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29)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주머니서 ‘가석방 출소증’ 출소한 지 일주일
“맞아 죽을래? 감옥 갈래? 내 말대로만 해”

“예, 서른다섯 입니다.”
“서른다섯이면 미성년자도 아닌데 왜? 주민등록증이 없다는 거냐? 너 빨갱이냐?”
“아…아닙니다.”
“아니면,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가 가진 주민등록증이 없다는 게 말이나 돼?”

내가 계속 추궁을 하자 그놈이 고개를 돌려 옷걸이에 걸린 잠바를 힐끗 바라봤다. 직감적으로 잠바 속에 신분증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나는 후배에게 옷을 가져다주라고 했다. 놈이 앉은 자세로 순순히 옷을 걸치고는 잠바 안주머니에서 메모지 한 장을 꺼내보였다.

“아니 이게 뭐야?”

그건 다름 아닌 출소 확인서였다. 그러니까 놈은 형무소에서 나온 지 채 일주일도 안 된 상태였던 것이다.
“어, 이 자식 봐라 도둑질하다 살고나온 놈 아냐? 이거. 너 좀도둑이냐?”
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옆에 서 있던 후배가 ‘가석방 출소증’을 읽으며 다시금 놈의 뒤통수를 소리가 나도록 후려갈겼다.
“에이, 이 새끼! 정신 나간 놈이네, 도둑질하고 잡혀 있다가 기어 나왔으면 얌전히 반성하며 먹고살 궁리나 하지, 정신지체장애자를 유혹하여 강간이나 하려고 해? 이 새끼 안 되겠네.”
나는 후배에게 말했다.

“어이, 동생! 이 출소증을 복사해오게. 그리고 이놈 전신을 전부 사진 촬영하지.”
“예, 형님! 알겠습니다.”
후배는 시원스럽게 대답하고는 카메라를 꺼내 그놈이 앉아있는 모습부터 몇 차례 촬영을 하고, 그를 잠시 일어나라고 하고는 전신촬영을 수차례 반복했다. 그리고는 다시 놈을 주저앉히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후배가 복사를 하러 간 사이, 이제까지 다그치던 모습과는 영 딴판으로 목소리를 낮춰서 조용히 그를 불렀다.
“이봐!”
그가 대답대신 고개를 들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한번 생각해봐라. 멀쩡한 정상적인 여성이라도 해선 안 되지만, 네가 건드린 아가씨는 정신지체장애인이 아니냐? 잘못 건드려서 애라도 생기면 어떻게 할 거야. 도둑질이야 상대방의 재산을 훔치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지만, 아가씨 몸에 이상이 라도 생기면 아가씨는 물론 온 집안을 망치는 것이 된다 이 말이야. 특히 부모님들이 제정신으로 살아가실 수가 있겠어? 지금까지 저 아가씨를 키우기 위해 부모님들께서 얼마나 노심초사 했겠어, 어느 누구보다도 수 백배 가슴조이며 애지중지 키우셨다 이 말이야, 너 이 새끼 내말 뜻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어?”
“죄, 죄송합니다. 제가 정말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는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고 절을 하며 용서를 빌었다.
나는 그쯤에서 마무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단호하게 경고했다.
“어이,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내말 잘 듣고 그대로 시행해. 아니면 너는 맞아 죽든지 감옥을 가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거야. 알았어?”
“예, 예. 알겠습니다.”
그가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김 사장 내외와 딸을 문 앞에 서게 하고는 그놈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여기 세 분에게 큰절을 열 번하며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하고 사죄하는 거야. 만약 성의가 없거나 허튼 수작을 부린다면 내 용서하지 않겠어! 알아?”
강하게 내 뱉는 내 말에 그가 잠시 멍하게 세 사람을 쳐다보다가, 아무래도 이 순간을 모면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절을 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하고 연신 절하며 사죄를 구했다.
그때, 후배가 출소증을 복사해와 내게 건네주었다. 그놈이 사죄의 절을 마치고 나자 나는 다시 처음처럼 앉으라고 명령했다. 그리고는 후배에게 이놈을 잘 감시하라고 하고, 밖으로 나와 김 사장 부부에게 말했다.
“저놈을 어떻게 할까? 두 번 다시 아이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하고선 이곳을 떠나도록 하는 게 어떨까?”

“너 빨갱이냐?”

“그래, 어쩌겠나. 어차피 경찰에 넘기지 않을 바에야 단단히 겁을 주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지 않은가? 다만 다른 곳에 숨어 지내면서 우리 애를 건드리면 어쩔까하는 거네. 그러니 우리 애를 만날 수 없도록 단단히 처리 해주게.”
“알겠네. 걱정마. 저놈은 덩치는 크지만 생각보다 순진한 것 같기도 해. 사진을 찍어두었으니 절대 마음대로 하지 못할게야. 나에게 맡겨 봐.”
김 사장과 얘기를 나누는 사이, 그의 아내가 놈에게 한 마디 하겠다고 했다. 내가 그렇게 하시라고 하자, 문 앞으로 가서 그에게 말했다.
“이봐요, 결혼은 했어요?”

“예…. 결혼해서 딸이 하나 있는데 제대로 돈도 못 벌고 해서… 수감되기 전에 이혼했습니다.”
“그래, 아저씨도 딸이 있다니 부모 심정을 알겠네요. 더욱이 우리 애는 판단력이 좀 부족한 아입니다. 젊은 사람이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야지, 이런 짓이나 하고 있으면 되겠어요?”
부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놈이 머리를 조아리며 빌었다.
“예,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나는 놈에게 다시 강조 했다.
“자아, 이제 그만하고 다시 내 말을 잘 받아 새겨들어. 알았어?”
“예예.”

“이방 보증금이 얼마야?”
“어, 없습니다.”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고 사는 거야?”
“예. 월세 20만원에 살고 있습니다.”
“그럼, 내가 지금 20만원을 줄 테니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 알겠어?”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돈 20만원을 세어 건네주며 다시 경고를 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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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