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누구를 위한 강사법인가

  • 박재희 노무사 cplapjh@naver.com
  • 등록 2019.07.22 09:54:08
  • 호수 12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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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일 ‘강사법’이라 명명된 개정 고등교육법이 시행된다. 대학서 강의하는 시간강사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하고 재임용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최소 3년은 보장하도록 하는 등 기존 강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내용을 담았다. 

각 대학에선 강사법 시행을 목전에 두고 법률에 어긋나지 않도록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법률의 취지에 충실한 절차와 방법을 택한 대학이 있는 반면, 다소 편법적인 운영을 하는 곳도 있다. 제도의 미비로 인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필자는 올바른 강사법 안착을 위해 본 지면을 통해 강사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대표적인 문제점 몇 가지를 알리고자 한다. 

강사법에선 강사를 공개채용하되 5일 이상 채용공고를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 우선 이 공고 기간이 짧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전국 수백개 대학서 각자 채용공고를 내므로 지원자가 이를 즉시 파악하기 어렵고 제출서류나 작성방법도 제각각이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일부 대학의 채용공고에는 공개채용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가는 내용도 있다. 자기 대학의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공고를 내거나, 직접 방문이나 우편접수만 가능하다고 명시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채용공고는 5일간 게시하지만 서류 접수는 이틀만 받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사정을 모두 고려하면 공개채용에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강사법에 따르면 강사는 한 대학서 최대 6학점까지 강의를 할 수 있다. 고등교육법 개정 이전에 강의시수에 특별한 제한이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일부 강사들의 강의료가 줄어드는 셈이다. 한 강사가 여러 대학서 강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지원한 과목의 강의시간이 언제인지 알 수 없는 상태서 지원하므로, 아주 가까운 거리의 대학이 아닌 이상 같은 날 강의가 있으면 한 곳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밖에 방학 중에도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안은 대폭 축소돼 방학 중 2주 동안의 임금만 지급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강사들의 당초 기대와 달리 4대 보험 중 건강보험에는 가입이 안 된다. 

이쯤 되면 소위 강사법이란 것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것저것 따져보면 강사 처우에 크게 개선된 점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이 이득을 얻은 것도 아니다. 공채 절차 자체가 대학행정에 부담을 준다. 특히 채용 내정된 강사가 임용을 포기하면 공채 절차를 반복해야 하며, 그러다 보면 개강에 임박해서야 강사가 확정되는 일도 발생할 것이다. 강사에게 충분한 강의 준비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서 개강을 하게 되면 내실 있는 강의가 되기 어렵다.

채용공고 검색 시간을 줄여주려면 정부 차원서 강사 채용을 위한 통합 홈페이지를 만들어 대학이 일괄적으로 게시하도록 하거나 각 대학의 채용공고를 수집해 게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학위증이나 경력증명서는 면접 시에 지참하도록 하면 채용 시마다 서류를 준비하는 노력과 비용을 절감시켜줄 수 있다. 온라인 접수 시스템이 미비하다면 우편 접수까지는 허용하더라도 직접 방문 접수만 가능하게 하는 것은 제한해야 한다. 

그밖에 많은 개선점과 개선 아이디어가 있을 것이다. 시행일 이후 다시 한 번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모아야 한다. 법률 개정 절차서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다. 시행착오와 미비점을 비난하거나 방관하기보다는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아무쪼록 강사법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냉소가 잦아들 수 있는 개선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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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