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18)

회사의 명예는 물론 우리나라 자존심 지켜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조사에 임할 직원 각자에게 일일이 임무 부여
조사 법인 4개 중 2개만 남아 의혹 양산

“그럼, 이사님 받아 적어보세요. 첫째 K부동산컨설팅 (주) 대표이사 나상기, 둘째 J경매컨설팅(주) 대표이사 나상기, 셋째 P유통(주) 대표이사 나상기, 넷째 D연합 체인사업(주) 대표이사 나상기입니다.”

“사장님! 전화번호, 주소 등 명함에 적혀있는 모든 내용을 불러주세요.”
“예. 전화번호는 02-0587-0000 주소는 송파구 삼전동000번지 정신빌딩 501호입니다.”
“마 사장님, 감사하구요. 한번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어쨌든 건강하시고 내일 아침에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조사팀 동원

나는 마 사장과의 통화를 끝내고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우선 미리 대기시킨 조사팀원을 확인했다. 다행히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닌 관계로 한두 명만 퇴근을 하고 다른 직원들은 남아있었다. 그들마저 퇴근준비를 하고 있다가 대기명령을 받고 무슨 긴박한 일인가 하고 궁금해 하고 있었다.

나는 직원 3명을 내 자리로 불러 들였다. 그리고는 방금 중국 마 사장과의 통화 내용을 공유하고 긴급한 사정을 설명해주었다. 나는 직원들 각자에게 임무를 부여했다. 첫째, 오 과장은 내일 아침 바로 현장으로 출근을 하여 명함에 기록되어 있는 법인 4곳에 대해 폐쇄등기를 포함한 법인등기부등본을 발급받고, 법인 폐업여부와 법인 상에 기재되어있는 주소 및 대표이사, 감사, 이사에 대한 주민등록번호와 거주지 주소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리고 주민등록 등초본을 발급받고, 현주소와 가장 오래 거주한 곳에 대한 각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서 소유자를 확인할 것, 또한 자동차등록원본을 발급받아서 등록자확인을 비롯한 재산 상태를 파악할 것을 지시했다.


둘째, 박 대리는 오 과장이 파악한 법인과 이사진의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여 대출과 연체 사실 및 금융관련 신용사항 일체와 기소중지 여부 및 범죄관련 사항에 대하여 조사하고, 또한 법인세와 직원들에 대한 4대 보험 연체여부와 이사진에 대한 각종세금 누락여부를 파악할 것을 당부했다. 셋째, 이 주임은 오 과장이 파악한 법인소재지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법인이 실재존재하고 있는지 여부를 파악해야 하는데, 물론 혼자서 짧은 시간에 모두 파악하기가 곤란하면 다른 직원들의 협조를 적극 받아도 무방하다고 일러주었다. 나는 조사에 임할 직원 각자에게 일일이 임무를 부여함과 동시에 미리 작성해둔 조사지시서를 전달하면서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이번 신용평가조사 건은 회사의 명예는 물론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자존심이 걸린 일입니다. 만약 피조사대상자들이 사기꾼들이라면 같은 민족으로서 얼마나 창피한 일입니까? 사명감을 가지고 조사에 임해주기 바랍니다. 중요한 것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계약체결 시간이 내일 오전 10시로 잡혀있으니 늦어도 9시50분까지는 끝내야 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조사평가서라 하더라도 고객이 필요한 시간인 제때에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면 보고서는 휴지가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명심하세요. 늘 말하는 거지만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것을 버리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조하여 제대로 된 조사를 해주기 바랍니다. 조사에 필요한 문제점이나 도움이 필요하면 즉시 요청하고 모든 인력과 인맥을 동원하여 완벽히 마무리해주기 바랍니다.”

“아이고, 이사님! 내일 10시까지는 시간이 너무나 촉박한데 만약 끝내지 못한다면 여유시간이 얼마나 주어져 있습니까?” 묵묵히 메모하며 지시를 받고 있던 오 과장이 너무 큰 숙제를 부여받았다는 듯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번에는 국제적 계약과 관련된 의뢰 건이고 절대적으로 여유시간은 없어요.”
사실 여유시간이 약 1시간정도는 있었지만, 혹 이를 믿은 직원들이 안이함으로 조사시간이 늘어져 신뢰를 잃을까 염려하여 스페어타임은 없다고 미리 못을 박아두었다.
“자아 그럼 퇴근시간이지만 각자가 맡은 바 일에 대하여 차질 없이 수행해줘요. 이번 일만 마무리 잘하면 내 회식자리를 마련하겠어요.” 

“문제 많은 놈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퇴근해도 되겠습니까?”하고 직원들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직원들이 금융관련 부분과 범죄관련 부분이 가장 조사하기가 어렵고 까다로운 점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만일에 대비하여 평소 가까이 지내는 관련 지인들에게 도와 줄 것을 미리 부탁해 두었다.
이튿날 아침, 여느 때보다 일찍 출근한 나는 현장에서 뛰고 있는 직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일에 관한 문제점이 없는지 점검했다. 직원들은 “하루 이틀 해보는 일도 아니기에 별 문제없이 소화해낼 것 같다”는 믿음직스러운 답변을 해주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면서도 한시름 놓고 있었다.

그런데 10시가 가까워오는데도 직원들한테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나는 약간은 긴장되고 초조감이 들기도 했지만, 모두가 프로페셔널 정신을 갖추고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직원들이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 중에 기다리던 전화가 제일 먼저 오 과장으로부터 걸려 왔다.
“오 과장, 수고! 그래 어떻게 되었어요? 먼저 결론 보고부터 해봐요.”
“예, 이사님. 조사대상 4개법인 중 현재 살아있는 법인은 P유통과 J경매컨설팅 2개 법인인데, P유통은 대표이사가 나상기가 아니고 이미 정둔갑이라는 자로 대표이사가 변경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나 상기가 대표이사로 등재된 시점의 이사들은 모두 말소되어 교체된 상태입니다. 사실상 타인에게 넘어간 것 같습니다.”
나는 오과장의 전화보고를 들으며 중요부분은 모두 메모를 해두었다.

“그리고 자동차 원본은 발급했나?”
“예, 법인 명의로 된 자동차가 모두 3대가 있었는데 2대는 이미 타인명의로 넘어갔고 나머지 한 대는 J경매컨설팅(주) 명의로 되어있어요. 그나마 자동차세와 환경 부담금 미납이유로 압류된 것을 비롯해 기타 일반 채권자들로부터 가압류된 것을 모두 합치면 12건 이상이나 됩니다. 이 차는 대포차로 보여 집니다.”
“아 그래, 내 짐작한대로 문제가 많은 놈들이구먼.”
그렇게 혼잣말처럼 되뇌고 계속 궁금한 사항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대표이사 나상기와 멸실된 이사들의 개인 재산 조사는 어떻게 되었어요?”
오 과장으로부터 전화보고를 받는 사이에, 여직원이 살며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박 대리와 이 주임이 전화 통화를 원함’이라는 메모지를 전하고 나갔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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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