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사생활을 잠시 언급하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보자. 지금으로부터 2년6개월여 전의 일이다. 나이가 60줄에 가까워지자 묘한 생각이 일어났다. 나이를 더 먹기 전에 육체노동에 종사해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순간까지 필자의 삶은 조금은 복잡했다. 대학 졸업 후 정치판서 15년, 그리고 이후 15년은 소설 집필에 오로지 매진했다. 그런 삶을 이어온 필자에게 육체노동에 종사하고자 하는 욕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을지도 모른다.
여하튼 머리가 아닌 몸으로 세상을 접해보고자 경기도 포천시에 소재한 한 식품제조사에 문을 두드리고, 그야말로 기막히게 운 좋게도 필자 나이에 정규직 사원으로 취직하게 된다. 그곳에서 외포장팀에 배치돼 내포장팀과 연결된 금속검출기를 통과한 완제품을 냉장창고에 보관하는 일에 종사하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제 제목에 등장하는 비비안에 대해 언급해야겠다. 비비안은 필자가 근무하는 외포장팀과 유리벽으로 분리된 장소인 내포장팀서 실링을 담당하던 필리핀 출신 여인이다. 참고로 실링(sealing)은 비닐에 담겨 있는 식품을 진공 상태로 긴밀히 접착시키는 일을 지칭한다.
그녀가 유독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유가 있다. 실링을 담당했던 많은 여인들이 있었지만 그 어느 여인보다 성실하게, 필자의 추측으로 한 사람 반 정도의 몫을 해낼 정도로 열정적이면서도 항상 미소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 순간부터 얼굴을 찡그리는 현상을 목격하게 됐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그 이유를 묻자 그녀는 순간순간 어깨에 심한 통증이 발생해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린다고 답했다. 말인즉슨 어깨를 너무 혹사해 근육이 심각하게 손상됐다는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열성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다 결국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회사의 배려로 손상된 근육 치료를 위해 잠시지만 쉬어야 했다.
비비안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했지만, 필자가 근무하는 노동현장에는 여러 명의 외국인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아울러 그들 모두 비비안처럼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외국인이란 생각 이전에 함께 일하는 동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각인돼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에게 시선을 돌려보자. 황 대표는 부산상공회의소서 열린 중소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서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기여, 그동안 해온 건 없죠. 그리고 세금을 낸 것도 물론 없고요” “(외국인을) 똑같이 임금 수준을 유지해줘야 된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점들을 개선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언급했다.
필자는 황 대표와 동 시기에 신검을 받았는데, 당시 황 대표는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담마진이란 기상천외한 병명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그런 인간의 말치고는 그다지 이상할 것도 없다. 오히려 그의 말이 그로서는 정상적으로 비쳐질 정도다.
여하튼 대한민국의 노동현장에 대해 일자무식으로 보이는 그에게 한마디하자. 비비안이, 또 필자와 한 식구처럼 생활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다면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 나아가 이 나라 경제는 어떻게 될까.
그런 경우 확실하게 단언할 수는 없지만 담마진 증상을 뛰어넘어 마비단계까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필자의 그릇된 기우일까.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