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레나’ 유흥대부와 공무원들 ‘검은 커넥션’ 의혹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2.03 09:37:31
  • 호수 11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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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황제’ 업소에 물건 대준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최근 <일요시사>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클럽 아레나 강모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 중인 유흥업소에 물건을 납품하는 유통회사에 비리 공무원들이 취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경찰, 구청 공무원 출신들로 현직 때 유흥업자에게 뒷돈을 받아 실형을 살았던 경험이 있다. 일각에선 강 회장의 후견인인 이모 고문이 전직 비리 공무원들을 앞세워 관(官)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펼쳤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 일대 화류계는 ‘밤의 왕국’으로 불린다. 이 왕국의 밑바닥엔 ‘삐끼’와 ‘웨이터’가 넘쳐난다. 정상에 올라 황제에 등극하는 건 꿈같은 일. 꿈을 이룬 자는 신화가 된다. 최근 화류계서 신화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 있다. 

임직원으로 취직
바지사장 역할도

강남 클럽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지목되고 있는 강모 회장이다. 최근 국세청은 클럽 아레나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후 추징금 120억원과 벌금 37억원을 부과했다. 국세청 고발로 수사에 나선 강남경찰서는 구체적인 탈세 내용과 함께 아레나의 실소유주를 추적하고 있다. 

강 회장은 청담동 S호텔 나이트클럽 웨이터 출신이다. R 호텔 나이트클럽 간부를 거쳐 2006년 시작한 가라오케 G1을 비롯해 현재 12개에 달하는 유흥업소를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본지 1191호 ‘경찰이 쫓고 있는 밤의 황제’ 참조).

강남 화류계의 한 관계자는 “강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업소는 항상 장사가 잘 됐다. 매각할지언정 망해서 문 닫은 업소는 없었다”며 “강 회장의 업소는 지난 10년 동안 2차 영업을 했음에도 적발된 적이 없었다. 성매매로 서릿발이 내리던 시절 강 회장 업소는 살아 남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강 회장 비호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 그런데 <일요시사> 취재결과 강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는 유흥업소에 과일·주류·안주 등을 납품하는 유통회사에 전직 공무원 다수가 취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유통회사 역시 사실상 강 회장 계열인 것으로 파악된다. 

영업장 과일·주류 등 납품 유통회사
경찰·국세청·관할구청 출신들 재직

전직 강남구청 공무원 출신 A씨를 비롯해 전직 경찰 B씨와 C씨가 강 회장 계열의 유통회사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유흥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살았던 공무원들이다. 

A씨는 강 회장의 업소에 과일과 음료 등을 납품하는 유통회사 S유통과 K청과의 대표이사·사외이사 등을 맡고 있다. S유통 등기등본부에 따르면 A씨는 사내이사로 이름이 올라가 있다. S유통은 음료수 및 식자재 유통,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2011년 6월13일에 설립됐다. 그해 10월31일 A씨는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고 현재까지 등재돼있다.  
 

▲ 클럽 아레나 사진=JTBC

A씨는 강 회장의 업소에 과일을 납품하는 K청과의 공동대표이사로도 등재돼있다. K청과는 2003년 4월15일, 농산물 중·도매업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A씨는 2015년 1월16일 대표이사로 취임해 2017년 3월27일 사임한 후, 같은 달 31일 공동 대표이사로 다시 이름을 올렸다. 

A씨는 강남구청 공무원일 당시 유흥업소 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산 적이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불법 유흥업소에 영업허가를 내주기 위한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수뢰 후 부정처사죄 등 유흥업소 업자에게 뒷돈을 받은 혐의로 2009년 12월11일 징역 10월과 추징금 800만원을 선고받았다. 

비리로 잘리고 
유흥업소 거래


전직 경찰이었던 B씨와 C씨는 현재 강 회장의 업소에 안주와 주류를 납품하는 K유통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C씨는 2015년 1월2일부터 현재까지 K유통에 근무하고 있다. B씨는 지난해 1월1일부터 현재까지 K유통에 재직 중이다. 더불어 B씨는 강 회장과 연관된 것으로 전해진 유통회사 S사에도 근무했다. B씨는 S사에서 2015년 1월2일부터 2017년 1월1일까지 재직했다. 

K유통의 법인 등기등본부는 대법원 등기소에 나오지 않았다. S사의 등기등본부에도 B씨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화류계에선 B씨와 C씨가 등기임원이 아닌 ‘영업사장’ 직함을 가지고 해당 유통회사서 근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B씨와 C씨는 2012년 유흥업자의 불법영업을 눈감아준 대가로 뇌물을 받아 실형을 선고 받았다. 당시 이들은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소속 경찰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소속 경찰은 서울 전역 풍속·성매매 지도 단속을 주업무로 한다.

강남 화류계 살아있는 신화 강 회장
뒷돈 받고 잘린 비리 공무원들을 왜?

B씨와 C씨는 2009년 5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유흥업자에게 매월 500만원의 상납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뒤 직위해제됐다. 서울중앙지법은 B씨와 C씨에게 뇌물수수 혐의로 2012년 12월11일 징역 3년6개월과 벌금 5000만원씩을 선고했다. 
 

▲ 렉스 클럽 아레나

국세청 출신 세무사가 강 회장의 모든 기장(세무)을 담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2년 명예퇴직한 국세청 출신 D씨는 19년 동안 공직생활을 했다. D씨는 퇴직 전 7년 동안 강남권 세무서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는 삼성세무서 재원관리3과(2005년), 서울청 조사3국(2006∼2007년), 송파세무서 재산2과(2008년), 역삼세무서 세원관리3과(2010년) 등에서 근무했다. 2012년 역삼세무서에서 7급으로 명예퇴직했다.

유통회사 역시 
강 회장 회사?

강 회장의 유흥업소가 있던 지역서 D씨가 세무서 직원으로 근무한 것이다. 한때 화류계서 이름을 날렸던 한 인사는 “D씨의 국세청 인맥이 어마어마하다. 강 회장의 세무 업무를 모두 D씨가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D씨는 강 회장이 주주로 있는 주류회사의 골프모임에도 자주 나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비리 공무원들이 어떤 경로로 유흥업소에 물건을 납품하는 유통회사에 취직했을까. <일요시사>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강 회장의 후견인으로 불렸던 이모 고문이 뇌물 혐의로 파면된 공무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고문은 강 회장의 2인자로 불리던 인사다. 강 회장의 업소와 관련된 모든 계약을 직접 체결했으며 공무원 로비를 전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강 회장과 일을 함께했던 화류계 한 인사는 “강 회장은 업소를 인수할 때 한 번도 전면에 나선 적이 없다. 항상 이 고문은 바지사장을 대동하고 현금으로 업소를 인수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오랫동안 화류계서 일하며 공무원을 상대했다”고 덧붙였다.
 

이 고문은 유흥업자에게 뇌물을 받고 실형을 선고받은 전직 공무원들을 도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회장 후견인이 일자리 제공?
비호 의혹… 전방위 로비설도


화류계 관계자들은 “지난 10년 동안 강 회장 계열의 유흥업소는 단 한 번도 단속에 적발된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2012년 7월 신현희 전 강남구청장은 ‘성매매특별단속 TF팀’을 구성, 호텔과 룸살롱 등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당시 수많은 유흥업소들이 문을 닫았다.

그때도 강 회장 계열의 유흥업소는 모두 살아남았다고 한다. 

화류계에선 이 고문이 당시 이명박정부와 연이 닿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의심했다. 실제로 이 고문의 아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영부인 김윤옥 여사의 담당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다. 이 전 대통령 임기 동안 이 고문의 아내는 매일 새벽 3~4시에 청와대에 출근해 김 여사의 메이크업을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강남권서 유명 메이크업 숍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당사자들은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하거나 답변을 하지 않았다. 강남구청 공무원 출신인 A씨는 “강 회장이랑 이 고문을 알지만, 그쪽에 물건을 납품한 사실이 없다. 유흥업소들 영업 관련 로비도 하지 않는다. 그때 사건 이후 몇 명 친한 직원 제외하고, 일절 연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 출신 B씨가 근무했던 S사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S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강 회장 계열 유흥주점에 사과 한 쪽도 납품하지 않는다. 다 자기들이 유통회사 차려서 직접 가락시장서 물건을 사서 쓴다”며 “내가 B씨와 C씨를 안다. 이 둘은 이 선배(고문)랑 얼굴도 모르는 사이다. 현재 B씨는 S사에 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세청 출신 세무사?
회장의 세무 자문

국세청 출신 세무사 D씨는 강 회장의 세무업무를 맡고 있다고 인정했다. D씨는 “그(강 회장) 법인으로 있는 거 우리가 (세무업무) 하고 있다. 내 입장서 자세한 답변은 어렵다”고 말했다. K유통과 S유통은 ‘없는 번호’로 통화가 되지 않았다. 이 고문에게도 수차례 문자 등을 남기며 통화를 시도했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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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