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까지 갔지만…’ 선거제 개혁 현주소

시작했으니 끝은 봐야지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선거제 개혁의 불씨는 이대로 꺼지게 될까. 정국을 강타했던 선거제 개혁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야당 대표들의 단식은 여야 1월 합의안을 이끌어냈지만 거기까지였다. 여야는 기한을 지키지 못한 채 연일 답보상태다. 선거제 개혁의 데드라인은 오는 15일까지다. 국회는 어떤 답을 내놓을까?
 

▲ 기자회견 갖는 심상정 정개특위위원장

선거제 개혁의 운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 위원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일부터 국회가 열리니 선거제 개혁의 결론을 내릴 때가 됐다”고 선언했다. 정개특위는 국회서 선거제 개혁을 논의하는 공식기구다. 심 위원장은 특히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에게 “선거제개혁을 외면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10일까지 선거제개혁 실현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여야 4당과 달리 당 차원의 선거제 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였다. 심 위원장은 “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4당은 선거제 개혁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확정해달라”고 당부했다.

최후통보

선거제 개혁에 불을 지핀 건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정의당 야 3당이었다. 이들은 선거제 개혁을 위한 연대를 구축,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한국당을 압박했다. 바미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단식은 결정적이었다. 두 대표의 단식은 원내 5당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여야 5당은 지난해 말 연동형 비례대표제 적극 검토와 정개특위의 활성화, 석패율제 등 지역구도 완화를 위한 제도 도입 논의 등을 골자로 한 합의안을 마련했다. 여야는 이를 1월 임시국회서 처리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이튿날 돌연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합의문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롯한 선거제에 대해 앞으로 한국당이 적극적으로 열린 자세로 검토하겠다는 검토의 합의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검토하자는 것이지 도입하자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전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실상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전제로 합의한 야 3당은 즉각 반발했다.

선거제 개혁은 궤도서 이탈하는 듯했다. 여야가 선거제 합의안을 처리하고자 한 1월 국회는 개점휴업했다. 국회의 시계는 2월 임시국회서도 멈춰 섰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등의 폭로,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목포투기 의혹 등에서 비롯된 정쟁은 국회를 두 달 넘게 꽉 막았다. 선거제 개혁은 중앙 이슈서 벗어나며 동력을 상실하는 듯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지난달 25일 회동을 가졌다. 여야 4당은 2월까지 선거제 개혁의 접점을 찾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다만 여야 4당은 이날 선거제 개혁 단일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패스트트랙은 특정 법안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해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재적 의원 5분의 3이 합의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패스트트랙 안건이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되는 것은 아니다.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되더라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최장 330일에 달하는 논의 기간을 거쳐야 한다. 기간은 총 330일이다. 상임위서의 100일과 법사위서의 20일, 그리고 본회의서 60일 등을 거쳐야 한다.

여야, 이번 주 선거제 막판 협의
패스트트랙 안착, 후폭풍 불가피


한국당은 즉각 반발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여야 4당의 회동에 대해 “졸렬하다”며 깎아내렸다. 나 원내대표는 이튿날 “아마 여당은 자신들이 원하는 법을 마음대로 통과시키고, 또 한축으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함으로써 사실상 자신의 2중대 정당을 원내교섭 단체화하려는 것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선거제 개혁에는 시한이 있다. 당장 내년 4월15일에 총선이 시작된다.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선거일 13개월 전(3월15일)까지 획정안을 제출해야 한다. 심 위원장이 한국당에게 기한을 주고, 여야 4당에게 패스트트랙을 주문한 것은 그 연장선에 있다.

심 위원장은 한국당의 선거제 안과 여야 4당의 단일안을 지난 10일까지 도출할 것을 요구했다. 심 위원장은 선거구획정위의 법정시한인 오는 15일까지 한국당이 선거제 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여야 4당의 단일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겠다는 심산이다.

패스트트랙을 이번 주에 주문한 까닭은 공직선거법 개정을 위한 중앙선관위의 실무 작업이 최소 2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이 330일의 논의 과정을 꽉 채울 경우, 오는 15일을 기준으로 내년 2월7일에 상정된다.

선거제 개혁을 이끌고 있는 야 3당은 지난 4일 초월회(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모임)서 이를 언급했다.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한국당이 10일까지 자체 결론을 내려야 다음 주 안에 패스트트랙에 돌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초월회 모임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21대 총선 날짜를 고려했을 때 패스트트랙이 효과를 보려면 오는 15일이 시한”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초월회에 처음 참석한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좋은 내용의 법이 적기에 잘 입법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 과정서도 여야 간의 충분한 협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거나 불통 정치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각 당에게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야 4당이 선거제 단일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한다 하더라도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만만치 않다. 나 원내대표는 이미 한 차례 야 4당의 패스트트랙에 거부감을 표한 바 있다. 한국당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황 대표 역시 ‘충분한 협의’를 언급하고, ‘일방성’을 경계했다. 야 4당의 선거제 패스트트랙은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또 마비?

국회 본회의는 1월과 2월 모두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고 67일간 공전을 거듭했다. 여야는 우여곡절 끝에 3월 국회를 정상화했지만 곳곳이 가시밭길이다. 3월 국회서 처리해야 할 민생·개혁법안은 그야말로 ‘수두룩’하다. 여야는 사안마다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선거제 개혁 패스트트랙의 부상이 새로운 정국 블랙홀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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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