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6주년특집>여야 원내사령탑 특별대담-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5.25 16: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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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 악법과 불합리한 제도 혁신하고 바로 잡겠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대통령선거와 전당대회를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민주통합당의 19대 국회 1기 원내사령탑으로 박지원 전 최고위원이 선출됐다. 경선기간 내내 ‘이해찬(당 대표)-박지원(원내대표) 역할분담론(이하 이-박 연대)’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초반 대세론을 무난히 이어 나간 것이다. 박 신임 원내대표는 6월 당 대표를 뽑는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겸직함으로써 어느 때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창간 16주년을 맞이한 <일요시사>가 여야의 신임 원내대표를 만나 소신에 찬 정견과 원내 운영전략을 들어봤다.


18대 국회에 이어 19대에서도 제1야당의 원내사령탑을 맡게 된 ‘돌아온 저격수’ 박지원. 때가 때인 만큼 그의 영향력과 행보에 민주통합당의 명운이 걸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박 원내대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보력과 뛰어난 대여협상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원샷 원킬 저격수’로 불릴 만큼 탁월한 전투력이 최대 강점이다.

또한 지역별, 계파별로 나눠진 민주당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하나의 목표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도 주목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호남정치세력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 ‘DJ의 복심’ 또는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린다. 여기에 김대중·노무현 두 명의 대통령을 만들어낸 화려한 전력이 보태져 ‘불멸의 킹메이커’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올 연말 대선에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대선후보’를 선출하는데 최대의 역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한 박 원내대표는 누구보다, 어느 때보다 정권교체에 대한 의지가 강력해 보였다.
다음은 박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민주통합당의 19대 국회 1기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에 선출됐다. 대선을 앞두고 전당대회까지 준비해야 하는 시점으로 어깨가 무거우실 텐데, 소회와 각오를 밝힌다면?
- 부족한 나를 원내대표로 선출해 주신 것은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룩하라는 민주통합당 의원들과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1차가 아닌 2차에서 저를 황금분할의 표로 당선시켜 주신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민주통합당의 특정세력이 독선과 독주, 독식을 하지 말고 통합을 이루고 있는 한국노총과 시민사회, 김대중 세력과 노무현 세력이 서로 협력해서 정권교체를 이룩하라는 준엄한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18대 국회에 이어 두 번째 원내대표를 맡았다. 여야 간 ‘대화정치’를 위해 원내대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 여야 원내대표가 상대를 대화의 상대로 존중하고 모든 것을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에 앞서 당내에서는 의원총회를 활성화시켜서 의원들과 긴밀히 소통함으로써 합의된 당론을 도출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 원내부대표단 구성에 초선의원을 대거 발탁해 개혁성과 참신성을 동시에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결단을 하게 된 배경은?
- 젊은 세대와 여성에게 기회를 더 주기 위해서 과감하게 30대와 40대의 젊은 의원들을 원내대표단에 포함시켰다. 이 분들이 열정과 패기를 갖고 활발하게 움직이면 우리 민주통합당에 그만큼 활력소가 생기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민주통합당이 더욱 젊어지고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경선 전 ‘이해찬(당 대표)-박지원(원내대표) 연대’로 계파 간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고 향후 전당대회에 대한 여러 가지 말들이 많았다.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입장은?
- 전당대회에 대한 입장은 분명하고 단호하다. 어떤 경우에도 중립성과 공정성, 도덕성을 생명으로 삼아서 전당대회가 원만하게 치러지도록 할 것이다. 일부에서 ‘담합’이라는 오해와 비난이 있지만 원내대표 경선에서 의원들의 투표로 당선됐듯이 민주통합당의 대표와 지도부도 6월9일 국민과 당원이 선출하는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대의원 현장투표 30%와 당원과 일반국민의 모바일 투표 및 현장투표 70%로 결정되기 때문에 특정세력이나 특정인이 담합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

▲ 이번 전당대회의 핵심 의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제가 원내대표에 출마해서 당선됐던 것과 마찬가지로 전당대회도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당 대표와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선출되는 당 대표와 함께 연말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강한 후보를 선출하는데 최대의 역점을 두겠다. 현재 당에 있는 훌륭한 대선 예비후보들이 모두 나와서 치열하고 강력한 경쟁을 하면서 당원들의 인정을 받고 국민의 검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서로 협력해 정권교체 이룩하라는 지상명령으로 받아들이겠다”
“어떤 경우에도 중립성·공정성·도덕성 바탕으로 원만한 전대 관리” 

▲ 안철수 원장의 민주통합당 경선 참여 유무와 당 후보와 관계설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 모든 것은 안철수 원장이 결정할 문제다. 지금 제일 좋은 것은 안 원장이 민주통합당에 들어와서 경선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안 원장이 지금처럼 밖에서 독자적인 행보를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우리 당은 ‘안철수 감나무’ 밑에 누워서 ‘안철수’라는 감이 입으로 떨어지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 당 후보들의 강력하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후보를 결정하면 된다. 후보가 결정되면 우리는 그 후보의 당선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 그런데도 민주당 후보가 안 원장의 지지율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안 원장과 지지도에 차이가 있다고 하면 정권교체를 위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행히 안 원장의 이념과 사고가 민주통합당과 완전 일치하지는 않지만 굉장히 가깝고, 새누리당과는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민주통합당과 함께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 언론사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MB정부의 언론관에 대한 입장은?
- MBC, KBS,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까지 이렇게 많은 언론이, 이렇게 오랫동안 파업을 하는 것은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던 일이다. 사실상 언론사의 파업으로 인해 총선기간 동안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보도가 축소돼 총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세간에는 이명박 정부가 대선까지 언론사 파업사태를 끌고 가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생겨나고 있다. 어떠한 경우든 현재의 언론사 파업사태는 이 대통령이 결단해야 해결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기초이자 사회의 공기인 언론사를 마치 개인의 소유처럼 인식하고 자신들의 측근들을 낙하산 사장으로 내려 보냈고 결국 오늘과 같은 언론사 파업사태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 당 차원의 대책 마련은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지?
- 민주통합당은 언론사 파업 문제를 다룰 문방위를 가장 강력한 팀으로 구성해서 19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서 바로잡을 것이다. 그것이 파업 중인 언론사 노조원들뿐만 아니라 볼권리와 알권리를 박탈당한 국민을 위해서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 최근 ‘친노’와 ‘비노’의 계파갈등이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는데?
- 수많은 오해와 비난을 받으면서도 지난번 통합과정에서 전통적인 지지세력과 함께 가야 한다고 호소했고, 이번 원내대표에 출마했던 이유도 바로 계파 간 갈등을 극복하고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민주통합당은 항상 분열의 위험을 안고 있고, 분열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도 정통민주당이 창당되면서 민주통합당은 사실상 수도권에서 6석을 잃었고 비례대표까지 포함하면 7석을 잃은 것과 마찬가지다.

▲ 정통민주당이 창당되지 않았더라도 그 표가 오롯이 민주통합당으로 왔었겠는가?
- 그렇다. 만약이란 전제이긴 하지만 정통민주당이 창당되지 않았다면 야권의 의석이 현재 140석에서 147석이 되고 새누리당은 150석에서 143석이 돼서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언제까지 친노와 비노, 호남과 비호남으로 갈라져서 싸워야 하는가’라며 ‘모두가 힘을 합쳐서 정권교체를 이룩하자’고 호소했고, 가장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원내대표로 뽑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런 내가 원내대표에 당선됐기 때문에 앞으로 더 이상의 계파갈등 없이 오직 정권교체를 위해 모두가 하나 되는 민주통합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 ‘이명박 정권’을 평가한다면?
- 한마디로 무능으로 실패한 정권이다. 역대 어느 정권도 임기말에 이렇게 총체적인 부정과 비리, 무능과 불신을 초래한 경우가 없었다. 이명박 정권 권력서열 3위인 ‘방통대군’과 4위인 ‘왕차관’이 구속됐고 2위인 ‘형님’과 1위인 MB도 위태로운 지경이다. 측근비리는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언론사파업, 저축은행 사태, 광우병, 민간인불법사찰, 쌍용자동차 등 노사문제, 강남을과 강원도 강릉 등 4·11총선 부정선거, 흑막에 쌓여있는 자원외교, 디도스, FTA와 농어촌대책, 4대강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점이 쌓여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대통령과 우리 국민을 위해서 이런 모든 것을 이 대통령 임기 내에 다 털고 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만약 이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고 검찰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채 얼렁뚱땅 덮고 넘어가려고 한다면 불행한 헌정사가 또다시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의 퇴임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따라서 임기 막바지에 이른 이명박 정권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모든 잘못을 털어놓고 바로잡는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대표와 함께 ‘이길 수 있는 대선후보’ 선출에 최대의 역점 둘 것”
“무능으로 실패한  MB정권, 비리와 의혹 임기 내에 다 털고 가야”

▲ ‘원샷 원킬 스나이퍼’로 뛰어난 전투력을 가지고 있는 박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당 안팎의 기대가 크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보력의 비결은 무엇인지?
-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이 아니라 부지런히 움직이고 사람들을 열심히 만나면서 소통하는 것이 방법이라면 방법이다. 한 가지 민주통합당과 국민 여러분께 죄송한 부분이 있다. 사실 작년부터 당 대표 선거를 준비하고 통합전당대회, 지도부 경선, 총선, 원내대표 경선까지 당무와 선거에 집중하느라 갖고 있는 내용들을 밝히지 못했다. 이제 19대 국회가 개원하면 다시 열심히 움직일 계획이다. 18대 원내대표 때도 그랬지만 내가 잘하는 것보다 당 의원들이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내용들을 적재적소에 배분해서 최대한의 효과를 만들어내도록 할 것이다.

▲ <나는 꼼수다>에 출연해 화려한 입담을 자랑한 바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에 이어 최근 김어준 총수와 주진우 기자에 대한 소환과 ‘정봉주 팬카페’ 운영진이 긴급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는데.
- 팬카페에 ‘한미FTA반대 광고’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긴급체포를 했다는데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네르바 사건, 쥐 포스터 사건, 민간인 불법사찰 등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들을 벌여 온 이명박 정부가 마지막까지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이명박 정권을 강력히 규탄한다.

▲ 박 원내대표가 꿈꾸는 원내대표의 모습은?
- 앞서 말씀드렸지만 의원들이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 주고, 무엇보다 내가 잘하는 것보다 의원들이 잘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원내대표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18대 원내대표 당시 경실련에서 선정하는 국정감사 우수위원 18명 중 15명을 민주당 의원들이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또한 의원총회를 통해 소통하면서 의원들의 뜻을 하나로 모으고, 결정된 의견은 관철시키는 것이 원내대표가 해야 할 일이다.

▲ 원내대표 재임기간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 가장 큰 목표는 12월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통합당의 최대의 개혁과 혁신도 정권교체이고, 시대정신도 정권교체라고 강조했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원내사령탑으로서 당 의원들이 훌륭한 의정활동을 통해서 국민들의 평가를 받고 정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당 의원들이 상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이명박 정부의 부정과 무능을 질타하고 잘못된 것을 하나씩 바로잡아 나간다면 국민들은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하는 것을 보니까 정권을 맡겨도 되겠구나’라고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의원들이 의정활동에 최우선의 목표를 두고 열심히 노력하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 또한 원내대표는 당 대표와 함께 당의 지도부이기 때문에 이길 수 있는 대선후보를 선출해서 반드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도록 하는데 역점을 두겠다. 그렇게 해서 12월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이명박 정부에서 만들어놓은 각종 악법과 불합리한 제도를 혁신하고 바로잡아 나갈 것이다. 그것이 ‘1% 부자가 아닌 99%의 서민이 잘사는 나라’이고 바로 민주통합당이 만들고자 하는 모습이기 때문에 원내대표 재임기간에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도록 노력하겠다.

 

<박지원 신임 원내대표 프로필>


▲ 1942년 전남 진도 출생
▲ 단국대 상학과 졸
▲ 목포대학교 명예법학박사 학위
▲ 조선대학교 명예경제학박사 학위
▲ 동서양행 뉴욕지사 지사장
▲ 데일리팻숀스(주) 대표이사
▲ 미국 뉴욕한인회 회장
▲  미주지역 한인회 총연합회장
▲ 한국인권문제연구소 이사장
▲ 제14대 국회의원 
▲ 민주당 수석부대변인, 대변인
▲ 국민회의 대변인, 기획조정실장, 총재특별보좌역
▲ 대통령비서실 공보수석비서관
▲ 문화관광부 장관
▲ 문화관광부 한국문화산업진흥위원회 위원장
▲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 정책특보
▲ 대통령비서실 실장
▲ 김대중평화센터 비서실장
▲ 18대 국회의원
▲ 민주당 정책위의장
▲ 민주당 원내대표
▲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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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