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성남 테마폴리스 복마전 실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6.25 14: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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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죽고 나도 죽고 우리 모두 죽자"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성남버스종합터미널과 홈플러스, CGV가 입점해 있는 야탑 테마폴리스의 이권다툼이 점차 복마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건물 운영권이 사태의 쟁점인데, 이를 차지하기 위해 용역업체 직원들까지 고용됐다. 급기야 폭력사태가 벌어져 10여 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30도가 넘는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생존권을 찾기 위해 농성을 진행 중인 테마폴리스 현장을 직접 찾았다.

지난 19일 성남시 분당구 야탑 테마폴리스 7층 옥외주차장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나가니 건물전체 환기를 책임지는 대형 환기구에 매달려 있는 현수막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공기업 기술보증기금 ○○○는 불법 사기계약, ○○○ 신영은 용역깡패동원 불법 점거' '전체 소유권자는 300명, 총회 참석 1명으로 관리인 선임이 말이 되나요?'라고 적혀있는 현수막 밑에는 천막 2개가 쳐있고 그 안에는 장기간 고공농성에 지친 건물관리단 직원들이 탈진한 듯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장기간 고공농성
부상자 속출

건물관리단이 사용하는 사업관리본부로 발길을 옮겼다. 그곳 역시 마찬가지로 천막이 세워져 있었고 용역업체 직원 20여 명과 건물관리단 직원, 테마폴리스 구분소유권자 20여 명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그 자리에 모여 있는 모든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테마폴리스는 지난 2000년 8월 개장해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5~6만에 달하는 성남의 대표적 복합쇼핑센터다. 현재 홈플러스와 CGV, 1700여 개의 소규모 매장이 입점해 있고 개장 후 약 12년간 테마알앤디(대표 이동호)에서 건물관리를 맡아왔다. 테마알앤디는 테마폴리스 7층에 사업관리본부를 두고 약 50여 명의 직원들이 건물 냉·난방, 청소, 방제, 안전, 경비를 책임져 왔다.

하지만 12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테마알앤디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나앉게 됐다. 테마폴리스의 대지분권자인 기술보증기금이 지분 전체(70%)를 전 기술보증기금 이사인 이모(57)씨에게 수탁했고, 이모씨는 지난 8일 임시총회를 열어 새로운 건물관리인으로 기술보증기금 채권관리팀 직원을 내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씨는 신영에셋(대표 정춘보)을 새로운 건물위탁관리업체로 변경했다.


용역업체 동원 무단 점령 기존 관리단과 충돌
폭력사태 발생 1명 뇌사 판정 10여 명 부상 

취재기자가 만난 이충재 테마알앤디 관리부장의 말에 따르면 집합건물법상 건물관리인 변경을 위한 임시총회는 전체 구분소유자의 3분의 2가 참석하고 그 중 5분의 4가 의결해야만 한다. 이씨가 주최한 임시총회에는 이씨를 제외하고 구분소유자 어느 누구도 참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분소유자들은 이날 임시총회가 열린다는 사실도 통보받지 못했다.

새로운 건물관리업체로 선정된 신영에셋은 지난 13일 새벽 2시께 용역업체 직원 200여 명을 동원해 테마알앤디 사업관리본부를 급습했다. 용역직원들은 사업관리본부 출입문을 부수고 당시 당직근무를 서던 테마알앤디 직원들을 강제로 끌어낸 뒤 사무실을 점령했다.

이 과정에서 테마폴리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과 전기, 소방 등 공공시설을 책임지는 관리자들이 순식간에 내쫓겼고 신영에셋 측의 신규 인력으로 대체됐다. 하지만 각종 기기의 작동법을 숙지하지 못한 신규 인력 때문에 무더운 여름 냉방은 물론 건물의 조명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여기에 하루에 300개 노선 2천여 대가 움직이는 터미널은 환기구 작동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매연이 배출되지 않고 있어 버스 이용객들의 건강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현재 지하 4층 기계정비실, 지하 1층 방제실 등 공공시설은 용역직원 120여 명이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보다 못한 테마알앤디 직원들과 구분소유자들은 지난 16일 집회를 열고 사업관리본부 진입을 시도했다. 구분소유자들 대부분은 50세를 넘긴 고령자들이었다. 이들의 진입시도는 건장한 체격의 20대 용역직원들에 막혀 폭력사태가 발생했고 10여 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았다.

특히 테마폴리스 지하에서 장사를 하는 60대 여성은 늑골과 어깨뼈가 으스러져 구조대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으며, 환기구 꼭대기에 올라 농성을 진행하던 테마알앤디 직원 4명 중 1명도 혼수상태에 빠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건물 냉방 조명 마비
이용객 건강 피해 우려


밤샘 근무를 마친 용역직원 1명은 차안에서 에어컨을 틀어놓고 잠을 자다가 호흡곤란으로 뇌사상태에 빠져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뒤늦게 알려졌다.

용역업체 직원들의 행태에 분개한 테마알앤디 직원들과 구분소유자들은 2차 진입을 시도했고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분당경찰서가 병력을 동원해 중재에 나섰다.

경찰은 위기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지난 19일까지 기술보증기금 사장과 면담을 주선하기로 구분소유자들과 약조했다. 별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던 구분소유자들은 경찰의 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술보증기금의 생각은 경찰과 달랐다. 기술보증기금 사장은 구분소유자들과의 면담을 회피, 결국 구분소유자들은 지난 20일 테마폴리스 입구 측면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날 이 자리에는 구분소유자 및 입점상인, 테마알앤디 직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오우태 건물관리단장 및 입점상인 대표는 집회에서 "불법점거를 해제해야 한다. 불법이 난무하고 폭력이 극에 달했는데도 분당경찰서는 손을 놓고 있다"며 "경찰서장을 만나 수사를 촉구하고 해결점을 찾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 대표는 "13일 새벽 사태 당시 112 전화로 신고해 분당경찰서에서 출동했지만 건물의 이권다툼이라고 구경만 했으며, 이들이 불법 점유한 건물 부분 중에는 7층에 개인사무실이 여러 곳 있는데 여기까지 봉쇄해 건물관리와 무관한 개인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해도 수수방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시간 테마폴리스 7층 난간에서도 테마알앤디 직원들이 핸드마이크를 통해 낭독하는 '성남시민께 고하는 성명문'이 연달아 흘러나왔다.

"폭력 극에 달했는데
경찰은 손 놓고 있다"

집회가 끝난 후 가진 분당경찰서장과의 면담자리에서 오 대표는 "고소·고발이 접수되는 대로 수사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답변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에셋 관계자는 테마알앤디의 주장을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이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총회를 열었고 새 관리업체를 계약했다"며 "오히려 체마알앤디 측이 건물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용역업체를 고용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은 우리 측 잘못이지만 테마알앤디 ?도 영업방해 등으로 경찰 조사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테마폴리스 관리단 측이 검찰에 고발한 업무방해 및 폭행죄, 사문서위조, 불법침입, 기물파손 등은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테마폴리스의 시작은 찬란했다. 당시 테마폴리스 건축사업 시행자가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신탁(이하 한부신)이라는 점과 대기업인 삼성중공업이 책임시공을 한다는 점 때문에 상가분양은 순조로웠다. 여기에 고속버스터미널이 들어설 예정이었기 때문에 상가분양가에는 막대한 프리미엄이 붙었다. 당시 평당 분양가가 최고 2800만원까지 치솟았다. 테마폴리스 상가를 임대받은 사람은 1400명, 상가 소유권을 완전히 분양받은 사람은 300여 명에 달했다.

승승장구를 달리던 테마폴리스는 2001년 2월 시행사인 한부신이 부도를 내면서 문제가 발생되기 시작했다.

한부신 부도 후 공사대금 1200억원을 받지 못한 삼성중공업과 시행사 한부신에 800억을 대출 해준 기술보증기금은 테마폴리스 건물과 토지에 대해 960억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삼성중공업은 또 같은 해 3월 법원으로부터 제3자 출입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 용역회사 직원들을 동원해 상인들의 건물 출입마저 막아버렸다.

검찰, 업무방해·폭행·불법침입 수사 중
이권다툼 피해는 고스란히 터미널이용객에

이렇게 되자 점포를 분양받거나 임대받은 1700여 명의 계약자들은 1500억원에 이르는 분양대금과 임대보증금을 납입하고서도 주 채권자인 삼성중공업과 기술보증기금에 밀려 한 푼도 건지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난항을 겪던 테마폴리스 문제는 2002년 9월 한부신과 삼성중공업 간 채무조정협상이 최종 타결되고 정상화의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됐다.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번에는 시외버스터미널 이전 문제가 발생한 것. 고속버스터미널은 2001년 테마폴리스로 옮겨와 운영되고 있는 상태였지만 시외버스터미널은 임대료 부담 등을 이유로 이전을 거부했다.

시외버스터미널 측은 대합실과 영업용 사무실 일부의 소유권을 무상으로 넘겨주어야 옮겨올 수 있다며 버텼고 당시 건물 고유권자였던 한부신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요구조건을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던 시외버스터미널 이전은 4년 동안의 난항 끝에 지난 2004년 4월에서야 타결됐다.

이후에도 건물 관리비 문제로 전기 및 수돗물 공급이 끊기기도 했고 집합건축물 승인에 대한 시와 한부신의 입장차이로 사용승인 처분이 뒤늦게 철회되기도 했다. '민원폴리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 13일 발생한 폭력사태는 테마폴리스 개장 후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동원됐고 그 과정에서 1명 뇌사, 1명 늑골 및 어깨뼈 골절, 1명 혼수상태 등 10여 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현재까지도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1명 뇌사 10여 명 부상
결국 최악으로 치닫다

또한 300여 명의 구분소유자들과 50여 명의 관리 직원들의 생계문제가 걸려있기도 하다.

건물관리단과 입점상인들은 기술보증기금이 새로운 관리업체라고 주장하고 있는 신영에셋이 퇴거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주)신영 측 관계자는 "6월8일 총회 안건에 붙여 관리규약을 변경하고 관리인 선임을 결의했다. 기존 관리회사가 문제가 있었다. 관리비 수납 문제, 공공요금 체납 등이 그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러나고 그럴 리 없다.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전문 회사에 위임된 건이다. 민원 해소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정상 운영에 힘쓸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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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