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돌아온 저격수’ 박지원 민주통합당 신임 원내대표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5.07 14:4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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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 수 있는 대통령후보’ 만들어 정권교체로 보답하겠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이변’은 없었다. 민주통합당의 19대 국회 1기 원내사령탑에 초반 대세론을 점했던 박지원 의원이 선출됐다. 경선기간 내내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이해찬(당 대표)-박지원(원내대표) 역할분담론(이하 이-박 연대)’을 다른 후보들이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박 신임 원내대표는 6월 당 대표를 뽑는 비상대책위원장과 12월 대선에 나설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 데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여겨진다. 18대에 이어 두 번째 원내사령탑을 맡게 된 ‘돌아온 저격수’ 박지원. 그의 영향력과 행보에 민주통합당의 명운이 걸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박지원 신임 원내대표는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호남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 ‘DJ의 복심’ 또는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린다. 김대중·노무현 두 명의 대통령을 만들어낸 경력에 ‘불멸의 킹메이커’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보력과 뛰어난 대여협상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원샷 원킬 저격수’로 불릴 만큼 뛰어난 전투력이 강점이다. 또한 지역별, 계파별로 나눠진 민주당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하나의 목표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도 주목되고 있다.

‘DJ의 복심’
‘킹 메이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 내 구민주계와 호남을 대표하는 3선 국회의원이다. 1942년 전남 진도에서 태어나 목포 문태고와 단국대 상학과를 나왔으며 30대 초반 미국으로 건너가 가발사업으로 성공했다. 이후 뉴욕 한인회장과 1980년 미주지역 한인회 총연합회장을 지냈다.

1983년 미국 망명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1987년 김 전 대통령이 귀국하자 영주권을 포기하고 함께 귀국해 정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1992년 14대 총선 때 민주당 전국구 의원으로 국회에 처음 입성했으며 최장기 대변인을 지낼 만큼 ‘명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1998년 국민의 정부 출범 후에는 청와대 대변인, 공보수석을 지냈다.


1999년 5월 문화관광부 장관에 임명되며 청와대를 나왔지만 2002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다시 청와대에 들어가 김 전 대통령을 임기 말까지 보필했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때는 김 전 대통령을 수행해 방북,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기도 했다.

참여정부에서 6·15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었지만 대북송금 특검 때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협조 명목으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한테서 150억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고초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무죄 확정판결로 2007년 복권됐고, 2008년 4·9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 곧바로 복당했다. 이후 법사위원, 정책위의장, 원내대표, 최고위원을 거쳤고 2010년 7·28 재보선 이후 당 지도부가 총사퇴하자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아 당을 이끌기도 했다.

19대 국회 민주통합당 1기 원내대표로 돌아온 ‘킹메이커’
타의 추종 불허하는 정보력과 뛰어난 대여협상력 강점

박 원내대표는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로 쌓은 정보력과 정무감각을 바탕으로 한나라당과 정권의 저격수로 명성을 쌓았다.

2009년 7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법사위원 자격으로 천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데 결정적인 의혹들을 폭로하면서 '청문회 스타'로 부상했다.

이후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이재훈 지식경제부장관,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낙마를 진두지휘해 이명박 정권에 치명타를 안겼다.


특히 정 감사원장 후보 청문회 때 박 원내대표의 활약은 압권이었다. 정 후보에 대해 각종 의혹을 제기하던 박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매일 한건씩 추가로 폭로하겠다”고 여권을 압박하자 결국 정 후보는 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자진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민주당의 야성을 확실히 회복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그의 전투력도 높이 인정받았다.

당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여야 간 협상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민주당 의원들을 일일이 출석을 체크하며 원내 활동을 독려하기도 했다.

이후 당 대표직에 욕심을 내며 도전한 지난 1월 전당대회에서는 호남지역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당권을 노렸지만 시민통합당 등과의 통합과정에서 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으며 ‘반 통합파’의 핵심으로 지목돼 첫 지도부 경선에서 4위에 머물렀다가 이번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원샷 원킬 스나이퍼’
청문회 스타로 활약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이-박 연대 ‘밀약설’이 터지며 비난의 주인공이 됐고, 비박후보 3인방 연대의 역공에 부딪쳤던 것이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경선과정에서 2010년 비대위 대표와 원내대표, 지난해에는 법사위원을 맡으면서 당을 효율적으로 운영했을 뿐 아니라 대여투쟁도 진두지휘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통큰 리더십’을 강조해 왔다.

경선 전날 열린 원내대표후보자 토론회에서도 “다시 한 번 큰 리더십을 발휘해서 의정활동으로 국민의 평가를 받고 야권이 연합해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다짐하는 등 정권교체를 위한 마지막 열정을 바치겠다고 거듭 역설했다.

그 결과 당선자 127명 전원이 참석한 1차 투표에서 49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지만(유인태 35표, 전병헌 28표, 이낙연 14표) 과반수를 얻지 못해 2차 투표까지 이어지는 접전을 벌였다.

당초 이-박 연대를 비판해 온 나머지 3명의 후보들이 결선투표에서 연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어, 유인태 후보가 당선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왔으나 이는 결국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곧바로 이어진 결선투표에서 세 후보의 지지표가 분산되며 18표가 박 원내대표의 표로 추가되면서 60표를 얻은 유 후보를 7표 차이로 누르고 두 번째 원내대표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많은 논란 속에도 초반 대세론의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이로써 박 원내대표는 19대 국회 개원협상을 주도하고 대선 정국에서 원내전략을 진두지휘할 19대 국회 첫 원내대표이자 비상대책위원장 역할도 함께 겸임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그런 만큼 향후 새누리당과의 19대 개원협상에서는 대선에 대비한 상임위원장 및 상임위원 배정, 각종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한 청문회 및 특검, 언론청문회 등의 관철에 힘을 쏟으며 정국 주도권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대선 과정에서는 현 정권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 대해 강도 높은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여 그 어느 때보다 여야 간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통합당의 한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당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지 않았나? 현재 박지원만한 전투력을 가진 의원이 누가 있냐?”라고 반문하면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정권교체를 생각하면 차라리 잘 됐다”고 그의 당선을 반겼다.

박 원내대표는 당선인사에서 “67표는 어떠한 경우에도 독주하지 말고 세력균형을 이루라는 의원 여러분의 선택”이라며 “비대위원장으로서 엄정하게 중립에 서서 공정한 전당대회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통합당은 한국노총, 시민사회, 노무현 세력, 김대중 세력이 통합을 이뤘다”며 “어떤 경우에도 한 세력이 지배해서는 안 되고, 진정으로 화학적 통합을 이룰 때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고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특히 “6월 선출될 당 대표와 함께 12월 정권교체를 위해 ‘이길 수 있는 대통령후보’를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당선소감을 남겼다.

19대 국회 개원협상 주도, 대선 원내전략 총지휘할 중책
비판론 치유할 수 있는 카드 제시, 향후 행보의 최대변수


그러나 이런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여론을 어떻게 진정시키고 대여 총력 대응체제를 구축하느냐가 최대 과제로 여겨진다. 무엇보다 경선전 초반에 불거진 이-박 연대에 대한 반발이 그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난제로 남아있다.

 박 원내대표가 친노와 비노 간 갈등을 없애고 단합해서 정권교체를 위해 총력 대응하기 위한 충정이라고 해명하고 사과했지만 비판론은 남아있고,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저버린 오만하고 구태의연한 발상이라는 비난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초선 당선자 21명이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이를 비판했고,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여유 있는 승리를 장담했던 그가 2차 결선까지 가는 접전 끝에 신승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에 따라 박 원내대표 체제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이런 비판론을 치유할 수 있는 적절한 카드를 제시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내달 9일로 예정된 임시전당대회의 공정 관리가 커다란 시험대로 여겨지고 있다. 그가 스스로 역할분담론을 말했던 만큼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 하겠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당권 도전자들 사이에서는 그에 대한 의혹이 쉽사리 불식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해찬 후보가 승리해 이-박 연대가 완성될 경우 당내 반발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특히 대선주자들도 이런 구도에 강력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어 심각한 당내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한 듯 박 원내대표는 정견발표 등을 통해 “오늘도 의원 여러분들이 원내대표를 결정하듯 당 대표와 지도부도 국민과 당원이 선출할 수 있다”며 “또 지금까지 우리 당내의 어떤 대통령후보도 지지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며 우려를 불식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또한 “우리 민주당의 최대과제는 정권교체다. 국민은 우리에게 정권을 줄 준비가 되어있고 이제 우리의 차례”라며 “치열한 대선후보 경선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당내 후보를 만들어야 한다”고 민주당 독자후보 옹립을 다짐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안철수 교수가 내일이라도 민주당에 들어와 주면 좋겠지만 저는 문은 열어놓되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지 말고 우리도 뛰자. 민주당의 후보가 (안철수 교수를) 앞서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도 “만약 그래도 어렵다면 우리는 정권교체를 위해 안철수 교수와 함께 가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안 교수와의 후보단일화 여지를 남겨 놓았다.

정권심판도 하고
이미지도 만회한다

거센 반대기류를 뚫고 당의 전면에 등장한 박 원내대표는 주특기인 카리스마와 정보력을 내세워 당장 청와대와 여권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 개인적으로 보면 지난해 12월 야권통합과정에서 기득권 수성을 위해 반대를 일삼는 ‘구태’로 몰렸던 만큼, 이미지도 만회하고 정권심판의 발판을 만드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기회이기도 하다.

야심에 찬 ‘박지원호’의 두 번째 출항이 순항을 하며 ‘신천지’를 탈환할 수 있을지 자못 기대된다.

 

<박지원 신임 원내대표 프로필>

▲ 1942년 전남 진도 출생
▲ 단국대학교 상학과 졸 
▲ 목포대학교 명예법학박사 학위
▲ 조선대학교 명예경제학박사 학위
▲ 동서양행 뉴욕지사 지사장
▲ 데일리팻숀스(주) 대표이사
▲ 미국 뉴욕한인회 회장
▲ 한국인권문제연구소 이사장
▲ 14대 국회의원
▲ 민주당 수석부대변인, 대변인
▲ 문화관광부 장관
▲ 국민회의 대변인, 기획조정실장, 총재특별보좌역
▲ 대통령비서실 공보수석비서관
▲ 문화관광부 한국문화산업진흥위원회 위원장
▲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 정책특보
▲ 대통령비서실 실장
▲ 김대중평화센터 비서실장
▲ 18대 국회의원
▲ 민주당 정책위의장
▲ 민주당 원내대표
▲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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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