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은닉재산 ‘322억+α’ 미스터리

  • 김정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7.01 11:04:08
  • 호수 12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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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푼도 아니고…어디에 짱박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도피행각이 선명해질 분위기다. 이목은 정태수 회장 일가의 은닉재산에 쏠리고 있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정 전 회장의 체납액 징수 여부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사정당국은 추적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 정보근씨 ⓒsbs

해외도피 21년 만에 정한근씨가 강제 송환됐다. 한근씨는 정태수 한보그룹 전 회장의 넷째 아들이다. 한근씨는 지난 22일 송환 직후 정 전 회장의 부고를 전했다. 한근씨는 검찰 조사서 “부친의 건강이 위독해져 병원으로 모시고 갔지만, 더 이상 연명이 어려운 상태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한근씨로부터 정 전 회장의 사망증명서와 유골함을 확인했다.

도피 21년
부친 사망

정 전 회장의 사망 소식과 함께 세금 추징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동시에 한보가의 ‘해외 은닉재산’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 전 회장은 고액·상습체납자 부동의 1위로 체납액은 2225억2700만원에 달한다. 그의 사망이 최종 확인될 경우, 체납의 상속은 자식들이 지게 된다. 다만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게 되면 납세의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된다. 체납액 징수를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간 까닭이다.

그러나 은닉재산의 경우 상속인들의 상속 포기와 관계가 없다. 다만 은닉재산을 찾아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았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이들의 해외 은닉재산은 332억원이다.


한근씨는 한보그룹 자회사 동아시아가스㈜의 운영자였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한근씨는 지난 1997년 11월 동아시아가스 임직원과 공모해 회삿돈을 빼돌렸다. 이들은 동아시아가스가 보유한 루시아석유㈜의 주식 매각자금 322억원을 스위스 소재 은행의 차명계좌에 예치했다. 한근씨는 1998년 6월 해당 혐의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은 뒤 해외로 도주했다.

은닉 자산이 점쳐지는 장소는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두 곳으로 정 전 회장이 해외 도피 과정서 거친 국가다. 정 전 회장은 이곳서 도피자금 사용 흔적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정 전 회장은 2007년 5월 지병 치료를 이유로 출국금지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당시 정 전 회장은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었다. 정 전 회장은 강원도 소재 학교법인 정수학원 산하 대학교의 교비 7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정 전 회장은 정수학원의 설립자였고, 당시 해당 대학교의 이사장이었다.

체납 징수 여부…은닉재산에 달려
카자흐·키르기스가 유력 후보지?

그는 집행정지를 승인받고 일본 출국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목적지는 달랐다. 정 전 회장은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로 향했고, 이후 카자흐스탄에 둥지를 틀었다.

카자흐스탄서 대학교 교비를 재차 건드렸던 그는 셋째 아들 보근씨와 그의 부인 김씨, 측근 송씨가 역할을 맡은 것으로 짐작된다. 

김씨는 대학의 부학장(2007년 7월13일∼2007년 10월4일)에 이어 2007년 10월5일부터 학장을 지냈다. 송씨는 정수학원의 사무국장(2004년 7월1일∼11월30일)과 대학의 기획실장을 겸직했다. 송씨는 2007년 8월27일 대학의 해외유학생 유치지사장으로 임용됐고, 2007년 10월5일부터 대학 기획실장을 겸했다. 송씨는 동아시아가스 사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


이들은 1심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형사1단독 이유형 판사는 2010년 5월13일 업무상 횡령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송씨와 보근씨는 각각 징역 8월과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 한보 은마아파트

2011년 항소심서도 김씨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송씨와 보근씨에 대해선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2013년 상고심서 김씨는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보근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카자흐스탄서 간호사 4명을 고용했다. 개인 간호 업무를 위해서였다. 그런데 간호사들은 임금을 제때 받지 못했다. 정 전 회장은 간호사들의 독촉이 있자 김씨와 당시 학장이었던 윤씨에게 대학 교비로 체불임금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김씨와 윤씨는 간호사 4명을 대학의 교직원이나 계약직, 일용직 직원으로 허위 채용했다. 김씨와 윤씨는 2007년 7월31일부터 2008년 2월15일까지 총 16회에 걸쳐 4200여만원의 교비를 급여명목으로 간호사들에게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국내-해외
도피 지원

정 전 회장은 대학 내 기관 산하에 기구를 설치, 도피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정 전 회장은 김씨와 윤씨에게 국제교류센터 산하 해외유치지사 설립을 지시했다. 국제교류센터는 외국 대학과의 교류를 목적으로 설치된 기관이다.

김씨는 2007년 7월23일 ‘카자흐스탄 내 대학과의 협약’을 명목으로 개인 계좌에 교비 2000만원을 송금받았다. 김씨는 이 돈을 다시 동생 명의 계좌로 전액 송금, 미화 2만달러로 환전해 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 김씨는 2007년 8월17일 같은 방법과 명목으로 920여만원을 정 전 회장에게 보냈다.

김씨는 2007년 9월20일 ‘협약 및 해외 유학생 유치’ 명목으로 자신의 명의 계좌에 교비 1250여만원을 송금받았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김씨는 이튿날 자금을 또 다른 자신의 계좌로 이체한 뒤, 보근씨의 개인 사무를 수행하는 A씨에게 송금하는 방법으로 개인적 용도에 사용했다. 김씨는 같은 방법을 이용, 2008년 1월4일 ‘학술교류협정 및 홍보활동’의 명목으로 1000만원을 타냈다.

송씨는 2007년 10월1일 ‘해외유학생 유치’ 명목으로 교비 995만원을 자신 명의의 계좌에 송금받았다. 송씨는 즉시 김씨 명의 계좌로 전액을 송금했다. 김씨는 이를 생활비 등 개인적 용도로 소비했다. 김씨는 같은 방법으로 3000만원을 더 챙겼다. 명목은 ‘국제교류협력’(1000만원)과 ‘해외지사 사무실 개소 비용’(2000만원)이었다. 각각 2007년 11월9일과 2008년 3월7일이었다.

학교 이용
자금 마련

2008년 1월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범죄인 인도 청구 협정’을 맺었다. 정 전 회장은 2008년 4월 카자흐스탄 인근에 위치한 키르기스스탄으로 거처를 옮겼다. 당시 키르기스스탄은 한국과 범죄인 인도 청구 협정을 맺지 않았다.


정 전 회장은 키르기스스탄서도 대학교를 통해 도피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보근씨가 개인적 용도를 위해 마련한 자금과 정 전 회장의 도피시기가 겹치기 때문이다.

김씨와 송씨는 보근씨의 개인적 용도에 사용할 자금을 교비로 마련했다. 김씨 등은 2008년 4월22일 ‘해외유치지사 운영’ 등의 명목으로 송씨 계좌로 교비 5000만원을 송금받았다.

송씨는 전액 현금으로 인출한 뒤 수차례에 걸쳐 보근씨의 개인 사무를 수행하는 B씨 명의 계좌로 송금했다. B씨는 다시 보근씨의 지시에 따라 해당 자금을 현금과 수표로 인출해 보근씨에게 전달했다. 송씨는 이 과정서 600만원을 학교에 반환했다. 결국 4400만원이 보근씨의 개인적 용도에 쓰였다.
 

▲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사남 정한근씨

<매일경제>서 입수한 키르기스스탄 법무부 발급 ‘법인 국가등록증명서’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2008년 3월18일 ‘정수’라는 이름의 유한회사를 세웠다. 회사 대표는 송씨였다.

교비로 자금 마련, 해외 활동 주목
검, 다각도 수사…관계자 조사 착수

키르기스스탄서 정 전 회장에게 월급을 받으며 근무했다고 주장하는 한 측근은 정수가 두 가지 역할을 수행했다고 전했다. ‘현지 비서실’과 ‘해외유학생 유치지사’였다. 측근은 정수가 금광 관련 정보 수집과 고위급 만남 주선 등을 맡았다고 했다. 한때 정 전 회장과 금광산업에 대한 소문이 돈 적 있다. 정 전 회장이 금광산업으로 재기를 꿈꾸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정수는 해외유학생 유치지사 역할을 한 것으로 비춰진다. 정 전 회장이 교비를 빼돌렸던 대학교는 2008년 3월20일 키르기스스탄의 한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두 대학은 협정식서 ‘교수 및 학생교류’를 약속했다.

현재 두 대학의 국외협정과 국제교류는 현재진행형이다. 이후 정 전 회장은 2010년 7월 에콰도르로 넘어갔다. 검찰이 확보한 정 전 회장의 위조여권에 그 기록이 있다. 

한편 검찰은 한근씨의 고교 동창이자 캐나다 시민권자인 유씨를 눈여겨보고 있다. 한근씨는 유씨의 도움으로 해외 영주권을 순차적으로 획득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 예세민 부장검사는 지난 26일 한근씨의 해외 도피를 도운 혐의로 유씨를 소환 조사했다. 유씨는 한근씨를 중앙아메리카 국가 벨리즈의 시민권자로 위장시켰다. 한근씨는 그 덕에 캐나다 영주권(2007년)을 시작으로 미국 영주권(2008년), 미국 시민권(2011년)을 차례로 따냈다.

여기? 저기?
흔적 추적

유씨는 한근씨에게 단순히 이름만 빌려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상정보도 제공해줬는데 해외 은닉재산 가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검찰은 유씨가 신분세탁 외에 한근씨의 현지 도피생활에 도움을 준 사실이 더 있는지 추가로 확인할 방침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보 은닉재산 끝까지 추적”

김현준 신임 국세청장은 지난 26일 국회 인사청문회서 “정 전 회장의 은닉재산을 추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청장은 “정 전 회장이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체납액 징수는 가능한 것이냐”는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김 청장은 “그분들이 해외에 주로 있다”며 “국내 재산을 철저히 환수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 청장은 “한근씨도 체납액이 300억원에 달하고 가산세를 포함하면 굉장한 액수를 탈세했다”는 같은 당 김정우 의원의 질의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국내 유관기관과 공조하고, 해외 과세 당국과 협조 체제를 가동해 체납액 징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이날 청문회서 “재산을 은닉하고 호화 생활을 하는 고액 체납자는 국민에게 박탈감을 야기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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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