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친' 비리 복마전 한국수력원자력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7.17 09: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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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맨 얼굴 그야말로 '충격'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한국수력원자력 납품비리 수사 결과 무려 65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절반이 넘는 38명이 한수원 직원이고 이중 22명이 구속기소됐다. 챙긴 뇌물액만 총 22억 2700만원으로 한 사람당 평균 1억원에 이른다. '한수원파'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게 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납품비리는 지난해 9월 울산의 모 은행 주차장에서 누군가 거액의 현금을 음료수 상자에 포장하는 모습이 시민에게 발견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제보를 받은 검찰은 지난 3월부터 수사에 착수, 한수원 고위급과 현장직원 등이 연루된 구조적 비리를 밝혀냈다.

조직·구조적 비리

원전 납품비리를 수사 중인 울산지검 특수부는 한수원 직원과 업체 관계자 등 총 65명을 적발해 그 중 31명을 구속기소하고 16명은 불구속 기소, 12명은 비위사실을 기관통보 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충격적인 것은 적발된 65명 중 절반이 넘는 38명이 한수원 직원이라는 사실이다. 본사 처장급(1급) 2명을 포함해 22명이 구속되고 2명은 불구속, 2명은 기소중지 됐다. 나머지 12명은 기관통보 됐다. 공기업 비리 사법처리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된 한수원 직원 22명이 챙긴 뇌물액은 총 22억2700만원으로 한 사람당 평균 1억원에 이른다.

고리원전 2발전소 P과장은 원전 격납건물 내부에 있는 배관 등에 특수보온재 대신에 일반보온재를 사용한 업체를 묵인해주고 3년 6개월 동안 4억5200만원을 챙겼다.

발전소 산하 K과장은 자신의 친척명의로 한수원 협력 업체를 설립한 뒤 다른 1차 협력업체들로부터 하청을 받는 수법으로 수십억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H과장과 J팀장, H팀장은 납품 편의를 봐주고 각각 4억3000만원, 2억4200만원, 1억8900만원을 받았다. 1급 직원인 본사 K처장은 UAE 원전수출정보를 바탕으로 7억원 가량의 주식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와 감사실장 재직 시절 2개 업체로부터 7000만원을 받아 기관통보조치가 이뤄졌다.

발전소 기계팀은 팀장을 포함해 팀원 5명이 전원 구속되기도 했으며 전기팀, 계측제어팀도 각 2명이 구속되는 등 조직적인 비리가 드러났다.

지난해 10월에는 검찰 조사를 받던 동료가 자살한 이후에도 금품을 수수한 직원이 7명이나 적발될 정도로 사내에는 도덕불감증이 만연해 있었다.

22명이 22억 뒷돈 "특정모델 골프채까지 언급"
뒤늦은 쇄신안 마련 '최악의 공기업 비리' 파장


비리는 한수원 내에서만 이뤄졌던 게 아니었다. 가족들까지도 비리에 연루됐던 것. 일례로 한수원 직원의 부인도 남편의 승진을 위해 당시 발전소장의 처에게 금 1냥을 상납하기도 했다.

말단 직원들 수명이 특정모델을 언급하면서까지 업체 관계자들에게 골프채를 제공받은 사실도 밝혀졌다. 울산지검 구본진 차장검사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금품수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중요기관의 구조적인 비리라는 것을 인식하고 원전 안전성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며 수사에 전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자입찰제도를 유명무실하게 할 정도로 업체 간 담합이 성행했고, 이를 한수원 직원이 방조했다"며 "아직 수사할 내용이 더 남아있다. 계좌 추적도 계속하고 있다. (비리 연루자가) 앞으로 더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수원은 도하 언론에 게재한 대국민사과문 발표를 통해 비리 퇴출 쇄신안을 발표했다. 먼저 한수원은 현재 보직해임 중인 검찰 기소대상자 전원을 해임하고 기관통보한 비위행위자 12명에 대해서도 즉각 보직해임하고 엄격하게 징계처분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납품비리사건으로 국민여러분께 크나큰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하여 통렬히 반성하고 용서를 구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새로 태어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수원이 내놓은 쇄신안에 따르면 한수원 모든 간부직원은 부패 근절 차원에서 '청렴사직서'를 제출하고 비리가 적발되면 사유·금액과 무관하게 즉시 해임된다. 또 업무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모든 원전 본부장을 사내외 공모를 통해 선임하고 동일 사업소 장기근무자의 순환보직이 정례화 된다. 한수원과 협력업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청렴행동강령을 제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업체와는 거래를 중단하는 '비리 적발업체 영구퇴출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비리척결 다짐

보안산업이라는 명목으로 그동안 철저하게 베일에 감춰져 있던 한수원의 맨얼굴은 충격적이었다. 설마 했던 납품비리가 터졌고 강도 높은 쇄신안도 내놨다. 일이 터진 뒤에 대책을 내놓은 점은 아쉽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과 투명을 위한 노력이다. 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 이후 국내 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정부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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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