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노심초사 기업들

나비효과일까, 찻잔 속 태풍일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대법원의 엄격한 신의칙 적용으로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법원은 통상임금 관련 소송서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이 포함된다고 해서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최근 한진중공업 역시 같은 맥락의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서 판결이 잇따라 뒤집히면서 통상임금 소송을 관통하고 있는 기업들도 덩달아 긴장하는 모양새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이 첨예하게 맞붙고 있는 형국이다. 단초는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정기상여금이 정기성과 일률성 그리고 고정성의 3가지 조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통상임금은 시급·일급·월급 등 그 명칭과 무관하게 근로자들이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노동의 대가로 받는 금액이다.

통상임금
신의성실

통상임금은 각종 수당의 기준이 된다. 퇴직금과 해고예고수당, 휴업수당, 연장수당, 야간 및 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등이 해당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서 기준금액의 범위가 확대, 각종 수당이 오르게 됐다. 사용자 측에선 임금 상승으로 인한 부작용을 강조한다. 인건비가 증가하면서 고용과 수출이 감소하고,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것이 골자다. 반대로 노동자 측은 노동자의 권리자 정당한 임금을 확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대법원 판결을 이구동성으로 환영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연맹(이하 경총)과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기업의 부담을 지적했다.


다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회사의 경영 상황’과 ‘노사 간의 합의’ 등을 언급하며 신의칙도 덧붙였다. 신의칙은 권리의무의 양 당사자가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는 데 있어 ‘신의’와 ‘성실’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민법 제2조 1항의 원칙이다.
 

즉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되더라도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면 추가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고(회사의 경영 상황), 기존 노사합의에 반해 통상임금의 증대를 이유로 추가수당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노사 간의 합의).

최근 대법원은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 신의칙을 기업의 경영 상태와 비교해 사실상 배제하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이후 판결들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해봤을 때 쉽게 간과하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대법원, 신의칙 배제…재계 당혹
1·2심 판결, 대법원서 파기 환송

대법원은 지난 2월14일 인천 시영운수 노동자 22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서 원고 승소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시영운수 노동자들은 지난 2013년 3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단체협약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기상여금까지 포함한 임금 차액 지급을 요구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강행규정보다 신의칙을 우선해 적용할 것인지를 판단할 때는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해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등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기업 사정의 변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자 측 청구액은 회사의 연간 매출액의 2∼4%로 2013년 총 인건비의 5∼10%에 불과하다는 점 ▲회사가 2009년부터 5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고, 꾸준한 당기순이익이 발생하고 있으며, 매출액도 증가하고 있는 점 ▲버스준공영제의 적용을 받고 있는 점 등을 들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지난 3일 대법원은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상대로 제기된 통상임금 소송서도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이날 한진중공업 소속 노동자 36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서 ‘미지급 법정수당 청구가 신의칙에 반한다’는 원심 판결을 깨고 파기환송했다.

회사 안정성
경영상 어려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지난 2012년 8월 단체협약서 정한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되기 때문에 법정수당을 다시 계산, 차액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있었던 시영운수 상황과 맞닿아 있다.

대법원은 이날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추가로 법정수당을 지급하더라도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회사 추가 부담 법정수당은 연 매출액의 0.1%에 불과한 점 ▲매년 회사가 지출하는 인건비의 0.3% 정도인 점을 들었다.

앞서 1심과 2심에선 한진중공업이 법정수당을 추가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봤다. 당시 1·2심은 “장기적 경영난 상태에 있는 회사가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지출을 하게 돼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서울경제>에 따르면 대법원의 판결문에는 오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한진중공업의 연 매출액을 5조∼6조원이라고 설명했지만 한진중공업은 지난 2008년부터 최근까지 매출 4조원을 넘긴 적이 없다. 또 5조∼6조원의 0.1%를 회사의 추가 부담 법정수당으로 봤지만 수치상 0.1%가 아닌 0.01%다. 이에 대법원은 “대법관 직권으로 판결 결정을 할 것”이라며 “숫자가 달라져도 결론은 같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같은 날 예산교통 소속 노동자가 제기한 소송서도 비슷한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예산교통의 통상임금소송 상고심서 원고 승소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경영 상황
추가 수당

예산교통의 경우 단체협약으로 퇴직금 산정기준을 통상임금이 아닌 평균임금으로 정했다. 보통 평균임금은 통상임금보다 낮게 책정된다. 1·2심은 예산교통 노동자들이 적법한 기준보다 낮은 수준의 퇴직금을 받은 점을 인정, 바로 잡으라고 판시했다. 다만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퇴직금을 올리는 것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다. 신의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와 다르게 봤다. 대법원은 이전 판결과 비슷하게 통상임금 범위의 확대로 인한 추가 법정수당이 회사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보지 않았다. 대법원은 ▲노동자 측의 추가 퇴직금 청구액이 회사의 연 매출액의 0.9%, 자본금의 6.7%에 불과하다는 점 ▲수년간 영업 손실과 당기순손실 상태였지만 손실액 상당의 보조금을 받아온 점 ▲회사가 추가 부담 퇴직금 규모를 증명하지 못하고, 노동자의 주장이 신의칙 위반이라고만 주장하는 점 등을 들었다.
 

대법원의 판결이 신의칙을 배제하면서 비슷한 소송을 치르고 있는 기업들에게 눈길이 쏠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두산(모트롤) ▲금호타이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1심서 패소(신의칙 부정)했지만 2심서 승소(신의칙 인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시아나항공 등은 1·2심을 거쳐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시영운수와 한진중공업의 경우 1·2심서 모두 신의칙을 인정받은 뒤 대법원 판결로 상황이 역전됐다.


한진중공업 외 다수 기업 대기 중
사용·노동자 측, 판결 입장 극명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2017년 통상임금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기업 중 25개 기업이 모두 패소하면, 8조3673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또 통상임금 소송으로 예상되는 피해로 대부분 ‘예측하지 못한 과도한 인건비 발생’을 꼽았다고 전했다.

경총은 지난 3월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서 ‘최근 통상임금 신의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시영운수의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뒤였다. 경총은 이날 “기업 경영은 법률적 잣대로 재단할 수 없는 성격의 문제”라며 “최근 재판부가 근로자에 대한 보호만을 강조해 노사합의 파기를 용인하고, 약속에 대한 신뢰 훼손을 방치하는 것은 결코 미래지향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통상임금 문제는 과거 정부 지침과 관행에 의거한 노사 간의 자율적인 합의가 존재했다면, 그 자체로 약속에 대한 신뢰를 인정하고 기존 노사 합의에 따라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신뢰 훼손? 
권익 보호?

한노총은 시영운수 대법원 판결 직후 성명서를 통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신의칙을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보다 우선시한다면 최저근로기준을 정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가 무력화돼 사회·경제적 약자인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상임금을 둘러싼 소송으로 노사 간 분쟁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연장수당, 휴일근로수당 등 변동적 성격의 임금을 제외한 고정적 성격의 모든 임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도록 정부와 국회가 법제도를 정비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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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