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대한건설협회장 선거전

붙었다 하면 혈전 ‘이번에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대한건설협회 회장 선거일이 오는 12월 실시된다. 건설협회는 정부와 국회에 현안을 전달하는 등 업계의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회장 선거가 경선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직전 선거가 경선으로 치러지며 여러 잡음을 낳았기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이하 건설협회)는 국내 최대 건설 관련 단체다. 지난 1일 기준 건설협회 회원사는 모두 8660개다. 건설협회는 건설산업기본법에 의거한 법정단체다. 건설협회는 건설업자의 품위보전과 상호협력 증진, 권익옹호 도모를 목적으로 한다. 건설 제도나 정책 관련 개선을 추구하기도 한다. 건설협회는 올해 7월 <건설통통TV>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 홍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최대

건설협회는 지난달 17일 열린 이사회서 선거 일정을 오는 12월17일로 결정했다. 건설협회는 지난달 24일 공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건설협회장은 급여가 없는 명예직이다. 활동비 명목의 비용 정도가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협회 정관에 따르면 후보자 자격 요건은 ‘10년 이상 계속 협회 회원인 자’이지만, 관례상 16개 시·도회장이 출마한다. 선거권자 추천 등 후보 등록요건이나 선출절차에 관한 사항은 선거관리위원회 의결을 통해 공지된다.

회장은 4년 단임제다. 임기개시일은 전임 회장 임기만료 다음날이다. 회장은 총회서 추대되거나 경선을 통해 선출된다. 총회는 대의원으로 구성된다. 대의원은 150인 이내다. 회원이사 또는 시·도회장은 당연직 대의원으로 분류된다.


단독후보는 총회서 추대되는데 이 경우엔 투표가 없다. 경선은 후보자가 복수일 때 이뤄진다. 총회 과반수가 출석한 가운데 과반수 득표자가 당선된다.

득표수가 과반을 넘지 않으면 1위와 2위 간 재투표가 실시된다. 이후 다수 득표자를 당선자로 한다. 해당 투표서도 득표수가 같을 경우, 다시 재투표를 한다. 이때도 득표수가 같다면 나이가 많은 사람이 회장으로 선출된다.

오늘날 건설 시장은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을 받는다. 유주현 대한건설협회장은 지난 6월 건설의 날 기념식서 “최근 건설 산업을 비롯한 대한민국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건설협회장 선거 두 달 앞으로
후보자 솔솔 경선 가능성 대두

유 회장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혁신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면서도 “정부와 국회도 건설업계가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만들 수 있도록 건설규제를 혁파하고 첨단 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 훈련을 지원해야 한다. 건설 산업이 다양한 디지털 건설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계약제도 개선, 금융, 세제지원 등의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후보자 등록까지 남은 기한은 약 한 달이다. 최근까지 협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후보자는 없다. 다만 업계 안팎에선 출마 예정자로 두 명 정도의 후보자가 언급된다. 박만일 서린건설 대표와 김상수 한림건설 대표다. 이들은 각각 건설협회 부산시회, 경남도회 회장이다.
 

▲ 건설회관

박 회장은 지난 2016년 부산주택건설협회 9대 회장에 도전한 바 있다. 박 회장은 막판에 후보등록을 포기하면서 회장직을 양보했다. 박 회장은 지난 5월 부산시회장 선거에 단독후보로 등록되면서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지난 2015년 23대 경남도회장으로 선출됐던 김 회장은 지난 3월 만장일치로 연임에 성공했다.

현재로선 선거 구도를 단정 짓기 어렵다. 예상보다 많은 후보자가 출마할 수도 있고, 후보 단일화 등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이번 선거가 경선으로 이어질 경우, 지난 2016년 회장 선거와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27대 건설협회장 선거는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었다. 당시 부정선거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출마자는 현 건설협회장인 유 회장(신한건설 대표)과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이었다.

당시 두 건설사의 시공능력평가액은 신한건설 683위, 아이에스동서 43위였다. 아이에스동서가 신한건설에 비해 시공능력 순위가 크게 앞섰지만 투표 결과는 달랐다. 유 회장은 두 배가 넘는 표차로 권 회장을 크게 이겼다.

지난 선거 치열, 이전투구 양상
후보자 등록 여부 따라 구도 변화

눈길이 가는 건 치열했던 선거전. 선거는 24대 협회장 선거 이후 9년 만에 경선으로 치러졌는데 이 과정서 ‘조직적 선거개입’ ‘부정선거’ 등의 논란이 있었다. 후보자들은 후보 등록을 위해 각 시·도회 대의원 20%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했다. 한 지부 회장과 관련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부 회장은 소속 대의원 2명을 면직하고, 한 후보자에게 유리한 대의원 2명을 새로 뽑았다. 지부 회장은 기존 대의원들이 사퇴하기 전, 이들에게 중복 추천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러난 대의원들은 이미 추천한 후보자가 있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건설협회 선거관리 규정에 따르면 대의원이 2명 이상을 중복 추천하게 되면 추천은 무효가 된다. 규정을 악용해 추천 자체를 무력화시켜 특정 후보의 발목을 잡으려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선거전이 첨예해지면서 후보자의 도덕성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여느 선거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건설협회 노조는 국교부와 건설협회 본회에 한 후보자를 배제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노조는 진정서를 통해 “회원사를 대표할 자격에 심각한 흠결이 있는 인물이 당선되면 협회 위상 하락은 물론 회원의 권익보호를 제대로 할 수 없다”며 “건설 산업 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각종 논란

건설협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후보자가 있는지에 대해 “협회 차원서 (구체적으로)알지 못한다”며 현재로선 특정할 만한 후보자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언급되는 예상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보도 등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을 뿐”이라며 “협회에선 모르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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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라오스가 동남아의 마지막 프런티어이자 신흥 투자처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국제 범죄자들의 주요 거점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수력발전과 광물, 인프라 개발을 앞세운 투자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반면, 불법 콜센터를 중심으로 한 사이버 범죄 산업도 동시에 팽창하기 때문이다. 합법과 불법, 투자와 범죄가 교차하는 이 구조는 라오스를 단순한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국제 금융·사이버 범죄의 회색지대로 바라보게 만든다. 최근까지 라오스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과거 한국이나 중국에서 인식해 온 단순 전화 사기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대거 이동 범죄 온상 라오스 스스로도 더 이상 ‘내륙 봉쇄국’이 아니라 ‘육상 연결국’을 자임하며 철도와 도로, 에너지, 도시 인프라를 국가 도약의 기반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밝은 전면 뒤에는 국제 범죄도시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함께 드리워지고 있다. 투자시장과 범죄 산업이 동시에 팽창하는 이중 구조다. 라오스에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투자사기는 전화와 메신저, SNS를 결합한 다층적 구조가 정착됐다. 가짜 투자 플랫폼과 암호화폐, 외환(FX) 거래를 미끼로 한 고도화된 금융사기가 핵심 수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범죄는 국경 지대와 특별경제구역을 거점으로 운영된다. 미얀마·태국과 맞닿은 북부지역 경제특구 일대는 외국 자본과 외국 인력이 밀집한 구조를 악용하기 쉬운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겉으로는 카지노나 리조트, 개발사업사무소로 위장하지만, 내부에서는 각국 언어를 담당하는 인력이 분업 형태로 사기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발송한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내 대규모 범죄조직들이 현지 단속을 피해 라오스 등 인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정황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지난 10월19일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라오스에 체류 중인 한국인 민간봉사단체 관계자는 국제 통화에서 “라오스 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라오스 이동 가능성을 물었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교민사회에서는 태국발 마약 범죄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캄보디아발 범죄조직까지 유입되면 감당이 어렵다며, 한국 정부가 후임 대사를 조속히 임명하고 경찰·영사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범죄들이 ‘라오스 현지 범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피해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 전역, 유럽과 북미까지 확산돼있다. 라오스는 범죄가 실행되는 물리적 공간일 뿐, 자금은 국제 금융망과 가상자산을 통해 순식간에 국경을 넘는다. 캄 ‘프린스그룹’ 라 ‘킹스 로만스’ 해외투자 뒤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보이스피싱 조직은 가짜 투자 수익 인증 화면과 조작된 거래 내역을 제시해 신뢰를 쌓고, 일정 금액 이상이 입금되면 추가 투자나 긴급 송금을 요구한 뒤 출금을 차단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반복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실제 존재하는 라오스 광산 개발, 에너지 프로젝트, 부동산 사업을 사기 시나리오에 끼워 넣어 ‘현지 실물 투자’처럼 포장하기도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범죄 구조가 인신매매와 강제노동과 결합돼있다는 점이다. 고수익 IT·마케팅 일자리를 제안받고 라오스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여권을 압수당한 채 콜센터에 감금돼 사기를 강요받는 사례가 국제 언론과 인권단체 보고서를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폭행과 협박이 뒤따르고, 탈출을 시도하면 몸값을 요구받는 구조도 확인됐다. 이는 단순 금융사기를 넘어 국제적 인권 범죄이자 조직범죄로 분류되는 이유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일대에 밀집했던 대형 범죄단지가 해체되며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흩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현지 단속 이후 웬치로 불리는 범죄단지 상당수가 텅 비었고, 이들 조직원 상당수가 라오스와 태국, 미얀마 접경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은 과거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였지만, 최근에는 다국적 피싱 사기의 온상지로 탈바꿈했다. 울창한 산림 지역에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장비를 설치해 전 세계를 상대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라오스 북부 보케오 지역에는 ‘범죄단지’를 넘어선 ‘범죄마을’도 존재한다. 중국 카지노 그룹 킹스 로만스가 99년간 임차해 카지노와 호텔을 운영하는 이 지역은 사실상 외부 접근이 차단된 치외법권에 가깝다. 불법도박과 마약 밀매, 스캠 사기, 암호화폐 자금세탁이 복합적으로 이뤄진다는 의혹이 제기돼왔고, 미국은 이미 2018년부터 킹스 로만스를 초국가범죄 기업으로 지정해 제재하고 있다. 캄보디아에 프린스그룹이 있다면, 라오스에는 킹스 로만스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경 넘는 나쁜 놈들 마약 범죄 역시 라오스의 또 다른 어두운 단면이다. 최근 라오스 공항에서 마약을 소지한 채 출국을 시도하다 적발되는 한국인이 급증했다. 비엔티안과 지방 공항에서 잇따라 체포된 사례들은 대부분 헤로인과 케타민, 필로폰 등 대량의 마약을 포함하고 있다. 라오스 형법은 마약 범죄에 극히 강경하다.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고, 미수나 공범 역시 동일하게 처벌된다. 실제로 2019~2020년 비엔티안 공항에서 필로폰을 소지하다 적발된 한국인 2명은 현재까지도 장기 복역 중이다.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이 “타인으로부터 물건을 위탁받지 말라”고 반복적으로 경고하는 배경이다. 라오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불법 콜센터 단속과 외국인 범죄자 검거, 장비 압수와 추방 조치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단속이 강화될수록 범죄조직이 인접 국가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는 반복되고 있다. 구조적 취약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범죄의 위치만 바뀔 뿐 산업 자체는 유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범죄 환경은 라오스 투자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라오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요소를 갖춘 국가다. 수력발전과 광물, 재생에너지, 일부 농업·임산물 가공 분야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행정 절차의 불투명성, 계약 집행의 불확실성, 외환 규제와 금융 접근성 문제는 오래된 리스크다. 여기에 사이버 범죄가 결합되면서 정상 프로젝트와 사기성 프로젝트의 경계는 더욱 흐려지고 있다. ‘정부 승인’ ‘양허권 보유’ ‘현지 고위 인맥’ 같은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공식 검증 없이는 실체를 가늠하기 어렵다. 동남아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라오스의 개발 모델 역시 기회와 위험이 교차한다. 인프라를 외부 차관과 ODA로 먼저 구축하고 성장을 통해 상환하는 구조는 철도와 도로, 병원, 상수도 같은 가시적 성과를 냈다. 그러나 정부 부채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60% 후반으로 추정되고, 낍(KIP)화 약세는 상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빚으로 지은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산이 아니라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경고다. 현장에서는 인프라가 완공돼도 운영 시스템과 인력,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다만, 한국 정부는 ‘메콩강 내륙국’으로 외교적 지평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라오스를 지목했다. 해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개발 속도가 더딘 메콩강 유역 내륙국 시장을 선점해 경제협력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 정상회담 대상국으로 라오스를 선택한 이유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라오스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것은 12년 만이다. 라오스는 대표적인 메콩강 유역의 내륙 국가로 꼽힌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젖줄인 메콩강은 중국 칭하이성에서 발원해 윈난성과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대 교역국'으로 꼽히는 베트남을 비롯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의 해양국과 활발한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해온 반면 라오스와 미얀마, 캄보디아 등 메콩강 유역 내륙국과 비교적 교류가 적었다. 조원득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장은 “(한국의) 경제협력이나 투자는 베트남 등에 집중됐고 동남아의 내륙 국가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최근 몇 년간 (한국이) 한미일 외교에 집중하다 보니 (내륙국에 대한) 정치·외교적인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범죄로 얼룩 이면엔 ‘기회의 땅’ 무궁무진 천연 광물과 수력발전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베트남처럼 경제적으로 한 단계 높은 층위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아닌 국가들로 구분돼있다”며 “메콩강 지역 개발의 최대 수혜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얀마는 군부독재라는 문제가 있고 캄보디아는 온라인 ‘스캠’(사기)으로 대표되는 치안 문제가 있다”며 “한국이 메콩 지역 개발을 위해 손잡고 일할 수 있는 국가는 현재로선 라오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해양국들뿐 아니라 내륙국들과 교류·협력 등을 통해 아세안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아세안의 GDP 규모는 약 3조8000억달러(약 5590조원)로 국가로 치면 세계 5위 수준이다. 인구 규모는 6억7000만명으로 세계 3위다. 미중 갈등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을 넘어 아세안 등 신흥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약 6개월 만에 G7(주요 7개국), 유엔(UN·국제연합)총회,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상생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며 자유무역 질서 및 다자주의 회복에 힘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통룬 주석과의 확대회담에서 “라오스가 통룬 주석의 리더십 하에 내륙 국가라는 지리적 한계를 새로운 기회로 바꿔 역내 교통·물류의 요충지로 발전한다는 국가 목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이 든든한 파트너로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간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더욱 확대·발전시켜서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익 보장? 의심부터 결국 라오스의 투자시장과 보이스피싱 범죄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적 공백과 국경 지대의 느슨한 관리, 외국 자본과 인력 유입이 만들어낸 회색지대라는 동일한 토양에서 자라난 두 개의 얼굴이다. 라오스는 여전히 기회의 땅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회는 이제 철저한 검증과 리스크 관리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 됐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투자 제안일수록, ‘이미 현지에서 잘 돌아가고 있다’는 말일수록 냉정하게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라오스 투자시장의 성장과 국제 범죄 산업의 확산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같은 구조가 낳은, 서로 다른 두 개의 결과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