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학의 봐주기 의혹’ 유상범 아레나도 봐줬나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3.15 16:24:12
  • 호수 12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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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라인’ 전 검사장 입김 통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김학의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 당시 봐주기 수사를 한 의혹이 있는 유상범 전 검사장. 아레나 실소유주로 지목되고 있는 강모 회장이 국세청이 아레나를 조사할 당시 ‘우병우 라인’이었던 유 전 검사장에 자문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유 전 검사장이 사정기관 수사 관련 자문을 해준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검찰은 아레나 탈세 사건을 강남경찰서로 수자 지휘를 내린다. 석연치 않은 배당이 아닐 수 없다. 이건 마치 ‘일선 세무서에서 형사 사건을 조사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아레나 탈세 사건과 관련해 국세청의 석연치 않은 세무조사가 도마에 올랐다. 국세청이 아레나 실소유주 의혹이 있는 강모 회장과 유착 의혹까지 불거져 경찰로부터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국세청이 아레나의 거액 탈세를 축소·은폐하고, 실소유주로 지목되고 있는 강 회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축소, 은폐…
사실상 봐주기

국세청의 세무조사 축소 의혹에 이어 검찰의 수상한 사건 배당도 의혹을 가중케 한다. 이 수상한 배당에 강 회장의 변호인으로 선임됐던 유상범 전 검사장이 있는 게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강 회장은 국세청서 아레나 탈세 사건을 검찰로 고발할 당시 우병우 라인으로 불렸던 유 전 검사장을 변호사로 선임했다. 그런데 <일요시사> 취재결과 강 회장은 국세청서 아레나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일 당시에도 유 전 검사장과 대책 회의 등을 해오면서 사건 관련 자문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는 강 회장이 유 전 검사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기 전인 것으로 전해진다. 유 전 검사장이 강 회장에게 사정기관 수사 관련 자문 등을 해준 게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강 회장의 한 지인은 “아레나 세무조사가 터지고 강 회장이 바지사장들을 데리고 유 전 검사장 사무실서 회의를 수시로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국세청 조사2국 아레나 세무조사
당시 실소유주, 유상범에게 자문

실제로 지난해 5월경 강 회장은 바지사장과 있는 자리서 유 전 검사장과 국세청의 아레나 세무조사에 제보자 A씨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8월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마치고, 9월 중순 경 아레나의 바지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검찰은 아레나 탈세 사건을 형사부에 배당했고 10월경, 강남경찰서로 수사 지휘를 내려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강 회장은 유 전 검사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한 상태였다.

7월과 10월 두 차례 걸쳐 유 전 검사장에게 수임료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사정기관 안팎에선 하나 같이 ‘왜 검찰이 아레나 탈세 사건을 직접 하지 않고, 일선 경찰서에 보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검찰의 사건 배당이 어떤 점에서 석연치 않았던 걸까. 

국세청 고발 이후
전직 검사장 선임


검찰이 국세청 조사국서 고발했던 사건을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 지휘를 내리는 건 ‘관례와 전문성을 따졌을 때 상당히 이례적이다’고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국세청 조사국서 고발한 사건은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세청 조사국의 주요 세무조사 대상이 대기업 혹은 중견 기업 등 고소득 자영업자들이기 때문이다.

조사국서 투입한 세무조사는 화이트칼라(지능형) 범죄의 성격이 강하다. 세무조사 난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조세·세무 전문성이 필수다. 이런 이유로 국세청의 조사국 인원과 전문성은 일선 세무서와 차원이 다르다. 보통 조사국서 착수한 세무조사는 수백억원의 세금 추징으로 이어진다.

아레나를 세무조사한 국세청 조사2국은 조사관만 100여명에 달하는 거대한 조직이다. 대기업과 고소득 자영업자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해왔다. 조사2국은 지난해 3∼8월까지 아레나 탈세 혐의를 조사해 260억원의 세금을 추징했으며, 탈세 범죄 혐의가 있는 150억원가량을 지난해 9월 검찰에 고발했다.

대기업서도 나오기 힘든 탈세 규모라는 게 국세청 관계자들의 평가다.

검찰·국세청·경찰 관계자들도 “그동안 관례와 수사 전문성을 고려했을 때 경찰보다 검찰서 직접 수사하는 게 상식적”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법조계의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에 있는 조세범죄조사부에 안성맞춤인 사건”이라고 했다. 그런데 검찰은 해당 사건을 형사부를 거쳐 강남경찰서에 보내 수사지휘를 내렸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국세청 고발 사건을 일선 경찰서에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국세청 조사국 고발 사건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거의 대부분 국세청 조사국서 고발한 사건은 검찰서 직접 수사한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아레나 탈세 사건은 수사가 시작된 이례로 지금까지 지지부진하다. 사건 초반에는 수사관 한 명이 전담했다. 하루에 수십 건의 고소-고발 사건도 처리하기 힘든 일선 수사관이 혼자하기에는 아레나 탈세 사건은 상당히 버거운 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거대한 탈세 범죄를 다루기에는 전문성도 결여돼있다.

지난해 12월 말 강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 측은 수사 보강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일각에서는 유 전 검사장이 아레나 탈세 사건을 바지사장 선에서 꼬리 자르기 하기 위해 검찰보다 수사가 느슨한 일선 경찰로 보낸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아레나 탈세 사건을 강남경찰서에서 하는 건, 마치 일선 세무서에서 형사 사건을 조사하는 것과 비슷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수백억 탈세
경찰서에 왜?


중앙지검 1차장실은 아레나 사건이 형사부로 배당된 이유에 대해 ‘윗분(윤석렬 검사장으로 추정)의 의중’이라고 답했다. 이두봉 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사건 배당은 위에서 하기 나름이다. 국정 농단 사건도 형사8부서 했다”며 “아레나 사건이 왜 형사부로 배당됐는지 그 경위는 알지 못한다. 윗분들의 의중이라 잘 모른다”고 답했다. 

이 차장검사의 답변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당시 검찰은 국정 농단 사건을 형사 8부에 배당했다가 사건 축소 의혹이 제기되면서 역풍을 맞고, 특별수사팀을 다시 꾸린 바 있다. 또 사건의 배당권이 있는 차장검사가 배당한 사건이 ‘어떤 경위로 왔는지 모르다’ ‘윗분들의 의중이다’는 점도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민원 처리하기도 힘든 일선 경찰
검찰 직접 수사 안 할 이유 있나

유 전 검사장이 국세청서 검찰로 고발된 아레나 탈세 사건 배당에 관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강남 1등 클럽의 대규모 탈세 사건인 점을 고려하면 사안의 중대성, 수사를 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줄 수 있는 메시지가 충분했기 때문에 검찰이 해당 사건을 직접 수사하지 않을 이유도 크게 없었다는 게 사정기관의 중론이다.

유 전 검사장은 이 의혹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유 전 검사장 측은 “사무실에 안 계시니, 메모 남기고 연락주겠다”고만 답한 후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 유 전 검사장의 강 회장 변론 활동을 보면 ‘전관예우’를 받았던 여느 변호사의 행태와 다를 게 없었다.


지난 1월 유 전 검사장은 <일요시사>와 통화서 “(강 회장 사건 관련) 주 업무는 김귀찬 변호사(경찰청 차장 출신)가 하고 있다. 그쪽에 문의하라”고 답한 바 있다. 강 회장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와중 변호인으로서 변론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해석해도 이상할 게 없는 답변이었다. 

묵묵부답
흐지부지

검찰의 석연치 않은 배당으로 반사이익을 보는 건 결국 강 회장이다. 애초 이 사건은 강남경찰서에서 수사하기 버거운 사건이었던 셈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유리한 것은 강 회장 쪽이다. 

강 회장은 구속 영장이 기각될 당시 측근들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언론, 검찰, 경찰 다 필요 없다. 돈만 있으면 된다. 전관 변호사를 써서 구속되지 않았다. 경찰이 긴급체포해서 영장 치면 뭐하느냐. 지금 나와 있지 않느냐.”


<cmp@ilyosisa.co.kr>

 

▲ 유상범 전 검사장

<기사 속 기사> ‘우병우 라인’ 유상범 전 검사장은?

유상범 전 검사장은 ‘우병우 라인’으로 통하며 지난 박근혜정부서 가장 잘 나가는 검사 중 한 명이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서울대 84학번 동기로 배우 유오성의 형이기도 하다. 

유 전 검사장은 강원도 영월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9년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1992년 서울지검 서부지청 검사로 첫 임관한 이후 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찰청 범죄정보1·2담당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장, 수원지검 평택지청장, 제주지검 차장검사,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서울중앙지검3차장검사,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검사장), 창원지검장 등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하지만 유 전 검사장은 부적절한 수사 지휘를 했다는 이유로 좌천성 인사 끝에 광주고검 차장검사로 2017년 7월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앞서 2014년에는 서울중앙지검3차장으로 ‘정윤회 문건’ 수사 지휘를 맡았다. 당시 국정 개입 의혹 등 내용이 아닌 문건 유출 자체에만 수사의 초점을 맞춰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존재를 드러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이 사건의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 유 전 검사장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 당시 핵심 수사라인이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서 별장 성접대 사건을 2차 수사를 지휘한 바 있다. 

유 전 검사장은 사임 당시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의 글을 통해 “(정윤회 문건 수사에)부끄러운 일이 없었는지, 빠진 것이 없었는지 무수히 자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 전 검사장은 2017년 9월 유상범법률사무소를 개업하며 변호사 업무를 개시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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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