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이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22)

혹 떼러왔다 혹 붙이게 된 형국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고소장 작성 으름장에 꼬리 내리고 돌아가
“경찰에  고소하겠다” 강경하게 밀어붙여

한 치도 물러날 수 없다는 투로 내가 강경하게 나갔다.
“문 과장! 아들을 고소하고 난 후 조사에 불응하면 경찰에서 기소중지를 내리지 않겠어? 물론 이분께서 아들명의를 도용하여 제품을 가져갔다면, 이분을 상대로 명의도용 등 사기혐의로 고소를 하면 될 것이야. 결국에는 이분과 아들 중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겠지.”
내말을 들으면서 남자는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혹 떼러왔다가 도리어 더 큰 혹을 붙이게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기세당당하게 큰소리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얼굴이 잔뜩 긴장 속에 굳어 있었다. 남자는 자신이 책상위에 내팽개치듯 던져놓은 겉옷을 슬그머니 집어 들었다. 나는 보란 듯이 문 과장을 향해 마무리를 위한 말을 해줬다.

“문 과장! 이분께서야 아무런 책임이 없으니까 이렇게 큰소리치시겠지? 이분이 책임이 있다면 미안하다고 사과는 하지 못할망정 이렇게 큰소리를 치겠나.”
나는 남자의 표정을 읽어가며 더욱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분이 아들의 승낙을 받지 않았거나 우리 수납경리직원을 속여 상품 출고를 했다면 인감도용, 명의도용, 사문서위조 등 기망에 의한 편취 혐의가 주어지지 않겠어? 오늘 중으로 이분의 아들에 대하여 형사고소장을 반드시 접수 하세요! 알았어요?”

당황한 기색 역력

“예.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고소장을 작성하겠습니다.”
문 과장은 내 말뜻을 알아들었다는 듯 힘차게 대답했다.
“채무자가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도 있는 반면에 피해자나 채권자의 권리도 있는 거야. 만약 회사가 잘못을 했다면 처벌을 받으면 되지. 그렇다고 이렇게 회사에 찾아와 적반하장으로 고함을 지르고 행패를 부리며 업무를 방해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내 모든 정황을 감안하여 이번 만큼은 업무방해 행위에 대해 문제를 삼지 않겠지만, 이 순간부터 또 같은 행위를 한다면 즉시 업무방해혐의로 112에 신고하고, 미수금을 갚지 않기 위해 채권자회사에 찾아와 협박한다고 고소장을 제출해요. 목격한 모든 직원들로 증인을 세워서라도 말이야. 내말 이해하겠어요?”

말없이 내 얘기를 듣고 있던 그가 시위용으로 벗어 들었던 겉옷을 다시 입었다. 그리고 문 과장 책상 옆에 놓아둔 의자에 가만히 앉았다. 문 과장은 이제 그 남자를 다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는지 남자에게 말했다.
“자, 우리 이사님 말씀 들으셨죠?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아저씨하고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한번만 더 소리 지르면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 지금 고소장을 작성해야하니 빨리 돌아가세요. 업무에 방해됩니다.”
남자는 비로소 일이 잘못되어 감을 깨달았는지 문 과장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하며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제는 더 이상 소란피울 입장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문  과장을 조용히 회의실로 불렀다. 문 과장이 조심스레 회의실로 따라 들어왔다.


“문 과장, 이제는 저분이 더 이상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할 겁니다. 다시 또 소란행위를 한다면 어쩔 수 없이 조금 전 말한 대로 고소해서 회사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줘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순순히 따른다면 미수금 상환 지불각서를 받고 돌려보내세요. 다만 물렁하게 보이면 또 어떤 장난을 칠지모르니 오늘은 고소장을 작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두 번 다시 같은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경고해둡시다.”
“아, 알겠습니다. 이사님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습니다.”
“자 그럼 마무리를 잘하세요. 나는 손님모시고 식사하러 갑니다.”
회의실에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선배가 의미 있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서둘러 선배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향했다.

“선배님 시장하시죠? 미안합니다. 식사하러 가시죠.”
“아니 괜찮아. 어서 갑시다.”
선배는 충분히 이해 한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회사 빌딩 뒤편에 있는 단골 식당으로 향하며 여담을 나누었다.
“임 이사, 자네 대처 기술이 보통이 아니군. 처음에 그 남자가 워낙 방방 뜨기에 자네 직원이 뭔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래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아서 지레 마음을 졸였다네. 그런데 자네 말 한방에 상황이 역전돼서 그 양반 완전히 타이타닉 되던데. 허허허! 참, 그 양반 고민께나 되겠는걸. 그래, 그 남자를 상대로 형사고소 할 텐가?”

결국 지불각서 작성

선배는 재미있는 싸움구경이라도 봤다는 듯이 말했다.
“선배님 같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글쎄, 조금 전 그 남자의 행동을 보아서는 괘씸죄라도 걸어 고소하여 혼이라도 내야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영업회사에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저 역시 선배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하하!”
우리는 통쾌하게 웃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식사를 했다. 선배와 헤어지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기다리고 있던 문 과장이 내 방으로 따라 들어오며 말했다.

“이사님, 제가 제대로 일 처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러면서 들고 온 지불각서를 보여주었다. 나는 그 남자가 작성한 지불각서를 살펴보면서 물었다.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나?”
“이사님의 말씀을 듣고 기가 죽었는지 고분고분하게 말하면서 미수금에 대해 모든 걸 인정하고, 미수금 중 일부는 수일 내에 지급하고 나머지는 매월 일정금액씩 지급하겠다고 했습니다. 돌아가면서 이사님께 죄송하다는 말을 꼭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요, 수고했어요. 그러나 문 과장도 이번 기회를 통해 민원인을 다루는 테크닉을 좀 더 연구해야겠어요. 회사의 관리부서는 어떻게 보면 국가의 사법부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번 일처럼 예상치 못한 돌출 행위들에 대해 책임부서에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회사 업무가 마비되어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어요. 회사에서 한 정당한 독촉행위에 대해 미수채무자들이 사사건건 찾아와 자신들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도리어 막가파식으로 큰소리치며 회사를 우롱한다면, 수만 명이나 되는 판매원들을 어떻게 제대로 관리할 수가 있겠어요? 판매원들 간에는 소문이 빨리 퍼진다는 것을 문 과장도 잘 알지 않습니까? 범죄단체에게 공권력이 밀린다면 정부가 위협을 받듯이 기업도 책임부서에서 정당한 업무를 보면서 잘못된 민원인들에게 밀려버린다면 그것이 관행이 되어 경영에 막대한 혼란이 초래되고 기업이 안정되게 발전할 수가 없는 법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만전을 기해 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아직 식사 전이라고 했지요? 빨리 가서 맛있게 식사하도록 해요.”
문 과장이 한 시름 놓았다는 표정으로 조금은 쑥스러운 듯 인사를 하며 사무실을 나갔다. 나 역시 일이 잘 풀린 것 같아서 한결 편안한 오후 일과를 진행할 수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