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됐다. 문재인정부의 3·8개각으로 장관 후보에 오른 인사들은 진땀을 흘렸다. 눈길이 가는 곳은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 대통령은 국회의 거부가 있더라도 장관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이미 문 대통령은 1기 내각서 정면 돌파를 시도한 바 있다. 당시 정국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후보자들의 임명 여부와 함께 벌써부터 묘한 긴장감이 맴돈다.
지난 27일을 끝으로 인사청문회 일정이 모두 종료됐다. 3일 동안 진행된 청문회서 여야의 기싸움은 팽팽했다. 야당은 송곳 검증을 예고했고, 여당은 정치공세 방지에 집중했다. 김창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후보자는 국회의 검증을 무난히 통과했다. 본무대는 장관 후보자 7인의 청문회.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지난 25일 최정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청문회의 시계가 돌아갔다.
반복
최 후보자는 투기 관련 지역 내 다주택 보유와 꼼수 증여 논란에 휩싸였다. 문재인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국토부장관이 해당 분야를 총괄하는 만큼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야당의 공세는 물론 여당 내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시민사회단체의 최 후보자 임명 반대 성명도 가시적이었다.
이튿날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 문성혁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열렸다. 김 후보자는 세 후보자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청문회 전부터 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들이 비교적 선명했던 까닭이다. 김 후보자는 막말 논란과 말 바꾸기, 다운계약서 작성 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반면 여당은 김 후보자를 ‘천연 다이아몬드’라 일컬으며 옹호에 나섰다.
문 후보자는 장남 특혜 채용 의혹과 자녀 위장전입으로 비판을 받았다. 박 후보자는 CJ 사외이사 재직으로 인한 이해관계 충돌과 관련된 논란을 야기했다. 또한 청문회 하루 전 자녀들의 증여세인 6500만원의 세금을 늑장 납부해 비판을 받았다.
청문회 마지막 날에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와 진영 행정안전부장관 후보자,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후보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엇보다도 박 후보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는데 그는 과거 청문위원 시절에 ‘저격수’와 ‘낙마왕’으로 불린 바 있다. 그러나 청문회는 박 후보자의 자료제출 부실 논란을 시작으로 고성과 막말을 거쳐 파행으로 일단락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의 불성실한 태도를 문제 삼고 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진 후보자는 자신의 지역구에 분양권을 매입해 1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거둔 전력이 드러났다.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진 후보자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면서도 “시세차익을 봤다는 것에 대해서는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장관 후보 7인, 모두 도마 위에
전원 임명은 역풍…문의 결정은?
조 후보자는 외유성 출장과 자녀의 호화 유학에 대해서 사과했다. 또 조 후보자의 답변 태도를 두고 야당을 비롯해 여당서도 질타의 목소리가 나왔다.
인사청문보고서의 채택 과정서도 청문회가 순탄치 않음이 드러났다. 청문보고서는 청문회 첫날부터 불발됐다. 최 후보자를 비롯해 문 후보자와 문체부 박 후보자, 진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연기됐다.
야당은 김 후보자에 대한 자진사퇴를 요구했고, 박 후보자의 청문회를 보이콧하는 등 파행이 거듭됐다. 조 후보자 역시 가시밭길에 놓였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1일 조 후보자와 최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청문회 밖에서도 분위기는 격화됐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국회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서 “인사청문회를 오로지 국정 발목잡기로 악용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이번 인사는 국민 무시, 국정 포기 인사”라며 “청문회를 해보니 범법자 수준의 함량 미달 후보만 내놨다”고 쏘아붙였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될 경우, 대통령은 10일 안에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또 대통령은 국회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후보자들의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1기 내각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등 8명의 장관급 인사에 대해 임명을 강행한 바 있다. 이후 정국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당장 ‘인사청문 무용론’이 나오는 것은 문 대통령에게 적잖은 부담이다. 장관 후보자 7인의 임명은 정국의 실타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서 “인사청문회 제도에 대해 반드시 시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역시 이날 국회 의원총회서 “진정으로 각종 정책서 성과를 내고 싶다면 문제가 되는 인사들을 과감히 임명 철회하는 등 결자해지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용론
문 대통령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정국경색’은 최근까지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선거제 패스트트랙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굵직한 사안들이 국회서 교차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김학의 사건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당은 이에 맞서 드루킹 특검과 함께 무소속 손혜원 의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등을 언급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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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조동호 치고 김연철 품는다?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지난 27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서 열린 과기정통부 장관 청문회서 조동호 후보자에게 “청와대가 지명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느냐”고 물었다. 조 후보자는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제보에 따르면 과학계 인사가 청와대 고위층으로부터 장관직을 제안받고 고사했다고 한다”며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 코드에 맞는 후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조 후보자를 희생시키려 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31일 조 후보자를 지명 철회했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