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2·28하노이선언

이번에 톡 까놓고 툭 터놓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두 번째 세기의 만남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개월여 만에 다시 만나게 된다. 장소는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베트남 하노이로 변경됐지만 의제는 동일하다. 북미는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를 두고 다시 한 번 맞붙을 예정이다. 미리 보는 하노이선언. 두 정상이 서명한 합의문에는 어떤 내용이 담기게 될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서 오는 27일부터 28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각) 워싱턴DC 연방의회서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대담하고 새로운 외교의 일환으로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역사적인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2차 북미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를 모두 공개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면서 협상 의제에 대한 관심도 증폭됐다.

비핵화 조치
제재 완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제1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했다. 그러나 1차 북미회담 이후 발표된 합의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합의 사항은 선언적 수준에 그쳤고, 내용은 구체적이지 않았다.

양국은 1차 북미회담이 열리기까지 팽팽하게 맞붙었다. 과거부터 지속된 양국 간 불신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앞두고 정상회담 취소를 통보하기도 했다. 정상회담이 우여곡절 끝에 개최됐지만 북미 간 불신은 공동합의문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1차 북미회담 이후 북미 실무협상이 진행됐다. 다만 가시적인 성과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북미는 ‘선 비핵화 조치’와 ‘선 대북제재 완화’의 순서를 두고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이후 약 8개월 만에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양국이 정상회담을 개최할 만한 접점을 찾았을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번 2차 북미회담의 관건은 지난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 그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다. 상응조치는 대북 경제제재 해제로 수렴한다. 북미가 비핵화 조치와 제재 해제라는 큰 그림 속에서 무엇을 얼마나 주고받을 수 있을지가 이번 2차 북미회담의 의의를 결정짓게 된다.

북미정상 재회…센토사서 하노이로
비핵화-상응조치, 얼마나 주고받나

북미는 두 가지 관건에 도달하기 위해 싱가포르선언 당시 합의한 내용을 토대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 ▲평화체제 보장 ▲북미 관계 정상화 추진 ▲6·25전쟁 전사자 유해송환 등에 공동 합의했다. 북미는 4개 항을 뼈대로 2차 북미회담서 구체적인 내용물을 채운 뒤, 비핵화 조치와 제재 해제를 향해 한 걸음 진보할 전망이다.

2차 북미회담에 앞서 북미는 실무협상에 나섰다. 1차 실무협상은 지난 6∼8일 평양서 열렸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2박3일간 방북해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실무협상을 벌였다. 이날 북한은 비건 특별대표에게 미국의 상응조치로 대북 경제제재 완화와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북미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그리고 종전선언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한 문희상 의장과 여야 5당 대표단을 만나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10여개 이상의 문제를 논의했고, 싱가포르선언 이행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가 2차 북미회담서 완전한 비핵화 등 4가지 공동합의사안이 담긴 싱가포르선언을 토대로 논의를 진행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 10개 이상의 문제는 싱가포르선언이라는 뼈대 안에 채워질 구체적인 내용물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튿날 대표단은 워싱턴DC 인근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전했다.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은 “북한이 원하는 미국의 상응조치가 제재 완화와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북미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 등 4가지 아니냐고 묻자 비건 특별대표가 ‘정확히 짚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4가지 상응조치는 경제발전과 체제안정, 그리고 평화체제 구축으로 압축된다. 대북 경제제재 완화와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은 경제발전에, 북미 상호 연락사무소는 체제안정에, 그리고 종전선언은 평화체제 구축에 해당한다는 해석이다.

4가지 사안
비핵 로드맵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안은 경제 분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트위터를 통해 “북한은 대단한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며 “북한은 다른 종류의 로켓이 될 것-경제로켓!”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 칭했다. 당시 북미는 전쟁설이 거론될 정도로 첨예한 대립구도를 형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회담을 앞두고 경제로켓을 언급한 것은 북미 관계의 변화와 함께 비핵화 조치의 원동력이 경제가 될 것이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우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대북 경제제재 완화의 우선순위로 거론된다. 김 위원장 역시 개성공단 등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신년사에서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개성공단 등의 재개를 위한 일련의 비핵화 조치를 내세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경제제재 완화의 가능성이 돋보이는 이유로 회담 장소의 상징성이 지목되기도 한다. 2차 정상회담은 베트남서 열린다. 베트남과 미국은 과거 베트남전쟁으로 인해 대립 관계를 형성했다. 그러나 미군 유해 송환으로 시작된 양국 간 화해무드는 원조와 관계 정상화, 개혁·개방으로 이어졌다.

베트남이 성장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이번 2차 북미회담이 베트남서 열리는 만큼 미국서도 북한 경제와 관련된 사안을 지나치지 않았을 것이란 해석이다.

북미 상호 연락사무소도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은 과거 북한에 연락사무소를 제안했지만 북한이 이를 거절한 바 있다. 수전 셔크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와의 인터뷰서 “미국은 몇 년 전, 연락사무소 개설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거절했다”며 “미국과 북한이 개설에 합의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호 연락사무소는 양국 간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로 평가된다. 비건 특별대표가 ‘정확히 짚었다’는 대목에 따르면 이번엔 북한이 먼저 북미 상호 연락소를 제안한 셈이다. 공동합의문에 상호 연락소가 담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미 간 종전선언도 조명을 받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불발되면서 이른바 ‘4자(남북미중) 종전선언’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북미회담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위해 베트남행을 계획했던 문재인 대통령도 국내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북미 간 종전선언에 관심이 집중되는 까닭이다.
 

▲ 스티븐 비건 미국 대표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실장은 지난 13일 BBS 불교방송 <BBS 뉴스파노라마>에 출연, “북미 간 종전선언을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홍 실장은 “미중 간에도 수교는 했다. 북미 간 종전선언을 하면 매듭이 지어지는 것”이라며 “작년에 평양서도 남북군사합의서로 (우리도) 종전선언으로 넘어갔다”며 4자 종전선언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북미의 종전선언을 바라보는 입장차는 첨예하다. 북미 종전선언은 북미관계를 넘어서 남북관계와 한미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지만 평화협정으로 나아가는 징검다리다. 북한이 종전선언 이후 평화협정을 위해 UN군사령부 철수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편 미국 국방부는 지난 14일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와 감축은 논의하거나 계획된 바 없다”고 밝혔다. 우리 국방부도 전날 주한미군 주둔과 종전선언, 평화협정과 관계가 없다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개성, 금강산
영변 핵시설…

북한이 미국에게 요구한 4가지 상응조치에 따라 미국은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는 영변 핵시설 폐기 및 검증, 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 또는 반출, 풍계리 핵실험장 및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사찰 등이 언급된다. 북미가 2차 북미회담서 해당 조치에 모두 합의한다면 사실상 비핵화 로드맵의 큰 그림이 그려지는 셈이다.

비핵화 로드맵은 영변 핵시설 폐기서 시작한다. 영변 핵시설 폐기를 시작으로 북한은 기존의 핵무기와 관련 시설을 신고하게 된다. 이후 신고내역에 대한 전문가들의 검증과 사찰이 진행되고, 완전한 핵 폐기로 나아가게 된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폐기 등과 풍계리, 동창리에 대한 사찰은 비핵화 로드맵의 과정 중 하나다. 이번 2차 북미회담서 영변 핵시설에 대한 합의 사항이 나온다면 비핵화 로드맵에 시동이 걸리게 될 공산이 크다.

비건 특별대표는 김 특별대표와 함께 이번 주 2차 실무협상을 가질 예정이다. 2차 실무협상에선 하노이선언의 초안을 작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지난 12일 “(비건 특별대표가)다음 실무 협상서 합의문 작성에 들어간다고 했다”고 밝혔다. 다만 “2주밖에 남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1차 회담 뼈대…하노이 선언문 작성
촉박한 협상 시간, 회의론도 고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같은 날 “(비건 특별대표가) 2차 북미회담 이후에도 실무 회담을 계속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비건 특별대표가 ‘특별대표가 된 이후 6개월 만에 북측을 처음 만났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 말에 따르면 비건 특별대표는 “내용상으로 다룰 시간이 없다. 실무 협상 뒤 2차 북미회담을 진행하고 협상을 더 해나가야 한다”고 털어놨다.

결국 비건 특별대표는 북미 간 의제 협상에 있어 큰 진전을 이뤄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됐다.

북미는 2차 북미회담 일정이 못 박힌 상황서 물리적인 한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모양새다. 당장 다음주에 2차 북미회담이 열리게 되지만 시간은 촉박하다. 북한이 요구한 4가지 상응조치와 비건 특별대표가 언급한 10여개의 의제는 2차 북미회담서 전부 논의되지 못할 공산이 크다. 결국 접점을 찾은 몇몇 의제만이 합의문에 담길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서 이번 2차 북미회담 결과를 싱가포르선언과 대동소이할 것이라 예상하는 까닭이다.

한편 2차 북미회담이 개최될 경우 예상하지 못했던 사안에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를 선언했고 경제발전을 언급하는 등 정상국가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다. 사업가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불허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미 한 차례 정상회담을 거친 두 정상이 이번 2차 북미회담서 돌발행동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각에선 2차 북미회담의 불발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지난 1차 북미회담 개최 과정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정상회담 취소를 통보했다. 북미정상회담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로 북미회담은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다.

담을 수 있는
만큼 담는다

2차 북미회담도 지난번과 같이 갑작스럽게 취소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관건은 이번 주 선언문 초안을 작성할 것으로 예정된 2차 북미 실무협상이 될 공산이 크다. 북미는 각각 상응조치와 비핵화 조치를 실현하기 위한 하부단계를 하노이선언문에 담을 전망이다. 이후 북미 간 실무협상을 지속하면서 3차, 4차 정상회담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미리 보는 하노이 산책회동
속 깊은 대화는 걸으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서 산책회동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그간 1차 남북정상회담과 1차 북미정상회담서 각국 정상과 산책을 한 바 있다. 1차 남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도보다리서 산책하며 대화를 나눴다. 또 김 위원장은 1차 북미회담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벼운 산책을 했다.

김 위원장은 산책회동을 선호하는 모양새다. 정상국가 이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그간 ‘은둔의 지도자’로 불렸지만 잦은 노출을 통해 기존의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시도를 반복하고 있다.

이번 2차 북미회담은 베트남 하노이의 JW메리어트 하노이호텔서 열릴 공산이 크다. 해당 호텔은 여러 호텔 가운데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꼽힌다. JW메리어트 하노이 호텔은 인공호수가 호텔을 둘러싸고 있어 안보에 있어서도 최적의 장소로 거론된다.

정상국가 이미지 극대화
1차보다 많은 시간 할애

인공호수와 함께 호텔 주변에는 공원이 조성돼 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호수나 공원 주변을 거닐며 비공개 회동을 통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산책회동은 지난 1차 북미회담의 산책보다 길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1차 북미회담 당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보낸 시간은 1차 남북회담 당시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이 도보다리서 함께한 시간보다 짧았다. 북미 정상은 전례가 없던 만남이었던 만큼 긴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1차 북미회담 이후 친서를 주고받는 등 서로에 대한 신뢰를 지속적으로 표했다. 이번 2차 북미회담서 두 번째로 만나게 되는 양국 정상은 지난 1차 회담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예측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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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