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행정사, 발전적인 방향을 고민해야 

  • 박재희 노무사 cplapjh@naver.com
  • 등록 2019.09.30 11:17:07
  • 호수 12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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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에는 구체적이고 정확한 근거가 필요하다.  자신의 이익만 생각한 나머지 법규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 법률적·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제 3자의 공감을 얻을 수도 없다.

빈약하거나 잘못된 근거에 기초한 주장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그런 주장을 한 사람은 기본 소양을 의심받거나 신뢰를 잃게 된다. 때로는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어떤 주장에 논리적 결함이 있더라도 이해관계가 있는 상대방 입장에선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상대의 주장을 인정하거나 묵인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관계가 있는 이들이 나서서 바로 잡지 않으면 잘못된 주장이라도 제법 설득력 있게 보인다.

일반 대중은 물론 입법자나 국가정책 책임자도 깜빡 속을 수 있다. 입법과 행정을 이끌고 있는 이들이 가짜뉴스와 같은 이익집단의 주장에 설득되면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점에서 필자는 최근 행정사들이 제기하는 자신들의 업무영역에 대한 주장이 염려스럽다. 행정사는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 작성 대행을 주 업무로 하는 직종이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제한돼있는 업무는 할 수 없고 타인 간 분쟁에 개입할 수 없다.

개별 법률로 규정된 변호사, 법무사, 공인노무사, 관세사, 세무사 등 전문자격사는 그 자격을 가진 경우가 아니면 일정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사 단체서는 모든 행정기관에 대한 모든 서류를 작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법률에 따라 제한된 업무를 할 수 없다’는 행정사법 조항은 고려치 않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행정해석에서는 행정사는 해당 전문자격사의 업무영역에 해당하는 서류는 작성할 수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더구나 고용노동부 소관인 임금체불 사건이나 부당 해고 사건은 행정기관의 처분에 대한 불복이 아니라 타인 간의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로 행정사법에 따라 행정사의 개입이 금지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공무원에 대한 민원 제기 등 노동법과 무관한 일반적인 서류만 작성할 수 있다.

행정사의 업무로 ‘법령에 따라 위탁받은 사무의 사실 조사’가 명시돼있다는 이유로 탐정업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국내서 탐정업은 법률로 금지돼있고 형사처벌 대상이다. 분쟁 당사자 간 합의서 작성을 행정사가 대행할 수 있다고 하면서 합의서가 행정사법에 명시된 ‘당사자 간 권리, 의무를 규정한 문서’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합의서는 분쟁 당사자 사이에 작성되는 것인데 행정사의 업무영역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손해 사정업무가 ‘손해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라 하며 손해사정사 업무도 자신들이 수행할 수 있다고 했었다.

법무사법 개정안이 행정사, 공인노무사, 변리사의 업무영역을 침해한다며 반대하는데, 정작 변호사, 변리사, 공인노무사들은 이로 인한 업무영역 침해가 있다고 하지 않는다. 행정소송에 관한 행정사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하는데 사법 영역인 소송과 행정사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행정사의 주장에 대응하느라 전문자격사 단체에선 많은 시간과 비용을 쓰고 있다. 전문자격사들이 각자의 발전을 위해 투입해야 할 자원을 소모적인 논쟁에 투입하고 있는 셈이다. 행정사 단체서는 법률이 정한 다른 전문직종의 영역을 자신들의 영역이라 주장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분야 개척에 힘을 쏟아야 한다.

지금의 방식으로는 타 전문자격사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을 뿐이다. 전문자격사는 그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얻어야 번영할 수 있다. 무리한 논거를 들며 주장을 계속한다면 행정사에 대한 인식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라도 전향적인 자세로 발전적인 방향을 논의하기를 바란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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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