상 국무총리 표창 등의 주인공이 됐다. 2017년에는 프리미엄상가 브랜드 ‘애비뉴스완’을 론칭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세종 4-2생활권 L1,L2블록과 더휴예미지(846세대) 분양에 이어 6월 대전교구청 신청사 수주에 성공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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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