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33)

못 먹어도 고 아니여?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상대가 혼탁한 틈타 자신의 목적 달성
돈 빌리려 타 회사 법인통장 눈독 들여

“나는 그 약사분에게 채무자의 사정은 하루에도 몇 번이고 변할 수가 있으니 경매진행을 결정했으면 하루라도 빨리 진행해서 단 한 번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이때를 놓치지 말라고 조언했다네.  ‘얻으려면 버려라’는 말처럼 큰 것 을 취하기 위해서는 작은 것은 버릴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네. 그 오 사장이라는 채무자가 ‘합의를 볼 수 없다.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강하게 나올 경우 약사분께서는 돈 한 푼 받지 못 해도 좋으니 끝까지 해보자고 하며 상대방보다 더욱 강하게 나가라고 했지. 그래야 상대방이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하고 실리를 쫓아 합의 제안이 들어 올 것이 아닌가?”

얻으려면 버려라

“그 후에 돈은 받았대?”
결과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친구가 다그치듯 물었다.
“자네는 어떻게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놀리듯 웃으며 반문했다.
“자네가 문제를 내놓고 나한테 되물어보면 어째. 눈치로 본께 틀림없이 성공했겠구먼. 원금은 받았는가?”

“물론이네. 그 약사분께서 이틀 후인가 전화 연락이 왔다네, 법무사를 찾아가 경매진행을 속행 해달라고 의뢰 하였다는 거였네. 그 후 두 달 쯤 지났을까 그 약사 분이 자신의 아내를 모시고 찾아왔다네. 그 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경매를 진행하자 채무자가 처음에는 ‘이럴 수가 있느냐! 한 푼도 건질 수가 없을 거다.’ 하면서 방방 뜨더라는 거야. 그래서 ‘까짓 거 먹지 못해도 끝까지 고 하겠다’며 강하게 나가자 얼마 동안 잠잠하더니 결국에 합의 제안이 들어와 원금만 받고 경매취하를 해주었다는 거였네.”

“야, 정말 기막히구먼. 그분들이 자네에게 엄청 고마워했겠구먼.”
“하하, 말도 말게. 그 약사부부께서 고맙다고 하면서 자기네 약국에서 만든 보약을 지어와 업무에 피곤할 때마다 먹으면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고 주지 뭔가.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성의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노인들 정성이니 받으라고 하시며 사무실에 두고 가셨다네. 그러니 어쩌겠나. 그분들 성의도 있고 해서 사무실에 두고 결혼한 남직원들과 나눠 먹었다네.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말짱하지 않는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내가 말하자 친구가 웃으며 한 마디 했다.
“아이고 이사람 농담은. 그때가 언젠데. 약기운이 날아갔어도 벌써 태평양은 건너 갔것네.”
우리는 잠깐 주변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 내 크게 웃었다.

“어떤가. 내가 조언했던 이 사례가 마음에 드는가?”
“물론이제. 우리 같이 애매모호하게 일을 당한 사람에게는 좋은 경험적 사례가 될 것이여.”
“그렇다면 자네는 어떤 결정을 할 텐가?”
“아따! 뭐 결정하고 자시고 말 것이 어디 있는가? 그 약사분처럼 못 먹어도 고 아니여? 우리 역시 일억원이 넘는 돈을 날릴 것인가 아니면, 경매비용을 날릴 것인가 둘 중에 판단 해야제. 직원들에게 내일이라도 당장 경매진행을 하라고 할라네.”
“아무튼 정 상무 자네 지위도 있고 하니, 다시 한 번 신중히 검토하고 의뢰할 법무사와 잘 상의해서 진행하기 바라네. 부디 성공하시게. 자아, 이쯤하고 우리 밥 먹으러 가세. 이거 벌써 깊은 산 옹달샘에서 개구리들 음악잔치가 벌어지는 것처럼 내 뱃속이 영 말이 아니네.”
“그러제, 어서 가세, 오늘은 내가 식사를 사께.”

자정에 울린 전화벨

“아, 이 친구 밥만 사면 쓰겠는감? 술도 한잔 사야지 안 그래? 하하하~”
그렇게 친구와 나의 해후는 즐겁고 통쾌하게 밤늦도록 이어졌다.
병법에도 ‘혼수모어’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의 혼탁한 틈을 이용하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다는 계책이다.
자신의 어려움이나 궁색함으로 곤궁에 처해 있을 때, 상대방은 이를 먹이의 표적으로 삼아 공격을 가하는 수가 있다.
때로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믿고 베풀었던 일들이 도리어 화가 되어 자신의 목을 조여 많은 피해를 일으킬 수가 있는 것이 바로 인간관계다.  
12월 중순 무렵이었다.

한 해가 저물면서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캐럴송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경기가 어려워서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맘때면 누구나 새해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조금은 들뜨기 마련이다.
나 역시 송년회와 여러 단체의 모임에 참석하다보니 피로가 누적되어 평소보다 일찍 귀가를 서둘렀다. 모처럼 가족들과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소파에 길게 누워 TV도 보다가 잠을 청하는데 휴대폰이 울리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이 늦은 시간에 누굴까?’
약간의 의문을 품은 채 휴대폰에 뜬 이름을 보니 서 사장이었다. 이 친구가 웬일로? 평소의 그답지 않게 밤늦게 전화를 했다는 건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다는 의미였다.
서 사장은 나보다 두 살 연배인 전 직장 동기로 20년 이상 호형호제하며 가까이 지내온 관계였다. 그는 연간 5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중소기업의 건실한 대표이사다.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아니 서형이 웬일이요?”

내 물음에 그가 몹시 미안해하며 통화를 할 수 있냐고 물었다.
“좀 급한 일이 있어서 말일세. 늦은 시간에 정말 미안하이.”
“대체 무슨 일인데 그러나?”
“아마 자네에게 혼날 일인지도 몰라.”
“혼은 무슨…. 대체 뭔데 그래?”
“그 왜 있잖아, 건설회사 자재 납품영업을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고문직을 요구한 사람이 있다고 언젠가 내가 말한 적 있지?”


“그래,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네. 아마 내 기억이 맞는다면 전직 대기업 임원으로 근무하다 그만둔 강 전무라는 사람 아닌가?”
“그래 맞네. 그런데 그 강 전무가 이틀 전 사무실로 찾아와서 하는 말이 상장업체에 있는 돈독한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리기로 했는데, 개인통장으로는 거래할 수가 없고 법인통장으로만 거래할 수 있다는 거야. 그러면서 우리 회사 법인통장을 한번만 이용하도록 허락해달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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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