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된 밥’ 동화약품 4세의 빛과 그림자

122년 기업 한입에 탈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동화약품은 올해 초부터 ‘4세 승계’에 방점을 뒀다. 시선이 향하는 곳은 윤도준 회장의 장남 윤인호 상무. 윤 상무는 동화약품 입사 이후 ‘초고속 승진’을 했다. 지난 3월에는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윤 상무는 큰 잡음 없이 바통을 받아낼 수 있을까.
 

▲ 윤도준 동아약품 회장과 윤인호 상무

동화약품은 가스활명수와 후시딘, 판콜 등으로 유명한 국내 최장수 제약사다. 1897년 세워진 약방은 122년이 지난 오늘날 제약기업으로 우뚝 섰다. 동화약품 윤도준 회장은 오너 3세다. 윤 회장은 초대 회장 윤창식 선생의 손자고, 고 윤광열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큰 잡음 없이
경영 초읽기

윤 회장은 경희대학교 의대를 졸업했다. 그는 동대학서 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아 경희대와 경희대 병원서 약 20년을 교수와 의사로 지냈다. 회사 경영과는 멀찍이 떨어져 있는 듯했다. 윤 회장은 지난 2005년 부친의 제안을 받아 동화약품 부회장으로 입사했다.

동화약품은 윤도준·윤길준 형제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였다. 동화약품은 2008년 ‘오너-전문 경영인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윤 회장은 지난 3월 임기를 약 1년 앞둔 채 대표이사 자리서 내려왔다. 동화약품은 20년 만에 ‘전문경영인 단독대표 체제’로 재전환됐다.

동화약품은 지난 3월21일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장남 윤인호 상무는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사내이사로 선임된 윤 상무는 윤 회장과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 승계 수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윤 상무는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해 지난 2013년 재경·IT실 과장으로 동화약품에 입사했다. 매년 승진을 거듭했던 윤 상무는 2014년 CNS(중추신경계)팀 차장, 2015년 전략기획실 부장 등을 거쳐 2016년 전략기획실 생활건강사업부 이사, 지난해 생활건강사업부와 OTC(일반의약품) 총괄사업부 상무가 됐다.

윤 상무의 누나 윤현경 상무는 2008년부터 광고홍보실 주임으로 먼저 회사에 들어왔다.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윤 상무는 2016년 커뮤니케이션실 상무로 승진했다. 지난해부터는 화장품 더마 사업부를 총괄담당하고 있다. 장녀가 장남보다 앞서 입사했지만, 이사회 멤버로는 장남이 더 빨랐다.

윤도준 회장 장남 승계 궤도 안착
고속 승진 거듭…사내이사로 선임

동화약품은 여러 계열사와 함께한다. 언뜻 동화약품이 가장 꼭대기에 위치할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른바 ‘동화약품그룹’에는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한 회사가 있다. ‘동화지앤피’라는 비상장사다. 동화지앤피는 동화약품의 최대주주다. 윤 상무는 바로 이곳의 대표이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화약품의 최대주주는 동화지앤피(15.22%)다. 이어 가송재단(6.39%), 윤 회장(5.13%), 윤길준 부회장(1.89%), 장남 윤 상무(0.88%), 장녀 윤 상무(0.06%), 그리고 계열사 동화개발(0.77%) 순으로 특수관계인 등이 총 32.36%의 지분을 갖고 있다.

동화지앤피의 최대주주는 동화개발(19.81%)이다. 뒤이어 동화약품(9.91%), 윤 회장(8.86%), 가송재단(10.00%), 주식회사 테스(11.60%) 등이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배구조가 ‘동화지앤피-동화약품-동화개발-동화지앤피’인 순환출자 구조다.

동화지앤피는 지난 1970년에 설립됐다. 주요 사업은 유리병 제조로 가스활명수 등을 담는 유리병을 만든다. 동화지앤피의 지난해 매출은 253억원이다. 영업이익은 8억4000만원으로 당기순이익 20억원 정도다.
 


눈길이 가는 곳은 동화지앤피의 매출처. 동화지앤피 매출의 절반 이상은 동화약품서 비롯됐다. 최근 5년간 동화지앤피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67.35%(107억5000만원/159억5000만원), 2015년 51.09%(114억9000만원/224억8000만원), 2016년 49.41%(117억6000만원/237억9900만원), 2017년 48.61%(116억2000만원/239억1000만원), 2018년 50.45%(128억1000만원/253억9000만원) 등이다. 5년 평균 약 53.38%에 달하는 비중이다.

동화지앤피의 재무 건전성은 나쁘지 않다. 동화지앤피는 2014년 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2015년 5.4%, 2016년 14.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9.9%, 3.2%였다.

그대로 바통?
부담도 있다

동화지앤피는 2014년 6억7000만원 당기순손실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5% 이상의 당기순이익률을 보였다. 세부적으로 2015년 8.37%, 2016년 15.6%, 2017년 11.7%, 2018년 8.0%다.

부채비율은 매년 감소했다. 2014년 부채비율은 12.5%였지만 2015년 11.0%, 2016년 7.3%, 2017년 6.6%, 2018년 5.9%로 매년 줄었다.

일각에선 동화지앤피가 승계 과정서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본다. 현재 윤 상무의 동화약품 지분은 1%가 채 되지 않는 0.88%다. 안정적 승계를 위해 동화약품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다만 상장사인 동화약품 지분 매입은 부담이다.
 

동화지앤피는 비상장사이면서 동화약품 최대주주다. 동화지앤피 지분을 매입해 동화약품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비상장사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분석이다.

동화지앤피가 승계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경우 눈에 밟히는 곳이 있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다. 최근 5년간 동화지앤피의 매출 절반은 동화약품으로부터 나왔다. 2014년 이전 동화약품은 동화지앤피 매출을 60∼70%까지 담당했다. 2015년에 들어서야 50% 정도로 줄어든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감시는 계속될 공산이 크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은 지난 10일 취임식을 통해 “대기업 집단뿐만 아니라 자산총액 5조원 이하의 중견집단 부당 거래 행태도 꾸준히 감시하고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국세청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일감 몰아주기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김상조 전 위원장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공정위 사정권 
중견기업 유지

동화지앤피는 해당 매출을 바탕으로 배당금을 지급했다. 동화지앤피의 배당금과 배당성향은 2015년 1억8000만원/10%, 2016년 3억원/8.1%, 2017년  3억원/10.71%, 2018년 3억원/14.73%, 등이었다.


눈길이 가는 것은 지난 2014년. 동화지앤피는 2014년 6억7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주주들에게 총 1억8000만원의 배당금이 손에 쥐어졌다.

동화약품과 동화지앤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부채표 가송재단에도 눈길이 간다. 가송재단은 윤광열 명예회장의 호 ‘가송’서 따온 재단이다. 윤 명예회장과 부인 김순녀 여사는 사재출연으로 지난 2008년 재단을 설립했다.
 

가송재단은 ‘기업 이윤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철학으로 학술연구 지원, 장학생 선발, 전통문화 지원을 골자로 활동하고 있다. 가송재단은 최근까지 활명수약학상, 가송의학상, 가송예술상, 윤광열 치과의료봉사상 등을 각계 인사들에게 수여하고 있다.

그간 공익법인은 본래 취지와 달리 경영권 승계를 위한 수단으로 비판받았다. 그 단적인 예로 오너 일가가 이사장으로 있는 공익법인이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할 시 지배력이 간접적으로 강화되기 때문이다.

가송재단은 동화약품(6.39%)과 동화지앤피(10.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가송재단 이사장과 이사는 윤 회장과 윤 상무다. 윤 회장 등이 가송재단 지분을 통해 동화약품 등에 지배력을 우회적으로 행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인호 회사 ‘내부거래 50%’
공익재단, 승계 디딤돌 역할?


윤 회장은 동화약품 지분 5.13%을 갖고 있다. 그러나 윤 회장은 가송재단의 이사장인 만큼 사실상 가송재단 보유 지분을 더한 11.52%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가송재단을 제외한 동화약품 우호지분은 동화지앤피와 동화개발,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한 25.97%다. 그러나 가송재단 지분 6.39%로 인해 총 지분은 32.36%까지 상승한다.

가송재단은 동화지앤피 지분도 10.00% 갖고 있다. 동화지앤피 최대주주는 동화개발(19.81%)이다. 가송재단과(10.00%) 동화약품(9.91%)이 그 뒤를 잇고 있는데 윤 회장의 지분은 8.86%에 그친다. 다만 가송재단의 지분을 포함했을 때, 윤 회장이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18.86%로 늘어난다. 최대주주인 동화개발과 0.95%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수치다.
 

가송재단은 증여세와 관련해 몇 차례 언급된 바 있다. 가송재단은 성실공익법인으로 지분율 10%까지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윤 명예회장 부부는 지난 2008년 동화약품 지분 3%를 출연해 재단을 설립했다. 윤 명예회장은 2010년 추가로 동화약품 지분 전량(3.03%)을 추가로 출연했다.

현재 가송재단의 이사장은 윤 회장이다. 윤 명예회장 부부가 윤 회장에게 지분을 직접 물려줬다면 증여세를 피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가송재단의 세금 면제 한도를 활용, 증여세 부담을 해소했다는 해석이다. 결국 세금 없는 상속이 가능하다는 비판이었다.

주목되는 기지
재단의 역할은?

동화약품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동화지앤피 내부거래에 대해 “처음에는 자사 제품과 관련된 제조가 많았지만 다른 회사 제품들도 다루고 있다”며 “타사 매출이 늘어나면 (내부거래는)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송재단에 대해선 “윤 명예회장께서 사재로 출연한 재단이고, 현재 공익적인 측면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오너 일가 지배력이나 증여세 부담 해소 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