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14)

취재 빙자한 협박에 강력 대응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직접 출고 받지 않은 제품 가져와 환불 요구
조목조목 반박하며 정곡 찌르자 꼬리 내려

“사실 제가 출고한 제품이 일부 있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이 출고해서 보관하고 있는 제품을 모아서 가져온 것입니다. 그렇지만 모두 내 것이니 제가 출고한 제품과 다름없잖아요.”
“그건 틀립니다. 본인이 직접 출고한 제품과 다른 곳에서 모아온 제품하고는 확연히 차이가 있죠. 아니 우리 회사 제품이 전국에 한두 개입니까? 어디에서 헐값으로 구매하거나 아니면 사채업자들이 판매원에게 돈을 빌려주고 대물변제조로 받은 제품이라면 엄연히 구분되는 것 아닙니까?”
나는 그렇게 다그치며 재차 캐물었다.

“우리 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하셨다고 했지요?”
“예, 열심히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회사에서 영업사원들에게 강매한 사실이 있습니까? 어디 대답해 보세요!”
그러자 그녀가 발뺌하듯 부인하며 대꾸했다.
“아니, 강매를 했다기보다 판매를 잘해야 성공할 수가 있다고 해서…….”
“그야 당연한 것 아닙니까? 영업회사에서 판매를 잘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교육이 뭐가 잘못되었습니까?”  
나는 머뭇거리는 그 여성에게 반문하듯 말하고는 기자라는 사내를 쳐다보며 말했다.
“조금 전에 기자 분께서는 지금 여사님이 차에 싣고 온 제품이 모두 강매로 보관한 것을 모아온 것이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기자분이라고 해도 일방적으로 취재를 해서는 안 되죠.”
나는 계속 직설화법으로 밀어붙였다.

“그리고 말입니다만, 기자 분께서 기업체에 들어와 자기 누님이라는 분의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취재를 한다며 협박해도 됩니까?”
내가 정곡을 찌르자 그가 마치 무슨 잘못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얼굴이 붉어지더니, 조금 전 자신의 행동을 부인하며 오히려 목소리를 높여 반론을 제기했다.
“아니 제가 언제 협박했습니까?” 
나는 옆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대화를 듣고 있던 다른 사내와 노 차장을 가리키며 증인을 세우듯 말했다.
“여기 함께 오신 분과 우리 노 차장도 모두 듣지 않았습니까? 조금 전 기자분이 이 분을 누님이라고 하면서, 만약 누님이 가져온 제품을 반품해주지 않으면 기획 취재를 하여 회사의 비리를 보도하겠다고 말한 걸 말입니다. 이것이 취재를 빙자한 권한남용과 협박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보도를 하려면 한번 해보세요! 우리도 나름대로 강력히 대응할 테니까!”  

기자의 행동에 조목조목 반발하며 말을 쏟아내는 나를 보며 그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듣고만 있었다. 잠시 후 기자라는 친구가 슬그머니 노트를 접고 볼펜을 안주머니에 넣으며 들러리로 따라온 다른 사내에게 말했다.
“자네는 여기 누님을 모시고 아래층 제품 있는 곳에 가서 기다리게.”
그러자 주춤거리던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사무실 바깥으로 나갔다. 당사자인 그 여성도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며 주저하더니 나를 보고는 간청하듯 말했다.
“이사님! 죄송하지만 반품을 받아주세요. 제사정이 정말 죽을 지경입니다.”
“하여간 기다려 보세요. 영업부에서 최종 결정이 나면 통보해 드릴 겁니다.”

여인은 뭔가 아쉽다는 표정을 남기고 몸을 돌려 먼저 나간 남자를 따라 나갔다. 나는 순간, 기자가 자신의 행동이 궁지에 몰리자 나에게 어떠한 제안을 할 거라는 판단을 했다. 그렇다면 노 차장도 없는 자리에서 단둘이서 담판을 짓는 게 좋을 듯싶었다.
“노 차장! 지금 즉시 영업라인을 통해 이분들이 어떻게 해서 그 많은 제품을 모아가지고 온 것인지 그 과정을 파악하여 보고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노 차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갔다.  
마침내 기자라는 사내와 단둘만이 남았다. 나는 분위기로 보아 절반은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 큰 기자가 먼저 조금 전과 달리 아주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


“이사님, 조금 전 제 말에 오해했다면 미안합니다.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 누님을 위한다는 것이 다소 흥분 했었나 봅니다.” 그가 화해의 웃음을 지어보이며 사과했다.
“아니, 괜찮습니다. 다만 불쾌한 것은 사실입니다. 처음부터 제3자 개입을 허용하지 않으려고 제지 하고자 했으나 기자님의 입장을 고려하여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기자의 화해 제스처에 굳이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아서 나 역시 조용하게 말했다.
“이사님, 제 체면을 봐서라도 그만 반품 해주고 정리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가 사정조로 말했다.

“지금으로서는 반품이 곤란하지 않습니까? 기자님도 아시겠지만 이번에 가지고 온 제품이 판매원 본인이 출고한 제품이 아닙니다. 그리고 3년 전에 생산판매가 중단된 제품을 어디에서 모아가지고 와서 반품을 해달라고 한다면 어느 기업인들 살아남겠습니까? 그리고 이번 경우와 같은 반품 건에 대해 반품을 받아준다면, 그것이 사례가 되어 전국에 있는 모든 판매원들이 출처도 알지 못하는 제품을 헐값으로 구입하거나 어디선가 모아가지고 회사에 몰려오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아마 회사는 거덜날 것입니다. 기자님께서 정보력이 좋으시니 저희 회사에 대하여 알아보면 아시겠지만 당월에 출고한 제품을 당월 말에 정산을 통해 반품을 전부 받아주고 있어요. 설령 반품을 하지 못한 제품이 있다면 6개월이라는 기한을 정하여 반품 가능한 제품은 전부 받아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수년이 지나 생산이 중단된 제품을 모아 가지고 와서 반품 환불을 요구한다는 것은, 상도의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있을 수 없는 일 아닙니까?”
내 말에 이의를 제기치 못하고 숙연해 있던 남자는 더 이상 말해 봐야 소용없다는 듯 그냥 가볍게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그때 노 차장이 서류를 들고 들어왔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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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