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13)

“뱀을 잡기 위해선 머리를 잘라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직접 출고 받지 않은 제품 가져와 환불 요구
반품 받아들여 지지 않자 취재하겠다고 협박

그렇게 하고는 이번에는 그 여성에게 물었다.
“실례지만 이분들과는 어떤 관계이신지?”
“아, 이분은 동생뻘 되고, 저분은 서울에서 만난 분이에요.”
“동생뻘이라고 하신다면 친동생 되시는 분은 아니네요.”
내가 말꼬리를 잡으며 사내들과 여성을 갈라놓는 투로 말했다. 그러자 키 큰 남자가 마치 도둑질하다 들킨 것처럼 긴장하며 얼버무렸다.

“친누님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그 여성에게 다시 물었다.
“혹시 방송국 P보도국장이라는 사람을 알고 있습니까?”
예리한 질문에 그녀가 흠칫하고 있었다.
“아, 예에……. 몰, 몰라요.”
그녀가 고개를 돌리며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말을 더듬으며 당황해 하는 모습이 왠지 연관성이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친동생도 아닌데

“이사님, 싣고 온 제품을 반품하고 오늘 대금을 받아갈 수 있지요?”
동생이라고 주장하는 키 큰 사내가 마치 맡겨 놓은 돈이라도 있는 듯 당연하다는 투로 물었다.
“검토하는 시간이 있는데 당장 그렇게 많은 돈을 지불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는 중에 노 차장이 서류를 파일 철에 넣어 들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테이블에 파일을 펼쳐놓았다.
“이사님, 모두 파악된 자료입니다.”
“그래, 수고했네. 이제 여기 계신 분들에게 파악한 내용을 알 수 있게 설명해 보게.”
“제품 중에 이분께서 실제로 출고해간 것은 모두 20개이고, 그 중 12개는 이미 반품해서 그 대금을 모두 환불해 간 것입니다.”


노 차장이 정확한 수치와 금액까지 또렷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노 차장이 파악한 내역을 보고하는 동안 그 여성과 키 큰 남자의 표정이 잔뜩 굳어지는 게 느껴졌다. 나는 개의치 않고 노 차장에게 재차 확인하며 물었다.
“노 차장, 이분들께서 트럭으로 싣고 온 제품 목록의 수량과 금액은 모두 얼마인가?”
“예, 이분들이 가져온 제품은 60개로 소비자 가격 100만원으로 계산하면 모두 6000만원 상당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분께서 직접 출고하여 반품한 것을 제하고 나머지 반품 가능한 제품은 모두 8개로 금액은 800만원 상당이 됩니다.”
대화가 여기에 이르자 묵묵히 듣고 있던 그 여성이 인상이 구겨지면서 벌떡 일어섰다.
“뭐라고요? 반품 가능한 게 800만원뿐이라고요?”

그녀가 흥분하자 동행한 사내들이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느꼈는지 표정이 굳어지면서 그녀를 따라 일어섰다. 키 큰 사내가 나서면서 한 마디 했다.
“아니, 지금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왜 전부를 반품할 수 없다는 겁니까?”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그가 씩씩거렸다. 나는 더 이상 방치하다간 뭔 일이 나겠다 싶어서 그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선생님은 동생 되신다고 했는데, 실제 친동생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회사와 판매원 간의 사정도 잘 알지 못하면서 일방적으로 끼어드시면 안 되죠. 지금부터는 대화에 나서지 말기 바랍니다. 아니면 제삼자 개입으로 여기겠습니다.”

궁색한 변명만

내 말에 그가 기분 잡친다는 표정을 짓더니 자신이 들고 온 다이어리 노트를 펼치며 볼펜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마치 기자가 취재를 하는 것처럼 뭔가 메모를 하려는 자세를 취했다.
나는 그의 행동에 불쾌감을 느꼈다. 아무래도 이번 건은 키 큰 남자가 모든 것을 주도하며 그 여성을 부추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뱀을 잡기 위해서는 뱀 대가리를 자르라는 말이 있지.’
나는 이 남자부터 처리해야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약간 톤을 높여 말했다.
“아니, 지금 무엇 하자는 겁니까?”
그러자 그가 안주머니에서 패스포트를 꺼내어 그 속에 들어 있는 기자증을 내 얼굴에 바싹 내밀었다.
“나는 모 주간지 기자인데 이번 반품과 관련해서 기획취재를 하려고 합니다.”
“기획취재라니요. 우리 회사가 무슨 범죄라도 저질렀다는 겁니까? 아니면 제가 현행범이라도 된다는 말입니까?”
나는 그가 내민 기자증을 슬쩍 훑어보면서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회사가 영업사원들에게 강매를 하고 상품을 보관케 하여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하는 것에 대한 취재입니다.”
그는 마치 회사의 큰 비리라도 잡은 양 목에 힘주며 말했다. 나는 기자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오냐, 너 잘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반품 건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도리어 협박하는 사이비기자가 있으니 오히려 잘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 이 자가 기자라면 자신이 궁지에 몰리게 될 경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나서서 도리어 여성을 설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병법에서 말하는 ‘이이제이’ 계책이다. 적을 이용해 적을 다스린다는 계책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다면 강공책으로 밀고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니 뭐요? 강매를 했다고요? 그 말씀 책임져야합니다. 우리 회사에서 강매한 증거를 대세요! 그리고 여기 가져온 제품목록을 보니 모두 3년 전에 이미 생산판매가 중단된 제품들입니다. 더욱이 가져온 제품 중에 이분 명의로 출고한 제품은 불과 20개 미만으로 2000만원도 되지 않은 걸로 파악되는데, 어떻게 우리가 강매를 했다는 겁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 여성을 향해 다시 물었다.
“지금 가져온 제품이 본인께서 실제로 직접 출고한 제품이 맞습니까?”
“……”
그녀는 이렇다 할 대답거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뭔가 일이 잘못 풀려간다고 생각되는지 잔뜩 찡그린 채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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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