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성남 테마폴리스 복마전 실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6.25 14: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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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죽고 나도 죽고 우리 모두 죽자"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성남버스종합터미널과 홈플러스, CGV가 입점해 있는 야탑 테마폴리스의 이권다툼이 점차 복마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건물 운영권이 사태의 쟁점인데, 이를 차지하기 위해 용역업체 직원들까지 고용됐다. 급기야 폭력사태가 벌어져 10여 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30도가 넘는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생존권을 찾기 위해 농성을 진행 중인 테마폴리스 현장을 직접 찾았다.

지난 19일 성남시 분당구 야탑 테마폴리스 7층 옥외주차장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나가니 건물전체 환기를 책임지는 대형 환기구에 매달려 있는 현수막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공기업 기술보증기금 ○○○는 불법 사기계약, ○○○ 신영은 용역깡패동원 불법 점거' '전체 소유권자는 300명, 총회 참석 1명으로 관리인 선임이 말이 되나요?'라고 적혀있는 현수막 밑에는 천막 2개가 쳐있고 그 안에는 장기간 고공농성에 지친 건물관리단 직원들이 탈진한 듯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장기간 고공농성
부상자 속출

건물관리단이 사용하는 사업관리본부로 발길을 옮겼다. 그곳 역시 마찬가지로 천막이 세워져 있었고 용역업체 직원 20여 명과 건물관리단 직원, 테마폴리스 구분소유권자 20여 명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그 자리에 모여 있는 모든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테마폴리스는 지난 2000년 8월 개장해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5~6만에 달하는 성남의 대표적 복합쇼핑센터다. 현재 홈플러스와 CGV, 1700여 개의 소규모 매장이 입점해 있고 개장 후 약 12년간 테마알앤디(대표 이동호)에서 건물관리를 맡아왔다. 테마알앤디는 테마폴리스 7층에 사업관리본부를 두고 약 50여 명의 직원들이 건물 냉·난방, 청소, 방제, 안전, 경비를 책임져 왔다.

하지만 12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테마알앤디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나앉게 됐다. 테마폴리스의 대지분권자인 기술보증기금이 지분 전체(70%)를 전 기술보증기금 이사인 이모(57)씨에게 수탁했고, 이모씨는 지난 8일 임시총회를 열어 새로운 건물관리인으로 기술보증기금 채권관리팀 직원을 내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씨는 신영에셋(대표 정춘보)을 새로운 건물위탁관리업체로 변경했다.


용역업체 동원 무단 점령 기존 관리단과 충돌
폭력사태 발생 1명 뇌사 판정 10여 명 부상 

취재기자가 만난 이충재 테마알앤디 관리부장의 말에 따르면 집합건물법상 건물관리인 변경을 위한 임시총회는 전체 구분소유자의 3분의 2가 참석하고 그 중 5분의 4가 의결해야만 한다. 이씨가 주최한 임시총회에는 이씨를 제외하고 구분소유자 어느 누구도 참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분소유자들은 이날 임시총회가 열린다는 사실도 통보받지 못했다.

새로운 건물관리업체로 선정된 신영에셋은 지난 13일 새벽 2시께 용역업체 직원 200여 명을 동원해 테마알앤디 사업관리본부를 급습했다. 용역직원들은 사업관리본부 출입문을 부수고 당시 당직근무를 서던 테마알앤디 직원들을 강제로 끌어낸 뒤 사무실을 점령했다.

이 과정에서 테마폴리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과 전기, 소방 등 공공시설을 책임지는 관리자들이 순식간에 내쫓겼고 신영에셋 측의 신규 인력으로 대체됐다. 하지만 각종 기기의 작동법을 숙지하지 못한 신규 인력 때문에 무더운 여름 냉방은 물론 건물의 조명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여기에 하루에 300개 노선 2천여 대가 움직이는 터미널은 환기구 작동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매연이 배출되지 않고 있어 버스 이용객들의 건강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현재 지하 4층 기계정비실, 지하 1층 방제실 등 공공시설은 용역직원 120여 명이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보다 못한 테마알앤디 직원들과 구분소유자들은 지난 16일 집회를 열고 사업관리본부 진입을 시도했다. 구분소유자들 대부분은 50세를 넘긴 고령자들이었다. 이들의 진입시도는 건장한 체격의 20대 용역직원들에 막혀 폭력사태가 발생했고 10여 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았다.

특히 테마폴리스 지하에서 장사를 하는 60대 여성은 늑골과 어깨뼈가 으스러져 구조대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으며, 환기구 꼭대기에 올라 농성을 진행하던 테마알앤디 직원 4명 중 1명도 혼수상태에 빠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건물 냉방 조명 마비
이용객 건강 피해 우려


밤샘 근무를 마친 용역직원 1명은 차안에서 에어컨을 틀어놓고 잠을 자다가 호흡곤란으로 뇌사상태에 빠져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뒤늦게 알려졌다.

용역업체 직원들의 행태에 분개한 테마알앤디 직원들과 구분소유자들은 2차 진입을 시도했고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분당경찰서가 병력을 동원해 중재에 나섰다.

경찰은 위기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지난 19일까지 기술보증기금 사장과 면담을 주선하기로 구분소유자들과 약조했다. 별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던 구분소유자들은 경찰의 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술보증기금의 생각은 경찰과 달랐다. 기술보증기금 사장은 구분소유자들과의 면담을 회피, 결국 구분소유자들은 지난 20일 테마폴리스 입구 측면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날 이 자리에는 구분소유자 및 입점상인, 테마알앤디 직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오우태 건물관리단장 및 입점상인 대표는 집회에서 "불법점거를 해제해야 한다. 불법이 난무하고 폭력이 극에 달했는데도 분당경찰서는 손을 놓고 있다"며 "경찰서장을 만나 수사를 촉구하고 해결점을 찾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 대표는 "13일 새벽 사태 당시 112 전화로 신고해 분당경찰서에서 출동했지만 건물의 이권다툼이라고 구경만 했으며, 이들이 불법 점유한 건물 부분 중에는 7층에 개인사무실이 여러 곳 있는데 여기까지 봉쇄해 건물관리와 무관한 개인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해도 수수방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시간 테마폴리스 7층 난간에서도 테마알앤디 직원들이 핸드마이크를 통해 낭독하는 '성남시민께 고하는 성명문'이 연달아 흘러나왔다.

"폭력 극에 달했는데
경찰은 손 놓고 있다"

집회가 끝난 후 가진 분당경찰서장과의 면담자리에서 오 대표는 "고소·고발이 접수되는 대로 수사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답변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에셋 관계자는 테마알앤디의 주장을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이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총회를 열었고 새 관리업체를 계약했다"며 "오히려 체마알앤디 측이 건물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용역업체를 고용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은 우리 측 잘못이지만 테마알앤디 ?도 영업방해 등으로 경찰 조사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테마폴리스 관리단 측이 검찰에 고발한 업무방해 및 폭행죄, 사문서위조, 불법침입, 기물파손 등은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테마폴리스의 시작은 찬란했다. 당시 테마폴리스 건축사업 시행자가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신탁(이하 한부신)이라는 점과 대기업인 삼성중공업이 책임시공을 한다는 점 때문에 상가분양은 순조로웠다. 여기에 고속버스터미널이 들어설 예정이었기 때문에 상가분양가에는 막대한 프리미엄이 붙었다. 당시 평당 분양가가 최고 2800만원까지 치솟았다. 테마폴리스 상가를 임대받은 사람은 1400명, 상가 소유권을 완전히 분양받은 사람은 300여 명에 달했다.

승승장구를 달리던 테마폴리스는 2001년 2월 시행사인 한부신이 부도를 내면서 문제가 발생되기 시작했다.

한부신 부도 후 공사대금 1200억원을 받지 못한 삼성중공업과 시행사 한부신에 800억을 대출 해준 기술보증기금은 테마폴리스 건물과 토지에 대해 960억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삼성중공업은 또 같은 해 3월 법원으로부터 제3자 출입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 용역회사 직원들을 동원해 상인들의 건물 출입마저 막아버렸다.

검찰, 업무방해·폭행·불법침입 수사 중
이권다툼 피해는 고스란히 터미널이용객에

이렇게 되자 점포를 분양받거나 임대받은 1700여 명의 계약자들은 1500억원에 이르는 분양대금과 임대보증금을 납입하고서도 주 채권자인 삼성중공업과 기술보증기금에 밀려 한 푼도 건지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난항을 겪던 테마폴리스 문제는 2002년 9월 한부신과 삼성중공업 간 채무조정협상이 최종 타결되고 정상화의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됐다.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번에는 시외버스터미널 이전 문제가 발생한 것. 고속버스터미널은 2001년 테마폴리스로 옮겨와 운영되고 있는 상태였지만 시외버스터미널은 임대료 부담 등을 이유로 이전을 거부했다.

시외버스터미널 측은 대합실과 영업용 사무실 일부의 소유권을 무상으로 넘겨주어야 옮겨올 수 있다며 버텼고 당시 건물 고유권자였던 한부신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요구조건을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던 시외버스터미널 이전은 4년 동안의 난항 끝에 지난 2004년 4월에서야 타결됐다.

이후에도 건물 관리비 문제로 전기 및 수돗물 공급이 끊기기도 했고 집합건축물 승인에 대한 시와 한부신의 입장차이로 사용승인 처분이 뒤늦게 철회되기도 했다. '민원폴리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 13일 발생한 폭력사태는 테마폴리스 개장 후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동원됐고 그 과정에서 1명 뇌사, 1명 늑골 및 어깨뼈 골절, 1명 혼수상태 등 10여 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현재까지도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1명 뇌사 10여 명 부상
결국 최악으로 치닫다

또한 300여 명의 구분소유자들과 50여 명의 관리 직원들의 생계문제가 걸려있기도 하다.

건물관리단과 입점상인들은 기술보증기금이 새로운 관리업체라고 주장하고 있는 신영에셋이 퇴거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주)신영 측 관계자는 "6월8일 총회 안건에 붙여 관리규약을 변경하고 관리인 선임을 결의했다. 기존 관리회사가 문제가 있었다. 관리비 수납 문제, 공공요금 체납 등이 그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러나고 그럴 리 없다.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전문 회사에 위임된 건이다. 민원 해소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정상 운영에 힘쓸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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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