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노심초사 기업들

나비효과일까, 찻잔 속 태풍일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대법원의 엄격한 신의칙 적용으로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법원은 통상임금 관련 소송서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이 포함된다고 해서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최근 한진중공업 역시 같은 맥락의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서 판결이 잇따라 뒤집히면서 통상임금 소송을 관통하고 있는 기업들도 덩달아 긴장하는 모양새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이 첨예하게 맞붙고 있는 형국이다. 단초는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정기상여금이 정기성과 일률성 그리고 고정성의 3가지 조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통상임금은 시급·일급·월급 등 그 명칭과 무관하게 근로자들이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노동의 대가로 받는 금액이다.

통상임금
신의성실

통상임금은 각종 수당의 기준이 된다. 퇴직금과 해고예고수당, 휴업수당, 연장수당, 야간 및 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등이 해당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서 기준금액의 범위가 확대, 각종 수당이 오르게 됐다. 사용자 측에선 임금 상승으로 인한 부작용을 강조한다. 인건비가 증가하면서 고용과 수출이 감소하고,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것이 골자다. 반대로 노동자 측은 노동자의 권리자 정당한 임금을 확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대법원 판결을 이구동성으로 환영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연맹(이하 경총)과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기업의 부담을 지적했다.


다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회사의 경영 상황’과 ‘노사 간의 합의’ 등을 언급하며 신의칙도 덧붙였다. 신의칙은 권리의무의 양 당사자가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는 데 있어 ‘신의’와 ‘성실’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민법 제2조 1항의 원칙이다.
 

즉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되더라도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면 추가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고(회사의 경영 상황), 기존 노사합의에 반해 통상임금의 증대를 이유로 추가수당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노사 간의 합의).

최근 대법원은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 신의칙을 기업의 경영 상태와 비교해 사실상 배제하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이후 판결들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해봤을 때 쉽게 간과하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대법원, 신의칙 배제…재계 당혹
1·2심 판결, 대법원서 파기 환송

대법원은 지난 2월14일 인천 시영운수 노동자 22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서 원고 승소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시영운수 노동자들은 지난 2013년 3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단체협약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기상여금까지 포함한 임금 차액 지급을 요구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강행규정보다 신의칙을 우선해 적용할 것인지를 판단할 때는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해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등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기업 사정의 변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자 측 청구액은 회사의 연간 매출액의 2∼4%로 2013년 총 인건비의 5∼10%에 불과하다는 점 ▲회사가 2009년부터 5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고, 꾸준한 당기순이익이 발생하고 있으며, 매출액도 증가하고 있는 점 ▲버스준공영제의 적용을 받고 있는 점 등을 들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지난 3일 대법원은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상대로 제기된 통상임금 소송서도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이날 한진중공업 소속 노동자 36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서 ‘미지급 법정수당 청구가 신의칙에 반한다’는 원심 판결을 깨고 파기환송했다.

회사 안정성
경영상 어려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지난 2012년 8월 단체협약서 정한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되기 때문에 법정수당을 다시 계산, 차액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있었던 시영운수 상황과 맞닿아 있다.

대법원은 이날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추가로 법정수당을 지급하더라도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회사 추가 부담 법정수당은 연 매출액의 0.1%에 불과한 점 ▲매년 회사가 지출하는 인건비의 0.3% 정도인 점을 들었다.

앞서 1심과 2심에선 한진중공업이 법정수당을 추가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봤다. 당시 1·2심은 “장기적 경영난 상태에 있는 회사가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지출을 하게 돼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서울경제>에 따르면 대법원의 판결문에는 오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한진중공업의 연 매출액을 5조∼6조원이라고 설명했지만 한진중공업은 지난 2008년부터 최근까지 매출 4조원을 넘긴 적이 없다. 또 5조∼6조원의 0.1%를 회사의 추가 부담 법정수당으로 봤지만 수치상 0.1%가 아닌 0.01%다. 이에 대법원은 “대법관 직권으로 판결 결정을 할 것”이라며 “숫자가 달라져도 결론은 같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같은 날 예산교통 소속 노동자가 제기한 소송서도 비슷한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예산교통의 통상임금소송 상고심서 원고 승소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경영 상황
추가 수당

예산교통의 경우 단체협약으로 퇴직금 산정기준을 통상임금이 아닌 평균임금으로 정했다. 보통 평균임금은 통상임금보다 낮게 책정된다. 1·2심은 예산교통 노동자들이 적법한 기준보다 낮은 수준의 퇴직금을 받은 점을 인정, 바로 잡으라고 판시했다. 다만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퇴직금을 올리는 것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다. 신의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와 다르게 봤다. 대법원은 이전 판결과 비슷하게 통상임금 범위의 확대로 인한 추가 법정수당이 회사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보지 않았다. 대법원은 ▲노동자 측의 추가 퇴직금 청구액이 회사의 연 매출액의 0.9%, 자본금의 6.7%에 불과하다는 점 ▲수년간 영업 손실과 당기순손실 상태였지만 손실액 상당의 보조금을 받아온 점 ▲회사가 추가 부담 퇴직금 규모를 증명하지 못하고, 노동자의 주장이 신의칙 위반이라고만 주장하는 점 등을 들었다.
 

대법원의 판결이 신의칙을 배제하면서 비슷한 소송을 치르고 있는 기업들에게 눈길이 쏠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두산(모트롤) ▲금호타이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1심서 패소(신의칙 부정)했지만 2심서 승소(신의칙 인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시아나항공 등은 1·2심을 거쳐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시영운수와 한진중공업의 경우 1·2심서 모두 신의칙을 인정받은 뒤 대법원 판결로 상황이 역전됐다.


한진중공업 외 다수 기업 대기 중
사용·노동자 측, 판결 입장 극명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2017년 통상임금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기업 중 25개 기업이 모두 패소하면, 8조3673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또 통상임금 소송으로 예상되는 피해로 대부분 ‘예측하지 못한 과도한 인건비 발생’을 꼽았다고 전했다.

경총은 지난 3월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서 ‘최근 통상임금 신의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시영운수의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뒤였다. 경총은 이날 “기업 경영은 법률적 잣대로 재단할 수 없는 성격의 문제”라며 “최근 재판부가 근로자에 대한 보호만을 강조해 노사합의 파기를 용인하고, 약속에 대한 신뢰 훼손을 방치하는 것은 결코 미래지향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통상임금 문제는 과거 정부 지침과 관행에 의거한 노사 간의 자율적인 합의가 존재했다면, 그 자체로 약속에 대한 신뢰를 인정하고 기존 노사 합의에 따라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신뢰 훼손? 
권익 보호?

한노총은 시영운수 대법원 판결 직후 성명서를 통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신의칙을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보다 우선시한다면 최저근로기준을 정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가 무력화돼 사회·경제적 약자인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상임금을 둘러싼 소송으로 노사 간 분쟁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연장수당, 휴일근로수당 등 변동적 성격의 임금을 제외한 고정적 성격의 모든 임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도록 정부와 국회가 법제도를 정비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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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