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명운 걸린 4·3보선 판도

“물러설 곳 없다” 외나무다리 승부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4·3보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역구는 단 2곳이지만 여야의 이목은 이곳을 향했다. 각 당의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은 지원유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는 PK 민심과 차기 총선의 풍향계로 여겨진다. 여야는 선거서 승리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공산이 크다. 한 주 뒤에 치러지는 4월 보궐선거.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구일까.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국 파행이 반복되는 가운데 4·3보궐선거가 성큼 다가왔다. 선거가 열리는 지역구는 경남 창원시 성산구와 통영시 고성군. 이곳이 지니고 있는 상징성과 선거 시기는 꽤나 의미심장하다. 선거구는 모두 PK(부산·경남) 지역이다. PK는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지만 지난해 6·13지방선거서 진보진영의 손을 들어줬다. 6월 지방선거 이후 PK 민심의 척도를 엿볼 수 있는 기회다. 또 4월 보궐선거는 차기 총선을 1년 앞둔 시기에 실시된다. 여야 간 기싸움서 누가 주도권을 잡게 될지 주목된다.

주도권 어디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4월 보궐선거서 ‘한판 승부’를 겨룬다. PK는 민주당과 한국당에게 양보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다. PK를 선점한 건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서 한국당을 크게 이겼다. 민주당은 경남도지사와 부산광역시장 자리를 석권, PK를 거점으로 ‘동진정책’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그러나 민주당을 향한 PK 민심은 이전 같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지역경제의 침체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PK 지역의 핵심사업인 제조업은 장기 부진의 늪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 4월5일 정부는 거제와 통영, 고성, 창원 진해구, 울산 동구 등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선정했다. 공교롭게도 이 중 통영·고성과 창원은 선거구다. 고용위기지역으로 선정된 지 꼭 1년 만이다.

여론조사에서도 PK 민심의 변화는 가시적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1∼15일 조사해 1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울산·경남의 민주당 지지율은 33.9%로 한국당(35.7%)에 뒤졌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서도 부정(56.1%)이 절반을 넘었다. 긍정은 38.2%에 불과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당은 민주당의 빈틈을 노리고 있다. 한국당은 4월 보궐선거서 승리, 민주당의 동진정책을 차단하고 기세를 잡겠다는 심산이다. 한국당에게 PK 지역은 내년 총선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보수텃밭이다.

한국당 후보들은 창원성산과 통영고성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창원성산의 강기윤 후보는 정의당 여영국 후보와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통영고성의 정점식 후보 역시 민주당 양문석 후보보다 앞서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경남MBC 의뢰로 지난 16∼17일 조사해 1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창원성산서 강 후보는 30.5%를, 여 후보는 29.0%를 기록했다. 민주당 권민호 후보는 17.5%를 기록했다. 통영고성에선 정 후보가 51.0%를 기록해 민주당 양문석 후보(36.6%)를 앞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PK 민심 향배, 여야 치열한 샅바싸움
총선 전 선거…분위기 주도는 누가?

민주당과 한국당 지도부는 직접 현장을 찾아 첨예한 경쟁 구도를 펼쳤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18일 통영서 각각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대표가 같은 날 같은 곳에서 최고위원회를 연 것은 이례적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15년 폐업한 옛 신아SB조선소 부지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지역경제 회복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정부와 협의해 고용·산업 위기지역 지정을 연장하고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당정협의를 통해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정 후보의 선거사무소서 최고위원회를 진행했다. 황 대표는 이날 “도대체 이 정권이 얼마나 통영과 고성을 무시하면 이렇게 깜도 되지 않는 사람을 후보로 내세울 수 있겠나”라며 “정 후보는 통영고성의 일꾼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국가대표급 인재”라고 힘줘 말했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 정의당도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특히 정의당은 창원성산서 승리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창원성산은 정의당 고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였다. 고 노 전 의원의 작고로 창원성산은 보궐선거구가 됐다. 창원성산에 출마하는 여 후보는 한국당 강 후보와 맞붙고 있다. 창원성산은 ‘경남 진보 1번지’로 통한다. 정의당이 창원성산의 진보 1번지 타이틀을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정의당은 통영고성에서는 후보를 내지 않았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 오른쪽)와 나경원 원내대표

바미당은 정의당과 마찬가지로 창원성산에 후보를 냈다. 바미당 이재환 후보는 최근 손학규 대표와 유승민 전 공동대표의 지원을 받았다. 손 대표와 유 전 공동대표는 지난 19일 창원성산의 상남시장을 찾아 이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유 전 공동대표는 이날 “이 후보처럼 젊고 깨끗한 후보가 당선되면 창원과 나라 발전을 위해 잘할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4월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 입성을 바라는 원외 정당도 창원성산의 격전지에 뛰어들었다. 민중당과 대한애국당 소속 후보자들도 출사표를 던졌다.

4월 보궐선거를 바라보는 4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민주당은 PK 사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서 한국당에게 패배할 경우 동진정책에 차질을 빚게 된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 맥이 빠지는 격이다.

한국당은 4월 선거 결과에 따라 황교안 대표 체제의 신임 여부가 거론될 전망이다. 이번 선거는 황 대표가 당권을 잡은 뒤 치르는 첫 공식 선거다. 황 대표 체제 이후 당내 비박(비 박근혜)계 및 복당파의 불편한 심기가 여러 경로를 통해 언급되는 형국이다. 황 대표가 정치적 시험대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바미당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바미당은 선거 전후로 정계개편 가능성에 휘말리곤 했다. 4월 선거가 차기 총선을 앞두고 치러지는 만큼 바미당은 존재감 확보에 주력할 예정이다.

복잡한 속내
 
정의당은 고 노 전 의원의 지역구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지난 정권서 가장 큰 경제위기를 겪었던 이 지역서 노동자, 서민을 대변하는 정의당의 후보가 한국당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며 “이번 창원 선거는, 되살아나고 있는 박근혜의 망령과 노회찬 정신과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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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