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대반격 막전막후

진흙 속에서 꽃 피울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요즘 자유한국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한국당은 탄핵정국 이후 줄곧 하락세를 걸었지만 최근 광폭행보를 보이며 재기를 시도하고 있다. 당 내외서도 그 움직임은 뚜렷하다. 한국당은 공공기관 채용 비리 의혹으로 국정 이슈를 선점하고, 당협위원장 교체 등 인적 쇄신에 시동을 걸고 있다. 동시에 정치적으로 중량감 있는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보수 진영의 통합과 몸집 키우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최고중진회의서 모두발언하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탄핵정국을 관통하면서 힘을 상실했다. 국정 농단 사태로 여론의 비판이 들끓었고, 보수 진영은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과 바른정당으로 분열됐다.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 합당으로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을 창당했다.

탄핵 후 분열
국민적 외면

반면 새누리당은 당명을 한국당으로 교체해 명맥을 이어갔다. 한국당은 ‘박근혜 꼬리표’를 쉽사리 떨쳐내지 못했다. 한국당은 쇄신을 위해 박 전 대통령과 핵심 친박(친 박근혜)을 ‘정리’했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출당 조치를 당했고, 서청원 의원은 탈당했다. 그러나 한국당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지난 6월 지방선거 결과가 단적인 예다. 한국당은 6·13지방선거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게 크게 졌다. 한국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서 대구와 경북 그리고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선거구서 참패했다. ‘민주당 싹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한국당의 기세는 크게 꺾였다.

지방선거 이후에도 한국당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올해 최대 이슈로 꼽히는 남북 관계 개선과 비핵화 문제서 활로를 찾지 못했다. 비핵화를 바라보는 한국당의 시각은 남북 평화 무드를 지향하는 여론과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당의 주장을 두고 ‘낡은 대북 프레임’이란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한국당은 정국 주도권 경쟁서도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드루킹 특검과 국정조사 요구가 대표적이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단식농성까지 벌이며 드루킹 사건을 최대 쟁점 사안으로 부상시키고자 했다. 다만 결과는 가시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당은 지난달 있었던 국정조사를 통해 존재감을 한껏 키우는 데 성공했다. 한국당 유민봉 의원이 제기한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이 결정적이었다. 김 원내대표와 한국당 의원 등 여러 관계자들은 서울시 국정감사장을 찾아 몸싸움을 벌이면서 여론의 시선을 한껏 끌어모았다.

한국당은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강경 대응하고 있다. 한국당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까닭은 정부와 여당을 향한 공세가 여느 때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특별시 산하 공공기관이다. 공공기관서 채용 비리 의혹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는 문재인정부에게 뼈아픈 대목이다. 이번 달부터 예산정국이 펼쳐지는데, 핵심쟁점은 공공부문 관련 ‘일자리 예산’이다.

여야는 정부의 예산안이 발표된 시점부터 일자리 예산을 두고 갈등 조짐을 보였다. 이 가운데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발생한 것이다. 일각에선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의 동력 상실 가능성도 제기한다.

한국당, 지방선거 전후 연일 헛발질
채용비리 의혹 후 정국 주도권 잡아

여론 역시 한국당에게 유리한 편이다. 최근까지도 청년들의 일자리 세태와 관련, ‘청년 빈곤’이라는 화두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여론이 분노의 공감대를 형성한 까닭이다. 한국당은 이 상황에 발맞춰 ‘국가기관 채용비리 국민 제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당은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17개 시도 비리제보센터를 설치해 제보를 받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국한되지 않고 범위를 넓혀 확실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다.

한국당은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판을 키우고 있다. 민주당을 제외한 야3당(바미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의 협조도 구했다. 다만 민주당에선 감사 결과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감사원 감사가 대략 3개월 정도 걸린다고 들었다”며 “국회가 예산, 법안 심사로 매우 바쁜 시점인 만큼 휴지기인 12월을 거쳐 내년 1월에 국정조사를 해도 충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달 23일 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고, 감사원은 일주일 후 감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낙연 총리는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없애기 위해 신고센터 운영과 상시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며 “국민권익위원회 주도로 범정부 추진단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 추진단’은 지난 2일 출범했다.

한국당은 채용비리 의혹으로 이슈를 주도하면서 당 내부를 향한 쇄신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당은 당협위원장 교체를 내년 1월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당협위원장 교체가 인적 쇄신으로 불리는 까닭은 그 자리가 곧 국회의원 공천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태극기 집회 갖는 보수단체 회원들

당협위원장은 당원협의회 위원장의 줄임말이다. 국회의원 지역구별로 당원협의회가 있는데 이곳을 대표하는 사람을 당협위원장이라 부른다. 쉽게 말해 ‘한 지역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다음 공천서 비교적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당협위원장은 통상 현역 국회의원이나 차기 출마자 등이 맡는다.

국정조사로 반등
내친김에 쇄신까지

결국 당협위원장 교체는 다음 국회의원 공천을 받을 사람의 교체와 같은 맥락이다. 당협위원장 교체가 ‘물갈이’ ‘인적 쇄신’ 등으로 불리는 이유다. 한국당은 지난달 29일부터 전국 당원협의회 실태조사에 나섰다. 조사 대상은 전국 253개 당원협의회 중 사고 당원협의회 17곳을 제외한 236곳이다.

다만 당협위원장 교체에 따라 당 내외 갈등과 비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역위원장 교체가 있을 경우 계파 갈등이 터질 공산이 크다. 한국당 의원들은 최근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 한차례 계파 갈등을 겪었다. 친박과 비박(비 박근혜)의 해묵은 대결이다.

발단은 지난달 31일 열린 한국당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였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탄핵에 앞장 서고 당에 침을 뱉으며 저주하고 나간 사람들이 한마디 반성도 하지 않고 돌아왔다”며 바미당 복당파를 비판했다. 홍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해서 탄핵을 받았나. 탄핵백서를 만들어달라”며 탄핵백서 제작을 요구했다.

비박계 정진석 의원은 “탄핵백서를 만들어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은 2년이 다 됐는데 시의적절한 아이디어는 아닌 것 같다”고 되받아쳤다.

그렇다고 해서 당내 계파에 눈치를 보고 원외 당협위원장을 대상으로 하기엔 무리가 있다. 원외 당협위원장의 교체가 주를 이룬다면 ‘빈껍데기 쇄신’이란 역풍이 불 수 있어서다. 한국당은 당협위원장 교체 이후 내년 2∼3월 전당대회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국당은 보수 진영의 외연 확장에도 힘쓰는 모양새다. 한국당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은 ‘보수단일대오’를 주장하며 바미당과의 통합을 시사했고, 태극기 부대의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전 위원은 지난달 4일 보수단일대오를 주장하면서 보수통합론에 불을 지폈다. 전 위원은 이날 국회서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에는 보수 통합 전당대회로 가야 되고, 보수단일대오로 가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밝혔다.

전 위원의 보수단일대오 발언은 바미당 손학규 대표의 격앙으로 이어졌다. 손 대표는 전 위원의 발언에 대해 “한국당과 통합이라는 건 전혀 없다”며 “만약 우리 당에서 갈 사람이 있다면 가라”고 받아쳤다. 이후 바미당 인사 중 누가 한국당행을 택할지 예측과 가설이 분분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지난달 17일 “바미당서 11명이 빠져나가 한국당으로 갈 것이란 소문이 여의도에 돈다”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가운데 최근 바미당 이언주 의원을 두고 한국당행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의원은 최근 ‘신보수의 아이콘’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이 의원은 보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해 ‘주사파의 실체를 직시해야’라는 주제로 문재인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보수대통합
태극기도?


최근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천재’라고 부르기도 해 화제가 됐다.

이 의원은 지난달 22일 <일요서울 TV>에 출연해 “대통령제는 현대판 황제다. 현대판 황제가 되려면 외교, 국방, 경제까지 완벽하고 전지전능하게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있느냐”며 “독재를 했다는 측면에서는 비판을 좀 받지만, 박정희 같은 분이 역대 대통령 중에는 천재적인 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잇따른 보수 발언은 그의 당내 행보와 맞물리며 한국당행의 현실화 가능성이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 의원은 그간 당내서 남북문제를 두고 지도부를 직접 겨냥하는 등 불협화음을 보였다. 특히 이 의원은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안 동의 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였다.

정치권서도 이 의원을 향한 의구심은 이어졌다. 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SNS 페이스북에 이 의원이 ‘나라꼴이 독재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그때는(박정희, 전두환 시대) 경제라도 좋았는데’라며 게재한 글을 지적하면서 “지리하게 이어지는 처절한 러브콜입니다. 어서 노력한 만큼 화답이 있어야 할 텐데”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도 다음 날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적 주장과 진짜 속뜻’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의원은 이 의원의 ‘박정희 천재’ 발언을 “한국당으로 옮겨서 부산에 출마하고 싶으니 받아달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한국당이 태극기 부대를 끌어안을지도 주목된다. 전 위원은 지난달 22일 KBS 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서 태극기 부대를 언급하며 “나라를 걱정하는 분들이고 직전 대통령을 구속시켜서 추락한 국격을 걱정하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객관적으로 볼 때 조금 강경하거나 지나친 부분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분들 빼고 뭐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전 위원의 태극기 옹호 발언은 정치권을 한차례 떠들썩하게 했다. 한국당 내부서도 이를 두고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비대위원장은 진화에 나섰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국회서 열린 비공개 비대위회의 이후 “(전 위원이) 개인적 학자 또는 변호사로서 피력하는 게 있고, 조강특위 위원으로서 입장을 피력하는 부분이 있는데 구분이 잘 안 돼 혼란이 많은 것 같다”며 “저 같은 사람이 받아들일 때 (전 위원이) 조강특위 위원으로 발언하는 것인지, 평론가로서 발언하는 것인지 (다르게) 느껴지는데 일반 국민은 그렇지 못하다”고 언급했다.

인적쇄신·보수통합 두고 갑론을박
외부보고서 공개…당 재건 성공할까

전 위원의 태극기 발언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정치 재개와 맞닿아 있다. 황 전 총리는 태극기 부대의 최대주주로 꼽힌다. 태극기 부대는 한국당의 차기 당 대표로 황 전 총리를 꼽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최근 출판 기념회 등을 시작으로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면서 정치 재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황 전 총리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순항 속에 우리 경제는 거꾸로 하강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며 “멀쩡한 경제를 망가뜨리는 정책실험들이 계속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정책 실패를 국가재정으로 덮으려고 하지만 재정 퍼붓기만으로 일자리,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며 날을 세웠다.

황 전 총리가 한국당의 입당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황 전 총리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한국당은 지난달 30일 국회서 의원총회를 열고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와 사회발전연구소에 의뢰한 ‘한국 보수정당의 위기와 재건’ 연구용역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부제는 ‘한국당 선거 패배와 지지율 하락 원인 분석’이었다. 한국당이 줄곧 답보 상태에 머물게 된 원인을 진단하기 위해서였다. 김 비대위원장 체제 이후 공표된 ‘가치와 노선의 재정립’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당은 ‘지지도와 위상 추락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보수정당 위기의 현실을 근본적 수준에서 진단, 희망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한국당의 강경한 대북·안보 정책을 고수한 점을 지적하면서 제1 보수정당으로서의 핵심가치를 ‘포용성’ ‘사려 깊음’ ‘진정성’으로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계파를 인정하는 집단지도체제 구축의 고려와 공천 제도 개혁, 인적 구조 개편과 새로운 정치세력의 유입도 언급했다.

다만 한국당 의원들의 참여도는 높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후 “아까는 꽉 차 있었는데 지금 이제 한 40명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지지율은 콘크리트 지지층 외에 외부 유입이 막혀 있다. 지지율이 연일 답보상태를 보이는 까닭이다. 향후 한국당의 재기 여부에 따라 지지율은 지금과 다를 가능성이 높다.

당 내부 진단
의원들 반응은…

지난달 29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로 지난달 22∼26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서 한국당은 19.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여당인 민주당은 42%를 기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3만3128명을 대상으로 통화를 시도해 총 2505명이 응답했고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서 ±2.0%p다. 응답률은 7.6%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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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