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북한 최고지도자가 서울 땅을 밟게 될까.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답방에 공감대를 표했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이 초읽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다만 지난 평양정상회담 당시 북한 주민들이 보냈던 열렬한 환호를 서울에서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제주도 등 서울 이외의 장소가 제기되는 이유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평양정상회담서 연내 서울 답방을 약속했다. 12월을 지나면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지도자가 서울을 방문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한다면 분단 이후 첫 사례가 된다. 동시에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개선을 가져올 전망이다.
첫 방남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내년 1∼2월로 예상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계획됐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에 미국 역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에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각)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다음 순방지(뉴질랜드)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서 “김 위원장과 함께 남은 합의를 다 이행하기를 바라고, 김 위원장이 바라는 바를 이뤄주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문 대통령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뜻을 김 위원장에게 당부해줄 것을 부탁했다. 결국 공은 김 위원장에게 넘어간 셈이다. 김 위원장의 결단이 내려진다면 북한 지도자의 서울 방문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답방에 대해 “모든 국민들이 쌍수로 환영해줄 것이라 믿는다”며 힘을 실어줬지만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에는 여러 변수가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방남에 정치권과 사회 일각에선 신경전이 팽팽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그리고 정의당은 김 위원장의 방북에 대해 긍정적이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의 답방을 촉구했고, 평화당과 정의당은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했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조심스러운 모양새다. 바미당은 한미 정상이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추가적 모멘텀으로 공감한 점을 들며 굳건한 한미 공조를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언급하면서 부정적인 기조를 유지했다.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살인범을 안방까지 불러들여야 하나”라며 수위를 높였다.
사회 일각서도 김 위원장의 서울 방북을 두고 충돌 가능성이 점쳐진다. 위인맞이환영단(이하 환영단)은 김 위원장의 서울 방남을 환영하고자 결성된 단체다. 환영단은 김 위원장을 ‘위인’이라 칭했다.
환영단 김수근 단장은 지난달 26일 발족식서 “김 위원장님을 정말 훌륭한 위인이라고 생각한다”며 “김 위원장님은 겸손하고, 배려심 많고, 결단력 있고, 배짱 좋고, 실력 있는 지도자이다. 거기에 유머러스하기까지 하다.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대한애국당(대표 조원진)은 ‘김정은 체포 특공대’를 모집하며 맞불 작전에 나서고 있다. 대한애국당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체포 특공대의 지원 자격은 ‘주적 김정은 방한을 반대하는 모든 성인 국민’으로 만 19∼50세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 대한애국당은 무술 유단자를 우대한다고 덧붙였다.
연내 방문 가시화…힘 실어주는 문-트
국회부터 한라산 등반·씨름·삼성까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문 대통령의 방북 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에게도 부담인 셈이다. 서울 이외의 지역이 언급되는 까닭이다.
가장 유력한 지역은 제주도(도지사 원희룡)다. 제주도가 내세우고 있는 ‘평화의 섬’ 슬로건은 김 위원장의 방남과 맥을 같이한다. 또한 지난달 북한에 보낸 200t의 귤은 제주산이었다.
시 차원서도 상당히 적극적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김 위원장의 한라산 방문을 염두, 직접 한라산 정상에 올라 대비 사항을 점검한 바 있다. 원 지사는 지난달 11일 “김 위원장이 한라산을 방문하게 될 경우 백록담 분화구 안에 헬기가 착륙하는 방안과 기존 성판악 코스의 종점인 동릉 정상 인근 헬기 착륙장을 이용하는 방안을 실무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지난 평양정상회담 중 백두산에 오른 만큼 김 위원장의 한라산 방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제주시는 별도의 테스크포스(TF)를 꾸려 김 위원장의 방문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겨울이 다가온 만큼 그날의 기상상황에 따라 김 위원장의 제주 방문 여부가 바뀔 수 있다.
김 위원장의 답방이 결국 서울서 열린다면 여러 장소를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 역시 평양정상회담 당시 북한 내 다양한 장소를 찾은 바 있다.
눈길이 가는 곳은 연설 장소다. 북 측은 문 대통령의 평양 능라도 경기장 연설과 유사한 구도를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 역시 자신의 방남 소식을 대대적으로 알리고자 힘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소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무엇보다 경호 문제가 걸림돌이다. 일반 시민에게 공개된 장소서의 연설은 자칫 안전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그나마 경호에 최적화된 곳으로 국회가 거론된다. 다만 야당 의원들의 반발 또는 불참할 경우 부작용 역시 불가피하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함께 씨름을 참관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씨름은 유네스코 무형유산에 남북 공동으로 등재됐다. 남북 공동 등재는 이번이 처음이다. 남북 정상이 함께 씨름장서 씨름을 관람한다면 신선한 장면이 연출될 전망이다.
기업 답사?
남북경협이 본격 추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기업 방문 역시 주목된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지난 4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북한도 IT에 관심이 많다”며 “하이테크놀로지를 갖고 있는 기업들이 북한에 투자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김정일 위원장 때부터”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중국에 갔을 때도 IT의 현장인 베이징의 중관촌을 다녀왔다”며 “서울에 와서 삼성에 들렀다 가지 않겠는가”라고 예측했다. 정 전 장관은 “대기업들이 북한에 투자해주기를 바라는 의사를 그런 식으로 표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