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설아 기자] 가정주부들에게 통상적으로 “남편이 언제 가장 필요하세요?”라고 물으면 ‘형광등 갈 때’ 혹은 ‘못질할 때’라는 대답을 가장 많이 듣는다. 남편의 존재 이유가 바로 이것이란 말인가? 이른바 ‘시급남편’의 등장은 그럴지도 모른다는 대답을 준다. 시급남편은 말 그대로 시간제로 돈을 내고 빌려 쓰는 남편을 말한다. 그런 시급남편 대여업이 국내에 상륙한 사실이 취재결과 드러났다.
독립국가연합 조지아에서 처음 문을 연 시급남편 회사는 한 시간에 우리 돈으로 약 1만9000원을 받고 남편을 빌려준다. 이들의 역할은 주로 수도꼭지를 고치는 등의 자잘한 집안수리라고 한다.
하지만 ‘남편’이라는 어감이 주는 묘한 기대감 때문인지 시급남편은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도 있는 서비스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제는 돈만 내면 남편도 얼마든지 빌려 쓸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1시간 남편’
그 정체는?
지난 여름 국내에 처음으로 설립된 시급남편 대여업체는 맞춤형 생활서비스로 일상생활에서 모든 일을 대행해주는 토탈 대행서비스를 하는 곳이다.
시급남편업체의 대표 이모(35)씨는 “기존 대행업체와는 달리 불법적, 비건전 대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생활서비스를 지향한다”며 “시급남편이라는 외국서비스를 우연히 알고 우리나라에 적용시켜 기존 잔심부름 업체와는 차별성을 둔 업체를 만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국내 시급남편에서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까. 서비스는 가사도우미를 시작으로 역할대행, 데이트메이트 서비스, 민원 대행 서비스 등 총 8가지였다.
많이 알려진 역할대행서비스는 결혼식, 동창회 등 기타 각종 모임 또는 상황에 따라 친구, 연인, 배우자 역할을 해주는 서비스이다. 데이트메이트 서비스는 마음에 드는 스타일의 이성과 시간 데이트 또는 일일 데이트를 즐길 수 있고, 가사도우미 서비스는 집안 대청소부터 수도꼭지, 형광등 교체 및 컴퓨터 전자제품 설치 등 각종 가정 일을 대신해주는 서비스다.
가사도우미부터 역할대행, 데이트메이트 서비스까지…
남편 도우미들 의사·영어강사·펀드매니저 등 다양
그 외에도 특정지역까지 에스코트를 해주는 일일 개인기사 서비스, 원서접수 및 각종 대리로 처리가 가능한 민원업무를 대신해주는 민원대행 서비스, 장애인이나 노인들의 외출 및 귀가를 돕는 생활도우미 서비스 등이다.
이 외에도 업체는 물건 찾아주기, 아이 유치원 입학식 따라가 주기, 은행업무 대신하기, 배달, 줄서기, 벌초, 로또복권 사주기, 애완견을 대신 돌보거나 산책시켜주는 ‘펫 도우미’ 등 단순대행 서비스로 바쁜 여성들의 일상을 대신해주고 있었다.
이씨는 시급남편의 가장 큰 장점을 ‘철저한 비밀’로 꼽았다. 서비스 이용 회원들의 아주 사적인 서비스와 비밀도 확실히 보장되며, 반대로 남편 도우미들 역시 철저한 비밀관리 시스템으로 도우미들끼리도 서로를 모를 만큼 비밀 보장이 된다고 귀띔했다.
누가 하고
누가 찾나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시급남편 서비스를 의뢰하고, 또 어떤 사람들이 도우미를 하는 것일까.
서비스를 의뢰하는 사람들은 주로 전문직 여성이나 고소득층 여성이다. 이 중 유부녀 의뢰인이 가장 많고, 능력은 있지만 외로운 골드미스, 독신여성이 시급남편의 주 고객이다.
이씨는 “주로 고객들이 자주 의뢰하는 서비스는 식사를 함께 해줄 친구대행, 남자친구 역할을 하는 역할대행 서비스와, 대화 서비스 등의 문의가 많다”며 “사업시작 초반과 달리 가사도우미에 대한 문의도 있는데 외국처럼 집안일을 수리해달라는 문의보다는 무거운 것을 날라주거나 대청소를 해주는 개념의 도우미들을 원한다”고 말했다.
시급남편을 이용하는 의뢰인들은 필요에 의해 사람과 시간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얼굴 선택까진 잘 이루어지진 않는다. 다만 서비스와 예약날짜, 시간이 잡히고 30%의 예약금을 입금하고 나면 해당 사이트에 남성 도우미들의 프로필을 볼 수 있는 계정이 열린다.
이곳에서 얼굴과 능력, 스펙 등을 본 뒤 가장 적합한 남성 도우미를 고를 순 있다.
시급남편의 ‘시급’은 남편 도우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주로 남편들은 2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 남성들이 많은데 대학생부터 유부남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으며 서류와 면접, 인성교육과정을 거쳐 도우미로 등록된다. 평균적으로 남편 도우미들은 시간당 2~3만원씩 받고 있으며 많게는 10만원 이상을 받는 도우미들도 있다.
의뢰인들은 돈 많은 유부녀 “노골적 성매매 요구도”
‘건전서비스’ 표방하지만 부작용 우려…인식개선 필요
이씨는 “남편도우미 일을 투잡으로 이용하면서 본업은 의사, 유명 영어강사, 세무사 등의 전문직 도우미들도 많다”며 “‘나는 동시통역도 할 수 있다’ ‘나는 시간당 10만원은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능력있는 도우미들이 많아 외모 직업 등 스펙에 따라 도우미들이 원하는 희망금액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남편도우미 등록 시 철저한 비밀보장이 된다는 것을 알고 돈을 번다는 목적보다는 호기심에 도우미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웃지 못할 황당한 일을 겪었던 적도 많았다고 한다. 은밀한 애정서비스나 성매수만을 목적으로 남편도우미를 요구하는 의뢰인들도 있다는 것.
그러나 이씨는 “남편도우미들을 교육할 때 성매수를 목적으로 한 서비스는 하지 않는다고 철저히 교육한다”며 “시급남편 서비스는 성매매를 목적으로 두지 않고 이런 의뢰는 정중히 거절한다”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성매매 우려
이씨가 운영하는 업체는 일단 ‘건전’을 표방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에서는 이런 서비스업이 ‘불건전 성매매’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여기서 ‘건전’ ‘불건전’이란 일반적인 서비스업무 외에 스킨십과 성관계 등을 포함하는 ‘은밀한 대행’ 유무를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우려의 목소리에 남편도우미들의 의견은 어떨까.
도우미 박모(26.남)씨는 “친구대행으로 나갔다가 돈 많은 유부녀로부터 잠자리 제안을 받은 적이 있긴 하다. 자신을 만족시켜 주면 지속적으로 잠자리 파트너를 하자고까지 했다”며 “실제로 그런 제안이 들어오고 행해지고 있으니 일부에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넘을 수 없는 벽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도우미 김모(33.남)씨는 “건전하게 만났다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관계까지 가는 경우도 물론 있다”며 “일부 도우미들 중에는 ‘돈 받고 성욕도 풀 수 있으니 이런 좋은 직업이 어디 있냐’며 성욕 해소만을 목적으로 이 일을 하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내가 도우미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한 생각만 확고하면 그런 제의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것 같다”며 “보통 내가 만난 의뢰인들은 많이 지쳐 있고, 외로운 여성들이 많았는데 남편과의 사이가 틀어져 대화상대가 필요했거나 좋은 곳에 가서 식사를 함께 해 줄 사람이 필요했던…. 일반적인 건전한 데이트를 전제로 하는 의뢰인들이 더 많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남편도우미들에 따라 대행업은 건전한 서비스가 될 수도, 또 성매매 수단으로 변질될 수도 있어 보였다. 이씨 역시 이 같은 시각에 대해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인정한다.
이어 이씨는 “남녀 사이란 게 모르는 일이듯 만약에 도우미와 의뢰인이 만났을 때 나이도 비슷하고 서로에게 호감이 가 서비스 후에도 만나며 사적인 감정이 생겼다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면서도 “하지만 이것을 빌미로 대행 서비스업계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시급남편이라는 문구만 보고 퇴폐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한번 이용한 고객들은 장기고객이 될 정도로 건전한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다”며 “남편 도우미들을 바라보는 한국 사람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