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희그룹 애지중지 ‘장남 회사’ 실체

뭉칫돈 차곡차곡 ‘어디에 쓰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동희그룹 2세 개인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000억원. 5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매출은 모두 내부거래서 나왔다. 이 회사는 2700억원의 잉여금도 비축해두고 있다. 그룹 2세, 개인회사, 일감 몰아주기, 잉여금(자본). ‘경영 승계’를 설명하는 모든 키워드가 이 회사에 있다.
 

동희그룹은 자동차부품 제조·판매 회사다. 창업주는 이동호 회장. 오늘날 동희홀딩스의 옛 사명은 동희산업이었다. 동희산업은 2006년 12월 사명을 동희엔지니어링으로 변경했다. 동희엔지니어링은 자동차부품 제조부문을 물적분할, 동희산업을 설립했다. 이후 동희엔지니어링은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2008년 동희엔지니어링은 사명을 디에이치홀딩스로 교체했다. 같은 날 동희오토모티브를 흡수합병했다. 2014년 디에이치홀딩스는 사명을 동희홀딩스로 변경했다.

자동차부품
제조·판매

동희홀딩스에는 14개의 종속회사가 있다. 국내에는 4개의 회사가 있다. ▲동희정공 ▲동희산업 ▲동희 ▲동희오토 등이다. 동희홀딩스는 동희오토(45%)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 중이다. 동희정공과 동희산업, 그리고 동희는 자동차부품 제조를 담당하고 있다. 동희오토는 자동차 제조사다.

나머지 10개의 회사는 해외 각지에 있다. 이들의 소재지는 중국과 미국, 러시아를 비롯해 슬로바키아, 체코, 터키, 멕시코 등으로 다양하다. 중국에 3곳, 미국에 2곳의 회사가 있다. 이 외에는 모두 1곳씩 설립돼있다.

중국에는 ▲동희기차배건 ▲강소동희기차배건 ▲천진동희기차배건 등이 있는데 모두 유한회사다. 미국에는 ▲Donghee America Inc. ▲Donghee Alabama LLC(동희 알라바마)가 있다. ▲Donghee Rus LLC(동희 러시아) ▲Donghee Slovakia s.r.o(동희 슬로바키아) ▲Donghee Czech s.r.o(동희 체코) ▲Donghee Otomotiv San.Tic.Ltd(동희 터키) ▲Donghee Mexico S. de R.L. de C.V.(동희 멕시코) 등이 있다.


동희홀딩스는 이들의 지분을 모두 100% 갖고 있다. 미국의 Donghee America Inc.(지주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은 모두 자동차부품 제조를 맡고 있다.

동희홀딩스는 이 회장 부자의 회사다. 이 회장은 동희홀딩스의 대표이사고, 동희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이 회장(49%)과 동희하이테크(51%)다. 동희하이테크는 이 회장 장남의 개인회사다. 장남은 동희하이테크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그는 이태희 동희하이테크 대표이사다.

눈길이 가는 건 동희하이테크의 내부거래 비중. 동희하이테크의 매출액 전체가 내부거래서 비롯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익은 고스란히 이 사장에게 넘어간다. 동희하이테크의 매출액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가장 비중이 낮을 때가 87%였고, 가장 높을 때는 무려 99%였다.

아들 지분 100% 보유
특정 자회사에 일감 

동희하이테크의 최근 5년간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94.80%(2191억원/2311억원), 2015년 92.23%(2181억원/2365억원), 2016년 87.53%(2139억원/2444억원), 2017년 87.25%(2018억원/2313억원), 2018년 99.74%(1996억원/2002억원)이었다.

내부거래 매출 중 눈에 띠는 특수 관계인은 ▲동희 슬로바키아▲동희 체코▲동희 터키 등 해외 회사다.

동희하이테크는 슬로바키아와 체코, 터키서의 매출이 꽤 높았다. 2014년 슬로바키아는 879억원, 체코는 436억원, 터키는 211억원이었다. 이후 2015년(723억원·598억원·251억원), 2016년(749억원·608억원·252억원), 2017년(695억원·612억원·233억원), 2018년(614억원·711억원·225억원) 등이었다. 2018년에는 체코에서의 매출액이 슬로바키아를 넘어섰다.


동희하이테크의 내부거래 매출 가운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2014년 69.71%(1527억원/2191억원), 2015년 72.13%(1573억원/2181억원), 2016년 75.33%(1611억원/2139억원), 2017년 76.38%(1541억원/2018억원), 2018년 77.70%(1551억원/1996억원)이다.

동희하이테크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항상 ‘플러스’였다. 2014년 289억원의 영업이익, 23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어 2015년(268억원·251억원), 2016년(252억원·293억원), 2017년(192억원·101억원), 2018년(350억원·194억원) 등이었다.

동희하이테크는 상당한 이익잉여금을 ‘쟁여놓고’ 있다. 지난해 잉여금만 2704억원이다. 잉여금은 매년 쌓이고 있다. 2014년 1861억원에서 2113억원(2015년), 2407억원(2016년), 2509억원(2017년), 2704억원(2018년)으로 증가세다.

동희하이테크는 사실상 내부거래로 성장한 회사다. 동희그룹 2세의 개인회사기도 하다. 후계자의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성장시키고, 벌어들인 수익으로 ‘승계 비용’을 대체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중에
승계 비용으로?

이 사장은 지난해 4월10일 ‘한국-슬로바키아 정상회담’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서 키스카 슬로바키아 대통령과 만났다. 양국 정상은 1시간 정도 회담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전 세계서 1인당 자동차 생산량이 가장 많은 슬로바키아서 우리 기업들이 일익을 담당하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정상회담 이후 공식 오찬에 등장했다. 당시 이 자리에는 이 사장과 손경식 CJ그룹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박한우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임영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김철영 미래나노텍 대표이사, 오석송 메타바이오메드 회장 등 기업인 10명이 참여했다.

몇몇 관계사들의 내부거래 비중도 지나치기 어렵다. 동희홀딩스의 종속회사 동희정공의 내부거래 규모는 줄어들고 있는 편이다. 다만 그 비중은 낮다고 보기 어렵다.

동희정공의 최근 5년간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59.05%(1351억원/2288억원), 2015년 53.63%(1124억원/2097억원), 2016년 45.00%(959억원/2132억원), 2017년 40.35%(751억원/1862억원), 2018년 40.85%(824억원/2017억원)이었다.

동희정공의 내부거래 매출서 ▲동희산업 ▲동희 ▲동희하이테크는 지속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모두 이 회장 부자의 100% 지배 아래 있는 곳이다.

동희산업과 동희·동희하이테크는 2014년 각각 409억원, 168억원, 293억원의 매출을 올려줬다. 이어 2015년(244억원·99억원·254억원), 2016년(94억원·113억원·244억원), 2017년(169억원·105억원·261억원), 2018년(184억원·197억원·260억원) 등이었다.

세 회사가 전체 내부거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2014년 64.47%(871억원/1351억원), 2015년 53.15%(597억원/1124억원), 2016년 47.19%(452억원/959억원), 2017년 71.34%(536억원/751억원), 2018년 77.87%(641억원/824억원)이었다.


회계법인
주의 강조

한편 동희정공의 감사를 진행한 회계법인 ‘원지’는 2018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주의’를 강조했다. 회계법인은 “이용자는 다음 사항들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특수 관계인과의 거래’를 지목했다.

회계법인은 “회사는 제품 등의 일부를 특수 관계인을 통해 매출하고 있다”며 매출액과 매입액, 채권 잔액과 채무 잔액, 차입금 상환 정도를 명시했다.

동희정공의 당기 채권 잔액은 171억원으로 전기(113억원)보다 올랐다. 당기 채무 잔액의 경우 353억원으로 전기(233억원)에 비해 증가했다. 동희정공은 특수 관계인으로부터 당기 161억원을 빌렸고, 145억원을 상환했다. 각각 전기(90억원·31억원)와 비교했을 때 70억원 이상을 더 빌리고, 110억원 정도를 갚은 것이다.
 

회계법인은 2014년 감사보고서부터 꾸준히 특수 관계인과의 매출과 매입, 채권잔액과 채무잔액, 차입금 등을 강조사항으로 언급했다.

2015년 감사보고서에서는 강조 사항이 하나 더 늘었다.


회계법인은 “당기 회계연도 중기계장치 등에 대한 감가상각방법을 정률법서 정액법으로 변경했다”며 “회계변경 효과로 감가상각비는 종전의 방법에 비해 72억원 감소했고, 당기순이익과 이익잉여금은 72억원씩 증가했다”고 밝혔다.

동희정공은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연이어 겪고 있다. 동희정공은 153억원의 영업손실과 11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2015년(203억원·197억원), 2016년(107억원·124억원), 2017년(139억원·141억원), 2018년(153억원·101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동희홀딩스의 또 다른 종속회사인 동희의 내부거래도 상당하다. 동희 역시 이 회장 부자의 완전한 지배를 받고 있다.

내부거래로 매출 99%
매년 100억 단위로 증가

동희의 최근 5년간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87.46%(1349억원/1543억원), 2015년 75.84%(1309억원/1726억원), 2016년 83.06%(1341억원/1614억원), 2017년 69.27%(974억원/1406억원), 2018년 73.40%(871억원/1186억원)이다. 5년 평균 내부거래 규모는 1000억원을 상회한다.

동희의 내부거래 매출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특수 관계인은 중국 소재의 ▲동희기차배건 ▲강소동희기차배건으로 두 회사 모두 동희홀딩스의 100% 지배를 받는다.

동희기차배건과 강소동희기차배건은 2014년부터 각각 521억원과 274억원의 매출을 올려줬다. 이어 2015년(510억원·306억원), 2016년(332억원·472억원), 2017년(347억원·216억원), 2018년(211억원·162억원)이었다.

이들이 동희 내부거래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58.97%(796억원/1349억원), 2015년 62.43%(817억원/1309억원), 2016년 60.06%(805억원/1341억원), 2017년 57.92%(564억원/974억원), 2018년 42.91%(373억원/871억원)이었다. 평균적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동희는 2014년 2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1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5년 142억원의 영업이익, 153억원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016년(147억원·161억원), 2017년(52억원·24억원), 2018년(5억원·24억원)등이었다.

회계법인은 앞서 동희정공의 경우처럼 감사보고서에 ‘주의’를 적시했다. 회계법인은 2014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회사는 상품 등을 특수 관계인을 통해 매출하고 있다”며 당기 내부거래 매출액과 채권 잔액, 매입액과 채무 잔액 등을 밝혔다.

동희는 당기 내부거래 매출액이 1349억원으로 전기(1142억원)보다 늘었다. 당기 채권 잔액은 399억원으로 전기(279억원)보다 많았다. 매입액은 567억원, 전기(562억원)와 대동소이했다. 채무잔액은 83억원으로 전기(90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특수 관계자
거래 비중↑

회계법인은 동희의 2014년 이후 모든 감사보고서에서 ‘주의’를 강조했다. 2014년과 같이 내부거래 매출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2016년 감사보고서부터는 차입금 내용도 포함됐다. 동희의 2015년 감사보고서엔 동희정공과 마찬가지로 ‘회계변경’의 내용이 담겨있다. 회계법인은 “당 회계연도 중기계장치 등에 대한 감가상각방법을 정률법서 정액법으로 변경했다”며 “회계변경의 효과로 감가상각비는 종전의 방법보다 36억원 감소했고, 당기순이익과 이익잉여금은 36억원 증가했다”고 전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