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인물 사진작가’ 변순철

사진으로 만난 이산가족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많은 작가들에게 인간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피사체다. 인물 사진에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습이 담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회의 변화를 포착할 수도 있다. 사진작가 변순철은 오랫동안 인물사진에 골몰해왔다. 그의 개인전 나의 가족 Eternal Family’를 소개한다.
 

▲ 23. Eternal Family. Lee Baegeun (Father), 2015, Archival Pigment Print, 152 x 195cm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서 사진작가 변순철의 개인전 나의 가족 Eternal Family’를 개최한다. 변순철은 뉴욕’ ‘키드 노스탤지어’ ‘짝패’ ‘전국노래자랑 시리즈등 오랫동안 인물사진을 찍어왔다. 이번 개인전은 작업에 대한 그의 지속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동시에 새로운 탐구를 이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물에 천착

변순철에게 카메라 앞에 선 인물들은 언제나 피사체 그 이상이다. 그가 관찰하고 다뤄온 인물들은 시대와 사회를 대변한다. 사진을 찍는 방식은 유형학적이고, 시선과 태도는 사회학적 방법론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다.

대개 유형학적 인물사진은 특정 집단에 속한 이들을 객관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시대의 사회 문화와 역사가 담기게 된다.

변순철의 작품은 유사한 언어가 반복되는 유형학적 제시와 표상된 이미지들의 공통분모로 사회관계의 원리를 찾는 사회학적 방법론을 통해 완성된다. 표면적으로 쉽게 드러나진 않지만 밑바닥에 깔려 있는 인간 심리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그의 카메라가 담은 인물의 집합체는 보이는 것 이상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와 세계관 그리고 특유의 문제의식을 잡아낸다.

실향민 소재로 삼아
기록과 기술의 결합

나의 가족 시리즈는 변순철이 기존에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유형학적 인물사진과 사회학적 방법론에 새로운 기술 언어를 시도한 작품이다. 방식은 여전히 다큐멘터리처럼 기록한 유형학적 인물사진에 기반하지만 여기에 사진 특유의 지표성이 결여된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켰다.

이 과정을 거쳐 변순철은 다시 한 번 크게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의 가족 시리즈의 흥미로운 부분은 변순철이 선택한 소재다. 그는 한국인에게는 태생적으로 껄끄럽거나 불편한 북한에 대한 소재를 직접적으로 다뤘다. 실향민을 소재로 한 나의 가족 시리즈는 북한을 떠나 남쪽으로 피난 온 사람들의 초상을 담았다.

실향민이라는 소재는 전 세계서 유일하게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한국서 언어적 의미 이상을 내포한다. 그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서로 볼 수 없고 만날 수 없는 실향민들을 가상으로 상봉케 했다.
 

▲ 01. Eternal Family. Kim Hongtae, 2015, Archival Pigment Print, 130 x 105cm

실향민들의 가상 상봉을 위해 변순철은 여러 단계를 거쳤다. 먼저 적십자사를 통해 가족사진을 여전히 보관하고 있는 희망자를 찾아냈다. 예상보다 그 숫자는 극히 적었다. 변순철은 그들을 한 분 한 분 스튜디오에 모셔 텅 빈 배경서 촬영했다.


동시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영상미디어연구단을 통해 실향민이 제공한 오래된 사진을 ‘3D 나이변환 기술을 통해 변환했다.

그 결과 사진 속 젊은 부모들이나 어린 형제들은 세월을 더한 나이든 모습으로 남한의 실향민 옆에서 서로가 서로를 마주할 수 있게 됐다. 작업 과정서 변순철의 작품은 누군가에게는 주술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어떤 사람은 자기의 부친이 스튜디오에 있어 자리를 뜰 수 없다면서 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다고 한다.

유형학적+사회학적 방법론
억눌린 역사의 상처 조명

나의 가족 시리즈는 가상과 현실을 다루는 매체적 시의성과 함께 기억과 기록이라는 오랜 사진 담론에 대한 문제의식을 동시에 제기하고 있다. 그는 현실을 우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적절하게 제시함으로써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인류의 억눌린 역사적 상처를 가감 없이 표출한다.

이 과정서 오히려 치유하고 공론화하는 작가만의 세계관과 태도가 드러난다.

강홍구 고은사진미술관장은 변순철의 작업서 가족은 이산가족 사진 이전에도 작품의 중심에 있었다. 뉴욕 시절의 흑백 사진서 그 싹을 보이기 시작해서 짝-패에서는 본격적으로 가족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 05. Eternal Family. Seo Yeongseon, 2015, Archival Pigment Print, 195x152cm

그러면서 -패 시리즈는 적나라하게 드러난 몸과 예민한 가족 내부의 권력 관계 등을 다인종 가족을 통해 보여줬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전국노래자랑 역시 노래자랑이라는 방송 행사를 통해 한국 사람들이 하나의 거대한 유사 가족으로서의 태도와 문화적 친연성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를 증명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사진

강 관장은 실향민도 결국은 가족, 커플들의 관계를 통해 본 현실이자 역사적 상처라며 그 현실은 가상의 컴퓨터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으로 재현돼 리얼리티를 보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이런 사진들은 초창기 사진과는 전혀 다르고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후의 사진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변순철의 다음 작업이 궁금해지는 이유라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변순철은?]


학력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VA), 사진 대학원(MFA) 1년 수료(2001)
국제 사진센터 (ICP)(2000)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VA), 사진학부 (BFA)(1999)

개인전

나의 가족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서울(2018)
‘Don’t Move‘
고은사진미술관, 부산(2018)
본질을 묻다국립 아시아 문화전당(ACC), 광주(2016)
본질을 묻다금호 미술관, 서울(2016)
을 지배하다인사아트센터, 서울(2015)
마지막 소원조선일보 미술관, 서울(2015)
전국 노래자랑서학동사진관, 전주(2015) 이 외 다수

수상

FGI 올해의 사진작가 수상(2009)
국제 사진 센터 (ICP) Via Wynroth Fellowship(2000)
아메리칸 포토그래피 18(1999)
존 코발 포토그래픽 포트레이트 어워드(1999)
스페셜 포토그래피 디파트먼트 그랜트(1998)
피이 인터내셔널 포토 컴페티션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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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