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연말인데…’ 마음 급한 야3당 속사정

'손에 든 패' 모두가 알고 있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야3당의 마음이 급하다. 선거제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거대 양당은 소극적이다. 공식 논의기구인 정개특위 활동기한은 이번 달 종료된다. 야3당이 현행 선거제로 총선을 치른다면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선거제 개편 여부에 따라 정계개편이 시작될 공산이 크다. 때맞춰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일각에선 당의 존폐를 언급하기도 한다.
 

▲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촉구 집회 갖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정의당은 선거제 개혁에 가장 적극적이다. 각 당의 수장들이 전면에 나섰다. 바미당 손학규 대표와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선거제 개혁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의당 역시 일관된 주장을 펼쳤다. 야3당은 지난 10월부터 공조 체제를 본격적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선거제 개혁을 위한 공동기자회견과 행사에 참여, 군불을 지폈다. 최근 야3당은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을 거세게 압박하며 선거제 이슈를 중앙에 안착시켰다.

선거 개혁
중앙 이슈

야3당이 선거제 개혁에 적극적인 까닭은 다가오는 2020년 총선과 맞닿아 있다. 현행 선거제로 총선을 치르는 건 야3당 모두에게 부담이다. 최근까지의 정당 지지율은 차기 총선 이후 바미당과 평화당의 존립 가능성에 물음표를 찍게 한다. 정의당은 한때 한국당을 제치고 창당 이래 지지율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교섭단체 형성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19∼23일 진행하고 23일 발표한 주간통계표에 따르면 바미당의 지지율은 6.0%, 평화당은 2.2%를 기록했다. 정의당은 8.8%였다. 바미당은 전 주 대비 0.2%p 소폭 상승했고, 평화당과 정의당은 각각 0.2%p, 0.6%p씩 소폭 하락했다. 민주당이 39.2%, 한국당이 22.9%를 기록한 데 비해 상당히 낮은 수치다. 현행 소선거구제로 21대 총선이 실시된다면 양당 체제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250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7.9%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법과 무선(80%)·유선(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통계보정은 2018년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기준으로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2.0%p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야3당은 지난달 25일 국회 정론관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했다. 이날 바미당에선 손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평화당에선 정 대표와 장병완 원내대표, 정의당에선 이 대표와 추혜선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참석했다. 사실상 각 당 투톱이 모두 전면에 나선 셈이다.

야3당 투톱들은 “정기국회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완수할 것”이라며 “민주당과 한국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공표했다. 이어 “민주당과 한국당의 결단만 있다면 내일이라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가 선거제도 합의안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거제 타령…정개특위 종료 임박
권역별-연동형 여야 치열한 기싸움

이들이 주장하는 선거제 개혁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 수를 배분하는 제도다. 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의석이 적다면 비례대표로 나머지 의석을 채우게 된다.

예를 들어 한 정당이 정당득표율 10%를 기록했다면 총 10석의 의석을 가져간다. 해당 정당이 지역구서 1석을 가져갔다면 나머지 9석은 비례대표로 채워야 한다. 야3당은 이를 ‘민심 그대로의 선거’라고 주장한다. 사표를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제도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다면 소수정당의 의석 수는 가시적으로 증가한다. 반면 거대정당의 의석 수는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소극적인 까닭이다.

민주당의 경우 현행 소선거구제가 유리하다.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여타 정당에 비해 압도적이다. 민주당이 현행 선거제로 총선을 치른다면 과반의석 확보가 가능하다. 반면 야3당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차기 총선서 실시될 경우 과반의석 확보는 어려워진다.
 

▲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장

야3당은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담판’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서 “문 대통령에게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대통령과 5당 대표의 담판회동’을 긴급 요청한다”며 압박했다. 야3당이 대통령을 지목한 것은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기인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약속했다.

민·한 소극적
“대통령 나와라”

권역별 비례대표제란 비례대표 후보를 권역별로 배정해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015년 2월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의견 중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따르면 ▲서울 ▲인천·경기·강원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북·전남·제주 ▲대전·세종·충북·충남 등 전국을 6개 권역으로 인구 비례에 따라 나눈다. 이후 각 권역별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나누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권역을 나누지 않고 순수한 정당 지지율에 따라 의석 수를 배분하는 것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서 “그동안 민주당 공약은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것은 연계시킨다는 뜻이지 독자적인 하나의 법칙을 갖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대통령 국정과제서도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고 했고, 20대 총선서도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를 도입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정의당은 즉각 반발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야당들의 주장은 다른 것이 아니다”라며 “득표율과 의석 수가 일치하는 선거제도 도입을 통해 민의를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변인은 “가장 합당한 선거제도가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기초로 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덧붙였다. 

당 대표 취임 이후 연일 선거제 개혁을 내걸고 있는 정 대표 역시 날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8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중앙선관위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국회에 제안했을 때 환호했던 정당이 바로 민주당”이라며 “이를 말을 바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니라 권역별 비례대표제라고 하면서 중앙선관위 제출안과 민주당 입장이 다르다는 것은 국민 기만”이라고 쏘아붙였다.   

정 대표는 지난달 27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여당을 강하게 압박했다.

정 대표는 “지난 9월19일 문 대통령의 능라도 연설 이후 호텔로 돌아와 (민주당)이 대표와 (정의당)이 대표와 함께 셋이 평양소주를 한잔했다”며 “그때 (민주당) 이 대표가 ‘선거제도를 바꾸면 우리가 의석을 많이 손해 본다. 하지만 한국사회 개혁을 위해서 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이제 와서 당내서 반발이 있고 계산해보니 좀 손해 본다고 말을 바꾸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야권이 여당을 압박하면서 사실상 문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언급을 요구한 셈이다. 여야 간 선거제 공방이 치열하던 당시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참석 차 출국한 상태였다. 문 대통령이 귀국 이후 따로 입장을 발표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한국당 역시 민주당과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기자들과 만나 ‘선거제 개편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우리는 우리대로 안을 내겠지만 여당도 확고한 안을 내줘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여당도 분명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며 한 발 물러섰다.


한국당 일각에선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닌 중대선거구제를 주목한다. 중대선거구제란 한 선거구에 2∼4인의 대표를 뽑는 것을 뜻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서 1위를 확신하기 어렵지만 2위는 확신할 수 있다는 속내”라며 “어떻게든 국회의원 자리를 지켜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실행에 따른 의원정수 확대 문제도 복병이다. 여론은 비례성을 확대하는 선거제 개편에는 찬성하지만 국회의원 정수 증원에는 반대 입장이 분명하다.

비례성 확대에 따라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다. 득표율만큼 의석 수를 가져가기 때문에 현행 300석을 넘게 된다. 문제는 여론이다. 여당은 선거제 개혁에 따른 국회의원 증원으로 여론의 역풍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야당은 여론이 원하고 있는 선거제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야가 선거제 개혁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7일 진행해 같은 날 발표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국민여론’에 따르면 ‘비례성 확대’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찬성이 58.2%로 가장 높았다. 반대는 21.8%, 모름·무응답은 20.0%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진행된 조사에 따르면 전 지역서 찬성이 반대보다 높았다. 모든 연령대서도 마찬가지였다.

제각각 해석
갈등에 기름

다만 비례성 확대에 따른 국회의원 정수 확대엔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선거제도 개혁 목적’ ‘세비·특권 대폭 감축’이란 전제가 붙었지만 반감은 가시적이었다. 찬성은 34.1%를 기록한 반면 반대는 59.9%였다. 모름·무응답은 6.0%에 불과했다. 지역별 조사에서도 반대가 찬성보다 많았다. 다만 서울의 경우는 찬성 43.4%에 반대 43.5%로 팽팽했다. 연령대별 조사 역시 반대가 찬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30대의 경우, 찬성 44.7%에 반대 44.8%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6.8%다. 이번 조사는 무선(80%)·유선(20%) 자동응답 방식과 무선(80%)·유선(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통계보정은 지난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기준 성별, 연령, 권역별 사후 가중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 ±4.4%p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기득권 양당 문제를 제기하며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는 야3당 대표 및 의원들

선거제 개혁을 논의 중인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는 감감무소식이다. 정개특위 소속 위원들의 당론이 반영되는 만큼 여야의 입장차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개특위는 민주당 8명, 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과 비교섭단체가 각각 2명으로 구성됐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반대한다면 합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정개특위의 시한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활동기한은 이번 달 말까지다. 공식 기구의 활동이 이번 달 종료돼 선거제 개혁의 바퀴 한쪽이 빠지게 되는 셈이다. 

급기야 야3당은 벼랑 끝 전술을 펼치기도 했다. 야3당은 선거제 개혁과 예산안 처리 연계를 시사하며 여당을 강하게 압박했다. 여당이 크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대치 국면이 형성되기도 했다. 

거대 양당 소극적 태도에 예산안 무리수
이대로 총선 치른다면…정계개편 가동? 

야3당의 공동기자회견이 있던 날 장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야3당이 빠지고 151석을 채울 방법을 찾을 수 있겠느냐”며 “예산안이 정부·여당이 원하는 대로 처리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산안 합의 불발 시 본회의 직권상정을 위해선 의석 과반수가 필요하다. 장 원내대표는 이 점을 지적한 것이다. 

민주당은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다음 날 “예산은 헌법에 정해진 법정 기한이 있는 것이고, 선거법은 각 당의 내부적 논의나 국민적 의견을 수렴하는 여러 가지 절차가 있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여야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야3당 입장서 선거구제 개편은 상당히 절실하고 절박하다. 예산안과 연계한 심의가 무리한 주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온도차를 보였다.

선거제 개편이 무산된다면 국회 안에선 제각각 ‘정치셈법’을 따질 전망이다. 현행 소선거구제로 2020년 총선을 맞이한다면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는 해석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선거제 개혁 불발 시 바미당과 평화당 소속 의원들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바미당은 당내 노선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일례로 손 대표와 바미당 이언주 의원은 ‘정체성’을 두고 공개적으로 한 차례 설전을 치렀다. 평화당에선 소속 의원들의 탈당설이 불거진 바 있다. 김경진·이용주 의원이 그 중심에 있다. 이 의원은 선거제 개편 여부에 따라 탈당 논의가 가시화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김 의원 역시 같은 맥락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제 개편 무산 시 야3당은 저조한 지지율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 바미당과 평화당은 창당 이후 지방선거만 한 차례 치렀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본선으로 여겨지는 총선서 바미당과 평화당이 현재의 의석 수를 유지할 가능성은 가시적이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선거제-예산
연동 시사도

바미당은 현재 야3당 중 유일한 원내 교섭단체다. 그러나 21대 총선 이후 바미당의 교섭단체 유지 가능성은 다소 낮을 전망이다. ‘호남 정당’인 평화당도 차기 총선서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13지방선거서 호남은 평화당이 아닌 민주당을 택했다. 정의당 역시 현행 선거구제로 교섭단체 지위를 획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선거제 개혁에 사활을 거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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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