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보는 총선 ‘빅5’ 최대 격전지

지키려는 자 뺏으려는 자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총선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다. 총선까지 1년 정도 남았지만 정치권의 움직임은 가빠지는 모양새다. 국회는 총선 모드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공천 시스템을 손보기 시작했다. 출마 예정자들은 벌써부터 지역구를 특정하며 열을 올리고 있다. <일요시사>는 차기 총선서 격전지가 될 만한 지역구를 선정해봤다.
 

▲ (사진 왼쪽부터)오세훈 전 서울시장, 진성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허영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 송인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여야는 차기 총선서 치열한 대결을 펼치게 된다. 이번 총선은 정국 주도권과 문재인정부의 국정동력, 집권 여부 등과 맞닿아 있다. 여야 모두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는 승부다. 출마 예정자 간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공공연히 상대를 지목하는가 하면 천천히 기회를 엿보는 경우까지 그 양상은 다양하다. 지난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재도전에 나선 이들도 있다. 2020년 4·15총선을 뜨겁게 달굴 지역은 어디일까.

[서울 광진구을]
추미애 vs 오세훈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으로 복당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의 대결 가능성은 선명하다. 오 전 시장은 지난해 11월 ‘험지 출마’를 예고했다. 오 전 시장은 추 전 대표의 지역구인 광진을을 지목했다. 추 전 대표는 광진을서만 내리 5선에 성공했다.

한국당은 지난 1월 오 전 시장을 광진을 조직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오 전 시장은 전당대회에 출마해 존재감을 드러낸 뒤 광진을 출마를 공식화했다. 오 전 시장은 한국당 전대 이튿날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제 지역구 광진을로 돌아가 최선을 다하겠다”며 “서울 시내서 지역구가 생긴 이래 단 한 번도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던 유일한 지역서 당선되는 것만이 나라와 당을 위한 충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추 전 대표와 오 전 시장은 한 차례 신경전을 벌였다. 추 전 대표는 지난 1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추미애 TV’에 출연, “미국 정부는 기존의 강경한 대북전략 때문에 한반도에 핵보유국이 생겼고, 결과적으로 그 전략은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핵과 관련 없는 징벌적 제재에 한해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추 전 대표의 주장은 참으로 기가 막힌다”며 “북한의 주장만을 대변하고 있는 정부여당에게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더 이상 맡길 수 없음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 강서구을]
김성태 vs 진성준

한국당 김성태 의원과 진성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만남은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지난 총선서 강서을을 두고 맞붙은 바 있다. 진 전 부시장은 민주당 소속으로 강서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김 의원을 넘어서지 못했다. 당시 표차는 7.36%였다. 김 의원은 이 승리로 강서을서만 내리 3선을 지내고 있다.

진 전 부시장은 지난달 25일 총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진 전 부시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저는 2020년 4월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총선서 강서을에 출마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적절한 시점에 서울시 정무부시장직을 사직하고 당과 지역에 복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선거 모드, 치열한 신경전
오, 광진을 겨냥…상대는 5선 추

김 의원과 진 전 부시장은 이미 지난해 말 한 차례 충돌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19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한 것을 두고 “대통령병 환자가 아닌 이상 한때는 서민체험 한다고 옥탑방에 올라가더니 이제는 노조집회에 나가서 문재인정부와 다르다고 외치는 모양새가 너무 노골적”이라고 비판했다.

진 전 부시장은 이튿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한 인터뷰서 “들개를 자처하더니 정말로 분별없이 아무 것이나 물어뜯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다가는 끝내 자기 살을 물어뜯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산 해운대구갑]
하태경 vs 유영민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이른바 3·8개각과 함께 임기를 마쳤다. 유 전 장관은 현재 민주당 해운대갑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유 전 장관은 내년 총선서 해운대갑에 출마할 공산이 큰 유 전 장관은 지역서 출마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 ⓒ픽사베이

현재 해운대갑은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하태경 의원의 지역구다. 하 의원은 지난 1월 바미당 해운대갑 지역위원장에 임명됐다. 하 의원과 유 전 장관은 지난 총선서 해운대갑을 두고 선거를 치렀다.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유 전 장관은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후보였던 하 의원에게 패배했다. 표차는 10.75%. 하 의원은 지난 총선의 승리로 해운대구서 재선 의원이 됐다.

하 의원과 유 전 장관 모두 현재 상황에서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하 의원이 몸담고 있는 바미당은 지난 6·13지방선거서 완패한 이후, 9개월 가까이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바미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답보상태고, 당내 노선 갈등은 봉합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당이 30%대의 지지율을 확보한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PK지역 민심의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민주당과 문 대통령을 향한 PK 지지율은 예전 같지 못하다. 한때 PK지역서 불었던 민주당 바람은 그 기세가 약화됐다.

[강원 춘천시]
김진태 vs 허영

춘천시는 이번 총선서 뜨거운 선거구가 될 전망이다. 춘천은 한국당 김진태 의원의 지역구다. 김 의원은 춘천의 재선 의원이다. 김 의원은 5·18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의원의 망언에 춘천 지역 주민들은 ‘김진태 퇴출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춘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18일 오전 춘천시청 앞에서 ‘춘천망신 김진태 추방, 범시민운동본부 결성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단체는 이날 “춘천시민들을 한없이 수치스럽게 만들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5·18과 김진태, 춘천 민심 주목↑
양산서만 4수…송인배 행보 관심

민주당 허영 강원도당위원장은 지난달 21일 김 의원을 대신해 사과한다며 춘천 시민 앞에 무릎을 꿇었다. 허 위원장은 이날 “춘천 지역을 책임지는 정치인이기에 저라도 대신 사죄한 것”이라고 밝혔다. 허 위원장은 민주당 춘천시 지역위원장 역임 중 지난해 8월 강원도당위원장 선거서 당선됐다.

김 의원과 허 위원장은 지난 총선서 격돌한 바 있다. 김 의원은 허 위원장을 상대로 승리했는데 당시 표차는 4.6%에 불과했다. 민주당은 춘천서 국회의원을 배출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그만큼 춘천은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다만 김 의원이 5·18발언 외에도 여러 막말로 논란을 야기, 여론의 역풍이 가시적인 만큼 결과를 짐작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김 의원의 징계 여부도 주목할 만하다.

[경남 양산시갑]
윤영석 vs 송인배


청와대 1기 참모진들이 민주당으로 입·복당한 가운데 송인배 청와대 전 정무비서관이 눈에 띈다. 송 전 비서관은 4차례나 총선에 도전했지만 국회에 입성하지 못했다. 송 전 비서관은 4번 모두 양산에 출마했다. 송 전 비서관은 17대 총선서 1.29%, 19대 총선서 4.61%, 20대 총선서 4.8% 차이로 낙마했다. 18대 총선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한 자릿수 득표에 그쳤다.

현재 양산갑은 한국당 윤영석 의원의 지역구다. 윤 의원은 19대와 20대 총선서 송 전 비서관을 이겼다. 윤 의원은 내년 총선서도 양산갑에 출마, 3선을 노릴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윤 의원은 지난 한국당 전대서 최고위원 경선에 패배했다. 윤 의원이 한국당 지도부 입성에 실패하면서 정치적 흠집이 생겼다는 해석이다. 한국당 내 새로운 경쟁자의 출연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송 전 비서관은 지난달 1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송 전 비서관은 19~20대 총선 기간 충북 충주 시그너스컨트리클럽 골프장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고 급여 등의 명목으로 2억9200만원을 받았다. 검찰은 이를 정치자금으로 봤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지역구 축소’ 불안한 의원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편안에 따르면 지역구 국회의원수는 현행 253석서 225석으로 축소된다. 비례대표는 현행 47석서 75석으로 확대된다. 개편안 확정 시 내년 총선은 ‘지역구 225-비례 75’ 체제로 시행된다.

지역구 의석이 28석 줄어들 수도 있기에 선거구 통폐합 지역구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장 지역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제 개편안에 따라 지역구 의원수를 225석으로 설정한 결과, 인구상하한선은 15만3560~30만712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결과에 따르면 15만3560명에 달하지 못하는 지역구는 ▲서울 종로구(정세균) ▲서울 서대문구갑(우상호) ▲부산 남구갑(김정훈) ▲부산 남구을(박재호) ▲부산 사하구갑(최인호) ▲대구 동구갑(정종섭) ▲인천 연수구갑(박찬대) ▲인천 계양구갑(유동수) ▲광주 동구남구을(박주선) ▲광주 서구을(천정배) ▲울산 남구을(박맹우) ▲경기 안양시동안구을(심재철) ▲경기 광명시갑(백재현) ▲경기 동두천시연천군(김성원) ▲경기 안산시단원구을(박순자) ▲경기 군포시갑(김정우) ▲경기 군포시을(이학영) ▲강원 속초시고성군양양군(이양수) ▲전북 익산시갑(이춘석) ▲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이용호) ▲전북 김제시부안군(김종회) ▲전남 여수시갑(이용주) ▲전남 여수시을(주승용) ▲경북 김천시(송언석) ▲경북 영천시청도군(이만희) ▲경북 영양군영덕군봉화군울진군(강석호) 등이다. 다만 단순히 인구하한선에 따라 선거구를 조정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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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