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루머에 들썩이는 ‘괴담천국’ 대한민국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3.08 09:3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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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는 14명의 남자와 성관계를 했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어느 날 스마트폰으로 날아온 요상한 이야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동안 내 애인 혹은 아내가 얼마나 많은 남자와 성관계를 가졌는지 알 수 있는 검사가 대한민국에 존재한다는 것. 트위터와 카카오톡 등을 통해 퍼진 기이한 괴담은 이뿐만이 아니다. 해산물 괴담부터 아스피린 팩, 암이 자연치유가 된다는 괴담까지…. 최근 SNS와 인터넷 상에서는 불안감을 조성하고 사회적 불신을 조장하는 ‘신종 괴담’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마디로 ‘괴담천국’이다.

“성관계를 했는지 여부는 항정자항체반응검사로 확인 가능합니다. 다만 이것은 10년 전이든 20년 전이든 성관계가 있다면 무조건 양성반응이 나와서 최근여부는 가리지 못하죠. 다만 반응률을 통해서 대략 몇 사람과 성관계를 했는지 추론할 수는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잣집이나 고위층 정도에서 결혼 시에 신부에게 이 검사를 요구했었는데 요즘은 평범한 사람들도 신부에게 이 검사를 요구하는 경우가 꽤 많죠. 가격도 몇 만원으로 저렴하고 가장 확실하게 성경험 여부와 대략 몇 명과 했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요구수요가 많은 편이죠.”

 

잠든 내 아내도
다시 보자(?)

 
‘항정자항체반응(antisperm antibody, ASA)’이라는 과학적인 이름을 앞에 달고 돌아다니는 이 괴담은 최근 ‘항정자항체반응검사’를 했다고 밝힌 한 남성의 사연으로부터 시작됐다.

결혼 후 1년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않아 불임클리닉을 찾던 사연의 주인공은 어느 날 인터넷 포털 지식검색에서 항정자항체반응에 대해 알게 됐다.

남성은 인터넷 검색 결과 “여자의 몸은 정자가 들어오면 이를 ‘적’으로 판단하고 싸워 없애기 위해 ‘항체’를 만드는데 만약 여성이 과거 한 남자와 오랫동안 성관계를 맺었거나 많은 남자와 관계를 맺으면 항체 수치가 높아져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후 남성은 “비뇨기과 검사 결과 아내의 항체 종류가 총 14개 즉 질내 사정, 구강 내 사정, 항문 사정 등 아내 몸속으로 들어온 정자의 종류라는 충격적인 설명과 함께 내 아내가 성관계를 가진 남성의 수가 14명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면서 “결혼 전 두 명의 남자와 관계를 맺었다는 아내에 대한 신뢰가 깨져 이제 부부관계를 지속하는 게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내 여자 성관계 감별법’ 괴담, 트위터?SNS 타고 급확산
인신매매·잘못된 의학정보부터…수원역 성매매 괴담까지

남성은 또 “요즘 부부가 의학적으로 신체상 아무런 이유가 없음에도 불임이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 경우 항원-항체반응검사를 권해본다”며 “항체는 소멸되지 않기 때문에 평생 여성의 몸 안에 남고, 배우자가 오랜 성관계를 가진 남자 이외의 정자를 항체가 강력하게 공격하기 때문에 불임의 원인이 된다”며 글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우후죽순으로 번지고 있는 이 남성의 사연에 대해 의학계는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비뇨기과 전문의인 이대성 원장은 항정자항체반응검사는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해 불임의 원인을 찾기 위해 주로 사용되는데 이 검사를 통해 여성의 성관계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람에 따라 생기는 사람도 안 생기는 사람도 있고 성관계를 많이 해도 항정자항체가 반드시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또 “만약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성관계를 많이 할수록 불임의 빈도가 증가한다는 소린데 우리나라에 비해 성적으로 개방된 유럽 사람들의 불임률은 특별히 높지 않다. 결론적으로 여성의 순결유무를 가릴 수 있는 검사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괴담으로 일축했다.

황당 괴담은
SNS를 타고~

다른 예도 있다. 지난해 8월 인터넷과 SNS를 중심으로 ‘마른 해산물 괴담’이 급속도로 퍼져 이를 본 네티즌들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이 괴담은 “어떤 사람이 길거리에서 당신에게 접근해 마른 해산물을 추천하며 판매하려 하면서 한 번 맛보라든지 냄새 한 번 맡아보라 한다면 절대 하지 말 것. 그 것은 해산물이 아니라 ‘에틸에테르’ 일종의 마취약으로서 냄새를 맡게 되면 정신을 잃게 된다. 중국에서 넘어온 신종 범죄다”는 내용이다.

괴담이 빠르게 확산되자 당시 전문가들은 ‘에틸에테르’도 마취작용은 하나 잠깐 냄새를 맡는다고 정신을 잃지는 않는다고 설명하며 괴담에 동요하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지난해 말에는 “아스피린 마스크 팩을 하면 각질 제거, 여드름 제거 등 피부에 좋다”는 글이 나돌기도 했다.

“어떤 블로그에서 화농성 여드름에는 아스피린 팩이 좋다고 하던데”라는 질문이 올라오자 “아스피린의 주성분은 살리실릭산인데 이 성분이 피지감소, 각질제거의 작용을 합니다”라는 답글이 올랐다.

먹는 아스피린을 두알 정도 갈아서 에센스 혹은 물이랑 섞어 바르면 피부가 맑아지고 여드름이 없어진다는 것인데, 이 잘못된 정보가 걷잡을 수 없이 유포되자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아스피린, 올바르게 사용하기’라는 자료까지 배포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아스피린을 바르는 마스크 팩으로 만들어 피부에 도포했을 경우 만성 두드러기나 발진 등 예기치 못한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도대체 어디에서 이렇게 위험한 의학 정보가 퍼져 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자궁경부암 백신중 하나인 ‘가다실’이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부작용도 심각하다는 글이 올라와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 103명이 사망했으며 수천 명이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는 내용이다. 가다실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16, 18형에 대해 내성을 생성한다.

SNS 통한 정보, “잘 활용하면 약! 자칫 독!”
스스로 정화, 컨트롤하는 능력 길러야 할 때 

최초의 암 백신으로 지난 2006년 미국 FDA에서 승인된 이후 국내에도 2007년 도입 처방되고 있다.

이를 본 트위터 사용자들은 “나도 가다실 접종받았는데”, “3차 접종까지 다 받았는데”라며 걱정을 표하는 가운데 한 사용자는 “한국 산부인과는 침묵 속 백신 장사 중”이라며 의료계에 불신을 드러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낭설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 주장의 근거는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가 조사한 결과로 지난 2008년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당시 대한산부인과학회는 가다실이 안전하다는 성명을 냈다.


이뿐만 아니다. 암은 자연치유가 되므로 항암치료는 제약회사의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다는 괴담도 있다. 몸에 있는 NK세포가 암을 치유할 수 있으므로 면역체계 회복을 도와야지 수술, 방사선 및 화학요법 등으로 면역력을 약화시키면 암을 오히려 키운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장기적출 인신매매, 수원역 근처에서 값이 저렴한 성매매 시 팔 다리 없는 여성이 나온다는 이야기 등 근거 없는 괴담들이 끊임없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잘 쓰면 약
잘 못쓰면 독

지금 이 순간에도 트위터와 페이스북, 카카오톡이나 SMS 문자, 카페와 블로그 등을 비롯한 커뮤니티에서는 또 다른 괴담이 확산되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확한 근거도 없는 루머인데도 괴담 자체가 가지는 은밀한 특성 때문에 한번 표출된 메시지는 막을 수 없이 확산된다.

그러나 이미 표출된 메시지는 회수가 불가하기 때문에 이를 검증하는 절차도 당연히 없다. 이는 곧 SNS 전체적인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세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SNS상의 다양한 루머는 그럴듯하게 논리가 짜여 있어 현혹되기 쉽고 사회가 불안정하거나 불신이 가득할 때 퍼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젠 일종의 사회질병 수준이 되어가고 있다”며 “스스로 정화-컨트롤 할 수 있는 내부 에너지가 없다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다. 지금은 스스로 정화할 에너지가 없다고 보여진다.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이성적으로 판단해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NS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인터넷의 제 2의 부흥기가 오게 되었고 그로인해 스마트폰을 비롯한 스마트 장치의 확산에도 도움을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그 스마트한 기기들을 사용하는 유저들 또한 스마트해져야 할 때다. 거대해진 정보의 바다 속에서 올바른 정보를 걸러내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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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