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합집산’ 한국당 친황 세력 대해부

김? 홍? 황? ‘줄을 서시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또 다른 계파의 탄생일까.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한국당 입당으로 이른바 ‘친황(친 황교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친박(친 박근혜)과 비박(비 박근혜)을 넘어선 계파의 등장은 한국당 내 황 전 총리의 정치적 입지를 대변한다. 당 지도부와 황 전 총리는 친황의 존재를 부정하지만, 지천타천으로 친황계가 누구인지를 두고 말들이 많다.
 

▲ 악수 나누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에 입당했다. 이날 황 전 총리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입당원서를 공식 제출했다. 황 전 총리는 입당식 모두발언서 “나라 상황이 총체적 난국”이라며 “누구 하나 살 만하다고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경제가 어렵다. 평화가 왔다는데 오히려 안보를 걱정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황교안 입당
통합 강조

황 전 총리는 “지금 대한민국에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당이 국민들에게 시원한 답을 드려야 한다”며 “그것은 통합”이라고 밝혔다.

4개 원내 정당은 한 목소리로 그의 입당을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이날 “황 전 총리는 박근혜정부의 법무장관, 박근혜정부의 총리다. 반성과 사죄가 먼저”라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도 “황 전 총리는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국가 혼란을 불러온 당사자 가운데 한 명”이라고 일갈했다. 민주평화당 문정선 대변인은 “권한대행이라는 대기 순번표를 들고 호시탐탐 썩은 권력의 주변을 배회하던 좀비”라며 수위를 높였고,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쓸 만한 재원이 없어 ‘정치인 아나바다 운동’을 하는 것은 이해가지만 재활용도 한계가 있다”며 날을 세웠다. 

황 전 총리의 정계진출에 대한 여론조사서도 반대 응답이 더 많았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 15일 조사해 이튿날 발표한 여론조사 ‘황 전 총리의 정계진출에 대한 국민여론’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50.0%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지지 응답은 37.7%에 그쳤다. 보수 야권에선 80.3%가 지지했고, 16.4%가 반대했다. 반면 범진보 여권에선 반대가 74.7%, 지지는 13.6%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황, 한국당에 둥지…대권 도전 공식화
보수진영 대권주자, 당권 경쟁도 후끈

한국당 내에서도 황 전 총리의 입당을 두고 반응이 엇갈렸다. 친박계 정우택 의원은 “황 전 총리가 당대표가 되면 민주당이 ‘도로 박근혜당’ 프레임을 씌울 것”이라고 경계했다. 반면 비박계 김무성 의원은 “황 전 총리의 한국당 입당은 아주 잘된 결정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 의원은 “전당대회에 차기 대선 주자들이 나설 경우 전당대회가 대선 전초전이 되며 그 결과는 분열의 씨앗을 잉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 전 총리의 등장은 다음 달 개최될 한국당 전당대회와 맞닿아 있다. 비박계에선 황 전 총리의 전대 출마가 새로운 계파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한다.
 

▲ 민경욱·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황 전 총리는 박근혜정부 시절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 그리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역임했다. 황 전 총리를 두고 친박계란 해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태극기 부대의 최대 주주인 점도 그 색채를 더욱 진하게 한다.

친박계는 지난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당시 막강한 세를 과시했다. 당권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전대의 경우 영향력은 노골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전대 과정서 비박(비 박근혜)계와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이란 해석이다. 비박계서 황 전 총리의 전대 출마에 제동을 거는 까닭이다.


그러나 황 전 총리를 완전한 ‘정통 친박’이라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황 전 총리는 탄핵정국 당시 특별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정권 교체 이후에도 황 전 총리는 한국당에 이렇다 할 기여를 한 적도 없다.

전대 과정서
갈등 불가피

전대 출마를 준비했던 친박계 중진 의원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들을 중심으로 황 전 총리가 지지율을 등에 업고 입당했다는 말이 오갔다. 황 전 총리는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서 보수진영 후보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전대 출마를 준비했던 친박계 중진 의원들에게 황 전 총리는 강력한 경쟁자로 통한다.

황 전 총리는 지난 15일 입당 기자회견서 “이미 당에도 계파 얘기가 거의 없어졌고, 저도 누가 친박이고 누가 비박인지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구시대 정치”라고 강조했다.

황 전 총리의 전대 출마 여부에 비박계와 친박계 중진 의원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한쪽에선 그의 등판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행보는 친박과 비박이 아닌 ‘친황’이란 새로운 계파의 등장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

지난 16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황 전 총리의 입당식이 있던 날 오전에 한국당 의원 일부가 모임을 가졌다. 모임은 황 전 총리의 당 내 연착륙과 세 확산을 위한 자리로 전해졌다.

친박·비박 이어 ‘친황’
“다시 모여” 세 결집 분주

이날 모임에 참석한 의원들은 김기선·민경욱·박대출·박완수·엄용수·추경호 의원 등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민경욱·추경호 의원이다. 두 의원 모두 박근혜정부 시절 황 전 총리와 함께 일했다. 민 의원은 청와대 대변인을, 추 의원은 황 전 총리 재직 시절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민 의원과 추 의원은 황 전 총리의 입당식에 참여하기도 했다. 

박완수 의원도 조명을 받고 있다. 박 의원이 창원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황 전 총리는 창원지검장으로 근무했다. 추 의원과 함께 박 의원은 황 전 총리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민 의원과 박 의원 그리고 추 의원은 원외 인사이자 당내 기반이 없는 황 전 총리를 지원할 공산이 크다.
 

▲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

모임을 가졌던 의원들은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통합과 전진’ 멤버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통합과 전진에는 이들을 포함해 재선의 김도읍·박맹우·윤영석·이완영·정용기·홍철호 의원과 초선의 강석진·김정재·송희경·엄용수·이은권 의원 등이 있다. 그 연유로 통합과 전진 멤버가 황 전 총리와 연결고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근혜정부
근무로 인연

통합과 전진은 이를 의식한 듯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지난 17일 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통합과 전진 17차 모임서 “계파 갈등의 구도에 매몰돼선 안 된다”며 “의원들이 먼저 줄 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안 된다”고 당부했다. 황 전 총리와 가까운 민 의원과 박 의원 역시 모임에 계파적 성격이 부여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윤상직·정종섭·유민봉 의원들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 모두 박근혜정부서 함께 일했다. 윤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정 의원은 행정자치부장관으로, 그리고 유 의원은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으로 근무했다. 

황 전 총리가 정치 행보를 예고했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의원들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지난해 9월 저서 <황교안의 답-황교안 청년을 만나다>를 통해 정계 진출을 시사했다.

당시 10여명의 한국당 의원들이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강효상·김정훈·김진태·송언석·원유철·유기준·윤상직·이채익·정종섭·추경호 의원 등이 모습을 보였다. 한국당 윤상현 의원은 축기를,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은 화환을 보내 눈길을 끌었다.

당시 황 전 총리는 “정치인들을 초대하지 않았다”며 “저와 내각에 있던 분들은 퇴임 이후에도 서로 같이 돌아보는 기회를 가져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의원들도 대개 저와 같이 근무했던 분들”이라고 덧붙였다.
 

▲ 입당 기자회견 갖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

현역 국회의원 외에도 박근혜정부 내각에 있던 이들도 참석했다. 정홍원 전 총리와 최양희 전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홍용표 전 통일부장관, 안양호 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등이 자리를 지켰다.

한국당 지도부는 또 다른 계파의 등장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 체제인 한국당은 그간 ‘계파 청산’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친박계와 비박계의 대결 구도는 현재진행형이다. 친황이라는 또 다른 계파의 등장은 한국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계파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해달라”며 당에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나 원내대표는 황 전 총리가 입당한 다음 날 “오늘 아침 친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하더라. 친박·친이를 넘어섰더니 이제 친황을 들고 나온다”며 “새 계파가 아니라 의원님들 각자 존중되는 전당대회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이튿날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친황에 대해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며 “새로 정치를 시작하시는 분 주위서 현역 의원 몇 분들이 모여 좋은 충고를 해주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계파 맞아”
“계파 아냐”

황 전 총리는 친황 논란에 대해 “나는 친한”이라고 언급했다. 황 전 총리는 친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한국당과 친하고 싶다”며 “지금은 그런 거 따질 때도 아니고, 따져서도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홍준표가 보는 ‘친황’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17일 자신의 SNS 페이스북에 황 전 총리와 관련된 글을 게재했다. 홍 전 대표는 “황교안 ‘레밍 신드롬’으로 모처럼 한국당이 활기를 되찾아 반갑다”며 “도로 친박당, 도로 탄핵당, 도로 병역비리당이 되지 않도록 한국당 관계자들과 당원들이 함께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좌파 폭주를 막을 수 있는 한국당이 될 수 있도록 모두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레밍 신드롬은 우두머리나 자신이 속한 무리를 맹목적으로 따라하는 집단적 편승효과를 일컫는다. 나그네쥐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레밍은 개체 수가 늘면 다른 땅을 찾아 이동하는데, 우두머리만 보고 직선으로 이동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우두머리가 호수나 바다로 뛰어들면 뒤따르던 이들 역시 떨어져 집단으로 죽기도 한다. 

홍 전 대표는 친황계 형성이 불거지는 상황을 레밍 신드롬에 빗대 이같이 비판했으나 글을 올린 지 한 시간여 만에 레밍 신드롬을 ‘입당’으로 수정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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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