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레나’ 유흥대부와 공무원들 ‘검은 커넥션’ 의혹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2.03 09:37:31
  • 호수 11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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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황제’ 업소에 물건 대준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최근 <일요시사>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클럽 아레나 강모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 중인 유흥업소에 물건을 납품하는 유통회사에 비리 공무원들이 취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경찰, 구청 공무원 출신들로 현직 때 유흥업자에게 뒷돈을 받아 실형을 살았던 경험이 있다. 일각에선 강 회장의 후견인인 이모 고문이 전직 비리 공무원들을 앞세워 관(官)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펼쳤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 일대 화류계는 ‘밤의 왕국’으로 불린다. 이 왕국의 밑바닥엔 ‘삐끼’와 ‘웨이터’가 넘쳐난다. 정상에 올라 황제에 등극하는 건 꿈같은 일. 꿈을 이룬 자는 신화가 된다. 최근 화류계서 신화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 있다. 

임직원으로 취직
바지사장 역할도

강남 클럽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지목되고 있는 강모 회장이다. 최근 국세청은 클럽 아레나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후 추징금 120억원과 벌금 37억원을 부과했다. 국세청 고발로 수사에 나선 강남경찰서는 구체적인 탈세 내용과 함께 아레나의 실소유주를 추적하고 있다. 

강 회장은 청담동 S호텔 나이트클럽 웨이터 출신이다. R 호텔 나이트클럽 간부를 거쳐 2006년 시작한 가라오케 G1을 비롯해 현재 12개에 달하는 유흥업소를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본지 1191호 ‘경찰이 쫓고 있는 밤의 황제’ 참조).

강남 화류계의 한 관계자는 “강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업소는 항상 장사가 잘 됐다. 매각할지언정 망해서 문 닫은 업소는 없었다”며 “강 회장의 업소는 지난 10년 동안 2차 영업을 했음에도 적발된 적이 없었다. 성매매로 서릿발이 내리던 시절 강 회장 업소는 살아 남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강 회장 비호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 그런데 <일요시사> 취재결과 강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는 유흥업소에 과일·주류·안주 등을 납품하는 유통회사에 전직 공무원 다수가 취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유통회사 역시 사실상 강 회장 계열인 것으로 파악된다. 

영업장 과일·주류 등 납품 유통회사
경찰·국세청·관할구청 출신들 재직

전직 강남구청 공무원 출신 A씨를 비롯해 전직 경찰 B씨와 C씨가 강 회장 계열의 유통회사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유흥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살았던 공무원들이다. 

A씨는 강 회장의 업소에 과일과 음료 등을 납품하는 유통회사 S유통과 K청과의 대표이사·사외이사 등을 맡고 있다. S유통 등기등본부에 따르면 A씨는 사내이사로 이름이 올라가 있다. S유통은 음료수 및 식자재 유통,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2011년 6월13일에 설립됐다. 그해 10월31일 A씨는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고 현재까지 등재돼있다.  
 

▲ 클럽 아레나 사진=JTBC

A씨는 강 회장의 업소에 과일을 납품하는 K청과의 공동대표이사로도 등재돼있다. K청과는 2003년 4월15일, 농산물 중·도매업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A씨는 2015년 1월16일 대표이사로 취임해 2017년 3월27일 사임한 후, 같은 달 31일 공동 대표이사로 다시 이름을 올렸다. 

A씨는 강남구청 공무원일 당시 유흥업소 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산 적이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불법 유흥업소에 영업허가를 내주기 위한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수뢰 후 부정처사죄 등 유흥업소 업자에게 뒷돈을 받은 혐의로 2009년 12월11일 징역 10월과 추징금 800만원을 선고받았다. 

비리로 잘리고 
유흥업소 거래


전직 경찰이었던 B씨와 C씨는 현재 강 회장의 업소에 안주와 주류를 납품하는 K유통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C씨는 2015년 1월2일부터 현재까지 K유통에 근무하고 있다. B씨는 지난해 1월1일부터 현재까지 K유통에 재직 중이다. 더불어 B씨는 강 회장과 연관된 것으로 전해진 유통회사 S사에도 근무했다. B씨는 S사에서 2015년 1월2일부터 2017년 1월1일까지 재직했다. 

K유통의 법인 등기등본부는 대법원 등기소에 나오지 않았다. S사의 등기등본부에도 B씨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화류계에선 B씨와 C씨가 등기임원이 아닌 ‘영업사장’ 직함을 가지고 해당 유통회사서 근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B씨와 C씨는 2012년 유흥업자의 불법영업을 눈감아준 대가로 뇌물을 받아 실형을 선고 받았다. 당시 이들은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소속 경찰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소속 경찰은 서울 전역 풍속·성매매 지도 단속을 주업무로 한다.

강남 화류계 살아있는 신화 강 회장
뒷돈 받고 잘린 비리 공무원들을 왜?

B씨와 C씨는 2009년 5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유흥업자에게 매월 500만원의 상납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뒤 직위해제됐다. 서울중앙지법은 B씨와 C씨에게 뇌물수수 혐의로 2012년 12월11일 징역 3년6개월과 벌금 5000만원씩을 선고했다. 
 

▲ 렉스 클럽 아레나

국세청 출신 세무사가 강 회장의 모든 기장(세무)을 담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2년 명예퇴직한 국세청 출신 D씨는 19년 동안 공직생활을 했다. D씨는 퇴직 전 7년 동안 강남권 세무서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는 삼성세무서 재원관리3과(2005년), 서울청 조사3국(2006∼2007년), 송파세무서 재산2과(2008년), 역삼세무서 세원관리3과(2010년) 등에서 근무했다. 2012년 역삼세무서에서 7급으로 명예퇴직했다.

유통회사 역시 
강 회장 회사?

강 회장의 유흥업소가 있던 지역서 D씨가 세무서 직원으로 근무한 것이다. 한때 화류계서 이름을 날렸던 한 인사는 “D씨의 국세청 인맥이 어마어마하다. 강 회장의 세무 업무를 모두 D씨가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D씨는 강 회장이 주주로 있는 주류회사의 골프모임에도 자주 나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비리 공무원들이 어떤 경로로 유흥업소에 물건을 납품하는 유통회사에 취직했을까. <일요시사>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강 회장의 후견인으로 불렸던 이모 고문이 뇌물 혐의로 파면된 공무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고문은 강 회장의 2인자로 불리던 인사다. 강 회장의 업소와 관련된 모든 계약을 직접 체결했으며 공무원 로비를 전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강 회장과 일을 함께했던 화류계 한 인사는 “강 회장은 업소를 인수할 때 한 번도 전면에 나선 적이 없다. 항상 이 고문은 바지사장을 대동하고 현금으로 업소를 인수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오랫동안 화류계서 일하며 공무원을 상대했다”고 덧붙였다.
 

이 고문은 유흥업자에게 뇌물을 받고 실형을 선고받은 전직 공무원들을 도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회장 후견인이 일자리 제공?
비호 의혹… 전방위 로비설도


화류계 관계자들은 “지난 10년 동안 강 회장 계열의 유흥업소는 단 한 번도 단속에 적발된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2012년 7월 신현희 전 강남구청장은 ‘성매매특별단속 TF팀’을 구성, 호텔과 룸살롱 등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당시 수많은 유흥업소들이 문을 닫았다.

그때도 강 회장 계열의 유흥업소는 모두 살아남았다고 한다. 

화류계에선 이 고문이 당시 이명박정부와 연이 닿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의심했다. 실제로 이 고문의 아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영부인 김윤옥 여사의 담당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다. 이 전 대통령 임기 동안 이 고문의 아내는 매일 새벽 3~4시에 청와대에 출근해 김 여사의 메이크업을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강남권서 유명 메이크업 숍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당사자들은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하거나 답변을 하지 않았다. 강남구청 공무원 출신인 A씨는 “강 회장이랑 이 고문을 알지만, 그쪽에 물건을 납품한 사실이 없다. 유흥업소들 영업 관련 로비도 하지 않는다. 그때 사건 이후 몇 명 친한 직원 제외하고, 일절 연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 출신 B씨가 근무했던 S사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S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강 회장 계열 유흥주점에 사과 한 쪽도 납품하지 않는다. 다 자기들이 유통회사 차려서 직접 가락시장서 물건을 사서 쓴다”며 “내가 B씨와 C씨를 안다. 이 둘은 이 선배(고문)랑 얼굴도 모르는 사이다. 현재 B씨는 S사에 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세청 출신 세무사?
회장의 세무 자문

국세청 출신 세무사 D씨는 강 회장의 세무업무를 맡고 있다고 인정했다. D씨는 “그(강 회장) 법인으로 있는 거 우리가 (세무업무) 하고 있다. 내 입장서 자세한 답변은 어렵다”고 말했다. K유통과 S유통은 ‘없는 번호’로 통화가 되지 않았다. 이 고문에게도 수차례 문자 등을 남기며 통화를 시도했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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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