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26)

“뱀 잡으려면 꼬리까지 죽여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기억 더듬어 성추행범 거처까지 도착
카메라 준비해 철저하게 대비

나는 이런저런 구상을 얘기하며 의견을 나누고는 그 집 부부에게 당부의 말을 해주었다.
“자네 부부가 아이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절대 추궁하거나 혼란스런 말은 하지 않았으면 하네. 안정 속에서 몰입하여 자신의 잠재된 기억을 되살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을 듯해. 아이가 놀라거나 마음에 부담을 느껴 자신이 간 행로를 밝혀내지 못하면 일이 어려워져.”
내 말에 부인이 알겠다며 나를 안심시켰다.

“예, 이사님 말씀 잘 알겠어요. 제 딸은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아니까 염려마세요.” 사장은 무엇보다 내가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를 가장 궁금해 했다. 나는 그쯤에서 슬쩍 내 의도를 비췄다.
“내가 판단하기론 그 놈이 분명 선량한 일반인은 아닌 것 같아. 다행히 아이가 기억을 되살려 그놈이 있는 곳을 밝혀내게 된다면 혼쭐을 내어 두 번 다시 아이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봐. 우리 어릴 적에 뱀을 잡으면 꼬리까지 싹 죽여야 보복을 당하지 않는다고 들은 것처럼, 어설프게 건드려서 약만 올리게 되면 건드리지 않으니만 못 한 게 되지.”
“그렇지, 그래.”

가해자 탐문

“그러니 아무런 장치도 하지 않고 단순히 말 몇 마디 해서는 도리어 감정을 사서 보복을 당할 수도 있으니, 그놈을 완전히 제압하여 항복을 받은 후에, 우리가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각인시켜 놓아야 하네.”
김 사장은 내 말에 다소 염려하는 눈빛으로 그러면 어떻게 해야겠냐고 재차 물었다.
“이 일은 ‘범을 풀어 여우를 쫓는’ 식이 될 거야. 토끼를 쫓는 여우를 잡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길들여진 우리 편 범을 풀어 토끼를 보호하는 한편, 다른 범을 풀어 문제의 여우를 쫓게 하는 거지. 그러면 제아무리 약은 여우라 해도 제 목이 두 개가 아닌 바에야 제 목을 지키기 위해 도망 다니는 게 급해 토끼를 되돌아볼 여유가 없지. 다시 말하면 그놈에게 딸애 주변에 항시라도 범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켜 놓으면 아무리 간이 큰 놈이라도 제 죽을  짓은 하지 않을 거야.”

내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김 사장 부인은 내가 나름대로 구상한 방책이 공감되는지 굳은 표정을 풀며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아이고, 그렇게만 된다면야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부인이 한시름 덜었다는 태도를 보이자 김 사장 역시 아내 말에 동의를 하면서도 뭔가 2% 부족하다는 표정이었다.
“토끼와 여우는 이해하겠네만, 범은 누구를 말하는 건가?”
“그건 나에게 맡겨 주게. 그놈을 잡으면 어떻게 나오는 가에 따라 적절한 범을 놓아 보내도록 하겠네.”
나는 궁금증을 남겨둔 채 자리에서 일어나며 모두에게 현장으로 가보자고 말했다.


우리는 차 두 대에 각각 나누어 타고 집에서 몇 분 거리인 강남고속터미널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주차했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아이가 최초에 그 남자를 만난 곳에서부터 차례로 되짚어 탐문해보도록 하지.”
내 말을 함께 들은 김 사장 부인이 딸애에게 다가가서 뭐라고 속삭이자, 그 애가 고개를 돌려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고는 슬금슬금 앞장서기 시작했다. 부인과 딸이 앞서가고 나와 후배 그리고 김 사장이 천천히 거리를 유지하며 뒤따라갔다.

딸애는 7호선 지하철 역 주변을 돌아보고는 다시 고속터미널경부선 안 식당가를 둘러보고, 다시 나와 지하상가로 내려가 옷가게 등 상가일대를 걸어 다니더니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 고속버스 승차장 쪽으로 갔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택시 정류장까지 거슬러가서는 멈춰 서서 어떻게 할지 망설였다.
그러는 중에 김 사장 부인은 딸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었다. 함께 뒤를 따르는 우리 일행도 입이 바싹 타들어갔다. 그러다가 마침내 범인이 택시를 타고 사당역까지 갔다는 걸 알아냈다.
우리는 다시 승용차를 타고 사당지하철역 사거리에서 과천으로 넘어가는 남태령 고개근처까지 갔다. 그리고는 인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다시 딸애를 앞세우고 놈의 행적을 쫓아갔다.

유단자 후배 동원

김 사장 딸은 이따금 기억이 나지 않는 듯 이리저리 골목을 헤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부인이 딸에게 차근차근 묻고 또 물으며 가느다란 실마리를 붙들고 따라가듯 그렇게 행적을 더듬어갔다.
마침내 다다른 곳은 다가구 2층 주택이었다. 김 사장의 딸은 정문이 아닌 좁은 계단이 별도로 나 있는 곳의 2층을 바라보고는 그때가 기억나는지 갑자기 얼굴을 찡그렸다. 그 모습을 본 김 사장 부인이 참고 있던 분노가 되살아나는지 금방이라도 뛰어들 것처럼 몸을 떨었다.

순간, 까딱 잘못하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행동을 제지하고는 진정하라고 만류했다.
“사모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아직 그 놈이 어떤 놈인지도 모르고 지금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니, 여기 계시든지 아니면 저희들 뒤를 따라오시지요.”
내 말에 부부가 주춤하며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일단 따님을 데리고 올라가서 그놈을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대기하고 있던 후배에게 카메라를 가져왔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급히 오느라고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가 조금 전 골목 슈퍼마켓에서 일회용을 구입했습니다”라며 카메라를 보여주었다.

그거면 됐어. 혹 반항할지도 모르니 무조건 카메라로 막 찍어놓게.”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깟 놈이 설치면 반 죽여 놓지요. 선배님, 제가 먼저 올라가 동태를 살피고 오겠습니다.”
후배가 말을 마치자마자 좁은 계단을 단숨에 2층까지 뛰어올라갔다가 곧바로 내려와 말했다.
“선배님, 2층은 하숙집과 같은 구조로 골방이 6개 있는데, 한군데만 신발이 있고 나머지 방은 신발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곳 외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출입구는 없지?”
“예, 이곳 외에는 달리 오르는 곳이 없습니다.”
“그래. 좋아 일단 올라가 확인해 보자. 너무 심하게 가격하지는 말게.”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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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