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어느 날 스마트폰으로 날아온 요상한 이야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동안 내 애인 혹은 아내가 얼마나 많은 남자와 성관계를 가졌는지 알 수 있는 검사가 대한민국에 존재한다는 것. 트위터와 카카오톡 등을 통해 퍼진 기이한 괴담은 이뿐만이 아니다. 해산물 괴담부터 아스피린 팩, 암이 자연치유가 된다는 괴담까지…. 최근 SNS와 인터넷 상에서는 불안감을 조성하고 사회적 불신을 조장하는 ‘신종 괴담’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마디로 ‘괴담천국’이다.
“성관계를 했는지 여부는 항정자항체반응검사로 확인 가능합니다. 다만 이것은 10년 전이든 20년 전이든 성관계가 있다면 무조건 양성반응이 나와서 최근여부는 가리지 못하죠. 다만 반응률을 통해서 대략 몇 사람과 성관계를 했는지 추론할 수는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잣집이나 고위층 정도에서 결혼 시에 신부에게 이 검사를 요구했었는데 요즘은 평범한 사람들도 신부에게 이 검사를 요구하는 경우가 꽤 많죠. 가격도 몇 만원으로 저렴하고 가장 확실하게 성경험 여부와 대략 몇 명과 했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요구수요가 많은 편이죠.”
잠든 내 아내도
다시 보자(?)
‘항정자항체반응(antisperm antibody, ASA)’이라는 과학적인 이름을 앞에 달고 돌아다니는 이 괴담은 최근 ‘항정자항체반응검사’를 했다고 밝힌 한 남성의 사연으로부터 시작됐다.
결혼 후 1년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않아 불임클리닉을 찾던 사연의 주인공은 어느 날 인터넷 포털 지식검색에서 항정자항체반응에 대해 알게 됐다.
남성은 인터넷 검색 결과 “여자의 몸은 정자가 들어오면 이를 ‘적’으로 판단하고 싸워 없애기 위해 ‘항체’를 만드는데 만약 여성이 과거 한 남자와 오랫동안 성관계를 맺었거나 많은 남자와 관계를 맺으면 항체 수치가 높아져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후 남성은 “비뇨기과 검사 결과 아내의 항체 종류가 총 14개 즉 질내 사정, 구강 내 사정, 항문 사정 등 아내 몸속으로 들어온 정자의 종류라는 충격적인 설명과 함께 내 아내가 성관계를 가진 남성의 수가 14명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면서 “결혼 전 두 명의 남자와 관계를 맺었다는 아내에 대한 신뢰가 깨져 이제 부부관계를 지속하는 게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내 여자 성관계 감별법’ 괴담, 트위터?SNS 타고 급확산
인신매매·잘못된 의학정보부터…수원역 성매매 괴담까지
남성은 또 “요즘 부부가 의학적으로 신체상 아무런 이유가 없음에도 불임이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 경우 항원-항체반응검사를 권해본다”며 “항체는 소멸되지 않기 때문에 평생 여성의 몸 안에 남고, 배우자가 오랜 성관계를 가진 남자 이외의 정자를 항체가 강력하게 공격하기 때문에 불임의 원인이 된다”며 글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우후죽순으로 번지고 있는 이 남성의 사연에 대해 의학계는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비뇨기과 전문의인 이대성 원장은 항정자항체반응검사는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해 불임의 원인을 찾기 위해 주로 사용되는데 이 검사를 통해 여성의 성관계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람에 따라 생기는 사람도 안 생기는 사람도 있고 성관계를 많이 해도 항정자항체가 반드시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또 “만약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성관계를 많이 할수록 불임의 빈도가 증가한다는 소린데 우리나라에 비해 성적으로 개방된 유럽 사람들의 불임률은 특별히 높지 않다. 결론적으로 여성의 순결유무를 가릴 수 있는 검사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괴담으로 일축했다.
황당 괴담은
SNS를 타고~
다른 예도 있다. 지난해 8월 인터넷과 SNS를 중심으로 ‘마른 해산물 괴담’이 급속도로 퍼져 이를 본 네티즌들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이 괴담은 “어떤 사람이 길거리에서 당신에게 접근해 마른 해산물을 추천하며 판매하려 하면서 한 번 맛보라든지 냄새 한 번 맡아보라 한다면 절대 하지 말 것. 그 것은 해산물이 아니라 ‘에틸에테르’ 일종의 마취약으로서 냄새를 맡게 되면 정신을 잃게 된다. 중국에서 넘어온 신종 범죄다”는 내용이다.
괴담이 빠르게 확산되자 당시 전문가들은 ‘에틸에테르’도 마취작용은 하나 잠깐 냄새를 맡는다고 정신을 잃지는 않는다고 설명하며 괴담에 동요하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지난해 말에는 “아스피린 마스크 팩을 하면 각질 제거, 여드름 제거 등 피부에 좋다”는 글이 나돌기도 했다.
“어떤 블로그에서 화농성 여드름에는 아스피린 팩이 좋다고 하던데”라는 질문이 올라오자 “아스피린의 주성분은 살리실릭산인데 이 성분이 피지감소, 각질제거의 작용을 합니다”라는 답글이 올랐다.
먹는 아스피린을 두알 정도 갈아서 에센스 혹은 물이랑 섞어 바르면 피부가 맑아지고 여드름이 없어진다는 것인데, 이 잘못된 정보가 걷잡을 수 없이 유포되자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아스피린, 올바르게 사용하기’라는 자료까지 배포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아스피린을 바르는 마스크 팩으로 만들어 피부에 도포했을 경우 만성 두드러기나 발진 등 예기치 못한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도대체 어디에서 이렇게 위험한 의학 정보가 퍼져 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자궁경부암 백신중 하나인 ‘가다실’이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부작용도 심각하다는 글이 올라와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 103명이 사망했으며 수천 명이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는 내용이다. 가다실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16, 18형에 대해 내성을 생성한다.
SNS 통한 정보, “잘 활용하면 약! 자칫 독!”
스스로 정화, 컨트롤하는 능력 길러야 할 때
최초의 암 백신으로 지난 2006년 미국 FDA에서 승인된 이후 국내에도 2007년 도입 처방되고 있다.
이를 본 트위터 사용자들은 “나도 가다실 접종받았는데”, “3차 접종까지 다 받았는데”라며 걱정을 표하는 가운데 한 사용자는 “한국 산부인과는 침묵 속 백신 장사 중”이라며 의료계에 불신을 드러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낭설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 주장의 근거는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가 조사한 결과로 지난 2008년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당시 대한산부인과학회는 가다실이 안전하다는 성명을 냈다.
이뿐만 아니다. 암은 자연치유가 되므로 항암치료는 제약회사의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다는 괴담도 있다. 몸에 있는 NK세포가 암을 치유할 수 있으므로 면역체계 회복을 도와야지 수술, 방사선 및 화학요법 등으로 면역력을 약화시키면 암을 오히려 키운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장기적출 인신매매, 수원역 근처에서 값이 저렴한 성매매 시 팔 다리 없는 여성이 나온다는 이야기 등 근거 없는 괴담들이 끊임없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잘 쓰면 약
잘 못쓰면 독
지금 이 순간에도 트위터와 페이스북, 카카오톡이나 SMS 문자, 카페와 블로그 등을 비롯한 커뮤니티에서는 또 다른 괴담이 확산되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확한 근거도 없는 루머인데도 괴담 자체가 가지는 은밀한 특성 때문에 한번 표출된 메시지는 막을 수 없이 확산된다.
그러나 이미 표출된 메시지는 회수가 불가하기 때문에 이를 검증하는 절차도 당연히 없다. 이는 곧 SNS 전체적인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세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SNS상의 다양한 루머는 그럴듯하게 논리가 짜여 있어 현혹되기 쉽고 사회가 불안정하거나 불신이 가득할 때 퍼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젠 일종의 사회질병 수준이 되어가고 있다”며 “스스로 정화-컨트롤 할 수 있는 내부 에너지가 없다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다. 지금은 스스로 정화할 에너지가 없다고 보여진다.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이성적으로 판단해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NS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인터넷의 제 2의 부흥기가 오게 되었고 그로인해 스마트폰을 비롯한 스마트 장치의 확산에도 도움을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그 스마트한 기기들을 사용하는 유저들 또한 스마트해져야 할 때다. 거대해진 정보의 바다 속에서 올바른 정보를 걸러내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