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해프닝’ 태광그룹 이유 있는 항변

냉소와 조롱 섞인 공정위의 망신 주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김치와 와인은 어느새 태광그룹의 키워드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지시와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동일선상에 뒀다. 일각에선 공정위 조사를 다르게 해석한다. 성과 집착에 따른 기업 망신주기라는 해석이다. 상당한 파장의 사건인 만큼 결과를 두고도 온도차가 선명하다.
 

▲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태광그룹은 이른바 김치 해프닝으로 주목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이번 사태의 장본인으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지목했다. 이 전 회장은 경영 일선서 물러났다. 그러나 공정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경영기획실을 통해 사실상 그룹 경영을 주물렀다.

공정했을까

김치 해프닝의 중심에는 휘슬링락CC’가 있다. 휘슬링락CC는 고급 회원제 골프장이다. 휘슬링락CC2011년 개장했지만 줄곧 적자를 냈다. 휘슬링락CC20135티시스에 합병됐다. 티시스는 태광의 IT기업으로 총수 일가가 100% 소유한 회사다. 휘슬링락CC는 티시스 사업부로 편입됐다.

김기유 티시스 대표이사는 휘슬링락CC의 김치 제조와 계열사 판매를 계획했다. 휘슬링락CC김치 경력이 있었다. 휘슬링락CC는 골프장 휴장기에 김치를 생산했다. 주 고객은 휘슬링락CC 회원들이었으며 매출은 4억원 정도였다.

휘슬링락CC20144월 강원도 홍천군 소재 영농조합에 김치 제조를 위탁, 대량 생산에 나섰다. 당시 김 대표이사는 경영기획실장이었다. 김 대표이사는 김치 단가를 10kg19만원으로 일괄 결정했다. 19만원은 일반 거래가격에 비해 상당히 높은 값이었는데 당시 시중서 판매되는 배추김치는 10kg6만원 수준이었다.


김 대표이사는 태광 19개 계열사에 수량을 할당해 구매를 지시했다.

계열사들은 김치를 회사 비용으로 구매했다. 직원들의 복리후생비와 판촉비가 김치 구매 비용으로 쓰였다. 계열사들은 직원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김치를 지급했다. 일부 계열사들은 사내근로복지 기금에 손을 대기도 했다. 김치 구매 비용을 회사 손익에 반영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20157월 김치는 그룹 내부에 똬리를 틀었다. 계열사 운영 온라인쇼핑몰에 직원 전용 사이트 태광몰이 구축된 것이다. 태광은 임직원들에게 19만점의 김치 포인트를 지급하고, 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주소를 취합했다. 임직원들의 주소는 휘슬링락CC에게 전달됐다. 휘슬링락CC의 김치 배송이 완료되면 김치 포인트 19만점은 일괄 차감됐다.

매에 쓰인 포인트는 각 계열사의 복리후생비와 사내근로복지 기금서 비롯됐다. 계열사들은 이를 휘슬링락CC에게 일괄 지급했다.

정황 증거만으로 조사…무리하다는 지적도
이미 거론된 사안, 규모에 비해 수익 적어

김치 생산은 20169월경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되면서 중단됐다. 계열사들이 휘슬링락CC로부터 구매한 김치는 모두 512톤이 넘었으며 금액은 95억여원에 달했다. 휘슬링락CC 김치의 영업이익률(43.456.2%)은 식품업계 평균(35%)을 크게 웃돌았다.

이 전 회장은 김치뿐 아니라 와인도 계열사에 판매했다. 와인소매 유통 사업을 영위하는 메르뱅이 전면에 나섰다. 메르뱅은 총수 일가의 100% 출자 회사다. 태광 경영기획실은 계열사들에게 임직원 명절 선물 등으로 와인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계열사들은 임직원 선물 지급 기준을 개정했다.


이들은 복리후생비 등 회사 비용으로 메르뱅 와인을 구매, 임직원 등에게 지급했다.
 

고가의 김치와 와인을 판매한 휘슬링락CC와 메르뱅의 이익은 고스란히 이 전 회장의 일가에게 돌아갔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기업 가치 제고 후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우려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21억80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공정위는 이 전 회장과 김 대표이사를 포함해 계열사 19곳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일각에선 공정위가 정황증거만으로 특정인에 대해 고발 조치를 내렸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의 조사가 무리하다는 비판이다. 해당 사안은 지난 2016년과 2017년 국회 국정감사서 다뤄진 바 있는데 공정위가 불법을 포착했다면 이미 고발조치를 단행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태광의 지배구조 개선작업도 거론됐다. 태광은 2016년부터 20개월에 걸쳐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마무리했다. 이 전 회장은 이 과정서 1300억원의 개인지분을 무상증여하기도 했다. ‘일감 몰아주기 척결이라는 정부와 공정위의 자발적 개혁요구에 적극 호응하고 실천한 셈이다.

이 전 회장의 지시와 관여가 있었다는 공정위의 발표 역시 충돌 지점이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26개월 동안 김치 판매로 얻은 수익은 25억원 정도로 연간 10억원 규모다. 재계순위 40, 자산규모 9조원이 넘는 태광이 몇 십억 이익을 위해 이런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대목이다.

김치를 급여명목으로 지급했다는 공정위의 판단도 부딪힌다. 실제로 김치는 복리후생 차원으로 제공됐고, 복리후생비는 급여서 정상적으로 처리했다는 설명이다.

무리했을까

김치 기부에 대해서도 설왕설래다. 태광은 계열사를 통해 김치를 사회복지단체에 기부, 세금을 감면받아 논란이 있었다. 당시 태광 측은 필요한 단체가 있다고 해서 순수하게 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고 세금 혜택을 받는 것은 적법하다는 시각이다. 일반 직장인들이 연말정산서 기부금 세액공제를 받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호진은 지금

400억원대 횡령·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대법원서 실형을 확정받았다. 재판이 시작된 지 85개월여 만이다.


이 전 회장은 건강 등을 이유로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서 재판을 받아왔지만, 지난해 말 황제보석논란과 함께 구속 수감됐다.

대법원 1(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이날 징역 3년의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 전 회장은 조세포탈 혐의로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 벌금 6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는데 이 역시 확정됐다.

이 전 회장은 태광산업이 생산하는 섬유제품을 실제보다 적게 생산된 것으로 조작하거나 불량품을 폐기한 것처럼 꾸미는 이른바 무자료 거래로 총 421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2011년 재판에 넘겨진 이 전 회장은 그 과정서 법인세 93000여만원을 포탈한 혐의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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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