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면허 반납 딜레마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8.12 11:13:26
  • 호수 12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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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하고 싶은 노인들 ‘어쩌나’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고령 운전자 사고가 또 발생했다. 고령자 면허 반납과 관련해 실효성 논란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문제점에 대해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최근 전주의 한 수영장서 고령의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임의로 설치한 간이풀장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80대 운전자가 몰던 그랜저 승용차가 보육교사 및 어린이 원생 5명을 다치게 했다. 운전자는 “방향을 바꾸던 중 갑자기 차량이 튀어나갔다”며 급발진을 주장했다.

실효성 논란

지난 2월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SUV를 몰던 96세의 운전자가 강남 호텔 주차장으로 진입하려다 기둥을 들이박고 후진하던 중 길 가던 여성을 쳐 숨지게 한 것이다. 대구에선 80대 운전자가 몰던 오피러스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차와 충돌해 운전자 부부가 숨졌다. 지난 5월 부처님오신날, 경남서 70대 운전자의 차량이 통도사 사찰 내 도로로 돌진하는 바람에 13명의 사상자를 내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2015년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고위험군 운전자의 주요 사고 원인 분석 연구>에 의하면 나이가 들수록 인지능력, 신체 기능이 떨어지면서 시력, 청력, 근력, 손발 협응 능력 등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교통상황을 인식하는 인지반응은 51세까지는 일정하게 나타나지만 52세부터 굴곡 구간이 생기더니, 65세부터 85세까지 급격하게 증가하는 모양새였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은 시뮬레이터를 통한 분석이었으므로 실제 인지반응 시간은 이보다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 경기, 광주, 부산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서 65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를 자진 반납하면 교통비 10만원을 지급하는 ‘운전면허 자진 반납제’를 도입했다. 

지난해 7월 부산에선 면허증 자진 반납자에게 교통비 10만원이 든 선불 교통카드를 제공했다. 지정된 2200여개 상업시설에선 이들에게 5∼50%의 할인 혜택도 줬다. 정책 도입 후 부산서 지난 4월까지 운전면허를 반납한 고령 운전자는 8300여명으로 집계됐다. 

경기도는 10만원 상당의 지역 화폐를 지급했고, 경북 포항에선 지난 6월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같은 달 경북 영천시의회도 관련 조례안을 가결했다. 전남 역시 10만원 상당의 교통카드 지역상품권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65세부터 인지반응 현저히 느려져
농촌 고령인구 98.5% “반납 안 해”

하지만 노인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농촌에선 반응이 시큰둥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3월26일부터 4월8일까지 농업인 137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다. 이중 456명으로부터 대답을 받은 결과, 운전면허소지자는 98.5%에 달했다.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 농업인의 94.8%가 “면허 반납을 신청하지 않겠다”고 대답했고 “신청하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불과 5.2%였다. 

면허를 소지하려는 이유로는 “운전하는 데 건강상에 문제가 없어서”가 39%로 1위를 차지했고, “사업상의 이유로 차가 필요해서”가 23.3%로 2위를 차지했다. 또“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들어서”가 16.6%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소는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못한 농촌에선 자동차가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임을 시사했다. 대체 교통수단이 전제돼야 고령 운전자들의 면허증 반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일각에선 고령 농업인들이 면허증 반납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이유는 금전적인 지원보다 운전자를 위한 보완책 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농업인들의 경우 자동차뿐 아니라 트랙터, 경운기 등 탑승형 농기계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좀 더 세밀한 도움이 필요하다. 

김용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장은 “농촌 지역 도로 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의 예산지원과 지역에 알맞은 교통안전 대책 수립, 농촌주민 이동을 위한 대중교통 서비스 확충 및 지원 등 세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통전문가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교통업계 관계자는 “운전면허증을 반납한 고령 운전자에게 10만원의 교통비 지급과 더불어 KTX, 고속버스 등 다양한 교통 요금의 할인 혜택을 추가하고, 면허가 없어도 이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교통 개선에 힘써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각계 전문가들도 10만원 상당의 교통카드 증정으로 노인들의 면허증 반납을 유도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반납 혜택보다는 자가용을 포기했을 경우의 대체재 마련에 더욱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개선 필요성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은 고령 운전자를 위해 10∼20년 단위의 중장기 교통 안전 계획을 수립한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고령 운전자 맞춤형 제도와 안전지원 차량 등 실적인 대책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책을 세울 때 고령자와 교통약자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고령 택시기사는?

고령(만 65세 이상) 택시기사가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 ‘의료적성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의료적성검사는 지난 2월부터 고령 택시기사가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자격유지검사’의 대체 검사다. 정부는 올해 초 자격유지검사와 의료적성검사를 동시에 시행하려고 했지만, 택시업계가 의료적성검사 항목 등에 반대해 그간 세부 규정 도입이 미뤄져왔다.

지난달 30일 국토부는 ‘택시운송사업 운수종사자의 의료적성검사 관리 규정’을 만들어 이달 19일까지 행정 예고를 했다. 이후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등 관련절차를 거쳐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 시행할 방침이다. 

지난 2월에 개정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택시운전자는 3년마다, 70세 이상은 1년마다 운전능력을 확인하는 자격유지검사를 받아야 한다. 의료적성검사가 도입되면 택시기사는 자격유지검사나 의료적성검사 중 하나를 받아야 한다. 


자격유지검사는 컴퓨터로 진행되는 시험이라 고령자가 치르기 어렵다는 택시업계의 지적이 나오면서 국토부가 대체시험인 의료적성검사를 도입하기로 하고 세부 내용을 수립했다. 그러나 택시업계가 의료적성검사에 대해서도 검사항목 등에 반발하면서 약 6개월간 미뤄지다 이번에 공개된 것이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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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