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돌아온 저격수’ 박지원 민주통합당 신임 원내대표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5.07 14:4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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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 수 있는 대통령후보’ 만들어 정권교체로 보답하겠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이변’은 없었다. 민주통합당의 19대 국회 1기 원내사령탑에 초반 대세론을 점했던 박지원 의원이 선출됐다. 경선기간 내내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이해찬(당 대표)-박지원(원내대표) 역할분담론(이하 이-박 연대)’을 다른 후보들이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박 신임 원내대표는 6월 당 대표를 뽑는 비상대책위원장과 12월 대선에 나설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 데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여겨진다. 18대에 이어 두 번째 원내사령탑을 맡게 된 ‘돌아온 저격수’ 박지원. 그의 영향력과 행보에 민주통합당의 명운이 걸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박지원 신임 원내대표는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호남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 ‘DJ의 복심’ 또는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린다. 김대중·노무현 두 명의 대통령을 만들어낸 경력에 ‘불멸의 킹메이커’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보력과 뛰어난 대여협상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원샷 원킬 저격수’로 불릴 만큼 뛰어난 전투력이 강점이다. 또한 지역별, 계파별로 나눠진 민주당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하나의 목표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도 주목되고 있다.

‘DJ의 복심’
‘킹 메이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 내 구민주계와 호남을 대표하는 3선 국회의원이다. 1942년 전남 진도에서 태어나 목포 문태고와 단국대 상학과를 나왔으며 30대 초반 미국으로 건너가 가발사업으로 성공했다. 이후 뉴욕 한인회장과 1980년 미주지역 한인회 총연합회장을 지냈다.

1983년 미국 망명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1987년 김 전 대통령이 귀국하자 영주권을 포기하고 함께 귀국해 정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1992년 14대 총선 때 민주당 전국구 의원으로 국회에 처음 입성했으며 최장기 대변인을 지낼 만큼 ‘명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1998년 국민의 정부 출범 후에는 청와대 대변인, 공보수석을 지냈다.


1999년 5월 문화관광부 장관에 임명되며 청와대를 나왔지만 2002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다시 청와대에 들어가 김 전 대통령을 임기 말까지 보필했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때는 김 전 대통령을 수행해 방북,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기도 했다.

참여정부에서 6·15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었지만 대북송금 특검 때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협조 명목으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한테서 150억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고초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무죄 확정판결로 2007년 복권됐고, 2008년 4·9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 곧바로 복당했다. 이후 법사위원, 정책위의장, 원내대표, 최고위원을 거쳤고 2010년 7·28 재보선 이후 당 지도부가 총사퇴하자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아 당을 이끌기도 했다.

19대 국회 민주통합당 1기 원내대표로 돌아온 ‘킹메이커’
타의 추종 불허하는 정보력과 뛰어난 대여협상력 강점

박 원내대표는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로 쌓은 정보력과 정무감각을 바탕으로 한나라당과 정권의 저격수로 명성을 쌓았다.

2009년 7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법사위원 자격으로 천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데 결정적인 의혹들을 폭로하면서 '청문회 스타'로 부상했다.

이후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이재훈 지식경제부장관,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낙마를 진두지휘해 이명박 정권에 치명타를 안겼다.


특히 정 감사원장 후보 청문회 때 박 원내대표의 활약은 압권이었다. 정 후보에 대해 각종 의혹을 제기하던 박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매일 한건씩 추가로 폭로하겠다”고 여권을 압박하자 결국 정 후보는 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자진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민주당의 야성을 확실히 회복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그의 전투력도 높이 인정받았다.

당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여야 간 협상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민주당 의원들을 일일이 출석을 체크하며 원내 활동을 독려하기도 했다.

이후 당 대표직에 욕심을 내며 도전한 지난 1월 전당대회에서는 호남지역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당권을 노렸지만 시민통합당 등과의 통합과정에서 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으며 ‘반 통합파’의 핵심으로 지목돼 첫 지도부 경선에서 4위에 머물렀다가 이번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원샷 원킬 스나이퍼’
청문회 스타로 활약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이-박 연대 ‘밀약설’이 터지며 비난의 주인공이 됐고, 비박후보 3인방 연대의 역공에 부딪쳤던 것이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경선과정에서 2010년 비대위 대표와 원내대표, 지난해에는 법사위원을 맡으면서 당을 효율적으로 운영했을 뿐 아니라 대여투쟁도 진두지휘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통큰 리더십’을 강조해 왔다.

경선 전날 열린 원내대표후보자 토론회에서도 “다시 한 번 큰 리더십을 발휘해서 의정활동으로 국민의 평가를 받고 야권이 연합해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다짐하는 등 정권교체를 위한 마지막 열정을 바치겠다고 거듭 역설했다.

그 결과 당선자 127명 전원이 참석한 1차 투표에서 49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지만(유인태 35표, 전병헌 28표, 이낙연 14표) 과반수를 얻지 못해 2차 투표까지 이어지는 접전을 벌였다.

당초 이-박 연대를 비판해 온 나머지 3명의 후보들이 결선투표에서 연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어, 유인태 후보가 당선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왔으나 이는 결국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곧바로 이어진 결선투표에서 세 후보의 지지표가 분산되며 18표가 박 원내대표의 표로 추가되면서 60표를 얻은 유 후보를 7표 차이로 누르고 두 번째 원내대표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많은 논란 속에도 초반 대세론의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이로써 박 원내대표는 19대 국회 개원협상을 주도하고 대선 정국에서 원내전략을 진두지휘할 19대 국회 첫 원내대표이자 비상대책위원장 역할도 함께 겸임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그런 만큼 향후 새누리당과의 19대 개원협상에서는 대선에 대비한 상임위원장 및 상임위원 배정, 각종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한 청문회 및 특검, 언론청문회 등의 관철에 힘을 쏟으며 정국 주도권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대선 과정에서는 현 정권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 대해 강도 높은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여 그 어느 때보다 여야 간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통합당의 한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당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지 않았나? 현재 박지원만한 전투력을 가진 의원이 누가 있냐?”라고 반문하면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정권교체를 생각하면 차라리 잘 됐다”고 그의 당선을 반겼다.

박 원내대표는 당선인사에서 “67표는 어떠한 경우에도 독주하지 말고 세력균형을 이루라는 의원 여러분의 선택”이라며 “비대위원장으로서 엄정하게 중립에 서서 공정한 전당대회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통합당은 한국노총, 시민사회, 노무현 세력, 김대중 세력이 통합을 이뤘다”며 “어떤 경우에도 한 세력이 지배해서는 안 되고, 진정으로 화학적 통합을 이룰 때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고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특히 “6월 선출될 당 대표와 함께 12월 정권교체를 위해 ‘이길 수 있는 대통령후보’를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당선소감을 남겼다.

19대 국회 개원협상 주도, 대선 원내전략 총지휘할 중책
비판론 치유할 수 있는 카드 제시, 향후 행보의 최대변수


그러나 이런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여론을 어떻게 진정시키고 대여 총력 대응체제를 구축하느냐가 최대 과제로 여겨진다. 무엇보다 경선전 초반에 불거진 이-박 연대에 대한 반발이 그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난제로 남아있다.

 박 원내대표가 친노와 비노 간 갈등을 없애고 단합해서 정권교체를 위해 총력 대응하기 위한 충정이라고 해명하고 사과했지만 비판론은 남아있고,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저버린 오만하고 구태의연한 발상이라는 비난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초선 당선자 21명이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이를 비판했고,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여유 있는 승리를 장담했던 그가 2차 결선까지 가는 접전 끝에 신승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에 따라 박 원내대표 체제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이런 비판론을 치유할 수 있는 적절한 카드를 제시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내달 9일로 예정된 임시전당대회의 공정 관리가 커다란 시험대로 여겨지고 있다. 그가 스스로 역할분담론을 말했던 만큼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 하겠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당권 도전자들 사이에서는 그에 대한 의혹이 쉽사리 불식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해찬 후보가 승리해 이-박 연대가 완성될 경우 당내 반발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특히 대선주자들도 이런 구도에 강력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어 심각한 당내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한 듯 박 원내대표는 정견발표 등을 통해 “오늘도 의원 여러분들이 원내대표를 결정하듯 당 대표와 지도부도 국민과 당원이 선출할 수 있다”며 “또 지금까지 우리 당내의 어떤 대통령후보도 지지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며 우려를 불식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또한 “우리 민주당의 최대과제는 정권교체다. 국민은 우리에게 정권을 줄 준비가 되어있고 이제 우리의 차례”라며 “치열한 대선후보 경선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당내 후보를 만들어야 한다”고 민주당 독자후보 옹립을 다짐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안철수 교수가 내일이라도 민주당에 들어와 주면 좋겠지만 저는 문은 열어놓되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지 말고 우리도 뛰자. 민주당의 후보가 (안철수 교수를) 앞서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도 “만약 그래도 어렵다면 우리는 정권교체를 위해 안철수 교수와 함께 가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안 교수와의 후보단일화 여지를 남겨 놓았다.

정권심판도 하고
이미지도 만회한다

거센 반대기류를 뚫고 당의 전면에 등장한 박 원내대표는 주특기인 카리스마와 정보력을 내세워 당장 청와대와 여권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 개인적으로 보면 지난해 12월 야권통합과정에서 기득권 수성을 위해 반대를 일삼는 ‘구태’로 몰렸던 만큼, 이미지도 만회하고 정권심판의 발판을 만드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기회이기도 하다.

야심에 찬 ‘박지원호’의 두 번째 출항이 순항을 하며 ‘신천지’를 탈환할 수 있을지 자못 기대된다.

 

<박지원 신임 원내대표 프로필>

▲ 1942년 전남 진도 출생
▲ 단국대학교 상학과 졸 
▲ 목포대학교 명예법학박사 학위
▲ 조선대학교 명예경제학박사 학위
▲ 동서양행 뉴욕지사 지사장
▲ 데일리팻숀스(주) 대표이사
▲ 미국 뉴욕한인회 회장
▲ 한국인권문제연구소 이사장
▲ 14대 국회의원
▲ 민주당 수석부대변인, 대변인
▲ 문화관광부 장관
▲ 국민회의 대변인, 기획조정실장, 총재특별보좌역
▲ 대통령비서실 공보수석비서관
▲ 문화관광부 한국문화산업진흥위원회 위원장
▲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 정책특보
▲ 대통령비서실 실장
▲ 김대중평화센터 비서실장
▲ 18대 국회의원
▲ 민주당 정책위의장
▲ 민주당 원내대표
▲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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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