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20)

“허를 찔러 제압하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얼마나 지혜롭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평가
돌발상황에 적극적 또는 소극적으로도 대처

“예. 마 사장님도 잘 아시겠지만 사람을 신용 평가할 때는 현실적으로 그 사람 직업의 종류를 비롯해 재능과 전문성, 인성과 사고력.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과 동산, 거래하고 있는 금융관련현황, 범죄, 소위 전과내역, 받을 채권과 미상환 채무내역, 사업체나 직업에 대한 안정성, 장래성, 직위, 소득, 가족현황, 인맥, 경력, 학력, 장래 부모로부터 상속받을 지분, 등을 면밀히 검토 파악한 것을 토대를 삼아 최종적으로 신용을 평가하게 됩니다. 그런데 의뢰하신 나상기 대표이사는 명함에 4개 법인을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고 있는데, 이는 타인들에게 자신을 돋보이려고 하는 것으로써, 말하자면 자신이 무언가 부족함을 커버하기 위함이라고 판단됩니다. 또한 4개 법인 중에 2개는 이미 폐업하였거나 멸실된 법인이었고, 나머지 2개 법인 중 P유통은 얼마 전 타인에게 넘어간 상태이고요. 그나마 남은 법인 K경매컨설팅은 법인으로 존재는 하고 있으나 현재는 거래 실적이 전혀 없는 휴먼 상태입니다. 게다가 법인에 등재된 건물소재지는 다른 자가 들어와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서 사실상 없어진 지 이미 오래 입니다. 아마 이법인도 폐업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 집니다.”

회사 앞에서 남성 분노

“역시 그렇습니까?”
마 사장은 통화를 하면서도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는 듯 재차 확인했다.
“그런데 이사님. 그 나상기 사장은 현재 어떤 상태입니까?”

“경매컨설팅을 운영한답시고 설치다가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부동산 사기사건에 연루되어 기소중지 된 자입니다. 현재 금융신용불량자로서 많은 채무로 인해 사실상 집도 절도 없는 사람입니다. 저희가 신용을 평가함에 가장 기초적으로 갖는 조사기준이 있지요. 거주이력이 잦은 사람이라면 대개 본인명의로 소유된 거주주택이 없다고 판단합니다. 이자의 거주이동을 살펴보면, 한 곳에서 3년 이상을 거주한 곳이 없네요. 거의 1년 혹은 2년마다 거주지를 변경한 것으로 보아 처음부터 재산이 별로 없는 자 같습니다. 직권말소 이력이나 거주 지역을 비롯해, 거주한 곳이 주택, 빌라, 아파트 등 유명브랜드냐 아니면, 비 메이커냐 에 따라 판단하게 됩니다. 또한 자신이 비록 부동산을 보유했더라도 경매를 당한 흔적이 있느냐? 가압류나 저당권이 얼마나 되느냐? 채권자가 사채업자냐? 제1, 제2, 금융기관이냐에 따라 판단하기도 합니다. 또 상대방이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등록원본을 발급받아 기종과 연식을 비롯해 압류여부 중 주차위반이나 속도위반, 교통법규위반으로 압류된 사실 등도 참조합니다. 무엇보다 자동차세금이나 각종 공과금미납으로 압류된 사실이 있다는 것도, 소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수가 있지요. 물론 이러한 방법은 일차적으로 외형적인 면만 우선 평가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조금 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종합적인 평가방법을 동원하여 조사 판단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 말씀을 이해하시겠습니까?”

마 사장은 조사기법에 대해 설명하는 내 말을 묵묵히 듣고 있다가 이해가 되었는지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예, 이사님 말씀은 잘 알았습니다. 사실 편파적이거나 주관적으로 신용평가를 하여 후일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는데. 이사님 설명을 듣고 보니 판단에 확신이 듭니다. 또한 이번기회에 많은 것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잠시 말을 끊고 뭔가 생각한 듯 마 사장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제가 여기 계시는 분에게 잘 말씀드려서 가급적 계약을 중단하도록 설득을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미 내용상으로 서로 많이 진척이 되어있어 계약 체결을 중단시킬 수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마 사장님? 설령 부득이 계약을 체결해야 할 입장이라면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라는 병법이 있듯이 먼저 계약서내용을 꼼꼼히 잘 살펴보고, 계약내용대로 잘 이행은 되고 있는지, 이행 중간에 장난은 치고 있지 않은지  등을 우선적으로 철저히 살펴야 하고, 무엇보다 계약금을 지급할 때는 직접 당사자에게 지급하고, 중간에서 계약금을 가로챈다거나 어떠한 장난을 치지 못하게 안전장치를 해두는 것이 중요할 겁니다. 피해를 입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파악하고 확인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이사님의 염려하시는 부분을 여기 계신 분께 잘 전해드려 참고하도록 권하겠습니다. 그만하면 충분히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습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럼 제가 국내로 돌아가면 찾아뵙고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 사장님도 사업 잘하시고 필요하시면 언제라도 연락을 주십시오. 다음에 만나 뵙도록 하겠습니다.”
마 사장과 전화 통화를 끝내고 나서 대기하고 있는 직원들을 사무실로 부르라고 여직원에게 지시했다. 그리곤 자리에 깊숙이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그래도 신용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인데…….’
제대로 된 법인 하나도 갖지 못한 신용불량자가 어떻게 중국 현지 경제인과 300억원 상당의 비즈니스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하는지, 아마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뭔가가 있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무튼 비록 사기성이 농후한 사람들일지라도 대단한 재주를 가진 자들이라고 감동 아닌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사람은 누구나 한평생 살아가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간에 예기치 못한 일 들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문제는 어떠한 돌발적인 일들이 일어났을 때, 긍정적·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가 있는 반면, 소극적·부정적으로 대처하는 자가 있다는 점이다.

한판 붙을 듯 ‘떵떵’

특히 직장에서 업무 중에 발생되는 일들에 대해 얼마나 순발력을 가지고, 지혜롭게 잘 대처하는 가에 따라서 능력을 평가 받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점심시간에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낮 12시, 평소보다 긴 임원회의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왔을 때였다. 마침 점심 약속을 한 고교 선배가 회사로 찾아와 기다리고 있던 터라 서둘러 외출을 하려는데 문 밖에서 누군가 고함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직원들이 아니고 낯선 남자 목소리였다.
“야, 어디서 협박하고 지랄이야, 공갈은 왜 쳐! 시팔!”
건달들이나 쓰는 저급한 말이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왔다. 소리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여러 부서가 모여 있는 통합사무실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송무팀 문 과장 책상 앞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가 왔다 갔다 하며 씩씩거리고 있었다.
문 과장은 자리에 앉아서 소란을 피우고 있는 그 남자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고 그저 어이없이 쳐다보고만 있었고, 그 옆에는 담당부서 여직원이 자리에서 일어선 채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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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