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품시장의 급격한 변화 바람<집중취재>

골퍼들이 진정 원하는 용품은 바로 이것!

지난해 골프용품업계는 연초부터 시작된 ‘드라이버 헤드 대형화 추세’와 ‘커스텀 피팅클럽의 제작’ 그리고 ‘금융위기로 말미암은 경기침체가 가져온 변화’ 이렇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 2009년 골프용품의 판도를 취재했다.


400cc를 넘어서는 대용량 헤드의 드라이버가 나온 것은 재작년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초부터 각 브랜드별로 앞 다투어 400cc를 넘어서 460cc 헤드의 드라이버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한국의 맥켄리가 독자 개발에 성공, 시판했던 420cc 드라이버 슈퍼텍21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최초로 업계에 등장한 대용량 드라이버였다. 슈퍼텍21은 지난 한 해 동안 골프업계에 큰 돌풍을 일으켰고 올해 그 열풍이 전 세계로 확산된 것이다.
대용량 드라이버는 단순히 헤드 부피만 증가시킨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부피가 커진 만큼 전체적인 클럽의 중량과 길이 그리고 헤드가 커지면서 동반하는 여러 문제점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클럽 메이커들은 대용량 드라이버의 유무로 그 메이커의 ‘기술력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신종 잣대’로까지 인식하기도 했다.
대형 드라이버와 함께 커스텀 피팅 클럽의 제작도 눈여겨볼 만하다. 골프장비의 피팅이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용품 업체들이 피팅을 마케팅 활동의 주요 수단으로 삼으면서부터다.
용품 업체들이 병행품과의 차별을 위해 다양한 제품스펙과 커스텀 피팅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골퍼들 사이에도 피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피팅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카페까지 등장했고 수천 명의 회원이 정보를 나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는 헤드의 카트리지 조절을 통해 탄도를 바꾸고 샤프트도 원하는 대로 갈아 끼우는 이른바 ‘내 맘대로’ 골프클럽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대형회사들이 속속 피팅 시장에 진출하고 있고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시장반응도 좋은 편이다. 종전에는 자신에게 맞는 골프클럽을 찾으려면 여러 채를 휘둘러봐야 하고 사용할 수 있는 클럽의 수에도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맞춤 테스트용 클럽이 출시되면서 한자리에서 엄청나게 많은 조합을 마련해 고객에게 적용할 수 있다.
특기할 만한 점은 각 브랜드들에서 한국시장을 이전보다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골프 인구 증가와 함께 골프용품 시장 규모도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
대한골프협회와 경희대학교 골프산업연구소가 공동으로 시행한 ‘한국의 골프 지표’에 따르면 국내 골프 인구는 약 275만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사람 10명 중 1명은 골프채를 잡아봤다는 얘기다. 골프인구와 그 증가세를 보면 놀랍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우리 주변에 골프가 확산되고 있다.

기술력 수준 가늠 신종 잣대 대용량 드라이버 유무 각광
용품업체들… 피팅을 마케팅 활동의 주요 수단으로 삼아


이에 클럽 생산 업체인 켈러웨이와 테일러 메이드 등은 일본에서 한ㆍ중ㆍ일 등 아시아 고객의 취향과 신체구조에 맞는 아시안 스펙을 제작, 판매에 나서고 있다.
이들 업체에 한국은 미국과 일본에 이은 3번째 큰 시장(단일국가 기준)이다. 한국은 전체 매출의 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시장은 미국과 일본시장이 정체상태에 들어간 것과는 달리 매년 15% 이상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한국의 소비자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고 한편에서는 신제품 출시를 한국에서 먼저 하는 이유도 한국에서의 성공 여부가 세계적인 흥행의 척도가 되기 때문이란 말을 한다. 신제품을 출시하면 한국으로 개발자들이 방문, 제품에 대한 홍보에 참여하고 각종 이벤트를 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급격한 성장세가 주춤하게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발 금융 위기가 가져온 경기침체 분위기 속에 한 푼이라도 저렴하게 클럽을 사려는 알뜰 골퍼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중고 클럽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고 클럽 시장은 약 4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일본 시장에 비하면 아직 그 규모가 1/10 정도밖에 되지 않을 만큼 작은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고 클럽에 대한 골퍼들의 인식이 조금씩 변하면서 중고 클럽을 찾는 골퍼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일본 브랜드 등의 중고 클럽 전문 수입상이 늘어나면서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지는 추세다.
중고 시장이 커짐에 따라 손쉽게 사고팔 수 있게 되면서 일본 제품이나 아시안 스펙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초기 구입비는 미주지역 제품(US 스펙)보다 많이 들지만 안정적인 가격대를 유지하기에 수업비(감가상각비)를 덜 물게 되는 것이다.
한편 수입 골프채 판매업체들이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게 올려 밀약해오다 결국 11억원의 과징금을 징수 받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11월1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11월5일 판매가격을 밀약해 물의를 빚은 바 있는 5개 유명골프용품 독점수입업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11억1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한 재판매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리점에게 도매를 금지한 행위(소위 ‘중도매 금지’)에 대해서도 시정명령을 하도록 권고했다. 이들 업체는 비슷한 스펙대에서도 미국에서 직접 판매되는 제품(US 스펙)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Asian 스펙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점에 착안해 이 같은 수법을 감행해 왔다.

골프용품 판매 시장에 관행화되어 있던 독점수입업체의 재판매 가격유지 행위가 근절됨으로써 대리점 간 치열한 가격경쟁과 함께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가격의 인하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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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