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민우 기자 = 문보영의 첫 산문집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이 여태껏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감춰둔 일기를 묶어 출간됐다.
책은 연애, 시인의 일상, 사이공 여행기부터 감당하기 어려웠던 트라우마까지 두루 기록한 그의 일기다. 처음엔 공개하지 않을 요량으로 기록한 일기였다보니 진정성이 자연스레 담겼다.
초반에는 일기를 훔쳐보기 위해 그가 잠들기만 기다리던 애인과의 일화가 나온다. 저자는 애인이 자신의 일기장을 궁금해 했다고 고백한다. 작가에게 일기장은 애인만큼 내밀하고, 오래가는 존재였던 탓이다.
비공개 일기 중 일부를 수록한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은 총 5장으로 구분된다. 담담한 삶의 태도부터 일상에 대한 다독임까지 두루 전하고 있다.
책의 제목과 같은 첫 장은 ‘미움’에 대한 인식이 여실히 드러나 있는 지점이다. 다소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냈다.
이어 중반에서는 이별 경험에 대해 “한 고아원서 다른 고아원으로 옮겨가는 기분”이라 표현했다. 1년간 스물다섯 권이나 일기를 썼을 만큼 담담한 표현으로도 독자들이 비슷한 기억을 쉽게 떠올리게 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인생을 ‘아코디언처럼 죽음이 쫙 펼쳐질 때 주름 사이사이에 구원이 숨어 있다’고 묘사하며 책을 마무리했다.
‘시인간, 일기인간, 춤인간’은 시인이 스스로에게 붙인 별명이다. 그는 ‘정적이고 소극적일 것’이라는 시인에 대한 고정관념에 단순히 갇히지 않는다. 일기를 우편으로 배송하는 1인 문예지 ‘오만가지 문보영’을 발행하는가 하면 힙합댄스까지 섭렵하고 있다.
더욱 독특한 것은 그가 ‘시인의 브이로그’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라는 사실이다.
작가의 브이로그는 매일매일 일어난 일을 기록한 이번 책과 닮아있다. 시 창작수업, 요리, 친구와의 만남 등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현재 ‘어느 시인’ 채널은 현재 2261명의 구독자가 구독하고 있다. 각 영상은 약 1000~2000회의 조회 수를 기록, 구독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반증하고 있다.
이번 책에서 그는 브이로그 또한 ‘일기의 확장판’이라고 고백했다.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그의 소회를 듣다보면, 책 중반에 수록된 ‘대단한 일 없이 살아도 괜찮더라’는 작가의 말에 자연스레 공감하게 된다.
문보영 시인은 전국투어로 진행 중인 저자 북토크 프로그램 마지막 회 차로 부산 독립서점 ‘이터널 저니’서 오는 27일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