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이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22)

혹 떼러왔다 혹 붙이게 된 형국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고소장 작성 으름장에 꼬리 내리고 돌아가
“경찰에  고소하겠다” 강경하게 밀어붙여

한 치도 물러날 수 없다는 투로 내가 강경하게 나갔다.
“문 과장! 아들을 고소하고 난 후 조사에 불응하면 경찰에서 기소중지를 내리지 않겠어? 물론 이분께서 아들명의를 도용하여 제품을 가져갔다면, 이분을 상대로 명의도용 등 사기혐의로 고소를 하면 될 것이야. 결국에는 이분과 아들 중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겠지.”
내말을 들으면서 남자는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혹 떼러왔다가 도리어 더 큰 혹을 붙이게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기세당당하게 큰소리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얼굴이 잔뜩 긴장 속에 굳어 있었다. 남자는 자신이 책상위에 내팽개치듯 던져놓은 겉옷을 슬그머니 집어 들었다. 나는 보란 듯이 문 과장을 향해 마무리를 위한 말을 해줬다.

“문 과장! 이분께서야 아무런 책임이 없으니까 이렇게 큰소리치시겠지? 이분이 책임이 있다면 미안하다고 사과는 하지 못할망정 이렇게 큰소리를 치겠나.”
나는 남자의 표정을 읽어가며 더욱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분이 아들의 승낙을 받지 않았거나 우리 수납경리직원을 속여 상품 출고를 했다면 인감도용, 명의도용, 사문서위조 등 기망에 의한 편취 혐의가 주어지지 않겠어? 오늘 중으로 이분의 아들에 대하여 형사고소장을 반드시 접수 하세요! 알았어요?”

당황한 기색 역력

“예.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고소장을 작성하겠습니다.”
문 과장은 내 말뜻을 알아들었다는 듯 힘차게 대답했다.
“채무자가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도 있는 반면에 피해자나 채권자의 권리도 있는 거야. 만약 회사가 잘못을 했다면 처벌을 받으면 되지. 그렇다고 이렇게 회사에 찾아와 적반하장으로 고함을 지르고 행패를 부리며 업무를 방해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내 모든 정황을 감안하여 이번 만큼은 업무방해 행위에 대해 문제를 삼지 않겠지만, 이 순간부터 또 같은 행위를 한다면 즉시 업무방해혐의로 112에 신고하고, 미수금을 갚지 않기 위해 채권자회사에 찾아와 협박한다고 고소장을 제출해요. 목격한 모든 직원들로 증인을 세워서라도 말이야. 내말 이해하겠어요?”

말없이 내 얘기를 듣고 있던 그가 시위용으로 벗어 들었던 겉옷을 다시 입었다. 그리고 문 과장 책상 옆에 놓아둔 의자에 가만히 앉았다. 문 과장은 이제 그 남자를 다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는지 남자에게 말했다.
“자, 우리 이사님 말씀 들으셨죠?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아저씨하고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한번만 더 소리 지르면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 지금 고소장을 작성해야하니 빨리 돌아가세요. 업무에 방해됩니다.”
남자는 비로소 일이 잘못되어 감을 깨달았는지 문 과장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하며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제는 더 이상 소란피울 입장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문  과장을 조용히 회의실로 불렀다. 문 과장이 조심스레 회의실로 따라 들어왔다.


“문 과장, 이제는 저분이 더 이상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할 겁니다. 다시 또 소란행위를 한다면 어쩔 수 없이 조금 전 말한 대로 고소해서 회사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줘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순순히 따른다면 미수금 상환 지불각서를 받고 돌려보내세요. 다만 물렁하게 보이면 또 어떤 장난을 칠지모르니 오늘은 고소장을 작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두 번 다시 같은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경고해둡시다.”
“아, 알겠습니다. 이사님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습니다.”
“자 그럼 마무리를 잘하세요. 나는 손님모시고 식사하러 갑니다.”
회의실에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선배가 의미 있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서둘러 선배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향했다.

“선배님 시장하시죠? 미안합니다. 식사하러 가시죠.”
“아니 괜찮아. 어서 갑시다.”
선배는 충분히 이해 한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회사 빌딩 뒤편에 있는 단골 식당으로 향하며 여담을 나누었다.
“임 이사, 자네 대처 기술이 보통이 아니군. 처음에 그 남자가 워낙 방방 뜨기에 자네 직원이 뭔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래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아서 지레 마음을 졸였다네. 그런데 자네 말 한방에 상황이 역전돼서 그 양반 완전히 타이타닉 되던데. 허허허! 참, 그 양반 고민께나 되겠는걸. 그래, 그 남자를 상대로 형사고소 할 텐가?”

결국 지불각서 작성

선배는 재미있는 싸움구경이라도 봤다는 듯이 말했다.
“선배님 같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글쎄, 조금 전 그 남자의 행동을 보아서는 괘씸죄라도 걸어 고소하여 혼이라도 내야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영업회사에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저 역시 선배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하하!”
우리는 통쾌하게 웃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식사를 했다. 선배와 헤어지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기다리고 있던 문 과장이 내 방으로 따라 들어오며 말했다.

“이사님, 제가 제대로 일 처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러면서 들고 온 지불각서를 보여주었다. 나는 그 남자가 작성한 지불각서를 살펴보면서 물었다.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나?”
“이사님의 말씀을 듣고 기가 죽었는지 고분고분하게 말하면서 미수금에 대해 모든 걸 인정하고, 미수금 중 일부는 수일 내에 지급하고 나머지는 매월 일정금액씩 지급하겠다고 했습니다. 돌아가면서 이사님께 죄송하다는 말을 꼭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요, 수고했어요. 그러나 문 과장도 이번 기회를 통해 민원인을 다루는 테크닉을 좀 더 연구해야겠어요. 회사의 관리부서는 어떻게 보면 국가의 사법부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번 일처럼 예상치 못한 돌출 행위들에 대해 책임부서에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회사 업무가 마비되어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어요. 회사에서 한 정당한 독촉행위에 대해 미수채무자들이 사사건건 찾아와 자신들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도리어 막가파식으로 큰소리치며 회사를 우롱한다면, 수만 명이나 되는 판매원들을 어떻게 제대로 관리할 수가 있겠어요? 판매원들 간에는 소문이 빨리 퍼진다는 것을 문 과장도 잘 알지 않습니까? 범죄단체에게 공권력이 밀린다면 정부가 위협을 받듯이 기업도 책임부서에서 정당한 업무를 보면서 잘못된 민원인들에게 밀려버린다면 그것이 관행이 되어 경영에 막대한 혼란이 초래되고 기업이 안정되게 발전할 수가 없는 법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만전을 기해 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아직 식사 전이라고 했지요? 빨리 가서 맛있게 식사하도록 해요.”
문 과장이 한 시름 놓았다는 표정으로 조금은 쑥스러운 듯 인사를 하며 사무실을 나갔다. 나 역시 일이 잘 풀린 것 같아서 한결 편안한 오후 일과를 진행할 수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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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