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거물들의 ‘세 가지 법칙’

승천? 잠수? 기로에 선 잠룡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정치 거물들이 잇달아 ‘컴백’하고 있다. 최근 대권주자로 언급되는 정치인들이 차례로 정계 복귀 신호탄을 쏘고 있는 것. 정치권은 한바탕 출렁이는 모양새다. 이들은 연말, 정권 중후반기, 총선이란 키워드와 함께 돌아왔다. 
 

▲ (사진 왼쪽부터)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최근 정치권은 선거제 개편 논의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그리고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에게 선거제 개편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거대 양당은 야3당의 제안에 소극적이었다. 

선거 개편
정계 개편

결국 야당은 선거제와 예산안을 연동하는 강수를 뒀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예산안과 선거법개정안을 연계하는 건 국회의원을 하면서 처음”이라며 날을 세웠다. 바미당 손학규 대표와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고 응수했다. 여야 간 신경전은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선거제 갈등은 지난 10월을 기점으로 격화됐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가 가동 중이지만 불씨를 살릴 시간은 길지 않다. 정개특위 활동 기한은 12월 말까지다. 특위 종료와 함께 본격적인 총선 국면이 시작된다. 주목되는 점은 선거제 개편의 이면이다.

선거제 개편이 무산된다면 현행 선거제도로 2020년 총선을 치러야 한다. 바미당과 평화당에겐 치명적이다. 낮은 지지도 탓에 당의 존립 가능성이 위태롭다. 정의당은 또다시 비교섭단체로 머물 공산이 크다. 최근 일부 국회의원들의 입당설, 복당설 등이 피어오른 것과 크게 무관하지 않다. 선거제 개편이 정계 개편과 분리되기 어려운 이유다.


정치권 최대 이슈로 선거제 개편과 정계 개편이 부상하면서 정치 환경의 변화 가능성이 대두됐다. 이 가운데 정치 거물들의 복귀 선언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거물들은 모두 이 기간에 복귀를 결정했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달 20일 현실 정치 복귀를 선언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지방선거 때의 홍준표 말이 옳았다는 지적에 힘입어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며 복귀를 공표했다.

정치 환경 변화 감지, 잇달아 복귀 선언
악재 만난 정부 정조준, 너도나도 맹공 

같은 달 28일 바미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는 ‘강연 정치’로 기지개를 켰다. 유 전 대표는 6·13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5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올랐다. 유 전 대표는 이화여자대학교 강연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중요한 것은 보수에 등을 돌리고 있는 분들의 지지를 어떻게 얻는가 하는 것”이라며 “그 길을 고민하고 있고, 언젠가 결심이 굳어지면 국민들께 당당히 말씀드리고 행동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튿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한국당에 입당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한국당에 입당서를 제출했다. 오 전 시장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산하 기구 미래비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됐다.
 

▲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 전 시장은 입당 기자회견서 “보수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자 다시 입당을 하게 됐다”며 복귀 이유를 설명했다. 오 전 시장은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민생정당, 4차 산업혁명으로부터 시작된 신문명의 시대를 열어가는 미래정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말 직전 야권 인사들이 차례로 복귀하면서 정치권은 출렁였다. 이들은 모두 선거제 개편 등 정치 지형에 변화가 꿈틀거릴 때 돌아온 셈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문재인정권의 집권 중후반기라는 것이다. 통상 대통령의 집권 2년 차를 지나 3년 차를 맞게 되면 여러 악재들이 터져 나온다. ‘집권 2년 차 징크스’ ‘집권 3년 차 징크스’라는 말이 생긴 까닭이다. 홍 전 대표와 유 전 대표 그리고 오 위원장은 복귀 선언과 동시에 문재인정부를 비판했다.


환경 변화
복귀 선언 

문재인정부는 최근 청와대 기강 해이를 비롯해 참모 책임론, 경제 문제, 민주당 내부 잡음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이하 특감반) 비위는 참모 책임론으로 이어졌다. 특감반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소속이다. 조국 민정수석은 경질론서 자유롭지 못했다.

비위는 특감반에 파견된 검찰 수사관서 비롯됐다. 수사관은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찾아가 특정 사건의 수사상황을 캐물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지인인 건설업자가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준 사건이었다.

이 외에도 특별감찰관이 타부서로 승진을 시도한 점, 특감반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골프 회동을 한 점 등이 속속 드러났다. 야당은 조 수석의 경질을 강하게 주장하며 지난 3일 총공세에 나섰다.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서 열린 비대위 회의서 “기강 해이로 나사가 풀렸지만 풀린 나사를 조일 드라이버도 없다”며 포문을 열었다.

김 원내대표는 “조 수석은 자기 정치하지 말고 자기 검증이나 철저하게 하라”고 촉구했다.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서 “정권 말기에도 보기 힘든 일들이 청와대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며 “문재인정부가 임기 1년 반도 남지 않은 정부가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라고 쏘아붙였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평화당과 정의당도 비판에 가세해 눈길을 끌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청와대 직원 몇몇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정권 자체의 구조적 문제”라고 비판했다. 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 역시 구두 논평을 통해 “청와대에서 연이어 기강 문란이 일어나고 있다”라며 “조 수석이 책임을 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 대표는 같은 날 야권의 비판에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야당서 조 수석의 문책이나 경질을 요구한다. 그건 야당의 정치적인 행위”라고 밝혔다. 야권이 반격에 나서며 여야 공방전이 지속됐다. 

한편 문 대통령은 사실상 조 수석을 재신임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 5일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조 수석에게 청와대 안팎의 공직 기강 확립을 위해 관리 체계 강화와 특감반 개선 사항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미 청와대는 경호처 직원의 시민 폭행과 청와대 김종천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 등으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특감반 사태는 결정타였다.  


어려운 경제 상황 역시 악재다. 경제 회복이 불투명한 가운데 정부의 경제정책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 성과가 불투명한 상황서 기존 정책을 고수한 것이다. 청와대 2기 경제팀 중 하나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안팎에선 문 대통령의 경제 점수에 연일 낙제점을 줬다.

민주당 내부 잡음은 현재진행형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경기지사와 그의 부인 김혜경씨를 둘러싼 ‘혜경궁 김씨’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건이 진행되던 중 이 지사는 ‘문준용씨 특혜 채용’을 언급해 파문이 일었다. 결국 이 지사의 발언은 민주당 최대주주인 친문 지지층의 적대감으로 이어졌다. 몇몇 민주당 의원들은 이 지사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부와 집권 여당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사고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끼쳤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9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65%에 달했던 지지율은 결국 50%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최근 50% 회복에 간신히 성공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3∼5일간 진행하고 5일 발표한 주중집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50.0%로 전주 대비 1.6%p 상승했다. ‘매우 잘한다’ 25.6%와 ‘잘하는 편’ 24.4%를 합한 값이다. 부정적인 평가는 44.9%를 기록했다. ‘잘 못하는 편’과 ‘매우 잘 못함’은 각각 17.0%, 27.9%를 기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50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7.5%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법과 무선(80%)·유선(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통계보정은 지난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기준으로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2.5%p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구동성 
정부 비판

돌아온 거물들은 때맞춰 정부를 맹공격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이 지방선거를 겨냥한 이벤트였다면 이번은 경제 폭망을 뒤덮고 사회체제 변혁을 준비하기 위한 이벤트 행사로 보여진다”고 꼬집었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다급했나 보다”라며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총선을 앞두고 쓸 카드라고 보았는데 미리 사용하는 것은 정권이 그만큼 위기감을 느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전 대표는 지난 4일, 국회서 진행된 홍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서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유 전 대표는 “문책성 인사로 전임과 차별성을 말해야 하는데 경제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무슨 기대를 하겠느냐”고 따졌다. 이어 유 의원은 “문재인정부는 공정경제·소득주도·혁신성장 경제정책을 계속 추진한다고 했는데 왜 굳이 부총리를 교체해야 하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오 전 시장은 한국당 입당 당시 “문재인정부의 무능하고 독선적인 행태와 싸워온 당원 동지 여러분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며 “미력이나마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 정부를 둘러싸고 있는 악재에 주목, 공세를 통해 복귀의 명분과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이들은 총선 국면을 앞두고 돌아왔다. 선거제 개편 등으로 정치 환경 변화가 감지되는 시점에 복귀해 정계 개편 가능성에 합류하고, 징크스 국면에 빠진 정부를 비판하면서 총선까지 밀어붙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돌아온 3인방 중 오 전 시장은 총선 출마 의지를 직접 드러냈다. 오 전 시장은 입당 기자회견서 “다음 총선서 어디가 됐든 당에서 요청하는 곳이라면 험지라도 가서 제 책임을 다하는 것이 도리”라고 언급했다. 오 전 시장은 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의 지역구인 광진을 출마를 시사했다. 홍 전 대표는 창원 보궐선거 출마설에 올랐다.

유 전 대표는 무난하게 총선 출마에 출마할 전망이다.

다가오는 총선, 출마 셈법 가지각색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이름 나란히

한편 이들 외에도 복귀를 노리고 있는 정치권 인사들의 움직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대표적이다. 

황 전 총리는 지난 9월 출판 기념회를 통해 정계 복귀를 시사했다. 황 전 총리는 태극기 부대의 최대주주다. 그를 둘러싼 전당대회 출마설, 총선 출마설 등에 정치권이 주목하는 까닭이다. 황 전 총리는 복귀와 동시에 문재인정부를 향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황 전 총리는 지난 4일 강원 동해시 현진관광호텔서 열린 제49회 극동포럼에 참석해 “국민은 남북 간 약속들이 이뤄지고 있느냐 이런 부분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다”며 “국내 정치가 안심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걱정과 불안을 주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 경제가 괜찮을 때도 우리가 발전하지 못했는데 국제 경기가 어려워지는 국면이 돼 앞으로 더 어려워질까 걱정된다”며 정국을 진단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의 복귀 시점도 주목된다. 유 전 대표의 복귀와 맞물려 그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게 됐다. 최근 안 전 대표는 우회적으로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지난 3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보수 통합론에 같이 하실 수 있는 분이라면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부터 바미당 안 전 대표까지 다 함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의 측근인 바미당 김철근 전 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안 전 대표 이름을 아무 데나 찍어 붙이지 마라”며 “안 전 대표는 지방선거 이후 현실 정치를 벗어나 독일 뮌헨서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바미당 관계자는 “안 전 대표의 몸은 독일에 있지만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존재감 확보 
정치력 제고

한편 홍 전 대표와 유 전 대표, 그리고 오 위원장을 비롯해 황 전 총리와 안 전 대표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꼽힌다. 정계 복귀의 중심에 있는 이들 모두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의 복귀가 향후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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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