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날림’ 황당 예산 대해부

없던 돈도 뚝딱 의원님의 세금 나르기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2019년도 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469조의 나라 살림은 법적 권한이 없는 소소위를 거치며 얼룩졌다. 이 과정서 여야 실세들의 지역구 예산이 배정됐다. 민생과 경제를 외치던 이들의 목소리가 공허하게 들리는 까닭이다. 시민사회 일각에선 시간이 지나도 올해 예산안 처리 과정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2019년도 예산안이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지난 8일 새벽 4시30분. 국회서 2019년도 예산안이 통과됐다. 법정처리 시한을 6일이나 넘긴 늑장 처리였다. 국회는 지난 2014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가장 늦게 예산안을 처리했다. 예산안은 극심한 여야 갈등의 산물이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의원 스스로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한 것도 모자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럴 거면 법을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최장 늑장
허점 가득

법정 시한 초과 외에도 2019년도 예산안은 허점으로 가득했다. 특히 예산안 처리 과정은 석연찮은 대목으로 가득하다. 

정부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건 지난 9월3일이다. 그러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는 허송세월을 보냈다. 지난 9월13일 예결위 1차 전체회의가 있었지만 당시 회의는 여야 간사 선임을 위해서였다. 2차 전체회의는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있던 지난달 1일 개최됐다. 국회는 정부 예산안이 제출된 때부터 2차 회의까지 60일을 날린 셈이다.


헌법 제54조 제2항에 따르면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내년 1월1일) 30일 전(지난 2일)까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결국 국회는 남은 한 달 동안 470조(정부안)의 예산안을 심사할 수밖에 없었다.  

예결위 전체회의는 총 11차례 열렸다. 그러나 1차 회의는 여야 간사 선임, 10차 회의는 예결위 산하 예산안조정소위원회(이하 예산안조정소위) 구성을 위해서였다. 나머지 회의에선 여야 신경전이 극심해 진행이 원활하지 않았다. 

지난달 21일 예결위 산하 예산안조정소위가 출범했지만 여야의 간극을 좁히기 어려웠다. ‘세수 4조원 파행’이 발생한 것도 이때다. 지난 1일 예결위 권한이 정지되면서 예산소위 산하 소소위원회(이하 소소위)가 열렸다. 결국 2019년도 예산안은 밀실심사의 대명사로 불리는 소소위를 거쳐 지난 8일 새벽 4시30분 의결됐다.

법정 시한 초과 부지기수, 실속도 없어
법적 근거 없는 소소위…때만 되면 활개

이번 예산안 논란의 결정적 단초를 제공한 건 소소위 이후 수정된 예산이다. 국회 심의 과정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대목은 보건·복지·고용 예산과 SOC 예산이다.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1조2000억원 삭감됐고 SOC 예산은 1조2000억원 증액됐다. 문제는 통상 지역구 예산으로 불리는 SOC 사업 예산이 여야 실세들의 지역구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눈길이 가는 점은 정부안에 없던 예산들이 대거 책정됐다는 것이다. 우선 예결위 간사들의 지역구에 예산이 편성됐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구)은 부산 사상구 분뇨처리시설 사업비 17억원을 챙겼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조정식 의원(경기 시흥을)은 죽율푸르지오6차 앞 선형불량도로 개선비 10억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시흥 공동형장사시설 건립비 4억9200만원을 챙겼고, 시흥 복합체육센터 건립비에도 10억원을 책정했다. 

예결위원장인 한국당 안상수 의원(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은 강화 황청리 추모공원 예산 8억4000만원을 챙겼고, 강화 청련사 개보수비에는 9600만원을 확보했다. 또 계양-강화 고속도로 조사 설계비 10억원, 인천 수산기술지원센터 청사 신축 예산 10억원, 강화 옥림·용정 지역 하수로 정비 예산 3억원이 책정됐다. 어유정항 접안시설 정비 예산에는 23억1000만원이 신설됐다.

한국당 함진규 정책위원회 의장(경기 시흥갑)은 시흥시 매화지구 개발 제한구역 주민지원사업 5억원을 증액했다. 

여야 지도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세종시)는 국회세종의사당건립과 세종 산업기술단지(테크노파크) 조성 사업에 각각 10억원과 5억원을 확보했다.

지역구 예산
재미 쏠쏠∼

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서울 강서을)는 ‘해외 건설인의 날’에 대한 예산을 3억원 챙겼다. 건설노동자 출신인 김 전 원내대표는 해외 건설인의 날 제정 촉구 결의안을 낸 바 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서울지하철 9호선 증차 예산 500억원가량을 서울시 예산에 넣는 식으로 우회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군산 해양관광복합지구 조성에 10억원을 마련했다. 무소속인 문희상 국회의장(의정부 갑)은 망월사역 시설개선 15억원을 챙겼다.

정부안서 책정된 예산보다 증액된 경우도 있었다. 이 역시 여야 실세들의 지역구로 돌아갔다. 장제원 의원은 부산 사상공단 재생사업 시설비와 부산 사상-하단 도시 철도 건설비를 각각 10억원과 20억원을 증액했다.

안상수 의원은 강화 한겨레 얼 체험공원과 무의도 휴양림 조성에 각각 7억8700만원과 10억원을 증액했으며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건립비 16억7700만원을 책정했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경기 구리시)은 구리 동구릉 역사경관 복원정비와 안성-구리 고속도로 건설비에 각각 5억원과 600억원, 구리시 사노동 도시계획도로 개설사업비와 구리시 인창동 새마을 도시계획도로 개설비에 각각 10억원과 4억원을 추가로 얻어냈다.

 

▲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이해찬 대표는 국립세종수목원 조성 자금에 253억원을 따냈으며 세종 지역의 위험 도로 구조 개선비 3억1300만원을 얻어냈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김포공항 부지 내 국립항공박물관 건립·운영과 공항개발조사(고도제한 국제기준의 김포공항 주변 적용방안연구)에 각각 48억4000만원과 5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정부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 당시 “사회안전망과 복지 안에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함께 잘살아야 한다”며 ‘포용국가’를 강조했다.

집권 여당의 수장인 이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서 승리할 당시 “대통령을 도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만들어 가겠다”며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당시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투톱을 형성했던 김 전 원내대표도 민생경제를 끊임없이 강조했다.

여야 모두 민생경제에 크게 공감한 셈이다. 여야는 지난달 열린 여야정 상설협의체서도 경제와 민생 상황이 시급하다는 것에 공감대를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지역구 사업으로 대표되는 SOC 사업 예산이 늘어났고,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깎였다. 여야는 지역구 예산안 확보에 있어서만큼 한마음 한뜻이었다. 예산안 처리 과정서 보여준 치열한 대립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간 여야 모두 한 목소리로 민생과 경제를 외쳤지만 결과는 달랐다. 

일자리 예산 삭감 중 주목을 받은 건 청년일자리 정책이다. 여야 모두 이구동성으로 청년일자리난 해소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 실세들의 늘어난 SOC 예산과 달리 청년일자리 예산은 감소했다.

청년일자리 정책을 대표하는 정책은 청년내일채움공제와 청년재직자채움공제 그리고 청년구직활동지원금 등 크게 3가지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을 대상으로 자산형성을 지원,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구체적으로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이 3년간 600만원을 저축할 시 정부서 매년 800만원을 지원해 30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해주는 사업이다.


그러나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은 403억원이 줄었다. 이로 인해 신규 가입대상자는 2만명 줄어들게 됐다.

SOC↑
복지↓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예산 역시 감액됐다.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는 청년내일채움공제와 비슷한 사업으로 중소·중견기업에 재직 중인 청년들이 매달 12만원을 납부하면 5년 후 3000만원을 수령하게 된다. 국회는 이 사업의 예산을 180억원 줄였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대학 졸업 2년 이내의 구직청년들을 대상으로 6개월간 매달 50만원의 현금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이 예산 역시 437억원이 감소했고, 대상자도 2만명이나 축소됐다.

복지예산 감소와 SOC 예산 증가는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난해 국회 예산안 통과 때도 대동소이했다. 작년 예산안 처리과정에선 최대 수혜자가 ‘여야 3당 예결위 간사’라는 말이 나왔다. 또한 당시 여야 실세들 역시 지역구 예산을 실속있게 챙겼다는 지적이 있었다. 작년 예산안도 국회 소소위를 거치면서 복지예산이 1조5000억원 줄어든 반면 SOC 예산은 1조3000억원 늘었다. 
 

▲ ▲▲ 안상수 예결특위위원장(사진 가운데)과 조정식(더불어민주당, 오른쪽)·장제원(자유한국당) 간사

물론 SOC 예산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로 평가받는다. 안 위원장은 지난 11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서 이를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증액된 예산의 상당 부분이 지역 SOC 사업에 투입돼 ‘지역구 예산 늘리기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우리나라 국정운영서 중요한 것이 지역의 균형발전”이라며 “시장, 군수, 혹은 시도지사들과 협의해 나온 예산이 지역으로 내려간다. 그분들의 요구를 들어주며 정부서 짠 예산과 접점을 찾는 것은 상당히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민생 시급 이구동성…속내는 다르다?
거대양당 VS 야3당, 대결 구도 치열

이어 “중앙정부서도 예산안을 만들 때 (지역 예산을) 어느 정도 감안해 예산안을 짜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예산안이 통과된 이후 각 당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을 정기국회 내에 마무리 짓게 돼 다행”이라며 “문재인정부가 일하고자 하는 예산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한국당 김 전 원내대표는 “역대 가장 어려운 예산처리였다”며 “무분별한 예산을 삭감해서 경제활성화 분야, 지역경쟁력 강화서 예산 증액이 이뤄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반면 예산안과 선거제 개혁의 동시 처리를 주장하던 야3당은 크게 반발했다. 바미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예산안 처리 강행을 비판하고, 선거제 개혁을 촉구하면서 단식에 돌입했다. 

정의당 김용신 정책위의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과 한국당 실세의 SOC 예산을 ‘나쁜 증액’으로, 무분별하게 줄인 복지·청년 예산을 ‘나쁜 감액’으로 선정했다. 바미당 김수민 원내대변인도 “취약계층, 청년 등 약자들을 위한 새 정치의 새싹까지 먹어치워 버린 ‘더불어한국당’의 만행”이라고 쏘아붙였다.

더불어한국당?
야3당의 비판

김 대변인은 “돼지우리만도 못한 국회를 만든 그들에게 국민의 심판이 있기를 바란다”며 수위를 높였다.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도 “이번 예산 파동서 ‘적폐 본진’ 한국당만 신이 났다”며 “더불어한국당은 민생을 위한 고용보험과 쌀 직불금을 줄여 더불어한국당 의원들의 지역사업에 퍼부었다”고 날을 세웠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예산안 통과, 문의 평가는?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오후 청와대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6주 만에 열린 수보회의서 “법정 시한을 넘겼지만 늦게라도 통과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국회 심사 과정서 청년 구직활동 지원금, 청년 내일채움공제 등 청년 일자리 예산 6000억원이 감액된 부분은 아쉽지만 대체로 정부안이 유지됐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도 예산에는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라는 정부의 국정 철학이 담겨있다”며 “사회안전망 확충과 함께 경제 활력과 역동성 제고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어 “가계소득을 올리고 삶의 질을 높이는 노력에 큰 비중을 둬 민생 개선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 포용국가를 향한 비전을 담은 예산들이 시행되면 국민들의 어깨가 가벼워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 하위 소득 계층 지원 사업과 같이 시급을 요하는 사업들은 조기 집행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 달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와 여야 간 소통과 협력으로 협치의 좋은 성과를 보여준 국회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예산안과 선거제 개편의 연동을 주장하는 바미당과 평화당 그리고 정의당은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사실상 민주당과 한국당의 협치를 언급하며 고마움을 드러낸 것이다. 야3당이 주장하는 ‘야합’ ‘날치기’와 상반된 반응이다.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지난 12일 “문 대통령이 양당 날치기를 협치의 좋은 성과물이라고 했다. 아연실색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예산안 처리를 평가한 지난 10일은 손 대표와 이 대표의 단식이 5일째 되던 때다. <수>

<기사 속 기사> 예산전 치른 여야 다음 전장은?

예산안 처리 과정서 발생한 극심한 갈등은 선거제 정국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야3당이 본회의 참석을 거부한 상태서 예산안 처리를 강행했다. 예산안과 선거구제 개편을 연동했던 야3당에겐 선거구제 개편이란 카드 한 장만이 남아있다. 여야는 선거제 개편을 두고 외나무다리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여야의 선거제 합의가 극적으로 이뤄진다 하더라도 향후 정국은 여러 차례 삐걱거릴 공산이 크다. 여야의 갈등은 정치적 갈등을 넘어 서로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출구 전략 없이 단행된 바미당 손 대표와 정의당 이 대표의 단식이 이를 대변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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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