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한가위가 불편한 총수들 속사정

“내가 웃어도 웃는 게 아니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풍성한 한가위를 보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마음 한 편에 불편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 ‘리스크’를 떠안은 그룹 총수들이 그렇다. 추석을 앞두고 이미 직면한 이들이 있는 반면, 추석 이후 발생 가능성을 지켜보는 이들도 있다. 두 경우 모두 마음이 편치 않다.
 

▲ (사진 왼쪽부터)이재용 삼성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현 CJ 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고심은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를 파기환송했다. 핵심 쟁점은 ‘말 소유권’이었다. 1심은 소유권이 최순실씨에게 넘어갔다고 판단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소유권 이전으로 보기 어렵다며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29일 “뇌물로 말을 제공했다고 봐야 한다”며 원심을 깨고 1심의 손을 들어줬다.

파기환송심에선 말 소유권에 대한 공방이 이어질 예정이다.

재판·수사
향배는?

물론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당장 이 부회장이 구속되지는 않는다. 다만 이 부회장은 경영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일본 수출 규제 등으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에 정면으로 맞선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전국 반도체 사업장을 돌며 적극적 경영행보를 보였다.

파기환송심을 맡게 될 재판부가 정해지면서 이 부회장의 행보에 눈길이 간다. 이 부회장은 재판을 새로 받아야 하는 처지다. 이 부회장은 대법원 선고가 미뤄지면서 지난 3월 지난 정기주주총회서 재선임 절차를 밟지 않았다. 사내이사 재선임보다 재판에 무게를 둘 것으로 점쳐진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이 있던 날, 대법원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언급했다.

대법원은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넸다고 봤다. 신 회장은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을 위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한 혐의 등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신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신 회장은 2심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감형 배경은 ‘강요의 피해자’. 박 전 대통령의 강요로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 역시 “박 전 대통령의 강요 행위로 의사결정의 자유가 다소 제한된 상황”이라며 어느 정도 받아들인 바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은 단독 면담서 신 회장의 청탁에 대해 직무 집행 대가로 K스포츠 재단 추가지원을 요구했다”며 “신 회장과 롯데그룹 측은 박 전 대통령의 요구가 직무 집행의 대가임을 인식하고, K스포츠 재단에 75억원을 지원하기로 해 70억원을 실제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삼성 파기환송…지켜보는 롯데
CJ 회장 장남 명절 앞두고 마약

협박 등 강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신 회장의 2심 판결이 뒤바뀌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형량 판단이 아닌 법리적 판단을 하는 곳이다. 다만 신 회장은 3심 때 삼성 이 부회장의 경우처럼 파기환송심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신 부회장의 머릿속은 복잡해질 공산이 크다.


CJ그룹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때 아닌 ‘오너 리스크’에 휘말렸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마약을 숨겨 들어오다 적발됐기 때문이다.
 

▲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

이 부장은 지난 1일 오전 4시55분경 미국 로스앤젤레스서 출발한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씨의 여행용 가방에는 액상 대마 카트리지가, 배낭에는 캔디형·젤리형 등 변종 대마 수십개가 들어 있었다. 인천공항 세관은 이를 즉시 인천지검에 알렸다.

이 부장은 이날과 지난 3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부장은 마약 밀반입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은 이 부장을 불구속 입건하고 귀가 조치했다. 이 부장은 지난 4일 택시를 타고 검찰 청사를 찾아가 스스로 체포됐다.

이 부장은 검찰 관계자에게 “주위 사람들이 많은 고통을 받아 마음이 아프다”며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하루빨리 구속되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장은 이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총수’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마약 밀매 사건으로 CJ그룹 승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전보다 곱지 않다.

추석 이후
그들 운명은?

CJ그룹 계열사들은 추석 대목을 맞아 여러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그룹 장남의 마약 사건으로 시장의 반응을 긴장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 유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지난달 27일 ‘가습기 살균제 진상규명 청문회’를 열었다. 최창원 전 SK케미칼 대표이사와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최태원 SK 회장과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은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가해 기업으로 지목된 이들의 사과는 살균제 사건이 수면위로 부상한 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다만 이들은 피해 대책에 대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또 특조위가 제기한 가습기살균제 개발 경위 등 의혹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답변을 피하기도 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올해 국정감사서 언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2019 국정감사 이슈 분석-환경노동위원회>를 살펴보면, 국회는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게 역학 조사와 피해자 지원책 등을 요구했다.

현재 환경부 등은 이를 이행하기 위해 천식피해 특성 연구, 노출에 따른 건강 영향 생체 지표 연구 등을 이행 중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연구들은 계획 상 오는 10월에 마무리된다. 올해 국정감사 기간은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약 2주 뒤에 20일간(9월30일∼10월19일) 열린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은 지난 7월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 이어 이번 달 두 번째 공판이 예정돼있다. 이 회장은 운전기사 폭언 등으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아들 때문에
비자금 때문에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6월부터 4년간 운전기사 6명에게 폭언과 협박을 하고 불법운전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회장은 차량 안에서 운전기사에게 욕을 하거나 해고를 암시하는 말 등을 하며 신호를 위반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조금 더 노력하라는 질책의 의미로 감정적 욕설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1심서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피해 신고를 한 운전기사 2명이 재판 과정서 “폭언 사실은 없다”며 진술을 뒤집어 논란이 있기도 했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첫 공판서 “1심 양형 이유를 보면 이 회장이 진정으로 반성하는 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며 “그런데 이 회장은 사건 이후 바로 피해자뿐 아니라 언론에 반성과 사과의 뜻을 충분히 전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할 말이 있느냐는 재판부에게 “죄송할 따름”이라고 짧게 답했다.
 

▲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이 회장의 두 번째 공판기일은 오는 19일. 추석 연휴가 끝난 첫 주 목요일이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회삿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4300억원대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회장은 지난 2013~2015년 부영주택 등 임대아파트 분양 전환 과정서 불법으로 분양가를 조정,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았다.


이 회장은 1심서 징역 5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장기간 다양한 방식으로 계열회사 자금을 개인적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회장의 나이와 건강 상황 등을 고려해 보석을 결정했다.

가습기 살균제 국감 재등장?
추석 후 항소심 공판도 눈길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지난달 28일 항소심 첫 공판서 “책임을 통감한다. 매사에 적법하게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노력했고, 범죄를 저지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면서도 “재판을 받는 모든 상황서 이 회장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부영은 이 회장이 평생을 걸쳐 임직원과 일군 기업”이라며 “1인 회사이자 가족회사고, 비상장회사다 보니 절차적 합리성이나 투명성이 다소 부족해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2차 공판은 추석 연휴가 끝나고 약 10일 뒤인 오는 25일에 열린다.

이웅렬 전 코오롱 회장은 이른바 인보사 사태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전 회장은 인보사를 ‘넷째 아들’이라며 아꼈지만 그야말로 유명무실해졌다. 이 전 회장은 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와 검찰 수사 등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정면서 맞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6일 기업심사위원회를 개최, 허위사실 기재 혐의로 코오롱티슈진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그러나 코오롱티슈진이 곧바로 상장 폐지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15영업일 내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고, 상장폐지 여부를 다시 심사하게 된다.

이곳서 상장폐지 결정이 나더라도 사측서 이의를 제기하면 심의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열린다. 코오롱티슈진 측은 상장 유지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그러나 기업심사위원회서 곧바로 상장 폐지를 결정한 점을 간과하기 어렵다.

노심초사 
정중동 행보

검찰 수사가 이 전 회장을 향할지 주목된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을 출국금지했고, 코오롱 본사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허위공시와 논문 중립성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 전 회장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는 모양새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전격 은퇴를 선언하며 경영 일선서 물러났다. 그러나 인보사 사태로 이 전 회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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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