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노리는 KCGI 노림수

막기 전에 급소부터 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서막이 열렸다. KCGI는 한진칼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 2대 주주로 등극했다. KCGI는 최근까지 경영권 개입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한진그룹 내 악재가 매듭지어지지 못하는 가운데 KCGI의 공세는 확대되고 있다. 이들의 신경전은 결국 소송전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지난 3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 연차총회 최종 브리핑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취임 이후 첫 공식 행사이자 첫 기자간담회였다. 지난 4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 이후 그룹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아울러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의 개입 여부로 그룹의 정상궤도 안착에 관심이 쏠렸다. 

강성부 펀드
적극적 공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날 KCGI에 대해 “대주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한국형 행동주의 사모펀드’를 표방하는 KCGI는 지난해 말부터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지분을 야금야금 차지하고 있다.

KCGI를 이끌고 있는 강성부 KCGI 대표는 과거 LK투자파트너스를 설립해 투자 수익을 올리던 중 지난해 7월 독립, KCGI를 설립했다. 강 대표는 블라인드 펀드로 1300억원이 넘는 출자금을 모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KCGI는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면서 투자 배경에 대해 밝혔다.


KCGI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진칼은 대한항공과 진에어, 한진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회사”라며 “계열사들의 유휴자산 보유와 투자지연 등으로 매우 저평가돼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진칼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 기회도 매우 높다”며 “주요주주로서의 감시 및 견제 역할을 활발하게 수행할 경우 한진칼의 기업가치 증대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KCGI는 지난해 11월 장내매수를 통해 한진칼 지분의 9%를 확보, 2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을 단숨에 제쳤다. 이어 지난해 12월 한진칼 지분을 10.71%로 늘렸는데 한진칼의 핵심 자회사 한진으로 그 범위를 넓히기도 했다. 지난 1월엔 한진 지분 8.03%를 획득했고, 그 다음 달에 10.17%로 지분을 높였다.

KCGI는 지난 1월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공개 제안하는 등 본격적으로 고삐를 당기고 있다. KCGI는 한진칼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내세우는가 하면 대주주 일가 개인 차원의 비위 행위와 사익편취 행위, 상속세 절감 의혹, 계열사 지배 문제 등을 거리낌 없이 언급했다.

나아가 ‘회사에 대해 범죄행위를 저지르거나 회사의 평판을 실추시킨 자의 임원 취임 금지’를 거론하며 사실상 총수 일가를 정조준했다.

경영권 분쟁 서막? 기싸움 팽팽
꾸준히 지분 확보 적극 개입 의지

KCGI의 적극적인 행보와 함께 지난 3월 주주총회가 열렸다. 당시 KCGI는 한진칼 2대주주로서의 역할이 시험대에 올랐다.

당시 주총의 핵심 안건 중 하나는 ‘석태수 사내이사 사장 재선임’이었는데 KCGI는 석 사장의 연임을 반대했다. 석 사장이 한진해운 파산 등과 관련해 그룹을 위기에 빠트렸다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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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석 사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면 더 투명한 책임경영을 통해서 회사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주주들에게 호소했다.

반면 주총에 참여했던 신민석 KCGI 부대표는 “한진해운 사태 당시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한진칼 사내이사로 한진해운 지원을 위해 상표권을 인수해 한진칼 주주 이익을 훼손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KCGI는 석 사장의 재선임 반대를 분명히 했지만 결과는 찬성 65.46%로 결국 재선임됐다. 석 사장 안건 외에도 재무제표 승인 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혔지만 관철시키지 못했고 주총은 KCGI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KCGI는 이후 한진칼 보유 지분을 늘렸으며 지난 4월 14.84%에 이어 지난달 15.98%의 지분을 추가로 획득했다. 또 지분을 최대주주 고 조 전 회장(17.84%)과 2%포인트 내로 좁혔다.

KCGI는 한진칼 지분을 15.98%로 늘리면서 “‘승계 및 특수상황 부문’과 ‘글로벌 부문’을 신규사업 부문으로 신설했다”고 밝혔다. KCGI의 사업 신설은 한진칼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다.

지분 확대
관철 의지

KCGI는 승계 및 특수상황 부문에 대해 “기업의 성공적 승계와 특수상황서 주주와 기업은 물론, 경영자와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 공동의 문제해결서 발생하는 투자기회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칼이 마주한 승계과정 등에서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글로벌 부문에 대해선 ‘신규 해외투자기관 발굴’과 ‘이를 통한 투자자 유치 업무 담당’이라고 소개했다.

KCGI는 5개의 계열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SPC)인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중심으로 유한회사 엠마홀딩스, 유한회사 디니즈홀딩스, 유한회사 캐롤라인홀딩스, 유한회사 베티홀딩스가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다. 5개 계열사의 출자금은 각각 ‘KCGI 제1호(의 2∼5호) 사모투자합자회사’서 비롯됐다.

지분 15.98%를 달성하면서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공정거래법 제12조에 따르면 상장사 주식 15% 이상(비상장사 주식은 20%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기업결합신고’를 해야 한다. 기업결합신고란 2개의 기업이 1개의 기업으로 합병되거나 별개인 2개의 기업 가운데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의 주식을 취득해 실질적으로 경영을 지배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신고하는 것을 말한다.

독과점 등 시장경제 왜곡 여부에 대해 심사를 받는 것이다.
 

▲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인 회사가 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이 300억원 이상인 기업의 주식을 취득할 때 기업결합신고를 해야 한다. 그 반대의 경우(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이 300억원 이상인 회사가 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인 기업의 주식을 취득할 때)도 해당된다.

KCGI가 기업결합신고를 하게 된다면 투자자를 공개해야 한다. 심사 과정서 자금출처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는 소수 투자자로 구성된 만큼 당사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 투자자 공개 시 한진칼의 접촉 여부도 KCGI에겐 리스크로 통한다. 한진칼서 투자자들을 우호세력으로 확보하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금…
상속세…

KCGI가 지분 확보를 계속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미 1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만큼 물러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수익 면에서도 나쁘지 않다. 한진칼 주가는 KCGI의 역할과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상승세를 탔다. 고 조 전 회장 사망 전 한진칼 주가는 2만원대 수준이었지만 이후 4만원대를 기록했다. 주가가 상승하면서 수익도 상승했다.

KCGI는 한진칼 경영권 개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난 4일 한진칼 공시에 따르면 그레이홀딩스는 지난달 29일 ‘검사인 선임’을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청했다. 고 조 전 회장의 퇴직금 및 퇴직위로금 지급 관련 규정에 대해 주주총회, 이사회 결의가 이뤄졌는지 검사인 선임을 통해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KCGI가 소송을 제기한 까닭은 총수 일가의 상속세 마련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다. 상속세는 상속개시일(사망일) 전후 각각 두 달 동안의 주가를 기준으로 부과된다. 고 조 전 회장의 별세(4월8일)를 기준으로 한다면 상속세는 2월9일서 6월7일까지 한진칼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부과된다.

고 조 전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을 한진 일가는 상속세 마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브리핑서 상속세와 관련해 “제가 이런 언급을 하면 주가에 반영될까 조심스럽다”며 답변을 피한 바 있다. 주가가 상승할수록 상속세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KCGI는 고 조 전 회장의 퇴직금이 한진 일가의 상속세 조달 방안으로 판단, 제동을 걸고자 한다는 분석이다.


고 조 전 회장은 한진칼, 대한항공, 한진 등 5개 계열사서 총 107억1815만원의 보수를 받았고, 대한항공은 그에게 400억원대의 퇴직금을 지급했다. 위로금은 유족의 뜻에 따라 별도로 지급하지 않았다.

주식 15% 넘겨…추가 매입 관심
소송전 불사 ‘본게임 시작됐다’

한진그룹 측은 “고 조 전 회장의 퇴직금 및 퇴직 위로금과 조 회장 선임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레이스홀딩스는 조 회장 선임이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 공정위에 제출한 동일인 변경 신청서에 한진칼이 조 회장을 ‘회장’으로 기재했는지 여부도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한진칼은 “KCGI의 요구와 관련해 추후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사진 왼쪽)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KCGI의 경영권 위협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진 일가의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진그룹은 지난달 공정위의 동일인(총수) 지명을 두고 가족 간 갈등을 노출했다. ‘총수를 누구로 할지’를 두고 조 회장을 비롯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이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 것이다. 결국 공정위는 직권으로 조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조 회장은 국제항공운송협회 브리핑서 상속 지분 문제에 대해 “가족들과도 많이 협의하고 있고 합의가 완료됐다고 말씀은 못 드리지만 지금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며 가족 간 갈등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안팎서 흔들리는 한진그룹을 상대로 KCGI는 전열을 가다듬는 모양새다. 지난 3월 주주총회 이후 2라운드 돌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내우외환
흔들흔들

조 회장은 국제항공운송협회 브리핑 당시 KCGI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 “KCGI와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최근에 만난 것은 없다”며 “(회사가)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작년으로 알고 있다”며 “KCGI가 제게 만나자고 연락을 해온 적은 없으며, 연락이 와도 주주로서 만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후 KCGI의 소송 제기로 당분간 긴장된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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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