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6주년특집>여야 원내사령탑 특별대담-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5.25 16: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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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 악법과 불합리한 제도 혁신하고 바로 잡겠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대통령선거와 전당대회를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민주통합당의 19대 국회 1기 원내사령탑으로 박지원 전 최고위원이 선출됐다. 경선기간 내내 ‘이해찬(당 대표)-박지원(원내대표) 역할분담론(이하 이-박 연대)’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초반 대세론을 무난히 이어 나간 것이다. 박 신임 원내대표는 6월 당 대표를 뽑는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겸직함으로써 어느 때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창간 16주년을 맞이한 <일요시사>가 여야의 신임 원내대표를 만나 소신에 찬 정견과 원내 운영전략을 들어봤다.


18대 국회에 이어 19대에서도 제1야당의 원내사령탑을 맡게 된 ‘돌아온 저격수’ 박지원. 때가 때인 만큼 그의 영향력과 행보에 민주통합당의 명운이 걸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박 원내대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보력과 뛰어난 대여협상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원샷 원킬 저격수’로 불릴 만큼 탁월한 전투력이 최대 강점이다.

또한 지역별, 계파별로 나눠진 민주당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하나의 목표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도 주목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호남정치세력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 ‘DJ의 복심’ 또는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린다. 여기에 김대중·노무현 두 명의 대통령을 만들어낸 화려한 전력이 보태져 ‘불멸의 킹메이커’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올 연말 대선에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대선후보’를 선출하는데 최대의 역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한 박 원내대표는 누구보다, 어느 때보다 정권교체에 대한 의지가 강력해 보였다.
다음은 박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민주통합당의 19대 국회 1기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에 선출됐다. 대선을 앞두고 전당대회까지 준비해야 하는 시점으로 어깨가 무거우실 텐데, 소회와 각오를 밝힌다면?
- 부족한 나를 원내대표로 선출해 주신 것은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룩하라는 민주통합당 의원들과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1차가 아닌 2차에서 저를 황금분할의 표로 당선시켜 주신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민주통합당의 특정세력이 독선과 독주, 독식을 하지 말고 통합을 이루고 있는 한국노총과 시민사회, 김대중 세력과 노무현 세력이 서로 협력해서 정권교체를 이룩하라는 준엄한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18대 국회에 이어 두 번째 원내대표를 맡았다. 여야 간 ‘대화정치’를 위해 원내대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 여야 원내대표가 상대를 대화의 상대로 존중하고 모든 것을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에 앞서 당내에서는 의원총회를 활성화시켜서 의원들과 긴밀히 소통함으로써 합의된 당론을 도출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 원내부대표단 구성에 초선의원을 대거 발탁해 개혁성과 참신성을 동시에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결단을 하게 된 배경은?
- 젊은 세대와 여성에게 기회를 더 주기 위해서 과감하게 30대와 40대의 젊은 의원들을 원내대표단에 포함시켰다. 이 분들이 열정과 패기를 갖고 활발하게 움직이면 우리 민주통합당에 그만큼 활력소가 생기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민주통합당이 더욱 젊어지고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경선 전 ‘이해찬(당 대표)-박지원(원내대표) 연대’로 계파 간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고 향후 전당대회에 대한 여러 가지 말들이 많았다.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입장은?
- 전당대회에 대한 입장은 분명하고 단호하다. 어떤 경우에도 중립성과 공정성, 도덕성을 생명으로 삼아서 전당대회가 원만하게 치러지도록 할 것이다. 일부에서 ‘담합’이라는 오해와 비난이 있지만 원내대표 경선에서 의원들의 투표로 당선됐듯이 민주통합당의 대표와 지도부도 6월9일 국민과 당원이 선출하는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대의원 현장투표 30%와 당원과 일반국민의 모바일 투표 및 현장투표 70%로 결정되기 때문에 특정세력이나 특정인이 담합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

▲ 이번 전당대회의 핵심 의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제가 원내대표에 출마해서 당선됐던 것과 마찬가지로 전당대회도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당 대표와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선출되는 당 대표와 함께 연말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강한 후보를 선출하는데 최대의 역점을 두겠다. 현재 당에 있는 훌륭한 대선 예비후보들이 모두 나와서 치열하고 강력한 경쟁을 하면서 당원들의 인정을 받고 국민의 검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서로 협력해 정권교체 이룩하라는 지상명령으로 받아들이겠다”
“어떤 경우에도 중립성·공정성·도덕성 바탕으로 원만한 전대 관리” 

▲ 안철수 원장의 민주통합당 경선 참여 유무와 당 후보와 관계설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 모든 것은 안철수 원장이 결정할 문제다. 지금 제일 좋은 것은 안 원장이 민주통합당에 들어와서 경선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안 원장이 지금처럼 밖에서 독자적인 행보를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우리 당은 ‘안철수 감나무’ 밑에 누워서 ‘안철수’라는 감이 입으로 떨어지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 당 후보들의 강력하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후보를 결정하면 된다. 후보가 결정되면 우리는 그 후보의 당선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 그런데도 민주당 후보가 안 원장의 지지율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안 원장과 지지도에 차이가 있다고 하면 정권교체를 위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행히 안 원장의 이념과 사고가 민주통합당과 완전 일치하지는 않지만 굉장히 가깝고, 새누리당과는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민주통합당과 함께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 언론사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MB정부의 언론관에 대한 입장은?
- MBC, KBS,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까지 이렇게 많은 언론이, 이렇게 오랫동안 파업을 하는 것은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던 일이다. 사실상 언론사의 파업으로 인해 총선기간 동안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보도가 축소돼 총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세간에는 이명박 정부가 대선까지 언론사 파업사태를 끌고 가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생겨나고 있다. 어떠한 경우든 현재의 언론사 파업사태는 이 대통령이 결단해야 해결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기초이자 사회의 공기인 언론사를 마치 개인의 소유처럼 인식하고 자신들의 측근들을 낙하산 사장으로 내려 보냈고 결국 오늘과 같은 언론사 파업사태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 당 차원의 대책 마련은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지?
- 민주통합당은 언론사 파업 문제를 다룰 문방위를 가장 강력한 팀으로 구성해서 19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서 바로잡을 것이다. 그것이 파업 중인 언론사 노조원들뿐만 아니라 볼권리와 알권리를 박탈당한 국민을 위해서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 최근 ‘친노’와 ‘비노’의 계파갈등이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는데?
- 수많은 오해와 비난을 받으면서도 지난번 통합과정에서 전통적인 지지세력과 함께 가야 한다고 호소했고, 이번 원내대표에 출마했던 이유도 바로 계파 간 갈등을 극복하고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민주통합당은 항상 분열의 위험을 안고 있고, 분열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도 정통민주당이 창당되면서 민주통합당은 사실상 수도권에서 6석을 잃었고 비례대표까지 포함하면 7석을 잃은 것과 마찬가지다.

▲ 정통민주당이 창당되지 않았더라도 그 표가 오롯이 민주통합당으로 왔었겠는가?
- 그렇다. 만약이란 전제이긴 하지만 정통민주당이 창당되지 않았다면 야권의 의석이 현재 140석에서 147석이 되고 새누리당은 150석에서 143석이 돼서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언제까지 친노와 비노, 호남과 비호남으로 갈라져서 싸워야 하는가’라며 ‘모두가 힘을 합쳐서 정권교체를 이룩하자’고 호소했고, 가장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원내대표로 뽑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런 내가 원내대표에 당선됐기 때문에 앞으로 더 이상의 계파갈등 없이 오직 정권교체를 위해 모두가 하나 되는 민주통합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 ‘이명박 정권’을 평가한다면?
- 한마디로 무능으로 실패한 정권이다. 역대 어느 정권도 임기말에 이렇게 총체적인 부정과 비리, 무능과 불신을 초래한 경우가 없었다. 이명박 정권 권력서열 3위인 ‘방통대군’과 4위인 ‘왕차관’이 구속됐고 2위인 ‘형님’과 1위인 MB도 위태로운 지경이다. 측근비리는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언론사파업, 저축은행 사태, 광우병, 민간인불법사찰, 쌍용자동차 등 노사문제, 강남을과 강원도 강릉 등 4·11총선 부정선거, 흑막에 쌓여있는 자원외교, 디도스, FTA와 농어촌대책, 4대강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점이 쌓여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대통령과 우리 국민을 위해서 이런 모든 것을 이 대통령 임기 내에 다 털고 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만약 이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고 검찰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채 얼렁뚱땅 덮고 넘어가려고 한다면 불행한 헌정사가 또다시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의 퇴임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따라서 임기 막바지에 이른 이명박 정권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모든 잘못을 털어놓고 바로잡는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대표와 함께 ‘이길 수 있는 대선후보’ 선출에 최대의 역점 둘 것”
“무능으로 실패한  MB정권, 비리와 의혹 임기 내에 다 털고 가야”

▲ ‘원샷 원킬 스나이퍼’로 뛰어난 전투력을 가지고 있는 박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당 안팎의 기대가 크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보력의 비결은 무엇인지?
-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이 아니라 부지런히 움직이고 사람들을 열심히 만나면서 소통하는 것이 방법이라면 방법이다. 한 가지 민주통합당과 국민 여러분께 죄송한 부분이 있다. 사실 작년부터 당 대표 선거를 준비하고 통합전당대회, 지도부 경선, 총선, 원내대표 경선까지 당무와 선거에 집중하느라 갖고 있는 내용들을 밝히지 못했다. 이제 19대 국회가 개원하면 다시 열심히 움직일 계획이다. 18대 원내대표 때도 그랬지만 내가 잘하는 것보다 당 의원들이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내용들을 적재적소에 배분해서 최대한의 효과를 만들어내도록 할 것이다.

▲ <나는 꼼수다>에 출연해 화려한 입담을 자랑한 바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에 이어 최근 김어준 총수와 주진우 기자에 대한 소환과 ‘정봉주 팬카페’ 운영진이 긴급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는데.
- 팬카페에 ‘한미FTA반대 광고’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긴급체포를 했다는데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네르바 사건, 쥐 포스터 사건, 민간인 불법사찰 등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들을 벌여 온 이명박 정부가 마지막까지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이명박 정권을 강력히 규탄한다.

▲ 박 원내대표가 꿈꾸는 원내대표의 모습은?
- 앞서 말씀드렸지만 의원들이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 주고, 무엇보다 내가 잘하는 것보다 의원들이 잘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원내대표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18대 원내대표 당시 경실련에서 선정하는 국정감사 우수위원 18명 중 15명을 민주당 의원들이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또한 의원총회를 통해 소통하면서 의원들의 뜻을 하나로 모으고, 결정된 의견은 관철시키는 것이 원내대표가 해야 할 일이다.

▲ 원내대표 재임기간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 가장 큰 목표는 12월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통합당의 최대의 개혁과 혁신도 정권교체이고, 시대정신도 정권교체라고 강조했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원내사령탑으로서 당 의원들이 훌륭한 의정활동을 통해서 국민들의 평가를 받고 정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당 의원들이 상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이명박 정부의 부정과 무능을 질타하고 잘못된 것을 하나씩 바로잡아 나간다면 국민들은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하는 것을 보니까 정권을 맡겨도 되겠구나’라고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의원들이 의정활동에 최우선의 목표를 두고 열심히 노력하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 또한 원내대표는 당 대표와 함께 당의 지도부이기 때문에 이길 수 있는 대선후보를 선출해서 반드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도록 하는데 역점을 두겠다. 그렇게 해서 12월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이명박 정부에서 만들어놓은 각종 악법과 불합리한 제도를 혁신하고 바로잡아 나갈 것이다. 그것이 ‘1% 부자가 아닌 99%의 서민이 잘사는 나라’이고 바로 민주통합당이 만들고자 하는 모습이기 때문에 원내대표 재임기간에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도록 노력하겠다.

 

<박지원 신임 원내대표 프로필>


▲ 1942년 전남 진도 출생
▲ 단국대 상학과 졸
▲ 목포대학교 명예법학박사 학위
▲ 조선대학교 명예경제학박사 학위
▲ 동서양행 뉴욕지사 지사장
▲ 데일리팻숀스(주) 대표이사
▲ 미국 뉴욕한인회 회장
▲  미주지역 한인회 총연합회장
▲ 한국인권문제연구소 이사장
▲ 제14대 국회의원 
▲ 민주당 수석부대변인, 대변인
▲ 국민회의 대변인, 기획조정실장, 총재특별보좌역
▲ 대통령비서실 공보수석비서관
▲ 문화관광부 장관
▲ 문화관광부 한국문화산업진흥위원회 위원장
▲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 정책특보
▲ 대통령비서실 실장
▲ 김대중평화센터 비서실장
▲ 18대 국회의원
▲ 민주당 정책위의장
▲ 민주당 원내대표
▲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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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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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