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날림’ 황당 예산 대해부

없던 돈도 뚝딱 의원님의 세금 나르기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2019년도 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469조의 나라 살림은 법적 권한이 없는 소소위를 거치며 얼룩졌다. 이 과정서 여야 실세들의 지역구 예산이 배정됐다. 민생과 경제를 외치던 이들의 목소리가 공허하게 들리는 까닭이다. 시민사회 일각에선 시간이 지나도 올해 예산안 처리 과정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2019년도 예산안이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지난 8일 새벽 4시30분. 국회서 2019년도 예산안이 통과됐다. 법정처리 시한을 6일이나 넘긴 늑장 처리였다. 국회는 지난 2014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가장 늦게 예산안을 처리했다. 예산안은 극심한 여야 갈등의 산물이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의원 스스로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한 것도 모자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럴 거면 법을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최장 늑장
허점 가득

법정 시한 초과 외에도 2019년도 예산안은 허점으로 가득했다. 특히 예산안 처리 과정은 석연찮은 대목으로 가득하다. 

정부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건 지난 9월3일이다. 그러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는 허송세월을 보냈다. 지난 9월13일 예결위 1차 전체회의가 있었지만 당시 회의는 여야 간사 선임을 위해서였다. 2차 전체회의는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있던 지난달 1일 개최됐다. 국회는 정부 예산안이 제출된 때부터 2차 회의까지 60일을 날린 셈이다.


헌법 제54조 제2항에 따르면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내년 1월1일) 30일 전(지난 2일)까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결국 국회는 남은 한 달 동안 470조(정부안)의 예산안을 심사할 수밖에 없었다.  

예결위 전체회의는 총 11차례 열렸다. 그러나 1차 회의는 여야 간사 선임, 10차 회의는 예결위 산하 예산안조정소위원회(이하 예산안조정소위) 구성을 위해서였다. 나머지 회의에선 여야 신경전이 극심해 진행이 원활하지 않았다. 

지난달 21일 예결위 산하 예산안조정소위가 출범했지만 여야의 간극을 좁히기 어려웠다. ‘세수 4조원 파행’이 발생한 것도 이때다. 지난 1일 예결위 권한이 정지되면서 예산소위 산하 소소위원회(이하 소소위)가 열렸다. 결국 2019년도 예산안은 밀실심사의 대명사로 불리는 소소위를 거쳐 지난 8일 새벽 4시30분 의결됐다.

법정 시한 초과 부지기수, 실속도 없어
법적 근거 없는 소소위…때만 되면 활개

이번 예산안 논란의 결정적 단초를 제공한 건 소소위 이후 수정된 예산이다. 국회 심의 과정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대목은 보건·복지·고용 예산과 SOC 예산이다.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1조2000억원 삭감됐고 SOC 예산은 1조2000억원 증액됐다. 문제는 통상 지역구 예산으로 불리는 SOC 사업 예산이 여야 실세들의 지역구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눈길이 가는 점은 정부안에 없던 예산들이 대거 책정됐다는 것이다. 우선 예결위 간사들의 지역구에 예산이 편성됐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구)은 부산 사상구 분뇨처리시설 사업비 17억원을 챙겼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조정식 의원(경기 시흥을)은 죽율푸르지오6차 앞 선형불량도로 개선비 10억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시흥 공동형장사시설 건립비 4억9200만원을 챙겼고, 시흥 복합체육센터 건립비에도 10억원을 책정했다. 

예결위원장인 한국당 안상수 의원(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은 강화 황청리 추모공원 예산 8억4000만원을 챙겼고, 강화 청련사 개보수비에는 9600만원을 확보했다. 또 계양-강화 고속도로 조사 설계비 10억원, 인천 수산기술지원센터 청사 신축 예산 10억원, 강화 옥림·용정 지역 하수로 정비 예산 3억원이 책정됐다. 어유정항 접안시설 정비 예산에는 23억1000만원이 신설됐다.

한국당 함진규 정책위원회 의장(경기 시흥갑)은 시흥시 매화지구 개발 제한구역 주민지원사업 5억원을 증액했다. 

여야 지도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세종시)는 국회세종의사당건립과 세종 산업기술단지(테크노파크) 조성 사업에 각각 10억원과 5억원을 확보했다.

지역구 예산
재미 쏠쏠∼

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서울 강서을)는 ‘해외 건설인의 날’에 대한 예산을 3억원 챙겼다. 건설노동자 출신인 김 전 원내대표는 해외 건설인의 날 제정 촉구 결의안을 낸 바 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서울지하철 9호선 증차 예산 500억원가량을 서울시 예산에 넣는 식으로 우회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군산 해양관광복합지구 조성에 10억원을 마련했다. 무소속인 문희상 국회의장(의정부 갑)은 망월사역 시설개선 15억원을 챙겼다.

정부안서 책정된 예산보다 증액된 경우도 있었다. 이 역시 여야 실세들의 지역구로 돌아갔다. 장제원 의원은 부산 사상공단 재생사업 시설비와 부산 사상-하단 도시 철도 건설비를 각각 10억원과 20억원을 증액했다.

안상수 의원은 강화 한겨레 얼 체험공원과 무의도 휴양림 조성에 각각 7억8700만원과 10억원을 증액했으며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건립비 16억7700만원을 책정했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경기 구리시)은 구리 동구릉 역사경관 복원정비와 안성-구리 고속도로 건설비에 각각 5억원과 600억원, 구리시 사노동 도시계획도로 개설사업비와 구리시 인창동 새마을 도시계획도로 개설비에 각각 10억원과 4억원을 추가로 얻어냈다.

 

▲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이해찬 대표는 국립세종수목원 조성 자금에 253억원을 따냈으며 세종 지역의 위험 도로 구조 개선비 3억1300만원을 얻어냈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김포공항 부지 내 국립항공박물관 건립·운영과 공항개발조사(고도제한 국제기준의 김포공항 주변 적용방안연구)에 각각 48억4000만원과 5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정부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 당시 “사회안전망과 복지 안에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함께 잘살아야 한다”며 ‘포용국가’를 강조했다.

집권 여당의 수장인 이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서 승리할 당시 “대통령을 도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만들어 가겠다”며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당시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투톱을 형성했던 김 전 원내대표도 민생경제를 끊임없이 강조했다.

여야 모두 민생경제에 크게 공감한 셈이다. 여야는 지난달 열린 여야정 상설협의체서도 경제와 민생 상황이 시급하다는 것에 공감대를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지역구 사업으로 대표되는 SOC 사업 예산이 늘어났고,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깎였다. 여야는 지역구 예산안 확보에 있어서만큼 한마음 한뜻이었다. 예산안 처리 과정서 보여준 치열한 대립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간 여야 모두 한 목소리로 민생과 경제를 외쳤지만 결과는 달랐다. 

일자리 예산 삭감 중 주목을 받은 건 청년일자리 정책이다. 여야 모두 이구동성으로 청년일자리난 해소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 실세들의 늘어난 SOC 예산과 달리 청년일자리 예산은 감소했다.

청년일자리 정책을 대표하는 정책은 청년내일채움공제와 청년재직자채움공제 그리고 청년구직활동지원금 등 크게 3가지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을 대상으로 자산형성을 지원,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구체적으로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이 3년간 600만원을 저축할 시 정부서 매년 800만원을 지원해 30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해주는 사업이다.


그러나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은 403억원이 줄었다. 이로 인해 신규 가입대상자는 2만명 줄어들게 됐다.

SOC↑
복지↓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예산 역시 감액됐다.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는 청년내일채움공제와 비슷한 사업으로 중소·중견기업에 재직 중인 청년들이 매달 12만원을 납부하면 5년 후 3000만원을 수령하게 된다. 국회는 이 사업의 예산을 180억원 줄였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대학 졸업 2년 이내의 구직청년들을 대상으로 6개월간 매달 50만원의 현금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이 예산 역시 437억원이 감소했고, 대상자도 2만명이나 축소됐다.

복지예산 감소와 SOC 예산 증가는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난해 국회 예산안 통과 때도 대동소이했다. 작년 예산안 처리과정에선 최대 수혜자가 ‘여야 3당 예결위 간사’라는 말이 나왔다. 또한 당시 여야 실세들 역시 지역구 예산을 실속있게 챙겼다는 지적이 있었다. 작년 예산안도 국회 소소위를 거치면서 복지예산이 1조5000억원 줄어든 반면 SOC 예산은 1조3000억원 늘었다. 
 

▲ ▲▲ 안상수 예결특위위원장(사진 가운데)과 조정식(더불어민주당, 오른쪽)·장제원(자유한국당) 간사

물론 SOC 예산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로 평가받는다. 안 위원장은 지난 11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서 이를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증액된 예산의 상당 부분이 지역 SOC 사업에 투입돼 ‘지역구 예산 늘리기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우리나라 국정운영서 중요한 것이 지역의 균형발전”이라며 “시장, 군수, 혹은 시도지사들과 협의해 나온 예산이 지역으로 내려간다. 그분들의 요구를 들어주며 정부서 짠 예산과 접점을 찾는 것은 상당히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민생 시급 이구동성…속내는 다르다?
거대양당 VS 야3당, 대결 구도 치열

이어 “중앙정부서도 예산안을 만들 때 (지역 예산을) 어느 정도 감안해 예산안을 짜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예산안이 통과된 이후 각 당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을 정기국회 내에 마무리 짓게 돼 다행”이라며 “문재인정부가 일하고자 하는 예산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한국당 김 전 원내대표는 “역대 가장 어려운 예산처리였다”며 “무분별한 예산을 삭감해서 경제활성화 분야, 지역경쟁력 강화서 예산 증액이 이뤄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반면 예산안과 선거제 개혁의 동시 처리를 주장하던 야3당은 크게 반발했다. 바미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예산안 처리 강행을 비판하고, 선거제 개혁을 촉구하면서 단식에 돌입했다. 

정의당 김용신 정책위의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과 한국당 실세의 SOC 예산을 ‘나쁜 증액’으로, 무분별하게 줄인 복지·청년 예산을 ‘나쁜 감액’으로 선정했다. 바미당 김수민 원내대변인도 “취약계층, 청년 등 약자들을 위한 새 정치의 새싹까지 먹어치워 버린 ‘더불어한국당’의 만행”이라고 쏘아붙였다.

더불어한국당?
야3당의 비판

김 대변인은 “돼지우리만도 못한 국회를 만든 그들에게 국민의 심판이 있기를 바란다”며 수위를 높였다.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도 “이번 예산 파동서 ‘적폐 본진’ 한국당만 신이 났다”며 “더불어한국당은 민생을 위한 고용보험과 쌀 직불금을 줄여 더불어한국당 의원들의 지역사업에 퍼부었다”고 날을 세웠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예산안 통과, 문의 평가는?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오후 청와대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6주 만에 열린 수보회의서 “법정 시한을 넘겼지만 늦게라도 통과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국회 심사 과정서 청년 구직활동 지원금, 청년 내일채움공제 등 청년 일자리 예산 6000억원이 감액된 부분은 아쉽지만 대체로 정부안이 유지됐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도 예산에는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라는 정부의 국정 철학이 담겨있다”며 “사회안전망 확충과 함께 경제 활력과 역동성 제고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어 “가계소득을 올리고 삶의 질을 높이는 노력에 큰 비중을 둬 민생 개선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 포용국가를 향한 비전을 담은 예산들이 시행되면 국민들의 어깨가 가벼워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 하위 소득 계층 지원 사업과 같이 시급을 요하는 사업들은 조기 집행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 달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와 여야 간 소통과 협력으로 협치의 좋은 성과를 보여준 국회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예산안과 선거제 개편의 연동을 주장하는 바미당과 평화당 그리고 정의당은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사실상 민주당과 한국당의 협치를 언급하며 고마움을 드러낸 것이다. 야3당이 주장하는 ‘야합’ ‘날치기’와 상반된 반응이다.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지난 12일 “문 대통령이 양당 날치기를 협치의 좋은 성과물이라고 했다. 아연실색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예산안 처리를 평가한 지난 10일은 손 대표와 이 대표의 단식이 5일째 되던 때다. <수>

<기사 속 기사> 예산전 치른 여야 다음 전장은?

예산안 처리 과정서 발생한 극심한 갈등은 선거제 정국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야3당이 본회의 참석을 거부한 상태서 예산안 처리를 강행했다. 예산안과 선거구제 개편을 연동했던 야3당에겐 선거구제 개편이란 카드 한 장만이 남아있다. 여야는 선거제 개편을 두고 외나무다리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여야의 선거제 합의가 극적으로 이뤄진다 하더라도 향후 정국은 여러 차례 삐걱거릴 공산이 크다. 여야의 갈등은 정치적 갈등을 넘어 서로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출구 전략 없이 단행된 바미당 손 대표와 정의당 이 대표의 단식이 이를 대변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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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