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 실타래를 풀어라(15)

연합군 떠나자 ‘두손 두발’ 들어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남성 3명 대동, 6000만원어치 환불 요구
잘못 끼어들었다 곤욕 치르고 명예실추

“이사님! 조금 전 그 판매사원이 자신이 직접 출고한 출고현황과 반품현황입니다. 그리고 그 판매원과 잘 알고 있는 다른 판매원이나 상위 관리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 판매원은 판매원들을 상대로 돈놀이를 했다고 합니다.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자 판매원들이 가지고 있던 제품을 달라고 하여 그 제품들을 모아 가지고 온 것이랍니다.”

“음, 그래 알았어요. 노 차장 수고 했어요, 서류를 두고 잠시 나가있어요.”
노 차장이 서류를 건네주고 나가자 내가 기자를 보고 말했다.

“자아 기자님, 제 말이 맞지요? 이런 제품을 어찌 반품으로 받아 줄 수가 있겠습니까? 설령 본인이 출고한 정당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소비자의 반품 기한은 14일  이내이고, 방문 판매원 역시 소비자로 인정하여 14일 이내의 적용을 받습니다. 다만 다단계회원은 3개월 내에 반품을 해야 한다는 약관이 있습니다. 또한 반품을 원하는 자는 반품기한 내에 서면에 의한 반납통보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분은 지금까지 서면이나 구두로 단 한 번이라도 반납요청을 한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 졸지에 차에 물건을 싣고 와 반납환불을 해달라는 것은 억지 중에 상 억지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사이비 기자 사과

“허, 참! 내 그 정도인줄은 몰랐네. 아니 누님은 어째, 그런 제품을 가지고 나에게 도와 달라니…….”
그는 그 여성이 자신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 서운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자신의 돈을 받기위해 기자님을 이용하고자 한 것 아닙니까? 제가 보기론 기자님과 함께 온 여성분은 고향의 선후배는 될지언정 진정한 남매가 아니지 않습니까? 괜히 이런 일에 끼어들어 까딱 잘못하면 명예를 실추시키고 곤욕을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사님, 얼마나 반품이 가능하겠습니까?”


“이번 경우처럼 순수성을 가장한 악의적인 반품행위에 대해서는 일부 가능한 제품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부 승낙해 줄 수 없다고 봅니다. 허나 기자님의 입장과 가져온 여성분의 애로사항을 감안하여 최종 검토 후 일부에 대해서는 반품을 승낙할 수 있도록 직원들과 상의해 보겠습니다. 그러니 누님이라는 분에게 잘 말씀드려서 관련된 자들에게 되돌려 주라고 하십시오.”
내 말에 그가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누님에게 잘 말해 일단 돌려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일어서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기자님, 결례가 있었다면 용서하십시오.”

민원 말끔히 정리

“아닙니다. 저 역시 누님의 말만 믿고 따라왔다가 이사님의 시원한 이야기를 듣고 보니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리고 한수 배우고 갑니다.”
“별말씀을…….”
우리는 서로 멋쩍게 의미 있는 웃음을 주고받았다. 기자가 아래층으로 내려간 후 자리로 돌아오자 노차장이 기다리고 있다가 들어왔다.
“이사님, 마무리가 잘 되었습니까? 그분들과 말씀 중에 사장님께서 내려오셔서 마무리 잘하라고 당부하고 가셨습니다.”

“그래요. 어디 한번, 기다려 봅시다.”
그렇게 노 차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중에 휴대폰 벨이 울렸다.
“저어, 이사님? 아까 그 기자입니다. 제가 누님한테 설명을 충분히 했음에도 막무가내로 듣지 않고 기어이 반품을 하겠다고 우기는데 난처하네요.”
“그래요, 고맙습니다. 그러나 기자님께선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저는 이번 일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겠습니다. 다음에 정식으로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언제 한번 제가 식사라도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통화를 끝내자 노 차장이 물었다.

“잘 안됐나 보지요?”
“그렇지 않아. 일단은 성공 했으니까!”
“예에?”
노 차장이 내말 뜻을 감 잡지 못하고 놀란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연합군을 의지하고 전쟁을 하러 올라온 저 여인이, 연합군이 손을 들고 가버렸으니 혼자 뭘 할 수 있겠어?”
내 말에 그제야 노 차장이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노 차장에게 현재 그 여성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물었다.
“현재 남자들은 모두 돌아갔고, 그 여자만 주차장 안내박스 옆에 쌓아놓은 제품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사님! 문제는 비가 꽤 올 것 같습니다. 지금은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지만 일기예보에는 오늘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합니다. 만약 제품이 비에 젖어 불량품으로 영영 사용하지 못할까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반품을 모두 받아주자는 건가?”

“아, 아닙니다. 제 말 뜻은 그게 아니라…….”
노 차장이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몸을 움츠리며 궁색한 표정을 지었다.
“어허, 이 사람. 됐네, 됐어! 내 괜히 해본 소리네.”
인정 많은 노 차장이 마치 남 일 하듯 해서 한 마디 했더니 지레 겁먹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웃어 보이며 영업이사를 오시게 하라고 했다. 노 차장이 잽싸게 문을 열고 나갔다.
창밖에는 한두 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이 어느 새 창문에 수채화를 그리고 있었다.
“이사님, 오랜만에 비가 꽤나 오겠는데요?”
영업이사가 들어오며 한 마디 했다.
“아, 정 이사님! 어서 오세요.”

내가 그를 반기며 악수를 청했다.
“이사님, 민원인을 상대하느라 고생 하셨습니다.”
“뭘요. 비서실을 통해 사장님 요청이 없다면 제가 나설 입장이 아니죠. 영업부와 민원실에서 해결할 일을 제가 나서게 되었네요.”
“임 이사님께서 맡지 않으면 누가 하겠습니까? 어차피 회사의 마지막 보루가 이사님 아닙니까?”
“하하, 무슨 그런 말씀을. 저보다 우리 정 이사님께서 전문가 아니십니까?”
“아이쿠! 큰일 날 말씀 마십시오. 아직 제 눈만 쳐다보고 있는 어린 자식 놈들이 있습니다. 민원일 잘못 맡아 처리하다간 제 모가지가 달아납니다.” 
우리는 잠시 농담을 섞어가며 서로를 치켜세웠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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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