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6주년특집>프로파일러 이수정 교수가 본 ‘범죄의 진화’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5.23 12:3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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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 ‘막가파’에서 요즈음 ‘묻지마’까지…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연일 뉴스에서 흉흉한 소식이 들려온다.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범죄수법은 더 다양하고 잔인해지며 복잡해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 범죄의 실타래를 풀기 위하여 꼭 필요한 사람이 바로 범죄심리요원(프로파일러). 범죄자들의 심리를 꿰뚫는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를 만나 ‘범죄의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요시사>가 탄생한 16년 전 발생한 ‘막가파 살인사건’에서 최근 발생한 다양한 사건들까지…. 범죄는 어떻게 발전하고 진화했을까?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1996년 10월 말경,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다. 사업가 부부를 납치 살해하고 배신한 조직원 1명 등 총 5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뒤 사체를 암매장 하거나 불에 태운 지존파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존파를 모방한 ‘막가파’가 등장한 이유에서다.

20세 젊은 피로 구성된 막가파 조직원 5명은 40대 여성을 승용차로 납치, 금품을 빼앗고 구덩이에 산채로 넣어 살해했다.

산채로 생매장?

믿기 어려운 참극. 이들은 적어도 우리가 알고 있는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연히 사람들은 배후를 찾기 시작했고, ‘조직폭력배인 조양은을 미화한 소설 등을 읽고 결성된 폭력단’ ‘영화 <주유소습격사건>을 본 모방범죄’라는 수식어들은 미디어의 폭력성에 의한 범죄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이들의 집단행동에 주목했다. 복수의 가해자들이 몰려다니면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책임소재가 불분명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행동의 결과 즉 피해의 수위가 좀 더 드라마틱해졌다는 것. 이 교수는 90년대 빈번히 발생했던 ‘집단행동’이라는 공통분모가 당시 참극의 시작점이라 진단했다. 

이 교수는 “혼자 있을 때는 크게 잔혹하지 않은 사람이라 해도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다보면 범죄의 수위가 높아진다”며 “또 비행력이 상당히 진전된,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여러 명 모여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아마도 거의 끝장을 보는 태도가 된다”고 말했다.


이들의 집단행동은 반사회적인 ‘룰’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이들은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돈 많은 사람은 다 죽인다”는 특정 타깃을 설정하고 ‘배신하는 자는 죽인다’ ‘화끈하게 살다가 멋있게 죽는다’는 등의 행동강령을 내세워 활동했다.

이 교수는 “사회의 지배적인 기준, 즉 법이 중심이 되는 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에서 오래전부터 이탈된 구성원들은 자신들만의 자체적인 어떤 기준, 반사회적인 집단의 룰을 마련한다”며 “그중 일부가 기성사회의 가진 자들과 인정을 받는 자들에 대한 반감을 키움으로써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서로 공유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회 속에서는 움츠릴 수밖에 없었지만 집단공간에서는 일종의 해방감을 맛봤던 이들. 그 속에서 여럿이 모여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겁 없는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게 이 교수의 분석이다. 심리학에선 이를 ‘리스키 시프트(risky shift)’라고 한다.

이 교수는 “산 사람을 산채로 매장한 것도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행동인데, 집단행동의 경우 개인은 머릿수분의 1만큼 책임만 느끼기 쉽고 책임감이 가벼워져 더 용감해진다”며 “더 위험한 방식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일종의 집단적인 시프트가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까지는 집단 의존도가 높은 과거 우리사회 조직폭력배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90년대 범죄는 최근 어떤 식으로 이어지고 있을까.

96년 ‘막가파’ 살인사건, “집단행동의 결과는 드라마틱해져”
최근 ‘사회적 외톨이’ 크게 증가, “공동네트워크 마련돼야…” 

이 교수는 “90년대에 일어난 범죄들은 사실 대부분이 잡범들의 범죄였다”면서 “범죄력이 어렸을 적부터 진전되고 나중에는 결국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은 자들의 범죄가 많았었다면 최근에 일어나는 범죄는 사실 좀 특이하다”라고 분석했다.


90년대 발생한 지존파, 막가파, 영웅파 등의 사건들처럼 과거엔 돈을 노리는 전통적인 방식의 범행동기에 의해서 혼자든 여럿이든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엔 동기가 명확하지 않은 범죄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른바 ‘묻지마 범죄’인 셈이다.

이 교수는 “최근엔 살인이 목적인 범죄도 일어나기 시작했고 성적인 만족이 목표가 아닌 성적인 유희정도를 위해서 일어나는 범죄 또는 성기 삽입을 하지 않고도 성범죄가 일어나기도 하는 등 전통적이지 않은 동기에 기인한 범죄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 원인을 단독가구의 증가와 사회적 보상체계의 부재 등 정신과적인 문제에서 찾았다. 90년대 후반에 발생한 IMF이후 단독가구 증가, 가정의 해체 등으로 인해 청소년 범죄, 무동기 범죄, 또 다른 사회적인 범죄나 자살률이 높아졌다는 것.

이 교수는 “사회에 대한 불만, 빈부격차가 심해진 것뿐만 아니라 정당한 보상체계가 사회적으로 부재하면서 ‘자신은 열심히 노력하는데 문제는 사회가 정당하게 대우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며 “또 현대사회에 단독가구가 늘어나면서 사회적으로 격리된 채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도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전통을 깬 범죄

그만큼 소통에 굶주려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이들에 대한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이 교수의 진단이다. 예를 들면 사회 부적응자들에 대한 상담가능성을 높이거나 전문가들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거나,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공동체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그렇게 사회적인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면, 돌발행위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필요성, 저지력을 갖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혼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위험하기보단, 그중 일부 돌발적인 행위를 하는 소수가 관리가 안 된 채로 그냥 생활하게 되는 것이 위험하다. 최근 벌어지는 묻지마 범죄, 무동기 범죄들이 바로 그런 것”이라며 “그런 잠재적 불안요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친사회적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밀접한 공동체 활동에 끌어넣어야 하고, 일종의 소셜이 그들을 컨트롤하는 시스템을 많이 가지면 돌발행위를 쉽게 하기가 어렵고 자연스레 범죄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며 일회성으로 호들갑만 떨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가난, 소외, 애정의 결핍 등 열악한 환경이 사회적 외톨이를 기른다는 사실을, 그들이 또 잠재적 범죄자가 되어 불특정 다수의 희생양을 나을 수 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진화된 범죄의 근본부터 고쳐나가는 대책 방향이 시급하다. 어쩌면 이들은 중심을 잡아줄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지도 몰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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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