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조국의 숙제

풀 문제 많은데 난제 수두룩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조국 민정수석은 건재했다. 조 수석은 청와대 특감반 논란과 함께 입지가 흔들리는 듯했지만 청와대 2기 개편서 살아남았다. ‘검찰과 사법부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다. 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야당은 연일 조 수석을 향해 십자포화를 쏟아붓고 있다. 조 수석이 공개적으로 여론의 지지를 호소할 정도다. 조 수석의 어깨가 무겁다.
 

▲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지난 8일, 청와대 2기 참모진 개편이 단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핵심 참모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해 정무수석과 국민소통수석을 교체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넘어선 데드크로스로 한 해를 매듭지었다. 지지율은 최근까지도 하락 국면이다. 올해는 문재인정부가 ‘3년 차 징크스’를 맞는 해이기도 하다. 험로를 걷고 있는 문 대통령은 청와대 개편을 통해 분위기 쇄신과 함께 국정 동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참모 개편
결국 생존

참모진 개편 과정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인물은 조국 민정수석이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 논란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야당은 조 수석의 사퇴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상황은 조 수석의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으로 치달았다.

조 수석은 지난달 31일 특감반 논란과 관련, 운영위에 출석했는데 청와대 민정수석이 해당 상임위에 출석한 건 12년 만이다. 조 수석의 거취는 운영위 결과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관측됐다.

당시 야당은 조 수석의 책임론을 내세우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나 조 수석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강경한 어조로 야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해를 넘길 때까지 야당은 결정적인 단서를 제시하지 못했고, 결국 운영위는 조 수석의 판정승으로 마무리됐다. 자연스레 조 수석의 유임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그의 유임이 기정사실화된 때는 지난 6일이다. 조 수석은 이날 자신의 SNS 페이스북에 검찰 개혁을 촉구했다. 조 수석은 “법무부의 탈검찰화, 검사인사제도의 개혁, 검찰 과거사 청산 등 대통령령과 법무부령 개정으로 가능한 검찰개혁은 대부분 이뤄졌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공수처법 제정, 수사권 조정 등 법률제정·개정이 필요한 검찰 개혁은 행정부와 여당이 협력해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법개혁특별위원회서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지만 현재 국회 의석 구조를 생각할 때 행정부와 여당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국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조 수석의 검찰개혁 호소는 곧 문 대통령의 입장과 궤를 같이한다. 조 수석은 지난 2017년 취임 기자회견서 “검찰개혁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철학과 구상,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충실히 보좌하겠다”고 밝혔다. 사법 개혁의 아이콘인 조 수석이 검찰 개혁 의지를 공개적으로 피력한 것은 문 대통령의 조 수석 유임 강행으로 해석됐다.

‘문의 결정’ 국정 동력 약세 속 유임
개혁 드라이브…수사권·공수처 관건

조 수석은 법무부의 탈검찰화 등 대통령령과 법무부령 개정으로 가능한 사안에 성과를 냈다. 법무부의 탈검찰화는 지난 2017년 7월부터 시행됐다. 사실상 법무부가 검찰에 의해 지휘된 점에서 비롯됐다.

개혁의 일환으로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 개정령안’이 지난달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검찰국 2개 검사 과장 지위에 비검사 출신들의 보임 범위를 넓히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무부는 현재까지 4개 실·국장, 9개 국·과장급, 14개 평검사 등 총 27개 직위에 일반직 공무원을 임명했다.

검사인사제도 개혁도 단행됐다. ‘귀족검사’ 양성 차단이 대표적이다. 귀족검사는 검사들의 선호 근무지인 수도권서 장기 근무하는 검사를 뜻한다.


법무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도권 3회 연속 근무 제한’을 엄격히 했다. 기존에도 수도권 근무는 3회로 제한됐다. 그러나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예외였다. 이런 연유로 법무부와 대검을 거쳐 수도권서 오래 머무는 귀족검사들이 적지 않았다. 대통령령과 법무부 예규, 법무부령 등 검사 인사 관계 법령의 제·개정을 통해 수도권과 법무부, 대검서 두 차례 근무한 검사는 예외 없이 지방청으로 인사 발령을 받게 된다.
 

▲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출석한 문무일 검찰총장

이 외에도 부장검사 보임 요건을 강화하고, 법무부와 대검 근무 기준을 높였다. 인사 평가에는 다면평가를 법제화했다. 다면평가란 소위 ‘후배 검사의 선배 검사 평가’를 뜻한다. 일반 검사의 인사시기도 명문화했다.

검찰 과거사 청산도 진행 중이다. 문무일 검찰 총장이 형제복지원 피해자들 앞에서 눈물을 흘린 것이 대표적이다. 형제복지원에 이어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지난 9일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다뤘던 MBC <PD수첩>에 대해 ‘검찰이 수사권을 부당하게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사방이 적
산적한 과제

조 수석은 이 외에도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를 호소했다. 해당 사안은 국회 공식 논의 기구인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 산하 검찰·경찰개혁 소위서 논의되고 있다.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가 법률의 제·개정이 필요한 만큼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수사권 조정은 7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지난해 6월21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조 수석,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은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날인했다. 여야도 수사권 조정의 골자인 ‘경찰의 1차 수사권 부여와 검찰의 수사 지휘권 폐지’에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사실상 정부안으로 여겨지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백혜련 의원의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에 따르면 세부적으로 경찰은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다. 검찰은 기소권과 특정사건 직접 수사권, 송치 후 수사권, 그리고 사법경찰관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및 시정조치 요구권을 확보하게 된다. 

검경소위는 지난달 19일 간담회를 통해 수정안을 마련했다. 이른바 ‘간담회안’이다. 간담회안은 백 의원의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이다.

수정된 사안은 검찰의 특정사건 직접 수사권이다. 본안에 따르면 검찰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 등 중요 범죄에 대해 직접 수사’를 하게 돼 있다. 그러나 수정안은 ‘중요 범죄’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또한 경찰의 수사권 종결서 ‘경찰이 불송치 사건서 사건기록 등본을 검사에게 송부’하도록 명시돼있는 문구에 ‘검사가 30일 이내에 이를 조사하고 반환해야 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검찰의 보완수사에도 손을 댔다. 기존의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사법경찰관은 이를 지체 없이 이행’이란 문구 중 ‘지체 없이’를 ‘정당한 이유 없는 한’으로 수정했다. 

마지막으로 검찰의 자치경찰 수사지휘 유지를 ‘자치경찰을 제외한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해서만 수사지휘’로 방향을 틀었다.


검경소위는 지난 8일 간담회 안을 중심으로 합의안을 도출하고자 했으나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간담회에 불참했던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해당 수정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곽 의원은 이날 “일부가 모여 간담회를 진행한 것을 소위안이라고 해서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는 중단되지는 않았지만 여야 합의가 불발됐다. 여야는 간담회안과 함께 곽 의원이 발의한 ‘수사청법’을 함께 논의해야 했다. 수사청법은 검찰에게 기소권과 영장청구 집행권을 남겨두고, 검·경이 갖게 되는 수사권을 별도의 수사청에 두도록 하는 것이다.

검경소위원장인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오신환 의원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곽 의원이 낸 수사청법과 형사소송법은 논의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간단한 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 의원은 합의의 진척을 묻는 질문에 “소위 위원 9명 중 7명이 합의를 했다고 해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답했다.  

개혁 아이콘
그의 앞날은?

그나마 합의 가능성이 점쳐지는 수사권 조정과 달리 공수처 설치는 요원한 모양새다. 한국당은 공수처 설치를 ‘옥상옥’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감반법과 상설특검법이 제정돼있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한국당은 공수처를 설치할 경우 공수처장의 임명권을 요구하고 있다.

사개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지난 8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국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박 의원은 “특감반은 수사권도 없고 감찰 범위는 대통령의 특수 관계로 제한돼있다”며 “청와대 산하 기구인 점도 문제가 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상설 특검에 대해선 “특검은 사건이 발생한 다음에 진행되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할 수 없다”며 “특검은 사후약방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공수처의 대안으로 상설특검이 아닌 상임특검제를 주장했다. 그는 “상설특검을 하게 되면 특검이 정치적 ‘딜용’으로 쓰인다”며 현행 특검제의 부작용도 꼬집었다.

여야 간 특검 수용에 따른 법안 및 예산안 통과와 같은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

민주당 백 의원은 지난달 21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서 공수처를 반대하는 한국당을 향해 “공수처 설치는 오늘날과 같은 특감반 사태 등을 객관적으로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수처가 설치되면 검찰 직접수사의 상당 부분이 공수처로 가기 때문에 편향적 정치수사 논란이 오히려 해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수석이 언급한 사개특위 산하에는 검경소위와 함께 법원·법조개혁소위도 있다. 해당 소위는 법원행정처 개혁을 논의 중이다. 조 수석은 “법원행정처 폐지는 시대적 과제”라고 밝힌 바 있다. 조 수석의 개혁 의지는 검찰과 함께 사법부까지 미치고 있다.

검찰부터 사법부까지 임무 막중 
야당 연일 공세…과제 첩첩산중

법원행정처 개혁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불거진 사법 농단 의혹의 연장선에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재판 거래, 판사 사찰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개입 여부가 쟁점이다. 법원행정처가 양 전 대법원장의 ‘행동대장’ 역할을 수행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 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사법부 개혁을 공표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그 대신 사법행정회의와 법원사무처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입법의견 형태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사개특위에 제출했다.

다만 내부 반발 역시 만만치 않다. 사법 농단 의혹 추가조사위원회는 당시 김소영 전 법원행정 처장에게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사퇴한 임종헌 전 처장의 PC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김 전 처장은 이를 거부했고, 처장 직에서 물러났다. 임명 6개월 만의 일이었다.
 

김 전 처장 이후 임명된 안철상 전 처장은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안 전 처장은 건강문제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김 대법원장과의 갈등설을 피하기 어려웠다.

안 전 처장은 사법 농단 의혹과 관련된 검찰의 수사에 대해 김 대법원장과 반대 입장을 보였다. 김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를 ‘불가피한 일’이라고 밝혔지만, 안 전 처장은 지난해 11월 “아무리 환부를 많이 찾는다고 해도 해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대치했다.

안 전 처장은 지난 3일 사의를 표명했다. 임명 11개월 만의 일이었다.  

수사권 조정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하더라도 공수처 설치와 법원행정처 개혁은 다소 요원하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조 수석의 운영위 출석과 유임, 그리고 SNS 호소 이후 야당의 공세는 한층 강화됐다. 

한국당은 조 수석을 연일 정조준하고 있다. 청와대 2기 참모진 개편 윤곽이 드러나던 지난 7일 한국당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청와대 비서실 개편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무소불위의 통제 불능 청와대를 만든 장본인인 조국 민정수석은 유임될 것으로 전해져 국민과 공직사회를 경악시키고 있다”며 “조국 민정수석 등에 대한 경질이 없다면 이 정권은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것으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국민 기만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국당과 바미당,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은 조 수석을 둘러싼 청와대 특감반 논란에 대한 특검 도입에 합의했다. 범진보진영 중 하나로 꼽히던 평화당이 특검을 합의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조 수석은 운영위에 출석해 판정승을 거뒀지만 비판은 오히려 거세지는 형국이다.

향후 조 수석의 사법개혁 동력이 힘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되는 까닭이다. 최악의 경우 국회 차원서 사법개혁을 논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조 수석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면 개혁 논의는 정쟁으로 비화할 공산이 크다.

극복? 무산?
가시밭길

이 경우 지난해 11월 초 출범한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에 해당 안건을 상정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국회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서 “여당서 통과시켰으면 하는 아젠다는 검경수사분리법, 공수처법 등인데 한국당이 받기 어려운 여러 사정들이 있다”며 “야당에서는 김태우 특검·국정조사, 신재민 사건 청문회 등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1월에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열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에 힘 실어준 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간담회서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이는 개혁 드라이브를 강화하고 조 수석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생활 속 적폐 근절을 이야기하면서 “권력기관 개혁도 이제 제도화로 마무리 짓고자 한다”며 “정권의 선의에만 맡기지 않도록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 등 입법을 위한 국회의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입법을 위한 국회의 협조를 촉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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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